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준 한국해양대학교 교수

ballast : 바닥짐, 밸러스트

ballast는 선박의 무게중심을 낮추어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적재하는 ‘바닥짐’을 뜻한다. 일본어로는 底荷(そこに), 脚荷(あしに), 輕荷(かるに)라고 한다.

이 말은 bar(mere) 또는 barm(hull of the ship)+last(burden)이 합쳐져 ‘단순한 짐’ 또는 ‘배에 실려 있는 짐’ 정도의 의미였다. 영어, 독일어, 네덜란드어 등에서 last는 중량 단위로 널리 사용되었다.

이를테면 독일 한자 동맹 도시에서 last는 곡물 중량으로 ‘4 마리 말이 끄는 마차나 2마리 말이 끄는 마차 2개에 실려 운송될 수 있는 무게’를 의미하였으나 항구 마다 그 중량이나 중량 단위로 다양하게 활용되었다.

단찌히에서는 last of rye가 부피로는 3.105㎥, 무게로는 2257kg을, 함부르크에서는 grain last가 부피로 3.159㎥이었고, Lübeck에서는 Lübeck last가 4480 또는 4800lbs였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는 배의 크기를 나타내는 단위로 Schiffslasten을 사용했는데, 대체로 4480lbs(2032kg)에 해당했고, 곡물 단위 Kornlast는 부피 단위로만 사용되었는데, 대체로 약 112ft3(3.2㎥)에 상응했다.

이처럼 last가 게르만어계의 짐을 뜻하는 last에서 유래했다는 것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지만, bal의 어원에 대해서는 세 가지 설이 있다.

① bar : 영어의 ‘벌거벗은’을 뜻하는 bare에서 ‘e’가 탈락했다는 설로, 이에 따르면 bare+last→barlast→ballast의 변천 과정을 거쳐 정착했다는 것이다. ballast는 배에 싣는 짐이긴 하지만, 선박의 무게중심을 낮추기 위해 적재하는 것으로 운임을 받지 못하는 ‘빈 짐’이 된다.

② bag : 덴마크어로 ‘뒤에’를 뜻하는데, 이 설에 따르면 바닥짐은 선미를 낮추기 위해 ‘배의 뒤에 여분으로 싣는 짐’을 뜻하게 된다.

③ bale : 영어에서 ‘재앙’, ‘슬픔’ 등을 의미하는데, 이에 따르면 bale + last → balelast → ballast의 변천 과정을 거쳐 정착했다. 이 유래를 적용하면 ballast는 ‘배에 실었지만, 운임을 받지 못해 선주가 슬퍼하는 불필요한 짐’을 뜻하게 된다. 그러나 bale은 ‘짐짝’, ‘짐 꾸러미’ 등을 뜻하기도 하는데, 이를 적용해 보면 ballast는 영어의 짐짝(bale)과 게르만어의 짐(last)이 결합된 말이 된다. 어쨌든 언어학자들은 ballast가 bar+last가 결합된 것으로 보는 것이 정설이다.

ballast는 명사로 탄생했지만, 동사나 형용사적으로 전용되었다. 1538년에 ballast가 ‘배에 바닥짐을 싣다’는 뜻의 동사로 사용되었고, ballast log에서는 형용사적으로 사용되었다. 범선에서는 공선 항해시 옆으로 전복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현측에 통나무를 묶어 두었는데, 이를 ballast log라 하였다.

보통 ballast를 바닥짐으로 번역하지만, ballast log를 ‘바닥짐 통나무’라고 번역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따라서 ballast는 ‘싣는 위치에 관계없이 배의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여분으로 싣는 짐’으로 이해해야 할 것이다.

이밖에 in ballast 용법에서는 ‘바닥짐을 실은 상태’이므로 ‘화물을 싣지 않은’, 즉 ‘빈 배(空船)’을 의미하게 된다. 따라서 The ship cleared out in ballast는 ‘그 배는 공선으로 출항했다’가 된다. ballast는 철로와 도로에 깔리는 자갈을 의미할 때도 사용된다.

우리 선조들도 공선 항해시 ‘바닥짐’을 실었다. 조선 성종 때인 1488년 최부가 제주도에서 육지로 귀항하던 길에 실을 짐이 없자 바닥짐으로 돌덩이를 실었다. “제주도를 출발할 때는 배가 매우 큰 데 비해 실을 물건이 없었으므로 돌덩이 몇 개를 배 안에 실어서 배가 흔들리지 않도록 하였습니다.”(출전 : 김성준, 해사용어의 어원)

우리나라에서는 ‘밸러스트 워터’를 ‘평형수’라고 번역해 쓰고 있는데, 이는 위에서 살펴본 어원이나 그 목적을 생각한다면 매우 잘못된 용어다. 밸러스트 워터는 어원상 배의 바닥짐이라는 의미에 불과했을 뿐만 아니라 배의 평형을 맞추기 위해 싣는 것이 아니다. 일본에서는 이를 고려해 バラスト水라고 적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하루빨리 바른 용어로 바로 잡아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한국해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