윤민현 박사(Penb46@naver.com)

▲ 윤민현 박사
매 2년마다 그리스 아테네에서 개최되는 Posidonia는 전 세계 해운, 조선, 금융, 보험업계 대표와 관련 전문가들이 참여해 업계의 현안들과 전망에 대해 논의하는 국제대회다. Posidonia 2016에서는 장기불황과 저성장시대에 대한 대책, 디지털화 등이 주요 의제가 됐던데 비해 지난 6월 4일부터 시작된 Posidonia 2018에서는 불과 15개월밖에 남지 않은 IMO 2020 Sulphur Cap에 대한 업계와 규제 당국간의 시각차가 표출되면서 양측간의 갈등이 증폭되는 현상을 보였다.

의례 그렇듯이 개회식 행사 초기에 연사로 나서 2020 Sulphur Cap 준수를 당부하는 EU 교통장관의 축사에 이어 IMO측에서 2020년 1월 1일 시행을 강조하는 발언이 있었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Posidonia 2018의 호스트 격이라 할 수 있는 그리스 선주협회 회장이 바로 직전 인사말을 한 당국자들의 당부가 무색할 정도로 규제 이행에 따른 문제점들을 조목조목 지적하며 정면으로 규제당국의 조치를 비판한 것이다.

(1) 편한 선택이 없다

주지하듯이 2020년 1월 1일 이후에는 저유황유 사용을 강제하는 Sulphur Cap(황산화물 배출 규제)으로 인해 별도의 배출오염 저감장치(Scrubber)가 없는 한 선박연료로 HFO(Heavy Fuel Oil)의 사용이 금지되기 때문에 선사들은 Scrubber를 설치하고 HFO를 사용하거나 0.5% 이하의 저유황유(Low Sulphur FO) 아니면 LNG를 연료로 사용하는 3가지 방안중 택일하지 않으면 안 된다. 물론 3가지 중 어느 선택지를 택하든 HFO를 사용하는 현재에 비해 연료비의 현저한 증가가 불가피 해진다.

물론 현재 사용 중인 유황 성분이 3.5%인 중유가 가장 값싼 연료임에 틀림없다. 작년 1월 대비 70% 정도 상승한 유가는 금년 1/4분기에 순이익을 시현한 선사가 하나도 없을 정도로 시장을 강타했고 다급한 선사들이 긴급조치로 teu당 100달러 정도의 Emergency Bunker Surcharge를 부과하자 하주단체들이 집단 반발하고 있다. 하주들은 해상운임은 해운원가가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수급의 균형 여하에 따라 결정돼야 한다며 분담을 거부하고 있는 마당에 톤당 200~400달러 정도 비싼 LSFO 사용으로 늘어난 연료비를 하주가 부담해주지 않으면 추가 부담을 감당해 낼 수 있는 선사가 얼마나 될까?

규제의 최대 수혜자이자 규제에 부합하는 연료(compliant oil)를 생산·제공해야 할 정유업계는 수요 예측이 불가하고 수요보장이 없이 LSFO 생산을 위해 서둘러 거액의 투자를 할 때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Scrubber 설치 업자는 고유가 시대에 Scrubber가 현명한 대안이라고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Tanker나 Bulker를 제외한 여타 선박의 반응은 미지근하다.

LNG 추진 선박으로 전환하는 것도 선내에 별도로 탱크를 설치해야하는 등 기술적 문제와 그로 따른 비용과 시간뿐만 아니라 신조선의 경우 역시 선가 추가부담(1만 8000teu급의 경우 척당 2500만 달러 전후)과 함께 필요시 적재적소에서 운항 스케쥴에 차질없이 LNG가 공급(급유)될지도 의문인 상태여서 이 또한 쉽지 않은 결정이다.

(2) 대응전략

상황이 이러다 보니 3가지 선택지를 두고 선사들의 대응전략이 다 다르고 같은 선종이라 하더라도 각자의 판단에 따라 차이가 있다. 탱커, Bulker 선주들은 Scrubber를 선호하는 배경에는 연료비를 부담해야 하는 용선자들의 입장을 고려하고 개별 협상에 따라 연료비 전가가 어느 정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컨테이너선이다. 같은 선종이라 하더라도 선사들의 전략은 사뭇 다른 것이 현실. 대형 신조 컨테이너선에 대해 CMA CGM은 LNG, MSC는 Scrubber를, Maersk는 아직 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LSFO 조달 가능성에 대해 정유사와 협의 중이다.

유가가 얼마가 될지도 모르는 LSFO 사용으로 인한 재정적 부담, 국제적 표준화가 정착되지 않은 비표준 연료 사용으로 인한 선박 안전 등은 차치하더라도 가장 핵심이 되는 것은 Sulphur Cap에 부합하는 연료가 충분히 조달될 수 있느냐다.

(3) 갈등의 요지

2017년 9월 발효예정이었던 평형수관리협약(BWMC)에 대해 발효 2개월을 앞두고 기존선박에 대해 2019년 9월까지 유예조치를 취했다가 리더십 부재, 업무 졸속처리 등 엄청난 비판을 겪었던 탓인지 IMO가 이번에는 초강경자세다. 해운계가 우려하는 혼란은 과장된 것(No chaos and confusion)이라며 시행 일자를 필히 고수(Firm in deadline)할 것과 연기는 없다(There will be no delay)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해운계(그리스 선주협회가 대변)는 2020년 1월 1일은 인위적인 시한(Artificial deadline)이며 규제당국이 초래한 혼돈과 혼란(Organised chaos)으로 터무니없고 근거도 없다는 비판과 함께 IMO가 선주들의 생존 문제를 도외시하고 있다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실제 선주들은 Market based solution을 이유로 이미 BWMC를 연기시켰고 채택한지 10년이 돼가는 해체협약(Recycle 협약)을 무력화 시키고 있다. Bimco, ICS, Intercargo, Intertanko, World Shipper’s Council 등 국제해운단체들까지 Sulphur Cap의 무리한 시행이 초래할 후폭풍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기 때문에 해운계의 반발은 BWMC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하며 실제 시행시기와 방법에 따라 해운계에게는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것이 현실이다.

(4) 어두운 전망

연초까지만 해도 산발적으로 제기돼왔던 업계의 불만이 Posidonia 2018을 계기로 봇물처럼 쏟아져 나오고 있는가 하면 해운계 밖에서도 예정대로 시행할 경우 혼란에 관해 지적하고 있다. IMO의 강행적 자세에 대해 밖에서 주문하고 있는 사항은 규제가 미칠 영향에 대한 신중한 고찰이며 잘못 대처하면 혼란과 함께 모처럼 조심스럽게 나타나고 있는 시황 회복에 역풍 초래할 것이라는 경고들이다.

2020 Sulphur Cap을 이행할 수 있는 선박의 규모(compliance level)는 2019년에 15%, 2020년에 70%였다가 2021년에 80%, 2022년이 돼도 90%에 불과할 것이라는 JP Morgan의 전망에 이어 Wood Mackenze 역시 잘해야 80~90% 정도가 Sulphur Cap을 준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종합하면 2020년이 돼도 20% 전후의 선박이 규제를 준수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5) 무엇이 문제인가?

해운계의 늦장 대응이라는 비판도 있고 IMO의 준비부족이라는 지적도 있지만 중요한 것은 과거지사를 두고 누구를 탓하기 이전에 발효를 15개월 앞둔 현 시점에서 무엇이 문제인가 살펴 볼 필요가 있다.

① 과연 Scrubber가 대안인가, 선주들이 그 대안을 택하고 있는가?
Scrubber 설치는 초기투자도 문제지만 Sulphur Cap에 대한 선사들의 대응정도에 따라 HFO도 감산되지 말라는 법이 없으며 특히 변덕스러운 정치인들이 Scrubber를 통해 생성된 오염수(waster-water)의 해중 투기를 언제까지 허용할지 알 수 없다는 불안감이 있다.

작년만해도 Scrubber 설치 비율이 2020년 20~40%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던 JP Morgan이 최근 2020년 5%, 2023년 15% 정도가 될 것이라고 전망을 하향 수정했다. 실제 최근의 통계에 의하면 6월초 기준 현재까지 설치 선박은 600여척, 2020까지 설치 예상선박은 1800여척으로 그 비율이 전선박의 한자리 숫자정도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다.

② LSFO는 필요한 양이 조달될 것인가?
정유사들이 마음만 먹으면 LSFO를 생산할 수 있는 기술적 능력은 이미 구비하고 있다. 이점에 관해서는 IMO 주관으로 시행한 ‘Assessment of FO availability’에서도 확인된 바 있다. 문제는 설비능력이 아니라 상업적 측면에서 정유사들이 수요의 규모가 불투명한데도 투자 리스크를 감수하며 선행적으로 대량 생산에 나설 의향이 있느냐다. 현재까지 정유업계의 반응은 관망하겠다는 게 대세다.

③ LNG 추진 방식이 폭 넓은 선택을 받고 있으며 조달상의 문제는 없는가?
LNG 추진 컨테이너 선박의 신조가격은 약 15% 정도 더 높다. 고액의 투자도 문제지만 적어도 현재까지 동향에 비춰볼 때 주요항을 제외하면 적재적소에서의 LNG 벙커링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④ 0.5% 이하의 LSFO에 대해 ISO 2817과 같은 Global Standard는 있는가?
Sulphur Cap에 따르기 위한 연료전환 문제는 간단히 기관실에서 레버 몇 개만 조작해서 처리될 문제가 아니다. Global standard 부재로 인한 연료의 호환성 문제(Incompatibility)는 경우에 따라 본선의 동력을 무력화 시킬 수도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Blending 과정과 강도에 따라 sulphur 함유량에는 차이가 있을 수 있으며 이렇게 정제된 LSFO가 현재 글로벌 표준인 ISO 8217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국제적 표준 Specification이 없는 상태에서 용선선박의 C/P상에 사용해야 할 Bunker의 기준을 어떻게 규정할 것이며 경우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Bunker quality claim을 예방하기 위해 어떤 책임과 의무 규정을 둘지도 문제다. 나아가 이른바 Incompatible bunker로 인한 safety risk와 유사시 관련 보험상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관련 업계간에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지?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시행에 앞서 의문사항은 많지만 해답은 별로 없어 보이는 가운데 이상의 질문에 대해 명확한 답변을 줄 수 있는 사람도 없다는 점이다. 결국 현실의 문제다. 실질적으로 과거를 탓하기 이전에 양측 공히 현실적으로 준비 부족이란 지적을 면하기 어렵다.

(6) 해법은 열려있는가?

규제당국자(IMO)들은 해운계의 우려에 대해 지연술을 위장한 거짓 경고라고 하기 이전에 선사들이 원하는 연료(compliant fuel)가 급유업자의 재고 탱크에 없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굳이 외면하려해서는 안된다. Incompatible bunker가 초래할 수 있는 위험에 대해 인근 항구의 도선사에게 한번쯤 확인해볼 정도의 노력은 해봄직하지 않는가?

선주들은 또 다시 Market based solution을 주문하고 있고 IMO는 환경문제에 관한한 기업의 경제성 여부와 무관하게 추진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UN 시스템에 걸맞는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친환경 정책국가와 EU로부터의 곱지 않은 시선과 함께 BWMC의 유예조치로 전례없는 비판에 직면하고 있는 IMO의 입장에서도 현상황하에서 또 다시 후퇴하기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한마디로 Best answer는 없고 그저 차차선의 대책이 있을 뿐으로 2020 Sulphur Cap이 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미묘하고 복잡하다. 정면충돌로 갈 것인가?

해운계가 전하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선주들이 통제할 수 있는 사항(under their control)에 대해서는 규제 이행에 동참할 준비가 돼있으나 자신들의 통제 영역이 아닌 외부사항에 대해서는 자신들에게 책임을 전가하지 말라는 것이다. 문제의 근원은 선박의 연료는 해운계가 만들고 있지 않다는 점이며 선주는 연료를 판매하는 석유회사, 정유사, 급유사의 고객에 불과하다는 사실이다.

규제당국이나 환경단체에서는 누가 연료를 제공하느냐가 아니라 누가 대기오염을 일으키는 연료를 사용하고 있느냐(who burn the oil?)가 중요하다고 주장하지만 이 또한 그렇게 설득력이 있어 보이지 않는다. 생산주체인 정유사들이 충분한 양을 공급하지 않는데 연료의 소비자일 뿐인 선주들에게 책임을 묻는다는 것이 과연 합리적인 방안인가? 선주들만을 일방적으로 압박하기 보다는 정유사의 참여를 다른 방안을 통해 강구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 아닐까?

가장 중요한 Compliance fuel의 조달 가능성과 표준화돼있지 않은 연료의 사용에 따른 기술적 안전에 관한 문제를 도외시하고 강행할 경우 그 뒷감당을 누가 어떤 방법으로 할지도 걱정이고 어떤 착한 선주는 일정에 맞게 추가설비 투자를 했는데 다른 선주는 연기 혹은 과도기 유예조치를 기대하며 버틸 경우 글로벌 경쟁시대에서 과연 공정한 경쟁무대가 형성될지도 의문이다.

BWMC처럼 선행적으로 국내법까지 개정하며 규제에 따르려 했다가 불과 발효 2개월전에 취한 유예 결정으로 황당한 상황에 처했던 일본과 같은 경우가 재발하지 않는다고 누가 장담할수 있을지, IMO에 대해 사전 준비에 부족함이 있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7) 해법이 없다

Market based solution을 강조하고 있는 해운계와 더 이상 타협은 없다는 IMO간 갈등이 과연 접점을 찾아낼 수 있을가? 해운계는 시행에 앞서 산적해있는 불확실성과 장애들이 선결돼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규제당국에서는 그럴 의사가 없어 보인다. 일각에서는 뒤엉켜진 실타래를 풀기 어려우면 시행시기를 연기하면 어떤가 하지만 이 또한 법적으로 불가능하다.

2020년 1월 1일은 Marpol에 못 박아져 있는 발효일이다. 이를 개정하려면 회원국의 발의에 의해 6개월 동안 회원국간 회람기간을 거쳐 채택돼야 하고 채택 후 16개월이 지나야 비로소 개정안이 발효하게 돼 있다. 아무리 서둘러도 발의로부터 최소 22개월을 소요하도록 돼있기 때문에 이미 실기한 것이다.

한쪽에서는 출제가 잘못됐다고 하고 다른 쪽에서는 공부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서로 탓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시험을 치러야 할지 말지를 먼저 결정해야 하는 것 아닌가? 만점짜리 정답은 없다. 다소 부족하더라도 차선이 무엇이냐를 고민해야 한다.

2020년 시행에 따른 혼란을 최소화 하려면 IMO 주도하에 정유업계 등 비해운분야 주역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는 것 이외에는 별다른 대안이 없어 보인다. 발효까지 얼마 남지 않은 기간 동안에 과연 솔로몬의 지혜가 나올지 두고 볼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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