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민현 박사
-효율(efficiency)은 기본이고 더 중요한 것은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이다

1. 들어가며 : 리먼 사태 10년

2008년 9월 15일, 미국 4대 투자은행중의 하나이자 158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리먼브라더스가 뉴욕 남부지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한 날이다. 한마디로 도산한 것이다. 그로부터 10년이다. 신용위기로 인해 전 세계 경제 활동은 급랭했고 해운시장은 한마디로 폭락했다. 일생 한번 있을까 말까하는 이른바 Perfect Boom에서 Perfect storm으로 뒤바뀐 것이다.

Capesize의 주종 화물인 철광석의 가격이 톤당 180달러 선에 이르면서 급격한 수요증가와 항만의 폭주(congestion)까지 겹치면서 2008년 6월 한때 하루 30만 달러에 육박했던 용선료는 리먼사태 1개월 후인 10월에 6천 달러로 추락하더니 11월에는 2천 달러까지 곤두박질했고 컨테이너선의 계선비율은 2009년 말 한때 12%까지 치솟았다. 호황기에 발주한 선복들이 금융위기 직후인 2009~2011년까지 대량으로 인도되고 있는 가운데 해상 물동량은 2009년 30년만에 처음으로 평균 4% 감소(컨테이너화물은 9% 감소)했다.

폭락하는 세계 경기에 놀란 국가들이 비상대책으로 대규모 정책지원에 나서는가 하면 바닥으로 하락한 원자재 값에 이끌려 일부에서는 대량 재고 확보에 나서는 등 시장은 또 다시 혼조세를 보였다. 중국의 철광석 대량 매입에 힘입어 2009년 하반기 들어 Capesize 요율이 다시 일당 7만 달러까지 상승하는가하면 시황회복에 대한 성급한 기대감으로 2010년, 2013년 두 차례에 걸쳐 선주들은 다시 대량 발주에 나서면서 과잉형상을 더욱 악화시켰다. 2011년 한해 동안 선복량은 9% 증가했는가 하면 수요는 3~4% 증가에 머물렀다. 1~2% 수급의 불균형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운임시장에서 수급의 격차가 5% 이상 벌어졌다는 사실만으로 운임하락이 어느 정도였을지는 쉽게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시장의 운임이 전적으로 하주의 통제하에 넘어갔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선주들의 절제되지 못한 행동이 발주 선복량(backlog)의 규모가 현역선단의 55%에 달하는, 심각한 공급과잉사태를 불러온 것이다. 결국 호황의 여파로 우후죽순격으로 설립된 조선소(greenfield yards)들은 대규모 도산 사태를 초래했고 자금난에 처한 선주들은 선가를 제때 조달하지 못해 신조계약이 취소, 연기되는 등 해운과 조선산업 모두에게 엄청난 혼란을 초래했다. 건조계약의 취소, 연기와 조선소들의 도산 등은 공급과잉을 완화하는데 일조한 것은 사실이지만 조선산업의 설비과잉은 두고두고 해운시황 회복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된 것이다.

설상가상이라고 해야 할지, 유럽항로의 보루역할을 해왔던 해운동맹이 2008년 10월 EC에 의해 붕괴되면서 정기선 해운은 약육강식의 체력전장으로 돌변했다. 동맹제도 폐지에 따른 후유증에 대해 분석할 시간적 여유도 없이 리먼 사태와 맞물리면서 해운시장은 경영실적을 염려하기 이전에 생존 문제를 걱정해야 할 상황이 된 것이다.

계선의 증가와 선박의 대량 해체에도 리먼사태 10년이 경과한 2018년 현재 전세계 선복량은 리먼사태 직전 대비 67%가 증가했다. 해운산업은 만성적인 공급과잉, 간헐적인 수요증가, 무역 패턴의 변화, 강화된 규제수위, 새로운 기술의 도입과 선박설계 그리고 최근에는 무역전쟁까지 겹치면서 여전히 시련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 효율과 지속가능성

화물이 보장돼 있는 것도 아닌데 2만 3천teu급까지 나와 있는가 하면 1990년대에 30여개사가 현재 주력 7개사 체제로 집약됐고 그 과정에서 취약한 선사들이 시장에서 사라졌다. 그럼에도 글로벌 컨테이너 시장의 상황은 개선의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으며 2018년 상반기 실적기준 상위 선사 대다수가 운항적자를 시현했는가 하면 연간 계약 요율도 전년대비 오히려 낮은 수준을 면치 못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시장의 운임은 수송원가가 좌우하는 것이 아니라 수급의 균형 여하에 의해 정해져야 한다는 하주들의 기본인식이 전혀 달라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과연 하주의 인식이 달라질 것이며 수급의 균형이 개선될 가능성은 있는가?

이제까지 선사들은 효율 개선을 위해 최선을 다해왔고 비수기에는 항차수를 줄이거나 감속항해를 하는 등 수요에 맞추어 공급을 조절하며 실적 개선을 위해 노력해왔다. 선사들의 입장에서는 당연한 조치이고 적자운항을 최소화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주장하지만 하주를 위시한 소비자들은 부당한 조치라며 경쟁당국에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나아가 대량화물을 확보하고 있는 대형 국제 포워더와 물류 전문기업들은 선사들의 스케쥴 신뢰도를 비판하는가 하면 Amazon, Alibaba 등 물류공급망의 최상위에 있는 초대형 전자 상거래업자는 선사들의 합병과 얼라이언스가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오히려 악화시켰다는 불만과 함께 선사들에게 서비스 신뢰도를 개선하라고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선사들에게 시정을 요구하고 있는 사항은 인도지연(late delivery), 서비스 질(poor service), 오락가락하는 운송기간(inconsistent lead time) 등 세가지다. 즉 변덕스러운 운임정책은 자신들이 관리할 수 있지만(manageable) 세가지 부문에서 차질이 발생할 경우 수습을 위해 고 비용을 지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의 공통된 요구는 자신과 자신들의 고객(하주) 피해가 해소되지 않으면 해상운송서비스의 이용자 위치에서 벗어나 직접 해상운송에 참여할 수도 있다는 것, 한마디로 잘해 달라, 아니면 우리 스스로 해결하겠다는 우회적인 압박인 것이다.

실제 Amazone의 글로벌 물류 규모는 599억 달러(2017년)로 머스크라인의 2배에 상당한다. 아직은 해상운송서비스의 이용자 위치에 있지만 현시장의 여건상 하시라도 해운업에 진출할 수 있는 재력과 물량, 조직을 갖추고 있다.

Small parcel 전문 수송업체인 UPS도 Sea-Air service와 중국-유럽을 연결하는 Rail service와 함께 door-to-door service를 이미 행하고 있으며 연간 매출규모가 한국 최대 정기선사의 8배에 달하는 초대형 물류기업이다. 국제 대형 포워더중 하나인 Kuhne & Nagel이 취급하는 물량은 연간 400만teu를 초과해 역시 국내 대형선사의 물량(403만teu/2017-Alphaliner)과 맞먹는 수준이다.

소비자들 특히 밀레니엄세대(1980년 초반~2000년 초반 출생)의 사고방식은 비용발생의 합리성 여부와는 별개로 가격자체가 상승하는 것을 원치 않으며 이에 따라 도소매상을 포함한 유통업자들은 물류 서비스의 정확성과 신뢰를 요구하면서도 운송비 증가를 수용하려 하지 않는다.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시장 하에서 환경개선을 위한 추가비용의 규모는 선사 독자적으로 부담하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지만 소비자나 하주들은 선사들에게 서비스를 개선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선사들은 마른수건을 쥐어짜듯 혼신의 노력을 다했다. 효율을 높이기 위해 공급과잉도 감수했고 통폐합도 마다하지 않았지만 그러한 노력들은 이제는 생존을 위한 하나의 전제 조건일 뿐 효율 그 자체가 생존을 보장하는 것도 아니다.

2020 Sulphur cap이 시행되면 선사들의 유가부담은 대략 톤당 200달러 정도 증가한다. 운송비가 증가하면 더구나 지구 환경 개선을 위한 부담금이라면 그 부담은 운송원가의 일부로 운임에 반영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하주들은 이러한 논리에 동의하지 않고 있다. 한마디로 추가 부담은 선사 스스로 해결하라는 것이다. 운임의 수준이 결정되는 것은 해운원가의 합리성 여부가 아니라 시장의 경쟁논리에 따라야 한다는 주장이다. 실제 화물 유치를 위해 Sulphur cap surcharge를 포기하는 선사가 없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 있을지…. 하주들은 그런 선사가 있을 것이고 없어도 나오도록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대안은 무엇인가? 이제는 효율이 아니라 밑도 끝도 없는 하주들의 요구를 충족시킬 여력이 있는지 살펴보아야 한다. 선두주자들은 그 길을 수직적 통합에서 찾으려 하는 것이다. End-to-end 서비스는 하주의 요구이자 시대의 흐름이다. 물류 공급망의 합리화를 통해 시간과 비용을 줄이지 못하면 시장에서의 존립은 위태로워진다. 이제 효율은 모든 선사들이 갖추어야 할 경쟁의 기초체력일 뿐 효율 자체가 경쟁우위를 의미하는 시대는 지나갔다. 중요한 것은 하주의 요구를 충족시키며 시장에서 계속 존재할 수 있는지 여부, 즉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일이다.

이와 같은 대고객이자 잠재적 경쟁상대로부터 조건부 개선요구에 부응한 것은 역시 머스크라인이었다. 덴마크 GDP의 20%를 점하는 대그룹이자 세계 최대 해운기업인 머스크그룹은 2년전 8개 부문으로 나눠져 있던 그룹의 사업구조를 컨테이너 수송과 물류 전문그룹으로 재편했다. 총 규모 1900억 달러에서 정체돼 있는 해운시장에서 벗어나 1조 달러의 글로벌 물류시장을 대상으로 하는 글로벌 통합물류 전문그룹(Global Integrated transport & logistic group)으로 도약하겠다는 포부인 것이다.

이제는 선사간의 수평적 통합보다는 Door-to-door service를 위해 선박, 항만과 터미널, 철도와 육상운송 등 육상과 해상의 수직적 통합에 나서고 있다. 그 뒤를 이어 3위 선사인 CMA CGM도 유럽의 물류전문기업인 CEVA의 주식 25%를 매입(2017년 매출 약 70억 달러)하며 Feeder 선단에 이어 물류 부문을 보강하고 있다. 환언하면 초대형 전자상거래 업자들의 요구를 수용하며 그들의 해운시장 진출을 막기 위해 선행적으로 통합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40여개국에 있는 70여개 터미널을 운영하며 연간 7천만 teu를 취급하고 있는 글로벌 터미널 운영전문업체인 DP World가 덴마크의 대형 Feeder 선사인 UniFeeder를 인수한 것이다. 정기해운과는 거리가 멀었던 DP World가 대고객 서비스 개선 차원이라고 하지만 터미널과 Feeder 선사를 연계 운영할 수 있다는 것은 순서가 다를 뿐 수직적 통합의 첫 단추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3. 네트워크 개편과 지선항로 재편

컨테이너 정기선 해운은 수많은 하주들을 상대로 다수 선사들이 질적 측면에서 차이가 없는 거의 상품화된 운송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을 뿐 만 아니라 해운원가 개념보다는 수요 공급의 균형에 의해 운임이 결정되는 만큼 자칫 과열 경쟁으로 인해 시장이 불안정해질 가능성을 항상 내포하고 있다.

시장이 불안정해지는 것은 하주 개인은 물론 안정적인 무역활동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못하기 때문에 건전한 경쟁도 중요하지만 시장이 통제 불능의 공급과잉에 함몰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한 안정 대책도 필수적이다. 이러한 이유로 컨테이너 해운시장은 타부문과 달리 선사들 간에 어느 정도 합의되고 절제된 틀(disciplined structure)을 바탕으로 움직이고 있다. 절제된 틀의 필요성은 해운동맹시대부터 구축돼온 것으로 동일항로에 종사하고 있는 선사들 사이에 자연발생적으로 형성된 공동체라는 공감대에서 비롯된 것이다.

1990년대 초 30여개 선사들이 활동 중이었던 간선항로가 7대 주력선사체제로 재편됐고 향후 합병 결과에 따라 불원 4개사 전후의 메가 캐리어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지금까지는 대형선사간 합병이 주였고 대부분 상장법인이거나 투자자들이 지배하고 있는 회사들로 주로 시장진입 장벽이 높은 곳에서 이루어졌다.

간선항로에서 적용하고 있는 규모의 경제논리가 지선항로라고 해서 예외일리 없다. 그러나 규모가 작은 역내 시장은 간선항로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소형 다수선사 체제로 분열된 상태가 유지돼왔고 지금까지 합병이 저조했다. 그동안 역내 시장에서 이루어진 통합은 주로 선박금융은행의 주도로 합병된 KG 선주사들로 MPC Container, the Zeaborn, Cido(컨테이너부문), E.R. Schiffhart, Rickmers Line, Ahrenkiel, Conti 등 소형 선사들을 흡수해온 Claus-Peter Offen 등을 들 수 있다. 이외에도 KG 펀드에 힘입어 설립된 다수의 선사들이 흡수되거나 시장에서 퇴출됐다.

역내 시장에도 상장법인이 있고 기관투자자들이 지배하고 있는 회사들이 있는 이상 역내 시장도 합병이라는 대세에서 예외일 수 없다. 실제 전문 컨설턴트들은 이제 역내 시장도 합병의 분위기가 성숙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공급과잉으로 침체된 운임시장에서 그나마 합병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라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선주의 의사만으로 합병이 성사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특히 창업자가 선주로 남아있는 회사일수록 그 집착의 정도는 더욱 더 강했다. 실제 앞에서 언급한 합병회사들의 경우에도 금융권에서 주도하지 않고 선주들의 의사에 맡겨두었더라면 선주들의 집착과 에고(ego)로 인해 합병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거나 소수에 그쳤을 것이다.

지선항로는 대형선사 자신의 화물운송만을 전담하는 전용 지선 선사(dedicated operator)와 불특정 다수선사의 화물을 취급하는 일반 지선 선사(common carrier)로 양분돼 있으며 단기 용선한 몇 척의 선박에 의존하고 있는 소규모 선사들도 다수 포함돼 있다. 환적과 지선항로에 관한 최근의 보고서(Dynamar)에 의하면 전 세계에는 124개 지선 선사와 1260척이 지선항로에서 활동 중이며 그중 770여척이 일반 지선 선사 선박으로 60% 이상을 점하고 있다.

3대 간선항로가 7개사 체제로 합병이 진행되고 있는 흐름과 비교해 볼 때 124개 지선 선사는 너무나 많은 것 아닌가? 그럼에도 왜 지선분야에서는 합병이 거의 나타나지 않는 것인가? 원인은 지선서비스 시장 자체가 그런 상태로 오랜 세월 유지돼 왔다는데 있다. 지선시장이 저조하면 다수의 지선 선사들은 운항을 중단하고 용선선박을 반선했다가 시장이 반등하면 다시 용선선박으로 시장에 재등장하는 것이다. 일부 선사가 합병되더라도 진입장벽이 워낙 낮아 특별한 투자부담 없이 한 두 척 용선선박만으로 진입이 가능한 시장이기 때문에 구조적으로 소형 다수 체제가 유지될 수 있는 것이다.

실제 세계에서 가장 큰 지선 서비스 운항사는 대형 원양선사들이다. Dynamar 보고서에 의하면 지선항로 시장의 연간 물량은 4300만teu이며 세계 top5 지선 선사는 물량기준으로 MSC와 머스크가 각 19%와 14%로 1, 2위에 랭크돼 있고 Top5중 독립된 순수 지선 선사는 7%를 점하고 있는 5위 X-Press Feeders뿐이다. X-Press는 500~5500teu급까지 다양한 선종 91척을 운항하며 미주지역을 제외한 아시아, 중동, 유럽, 발트해, 아프리카를 커버하는 지선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X-Press의 규모를 감안할 때 상위 4개사의 크기를 추정하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이다.

모선이 기항하는 환적거점항과 소형항간의 지선서비스의 중요성은 비용과 효율의 양면에서 갈수록 커질 수밖에 없다. 모선의 간선항로 활동이 왕성하면 할수록 지선서비스의 수요가 증가하기 마련이고 운송망의 효율차원에서 메가 얼라이언스들이 추진하고 있는 네트워크 재편의 핵심은 모선의 기항지 축소와 환적과 터미널 비용의 개선이다.

지선항로의 특성상 원양정기선사와 같은 재편은 힘들지만 지선 선사간 통합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이번 DP World가 인수한 Unifeeder도 1977년 설립 이후 Inter Marine Container Lines, Feederlink, Tschudi Logistics 등의 인수 합병을 통해 성장한 회사다. 5위 X-Press Feeder 역시 2015년에 Transatlantics의 컨테이너 부문을, 그리고 작년에는 역내 지선 선사인 Samskip은 Nor Lines를 인수했다. 세계 4위 컨테이너 선사인 CMA CGM 역시 근해선사 흡수에 적극적이었다. 2015년 OPDR, MacAndrews를, 2017년에는 브라질 국적의 근해항로 전문선사인 Mercosul을, 올해 6월에는 Containerships를 인수했다.

이와 같은 지선 선사들의 합병은 최근에 주로 유럽을 중심으로 집중적으로 이루어졌다. 한마디로 제한된 수요 대비 선사 수가 너무나 많은 것이며 특히 인트라 아시아 항로가 더욱 심하다. 전문 컨설팅사인 SeaIntel 발표에 의하면 최근 인트라 아시아 항로는 공급과잉상태가 12~15%에 이를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다. 장기적 시각에서 이러한 체제가 오래 지속될 것으로 보는 사람은 없다.

이제 지선항로에도 소수 대형화를 향한 행보가 시작됐다고 보아야 한다. 그중 경쟁력이 약한 선사가 퇴출되는 것은 불가피하다. 단지 타사를 인수하거나(taker), 인수대상이 되거나(target), 아니면 독자적으로 세(勢)를 키워 나가야 된다. 그렇지 못하면 시장에서 철수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원양선사의 입장에서 보면 모선의 소석율을 높이기 위해 최대한 다수의 소형 항만(feeder port)으로부터 많은 화물을 유치해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소형 항만들을 연계할 수 있는 지선선단을 독자적으로 갖추는 것은 비경제적이고 서비스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못하다.

3대 간선항로에 모두 취항하고 있는 메가 얼라이언스 체제하에서 특정 지선항로에 대해 자회사 지선 1~2회, 그리고 제3 지선 2~3회 정도면 적당한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일기 등 불가피한 사정으로 모선의 주간 정요일 서비스가 겹치거나 일정대로 되지 않을 경우 대기시간을 최소화하는 방안이 네트워크 기획상 가장 중요한 요소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원양선사가 자회사로 지선 선사를 갖고 있다고 해서 반드시 자가 화물만 운송해야 할 이유도 없으며 적기에 연결되는 제3의 지선 선사가 있는데도 자회사선의 이용을 위해 화물을 대기시키기에는 시장의 경쟁 환경이 녹녹치 않다.

원양선사 입장에서도 선택의 폭(Optionality)을 넓히고 투자 규모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지선 선사의 수는 다다익선으로 굳이 자회사만으로 제한할 이유도 없으며 지선항로에 취항하는 선사가 많으면 많을수록 네트워크 측면에서 유연성을 확보할 수 있다.

메가 얼라이언스의 기본입장은 지선항로를 지배할 의도는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특정선사가 지선항로를 지배하는 것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선택의 폭은 즐기되 운임통제력을 놓지 않겠다는 전략인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운항효율은 모선선사 차원의 것일 뿐 지선 선사들에게는 모두가 과당경쟁으로 이어질 수 있는 변수들일 뿐이다.

물론 최근에 이루어진 Containership, Bengal Tiger Line, Unifeeder 등의 합병이 반드시 지선운항상의 효율을 위한 것이라기 보다는 재정적인 이유가 더 컸다고 본다. 현실적으로 지선사업을 통해 부(富)를 크게 축적하기는 어렵다. 지선 물량중 절대적 비중을 점하고 있는 환적화물의 경우 원양선사가 지급하는 지선운임은 구조상 마진을 크게 기대하기 어렵거나 공급과잉이 심할 경우에는 운항비 조차 커버하지 못할 수준이기 때문이다. 환적물량의 운임이 높지 않은데 역내간 이동하는 수출입 물량(일명 Gateway traffic)의 운임이 높을 수 없다.

시장이 현대 친환경 선박과 비효율적인 노후선이 경쟁해야 하는 2계층 체제가 유지되고 있다. 아직까지는 성수기에 힘입어 노후선들도 일정수준의 소석율은 유지하고 있지만 문제는 운임수준이다. 지선 선사의 입장에서는 그나마 불안한 시장이지만 신조선을 대량 발주해 시장을 망치는 일이 없기를 기대하고 있다. 적어도 현 지선 시장하에서 대다수의 선사들은 신규 발주에 나설 여력이 없는 것이 현실이지만 문제는 자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원양선사나 재정상태가 양호한 소수의 역내 선사가 대량발주에 나서는 경우다.

최근 양밍, 에버그린, 완하이 등 대만선사들이 1800~2800teu급 35척을 발주했다는 뉴스가 있었다. 모두가 인트라 아시아 항로에 투입될 적격 신예선박들이다. 발주 선박들은 내년후반부터 인도될 예정이고 때맞춰 유형무형의 부담으로 이어질 2020년 Sulphur Cap과도 시기가 맞물린다. 비교적 조용했던 근해항로에 Cascading 파장에 이어 제2의 회오리바람을 예고하고 있다. 노후 비적격선들의 대거 퇴장이 점쳐지는 이유다. 그래서 소형 지선 선사들에게는 끝의 시장(Begining of the end)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다.

4. 나가며

자연계의 모든 생물은 그 생활조건에 적응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다윈의 진화론은 충분히 검증됐지만 문제는 진화에는 엄청난 세월을 요한다는 사실이다. 분명한 것은 어떤 종(種)이든 모두가 영원할 수는 없듯이 영생(永生)하는 회사도 있을 수 없겠지만 문제는 상황에 대처하는 방식과 타이밍에 따라 그 기간을 연장할 수는 있지 않을까? 규모의 경제가 해운의 현안을 해소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지만 이러 저러한 사정으로 역시 시간을 요하는 일이다. 그러나 선주 자신이 다른 선택이 없다고 판단할 경우에는 변화에 속도가 붙을 것이고 어두운 터널의 길이가 단축될 수도 있지 않을지…

현재 진행되고 있는 간선항로의 소수 대형화가 원만히 진행될 경우 세계 주요 역내항로는 5개사 전후의 지선 선사로 재편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중 3대 메가 얼라이언스의 자회사를 제외하면 역내항로 기준 Common feeder사는 고작 2~3개 정도가 생존한다는 것이다. 현재 인트라 아시아 항로의 동향을 보면 2000~3000teu급을 주력마로 한 선복대체가 진행되는가 하면 역내선사와 얼라이언스간 파트너십 구축이 가시화되고 있다.

지속가능성을 높이고 재편에 대비한 생존전략이 속력을 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공생하기에는 너무나 많은 주자(runner)들이 있지만 바다 건너 바깥세상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선박대체나 메가 얼라이언스와와 파트너십을 구축하는 모습은 별로 보이지 않는다.

-2018. 9.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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