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인터뷰 / 한국국제물류협회 김병진 회장

“‘국제물류 올림픽’ 성공 위해 정부 지원 절실”

대단한 열정으로 대통령 지지 연설 이끌어내
“총회기간에 韓商물류대회 별도 개최할 계획”


지난 2월 21일 서울 프레지던트 호텔에서 열렸던 한국국제물류협회(KIFFA) 정기총회에 참석한 사람들은 모두들 깜작 놀라고 말았다. 총회가 임원진 개선 건을 마무리하고 종반에 접어들었을 때, 갑자기 문재인 대통령의 축하 메시지 영상이 방영됐기 때문이다. 그것도, 이날 연임이 확정된 김병진 회장의 연임을 축하하고 2020 국제물류협회(FIATA) 총회 부산 유치를 축하하는 내용을 대통령이 직접 말하는 화면이 비쳐져서 놀라움은 더 컸다. 해운물류업계의 협회나 단체장 취임에 대통령이 직접 축하 메시지를 보내온 경우는 전혀 없었고, 이것이 처음이었다. 총회 참석자들은 김병진 회장의 영향력과 대외교섭 능력에 대해 새롭게 인식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2020 FIATA 부산총회를 유치하고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동분서주하는 김병진 회장이 마침 한국국제물류협회 이사회 참석을 위해 지난 7월 17일 서울에 올라왔다. 이날 이사회의 안건은 6월 22일 부산에서 열렸던 FIATA 아태지역총회에 대한 결산과 회비 인상 조정안 등에 대한 논의였다. 이사회가 끝난 후 한국해운신문은 김병진 회장을 바로 만나 2020 FIATA 총회 준비관계, 협회의 조직 운영과 회비 인상 문제 등등에 대해 얘기를 들어봤다.

기자가 2020년 부산에 FIATA 총회를 유치한 것이 어떤 의미를 갖는 것인지, 그리고 협회로서 얻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물어봤다. 김병진 회장은 이에 대해 “너무나 많이 얘기했던 것이라 다시 되풀이하기가 좀 뭐하지만”하고 운을 뗀 후, 대통령께서도 큰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한 만큼 정부의 각 부처에서도 이를 잘 수렴하여 실질적인 지원을 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대한민국의 물류는 어떤 방향으로 가야하는가를 고민해야 하는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물류가 국제화, 글로벌화 하지 않고는 앞으로 살아남기가 어렵다는 얘기이고, 그를 위해서는 FIATA 총회를 우리가 유치하여 개최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는 것이 저의 생각이었습니다. 제가 한국국제물류협회 회장에 취임하자마자 제일 먼저 얘기한 내용도 바로 ‘FIATA 총회 유치’였습니다. 부산항은 세계 5위의 컨테이너항만이고 환적화물만 놓고 보면 세계 2위의 항만입니다. 남북 화해무드를 생각해 볼 때, 앞으로 TCR이나 TSR의 출발지로서 부산항의 중요성은 더욱 높아질 것입니다. 지구 온난화와 관련, 향후 북극항로가 개방된다면 역시 부산항이 그 시발지로서 위상을 확보할 것이기 때문에 이래저래 부산은 세계적인 물류기지로 거듭 태어나게 될 것이 분명해 보입니다. 이런 부산에 2020 FIATA 총회를 유치한 것은 우리나라 전체의 국제물류 부문이 한 단계 더 높은 성장을 하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하지만, 저희가 이번의 아태지역총회를 비롯한 여러 국제대회에 대통령의 2020 FIATA 총회 지지 영상을 방영했지만 정부 각 부처의 현실적인 지원은 아직은 미미힌 상황입니다. 이런 대형 행사가 성공하려면 정부의 지원이 절실하다는 점을 말씀드립니다.”

-이번 FIATA 부산 총회는 물론 물류업계가 중심이 되어서 치러야 하겠지만 정부나 학계가 함께 이 행사에 협조를 해야만 성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는데....

“국제물류의 중심은 사실 우리 ‘프레이트 포워더]들이라고 살 수 있습니다. 수출입 컨테이너 물동량의 95%는 우리들의 손을 거친다고 할 수 있기 때문에 국제물류의 중심은 바로 포워더가 돼야 한다는 사실은 누구나 다 느끼고 있는 것입니다. 물론 정부의 지원도 꼭 필요하고 학계와의 연계도 필요합니다. 산학관이 연대하여 이번 총회를 잘 치러내야 할 것입니다. 저희가 동아대학교, 동의대학교 등과 MOU를 체결한 것도 이런 차원에서 한 조치입니다. 저희는 미래의 먹거리는 물류에서 창출된다고 보고, 이번 2020 부산 총회에 학생들을 포함 젊은이들이 많이 참석하여 보고 느끼고 많은 공부를 하시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저희는 또한 이번 대회에 정부에서 하는 세계한상대회와 같은 ’韓商 물류대회‘도 2020 부산 총회 기간에 별도로 개최할 계획입니다. 이런 것도 자료로 만들어 놓으면 우리가 만들고자 하는 국제물류 플랫폼을 활성화 시킬 수 있는 좋은 재료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 2020 총회와 관련 국제물류업체들이나 정부, 기타 기관에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일부이지만 우리 회원사들 가운데도 FIATA 총회 유치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있습니다. 우리들이 앞으로 어떻게 세계와 싸워 나갈 것이냐 하는 문제가 개인적인 회사의 이익을 어떻게 창출할 것이냐 하는 문제만큼이나 중요합니다. 회원사들은 좀 더 거시적인 관점을 가지고 미래지향적으로 가야만 합니다. 회원사들에게는 역량을 발휘할 장은 펼쳐 놓았으니. 이제 그 장에서 날개를 펼치고 날아보시기를 권합니다. 이런 좋은 무대를 만들어 놓았는데 날아보지도 못한다면 그런 업체는 도태될 수밖에 없습니다. 정부당국에게는 앞서 얘기도 했지만, 이번게 총회를 유치하여 나무를 잘 심어놓았으니 이제 물도 주고 거름도 주고 하여 열매를 맺게 하는 것은 정부의 책임이라는 점을 말씀드립니다. 예산을 많이 확보해 주면 행사는 잘 치러지게 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해운 언론들, 특히 중진 기자들에게도 부탁을 드립니다. 이번 기회가 우리 해운물류업계 전체가 살 수 있는 좋은 기회입니다. 이번 부산 총회가 성공적으로 개최 될 수 있도록 홍보를 잘 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 우리 국제물류업체들의 문제점으로 업체들이 너무나 영세하다는 점을 꼽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회장님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계신가요?

“국제물류업체가 중소기업이든 대기업이든 중요한 것은 국제경쟁력을 갖추는 일입니다. 단순히 회사의 크기로 경쟁력이 결정된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우리나라의 물류 대기업들은 주로 2자물류를 하기 때문에 오히려 경쟁력면에서는 뒤떨어집니다. 그러나 국제물류업체가 영세하다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습니다. 최근 학계에서 보고된 자료에 의하면 국제물류업으로 등록된 업체수가 무려 4600개사라고 합니다. 우리 협회 회원사 670개사를 빼면 거의 4000개 정도가 협회 가입도 안 한 채 난립해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정부에서는 2자 물류를 적절히 규제하는 한편으로 4600개로 난립한 이 업체들을 M&A나 통폐합 하는쪽으로 유도할 필요가 있습니다. 신규등록의 경우는 저희 협회를 거치게 한다든가 하는 방법으로 한 번 거를 필요가 있습니다. 어느 정도의 규모는 되어야 국제적인 신용도도 쌓을 수 있을 것이며. 그런 업체들 가운데 국제적으로 유명한 스타 업체도 나올 수 있을 것입니다. ”

- 한국국제물류협회는 현재 경비는 많이 들어가고 수입은 계속 줄어들어 기금이 바닥이 나 있는 상황입니다. 부회장이 그만 두었는데도 후임자도 못 뽑는 상황으로 알고 있는데, 앞으로 협회 운영 방침은?

“협회의 주인은 회원사들입니다. 좀 안된 얘기지만, 우리 협회는 오랫동안 주인이 없는 협회로 운영돼 왔습니다. 해운과 항공쪽이 합쳐서 협회가 되다보니 이상하게 기금 모아 놓은 것은 다 쓰고 회비는 안 내겠다는 풍조가 번졌습니다. 매달 40만원 하던 회비가 4만원으로 떨어졌으나 사무국 조직은 비대해져서 매년 3억 3000만원이 적자가 나게 됐습니다. 이대로 가면 협회는 2년후에 문을 닫아야 할 처지가 됐습니다. 그래서 협회 사무국은 지금 임원진의 결원에도 불구하고 후임을 선임하지 않고 있고, 자정 노력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경비를 줄이기 위해 부회장들이 분과위원장까지 맡아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사무국이 매너리즘에 빠져서는 안 됩니다. 제가 성 안내고, 봉급도 많이 주려고 노력하는 그런 회장이 되도록 사무국이 날 좀 도와줬으면 좋겠습니다.”

김병진 회장은 자신의 회사 일도 제쳐두고 공적인 일에만 매달리는 자신을 "돈을 버는 기술은 없고 돈만 쓰는 예술을 하는 사람"이라고 했다. 회장이 되고 나서 이래저래 많은 돈을 쓰게 됐는데, 그 때마다 일이 성취되고 나면 그 희열은 대단하여 자꾸 돈을 쓰게 되더라는 것이다. 김 회장은 "어쨌든 대한민국 물류에 큰 획을 긋는 터닝포인트는 하나 만들어 놓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 김병진 회장의 인터뷰에 함께 동석했던 배경한 부회장(대외협력분과 위원장)은 인터뷰 말미에 “제가 1990년대부터 여러 분의 회장님들을 모셔 봤지만, 김병진 회장님만큼 정부와 협력을 잘 하신 분은 없었습니다. 2020년 부산 총회 유치도 김 회장님께서 대단한 열정을 가지고 추진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인데, 그에 따른 혜택은 우리 회원사들이 그대로 향유하게 되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지원을 약속하는 것을 보면 그만큼 김 회장님을 믿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좋은 기회에 우리 중소 포워더들은 한 단계 더 발전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라고 코멘트했다. 

▲ 6월 22일 부산 해운대그랜드호텔에서 개최된 ‘제12차 국제운송주선인협회 아시아태평아지역총회(FIATA RAP)’에서 김병진 회장이 발언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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