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스자코니, IHS마킷 JOC 편집국장

▲ 마크 스자코니 국장
제대로 돌아가고 있지 않다. 예년보다 높은 유류비와 보복관세로 인해 이번 성수기에 환태평양 동향항로에 혼란이 가중되고 있지만, 사실 진짜 원인은 컨테이너 해운업 자체에 있다.

동향항로 선복량(capacity)이 매우 부족해지자 아시아로부터 물품을 수입하는 미국 기업(대기업과 중소기업 모두)은 평소보다 높은 운임을 지급해야 하는 상황이다. 심한 경우, 이미 평소보다 높은 가격에 400~600달러를 더 내고 적재공간을 할당받기도 한다. 해운선사가 미주 서안행은 FEU당 2000달러, 동안행의 경우 3000달러를 넘어서는 높은 가격대의 스폿 화물을 낮은 가격에 책정된 계약 화물 보다 우선시하면서, 수천 개의 컨테이너가 예정대로 출항하지 못하고 있다. 일부 화주는 연간 최소 약정물량(MQC)도 지켜지지 않는다고 불만을 토로한다.

내륙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환태평양 구간의 신뢰도는 35%까지 떨어졌으며 철도 지연 문제와 컨테이너 섀시(chassis) 부족 문제까지 맞물리면서 대형화주(BCO)나 화물 운송사가 화물 픽업과 배달 일정을 정확하게 계획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컨테이너 선사들이 수익을 내는 것까지는 아니더라도 운영비 정도는 충당할 만큼 돈을 벌 수 있었지만 안정성을 확보하는 데는 실패한 대가를 해운업이 치르고 있는 것이다. 대형화주는 매장 선반을 채우고 제조품이 운송되어, 불필요한 재고를 감당할 필요가 없는 정도의 서비스를 이론적으로는 받을 수 있다.

성수기 혼란의 씨앗이 뿌려진 것은 봄이었다. 당시 선사들은 연간 서비스 계약에서 의미 있는 운임 인상을 기대하며 협상에 들어갔다. 하지만 2018년 5월부터 2019년 4월까지의 기간 동안 서안행은 FEU당 1100~1200달러, 동안행은 FEU당 2100~2200달러로 계약이 마무리되었다. 사실상 1년 전보다 100달러씩 감소한 것이다.

4월에는 벙커유 가격이 치솟기 시작했다. 2018년 8월 IFO 380의 톤당 평균 가격은 4월 대비 19%, 2017년 8월 대비 44%나 증가했다. 유류비 증가는 선사들이 예상치 못한 변수였다. 몇몇 선사는 긴급 벙커유 할증료를 통해 잡히지 않는 추가 비용을 만회하겠다고 나서기도 했다.

안 그래도 사상 최대인 운영비는 더욱 올라가고, 빠른 선박 운송을 위한 추가 지급은 꺼리는 가운데 보복관세의 영향에 대한 우려까지 맞물리자 선사들은 환태평양 네트워크를 조정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서안행 선복량은 7% 가까이, 동안행은 1.6% 감소했다.

향후 이어질 보복관세를 우려한 미국 수입업체는 성수기 운송을 서둘렀지만, 사용할 수 있는 항로 슬롯은 평소보다 적은 상태였다. 선사들의 고충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운임 계약에 대한 좌절감은 이어졌고, 여전히 벙커유 급등을 감당해야 하는 상황에서 평소보다 낮은 운임까지 겹치자 여러 선사가 2분기에 적자를 기록했다. 2017년 컨테이너 해운업이 6년 만에 처음으로 수익(70억 달러)을 내며 회복세를 보인 뒤라 이러한 손실은 더욱 뼈아프게 다가왔다.

로퍼그룹 인터내셔널(Laufer Group International)의 마크 로퍼(Mark Laufer) CEO는 "선사들이 비즈니스로는 확보할 수 없었던 가격 인상을 위해 최근 선복량 및 수요를 조작(manipulate)하고 있다. 무역 관세의 부정적 영향으로 4분기부터 경기가 하락할 것으로 볼 때, 운임이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할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경기 침체의 위협이 있는 가운데 선사가 취할 수 있는 유일한 선택지는 선복량을 ‘차질을 일으키는(disruptive) 방식으로’ 관리하여 ‘어떤 형태로든 보상 운임을 얻고자 하는 것’이라고 로퍼 사장은 덧붙였다. 이는 화물 운송비나 벙커유 가격 인상을 맞닥뜨려야 하는 상황에서 맞는 말이다.

MSC의 앨런 클리퍼드(Allen Clifford) 부사장은 "적재공간이 없다는 말이 사실일 때도 있다"고 지적했다. 아시아 항만에서 일부 선박들이 운송에 나서지 못하는 게 의도적인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어떤 고객의 화물이든 거절하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 아니다. 이것 역시 서비스 업종이며, 협력업체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우리의 일이기 때문"이라고 클리퍼드 부사장은 밝혔다.

해운업의 혼란이 분명히 드러나는 상황에서 화주 역시 벙커유 할증료 외에 추가 부담해야 할 것이라는 인식이 점차 자리 잡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선사들이 인상된 가격만큼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화주와 선사가 시행 가능한 계약을 체결하려는 징후가 시장에서 실제로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한 예로, 섀시 이용을 보장하는 '환태평양 신속 서비스' 첫 출항에서 APL은 LA의 이글 머린 서비스(Eagle Marine Service) 터미널에 하역하는 내국화물(local cargo)의 70%는 하역 4시간 만에 픽업할 수 있으며, 나머지 30%는 당일 내에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번 성수기에 겪게 되는 혼돈으로 평소보다 많은 미국 수입업체가 화물 수송 보장을 위해 뉴욕 해운거래소(NYSHEX)를 찾게 될 것으로 보인다. 선사는 화물 운송을 예약 일정대로 이행하지 못할 경우 위약금을 지급해야 하며, 화주 역시 예정대로 화물을 인도하지 않으면 위약금을 지급해야 한다. 이러한 수요에 발맞추어 머스크라인은 최초로 NYSHEX에 환태평양 동향항로 출항 슬롯을 제공하고 있다. 작지만 긍정적인 움직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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