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3국중 조선업 경쟁력은 한국이 우위”

▲ 한중일 수주현황(출처: 산업기술리서치센터)
전 세계 발주시장에서 대부분의 물량을 가져오고 있는 한국, 중국, 일본 조선 3국은 조선업계의 장기불황으로 최근 부진한 수주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특히 국내 조선업계는 중국의 성장과 세계 시장의 경제심화, 구조조정 등으로 경쟁력 약화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KDB산업은행 산업기술리서치센터는 이와 같은 우려를 해소하고 국내 조선업계가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했다. 산업기술리서치센터 석종훈 연구위원은 설문조사와 전문가 인터뷰를 통해 요소별, 선종별 경쟁력과 한중간 기술격차 등을 조사하여 각국의 경쟁력을 비교했다. 조사 결과 국내 조선업계의 경쟁력을 100으로 보고, 중국은 88, 일본은 99의 수준으로 평가했다.

한국해운신문은 산업기술리서치센터가 발표한 ‘한중일 조선업 경쟁력 비교’ 보고서의 내용을 정리했다.

한중일 조선 3국중 수주점유율 1위

한중일 조선 3국의 전 세계 수주점유율을 각각 살펴보면, 한국은 2000년부터 2017년까지 평균 30.7%, 중국은 30.1%, 일본은 20.1%를 기록한 모습이다. 한국은 수주절벽이 극심했던 2016년을 제외하면 30% 내외의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고, 중국은 2009년까지 점유율이 40% 이상으로 크게 증가한 이후 정체된 모습이며, 일본은 2011년까지 20% 이하로 지속적으로 감소 후 반등했다가 다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선종별로는 한국이 고부가선종을, 중국과 일본은 벌크선 등 기본선종에서 수주경쟁력을 갖춘 것으로 나타났다. 2008년부터 2017년까지 국가별 수주잔량을 살펴보면, 한국은 LNG선, 해양플랜트 등 고부가선종을 주로 수주했으며, 컨테이너, 벌크선의 비중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도 벌크선 비중이 감소하고 해양플랜트, 컨테이너 등 고가선종의 비중이 증가했고 일본은 LNG선, 컨테이너선, 탱커의 비중이 증가했다.

중국 대비 정부 지원 부족

요소별 경쟁력을 살펴보면, 한국은 기술, 생산, 기타(A/S, 브랜드 이미지) 항목에서 모두 일본, 중국보다 우위에 있는 것으로 조사됐으며, 선종별로 VLCC, 초대형 컨테이너선, LNG선, 해양플랜트에서 높은 경쟁력을 보였다.

석종훈 연구위원 “국내 조선업계는 축적된 R&D 및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고 전 세계 최고 수준의 설계능력도 갖췄다. 또한 설비능력과 공정관리 능력, 블록제조 역량, 기술장인 등을 보유해 높은 생산성을 만들어 낸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중국보다 기술력이나 생산력에서 크게 앞서지만 R&D에 대한 국가지원이 부족하다. 2002년 10월 EU는 한국 조선업계가 외환위기 사태 당시 구조조정을 빌미로 정부로부터 보조금을 지원받고 그 결과 국제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였다고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한 바 있다.

석 연구위원은 당시 EU의 WTO분쟁 이후, 한국 정부가 지원보다는 산업 구조조정 차원에서 정책을 시행하면서 경쟁국과 달리 외부 지원이 미미하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국내 조선업계는 장기불황에 따른 구조조정으로 인력 유출이 발생해 기술전수 단절 및 생산기술 개선이 정체됐다는 평가다. 또한 노사관계 낙후, 힘든 업무를 기피로 조선소 선호도 하락, 구조조정으로 인한 사기저하 심화 등이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절대적인 정부 지원으로 자생력은 취약

반면, 중국은 국소국조(國輸國造) 정책을 앞세워 자국 조선소 발주, 조기 폐선 보조금 지원, 국영은행 선박금융 제공, 국영 설계업체 중심 기술개발 지원 등으로 조선업계를 발전시키고 있다. 언제까지 중국 정부에서 지원해줄 수 있을지 알 수 없지만, 현재까지 일관된 지원정책이 이뤄지고 있고 빠른 판단으로 건조경험과 기술력을 축적하고 있으며, 대규모 자원을 투입해 기술 체득 시간을 단축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중국 정부의 대규모 지원은 자국 조선업계에 부정적인 영향도 미친다. 중국 정부의 지원이 중국 조선업계 경쟁력에 절대적인 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정부 지원이 없을 경우 자생적 경쟁력이 취약해진다는 것이다.

중국 조선업계의 자체 연구개발 능력도 조선 3국중 가장 뒤쳐진다. 다수의 엔지니어를 배출하고 국가 주도의 기술개발 여건은 우수하지만, 여전히 선진국의 기술을 모방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것이다.

설계수준도 중국 정부가 국영 설계업체에 대한 지원 등으로 기본선종 설계수준이 향상되고 있으나, 조선소 자체 설계능력이 부족해 조선소별 특성 반영이 어렵고 동일 오류가 반복해서 발생하고 있다.

중국 조선소의 잦은 설계 오류와 설계품질에 대한 확신 부족으로 선주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해 설계의 유연성은 높은 수준이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도 오류가 빈번히 발생하고 조선소 역량을 초과하는 선주 요구에도 무조건 가능하다고 대처하면서 의사결정에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다는 석 연구위원의 지적이다.

구조조정 경험으로 해사산업 생태계 구축

일본은 지난 1970년대와 1980년대에 고강도 구조조정을 단행하면 산업 기반이 약화됐다. 당시 일본 조선소는 대형도크를 폐쇄하고 기술개발 및 설계 인력을 퇴출하는 등 고강도 구조조정을 진행하면서 인력고령화, 기술단절, 품질하락 등을 경험했다.

이후 일본은 안정적 내수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화주-해운사-금융-종합상사와 장기적인 협력관계를 구축하고 표준선형을 개발해 설계·생산효율성을 극대화했다. 구조조정이 산업 기반을 약화시켰으나, 이 경험을 바탕으로 해사산업 생태계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는데 성공한 것이다. 

다만, 일본은 표준선형 외 선박에 대한 설계능력이 부족하다. 조선사업 축소, 인력부족 등으로 신기술 대응능력과 R&D 능력이 미흡하기 때문이다. 특히 설계변경에 대해 조심스럽게 대응하면서 선주의 요구조건에도 설계 변경이 매우 어렵고 지나치게 신중하다는 것이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인력난 해소도 시급하다. 일본은 근로자들의 업무 태도, 규정 준수, 공동체 의식 등 인력과 노동문화 수준은 높지만, 1980년부터 1995년까지 신규 인력이 유입되지 않으면서 인력 공동화 현상으로 기술 승계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여기에 최근에는 고령화가 심화되면서 일부 대형 조선소를 제외하곤 동남아 근로자를 채용하는 등 인력난을 해결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한중일 조선업계 경쟁력을 살펴본 결과, 국내 조선산업은 초대형 컨테이너선, VLCC, LNG선, LPG선, 해양플랜트 등을 중심으로 중국, 일본과 기술격차를 유지 중으로 기술·생산 개선 노력과 가격격차 축소 등으로 인해 향후에도 당분간 경쟁력 유지가 가능할 것이란 전망이다.

특히 한중간의 기술격차는 5.2년으로 중국이 구조적 문제로 경쟁력 상승폭이 크지 않아 전반적인 시스템이 혁신적으로 개선되지 않는다면 현재의 기술격차가 유지될 것이란 예상이다.

▲ 세부 평가 항목별 점수

중소조선사 R&D·기술이전 지원

석종훈 연구위원은 국내 조선업계가 중국과 일본과의 경쟁에서 현재와 같은 우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공동연구개발 체계 구축 ▲지능형 선박건조시스템 구축 ▲핵심 기술인력 풀 유지 ▲조선·해운 민관협의체 확대로 상생구조 구축을 주문했다.

석 연구위원은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를 확대 개편해야 한다. 이를 통해 공동연구개발 체계를 구축하면, 연구 성과 공유, 과다 경쟁관계 완화, 연구개발비 절감 등의 장점이 따른다. 또한 중소조선사의 전략선종 육성을 위해서 R&D과 기술이전을 지원할 수 있다”며 ”선박기자재 표준화, 모듈화 공동 연구 및 제품 개발을 통해 원가절감에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원가를 절감할 수 있는 지능형 선박건조시스템 구축 필요성도 제기했다. 현재 조선업계의 답보상태인 생산성 개선 돌파구 마련하기 위해 ICT기술, 빅테이터를 활용한 스마트 K-YARD를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벌크선, 탱커선, 컨테이너선 등 발주량이 많은 기본선종 시장에서 가격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구조조정으로 인해 발생한 유휴인력은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가 흡수해야 한다. 해양플랜트 등 백서발간, 기술인력 데이터베이스 관리, 네트워크 유지 등의 업무를 통하여 경쟁국으로 인력 및 기술이 유출되는 것을 방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조선-해운업계 민관 협의체 확대 및 활성화를 통한 상생구조 구축도 주문했다. 석 연구위원은 자국 화주 물량→자국 해운사 운송→자국 금융기관 선박금융제공→국내 조선사 건조→한국 보험사 부보→한국선급 입급의 순환구조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과잉 경쟁으로 인한 출혈 수주 방지, 적정 설비능력을 관리할 수 있도록 컨트롤 타워 구성, 호황기 여유자금으로 화주, 해운서, 조선소간의 상호지분 매입을 통한 상생 구조를 구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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