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 인적 구조조정, 한계 봉착한다”

국내 조선산업의 경쟁력 강화 방안과 노사갈등의 원인이 되고 있는 구조조정의 패러다임 전환을 모색하기 위한 토론회가 개최했다.

지난 9월 13일 경제사회노동위원회는 S타워 지하 1층 다이아몬드홀에서 ‘조선산업의 지속가능한 경쟁력과 구조조정 패러다임 전환 모색’이라는 공개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패널토론에서는 한국 조선산업은 일률적 인력감축 방식으로는 결국 한계에 봉착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금융주도의 구조조정에서 탈피해야 한다고 지적됐다.

한국해운신문은 이날 패널토론자들의 주요 내용을 정리했다.

김강수 前STX조선해양 대표
“혁신적 변화와 의식 갖춘 경영 필요”
그동안 조선사 경영자들의 단기 성과주의와 무리한 설비 확장, 해외 조선소 인수, 건설 투자, KIKO 사태, 기술차별화 투자 간과 등이 현재 조선산업 부실의 근본 원인이다.

국내 조선업의 설계연구 인력이 중국이나 일본으로 유출되면서 매우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는 만큼 조선업은 금융주도의 시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동안 은행의 역할을 충분히 인정하고 담당자들의 고충도 충분히 이해하지만 영업, 설계 생산 등에 대한 전문 지식이 없는 채권단 관리 제도로는 경쟁력 있는 조선소를 운영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금융적 시각에서의 수동적 조선소 경영에서 벗어나 혁신적 변화와 의식을 갖춘 도전적 경영이 필요하다.

뿐만 아니라, 안이한 인적 구조조정을 반복하면 결국 한계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 때문에 노동조합과의 관계를 피하기보다는 상생의 대화와 희생을 수용하는 자세가 필요하고 일자리를 창출 목적이 아닌 유지 차원에서도 RG발급 등의 금융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다.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 R&D 및 인력양성 지원도 강화해야 한다. 중소형선박의 기술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기술개발·협력·제휴 등과 관련한 지원 사업이 마련될 필요가 있으며 기술개발, 영업, 마케팅 등을 담당할 수 있는 우수한 전문인력 양성 사업도 지원이 필요하다. 가술개발 지원을 위해서 공동연구개발, 공동기술 영업 및 기본설계가 가능한 중소조선소 통합 기술 센터 설립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양종서 박사
“조선업계 제2성장기 대비해야”

국내 조선업계와 경쟁하는 중국은 정부 지원으로 산업을 육성하며 국내 산업구조를 위협하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의 장기적인 산업전략 수립은 매우 중요한 사안이다.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주력산업을 대체할 산업을 찾는 활동은 중요하고 장기적인 성장을 위한 혁신성장 패러다임은 옳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산업전략에 있어 기존의 주력산업이 힘을 읽고 있다 하더라도 혁신성장 산업과의 균형 잡힌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 또한 현재 정부가 제시하고 있는 혁신성장 동력 후보 산업군이 기존 주력산업군을 대체할 정도의 성장에는 시간이 필요한 만큼 기존에 경쟁력이 확보된 주력산업을 유지하고 기회가 된다면 더 발전시키는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또한 경쟁국과 산업육성 방식에 있어 거리가 있는 만큼 우리는 국가의 역할로서 현황에 대한 정확한 진단, 전략 수립, 전략 수립을 위한 기관별 역할 부여, 실행체계 정비 등이 필요하다.

현재의 조선업 위기는 경기불황과 경영실패에서 비롯된 것으로 경쟁력의 문제가 아니다. 특히 산업특성상 부침이 크고 시황주기가 길어 구조적으로 정부의 지원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최근 전 세계 조선업계가 선박을 친환경·스마트화하는 등 혁신적으로 바뀌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조선업계 제2의 성장기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前산업통상자원부 조선해양플랜트 강감찬 과장
“새로운 타협과 공생할 시스템 혁신 준비”

전 세계 선박 발주량은 2007년 9200만cgt를 기록하고, 금융위기 이후에는 연평균 4000만cgt, 2016년에는 1300만cgt로 급격히 하락했다. 경기불황은 공급과잉을 촉발했고 저선가, 수익성 악화를 초래하면서 2016년 선가는 2007년 대비 38% 대폭 하락했다. 불황으로 선가가 하락하자 조선사는 수주부진과 수익성 악화의 이중고에 직면하게 되면서 설비 및 인력과잉 문제로 이어졌다.

국내 조선업계는 자국발주, 내수 기반도 부족해 외부 충격에 취약하다. 2012~2016년까지 최근 5년간 국내 조선사의 수주량 가운데 자국발주 비중은 5.5%에 불과하다. 지난 2016년 일본이 수주량 가운데 71%, 중국이 59%를 자국 선사로부터 수주했으나 한국은 16%만이 자국발주 물량이었다.

앞으로도 국내 조선사 선박 수주를 위해서는 비용, 금융, 기자재산업에서의 경쟁력 강화가 반드시 필요하다. 최근 국내 조선업의 회복은 LNG선 대량 발주에 기인한 것이 사실이다. 반면 벌크선, 중소형 컨테이너선 발주시장은 중국의 추격이 상당하고, 인건비는 한국이 중국과 일본보다 높은 수준이다.

국가별로 살펴보면, 중국의 인건비는 낮은 수준에서 상승하는 추세이고 일본은 노동문화, 품질을 감안할 경우 한국보다 생산성이 높다. 한국은 수준 높은 인력을 보유하고 있는 반면, 낙후 노사관계, 힘든 업무 기피 풍토, 구조조정으로 인한 사기저하 등이 문제점으로 꼽히고 있다.

따라서 금융권에서는 조선업에 대한 역할을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 조선업의 국민경제적 역할 인식하에 시스템 보완방안을 검토해야 하고 국내 해운업의 발전과 안정적 역할도 뒷받침돼야 한다.

신정부는 과거 정부의 구조조정에 대한 반성을 바탕으로 지난해 말 3대 구조조정 방향을 확정했다. 정부는 부실예방과 사전 경쟁력 강화, 시장중심의 구조조정, 산업-금융 측면을 균형 있게 고려할 것이다. 나아가 정부-지자체, 조선-해운-금융, 대형-중소형사-협력사, 사측과 노조 등을 새로운 타협과 공생하는 시스템 혁신을 준비할 방침이다.

단국대학교 정미경 교수
“공동결정제도 바탕, 노사 갈등 해소”

독일 조선업계는 1976년 발생한 오일쇼크로 인해 1980년 조선생산력이 1975년과 비교해 84% 감소했고, 1987년에는 85% 줄어들었다. 전 세계 조선업 경기가 위축되면서 독일의 조선업계는 가격경쟁력을 상실하며 세계평균을 밑도는 수준으로 추락했다.

오일쇼크로 인해 해상물동량이 크게 감소하면서 조선업 설비를 감소시켜야 했으나 당시 한국과 같은 개도국이 조선업계에 진입하면서 설비가 증가하자 독일의 조선업계의 침체가 장기화됐다.

1976년 조선업이 불황에 직면하자 독일 금속노조는 정부와 조선사에 ‘조선프로그램’을 제안했고 정부는 1980년 초까지 조선업의 회복을 기대하며 5년 넘게 보조금을 지원했으나 경기가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1982년 보조금을 삭감한다. 

그러자 블롬포스조선소 금속노조 신임자회는 회사의 위기극복을 위해 ‘대안생산연구반’을 조직하고 비조선분야로 사업 다각화를 요구했다. 이 결과 다각화 전술을 펼친 블롬포스조선소와 고부가가치 특수선으로 시장차별화를 추구한 마이너 조선소는 위기를 넘긴 바 있다.

사업다각화 방안을 모색하는 것 외에도 노사정이 협력해 중형조선소의 위기극복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노사정 모임과 회의를 통해 중형조선산업의 방향과 기업의 활로를 함께 모색하는 ‘사회적 경영참여로’ 발돋움해야 하며 점차 기업 내 협의구조, 공동결정구조로 발전해 가야한다.

또한 중형조선소 지원도 재벌기업에 속한 업체와 그렇지 못한 업체를 구분하는 것이 필요하다. 재벌기업에 속하지 않은 중형조선소가 재벌기업에 속한 중형조선소와 공정한 경쟁을 하기 위해서는 선수금환급보증(RG)과 같은 조선금융서비스에서 공정하고 형평성 있는 혜택이 필요하다.

재벌그룹에 속하지 못한 중형조선소는 재벌그룹에 속한 업체와 동등하거나 더 나은 건조프로젝트를 갖추고도 RG를 받지 못해 경쟁에서 도태되면서 불공정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정부와 지자체는 지원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노사정의 사회적 협의제도 강화가 필요하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손동희 전문위원
“구조조정, 노동참여적 방식으로 전환해야”

불투명한 구조조정 과정과 일방의 관점에서 도달한 결론을 두고 벌이는 노사간의 대립을 대화와 타협의 장에서 마주하는 것이 급선무다. 노사정 주체가 제각각 그리는 조선업의 비전과 전략이 조정되지 못하면서 이는 갈등적 구조조정 국면을 장기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조선업의 구조조정 패러다임 전환 방향은 기업이 어려움에 당면한 이래 노동자와 노동조합을 구조조정 대상으로만 바라보던 노동배제적 접근에서 노동참여적 방식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금호타이어의 경우 구조조정 상황에서 노동자추천이사제 방식의 노동참여를 제도화하는데 노사가 합의한 바 있다. 조직의 정상화 단계와 향후 경영조치에 대해 중요한 이해관계자로서 노동자, 노동조합의 목소리를 반영하도록 하는 조치다. 구성원들의 목소리를 전달할 수 있는 창구의 역할을 하며 노동자 경영참여를 제도화하는 노동참여적 구조조정의 중요한 출발점이 될 것이다.

구조조정을 주도하는 방식도 전환해야 한다. 그동안 조선산업 구조조정이 자율협약, 워크아웃 방식으로 진행되면서 주채권 은행의 금융이 주도하는 방식이었다면, 앞으로는 산업정책 관점에서 장기적 전망을 담아내는 구조조정으로 전환돼야 할 것이다. 금융주도의 구조조정은 단기의 비용절감을 중요한 목표를 삼아 대량 감원을 통한 고정비 축소가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STX조선해양과 일부 제조업 구조조정에서 인원감축 없는 구조조정 시도가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노사가 노동시간 단축과 임금, 복리후생 축소, 전환배치와 순환휴직 등으로 노동자들의 감원을 최소화해 고용친화적인 구조조정의 새로운 전형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이밖에 조선업 생태계 조성에는 대형조선소와 중소형조선소의 공존이 필수적이다. 현재 중소형조선소와 협력업체, 기자재업체의 불황은 경기호전 이후 대형조선소의 경쟁력 확보에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조선산업의 지속가능한 경쟁력을 위해서는 대형·중소형조선업체들의 조정된 경쟁과 협력으로 공존하고자 하는 노력이 중요할 것이다.

아울러 정부는 선박금융에 대한 지원방안과 공공선박 건조 발주 등 다양한 정책적 지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그동안 금융 중심의 구조조정을 산업정책적 관점과 균형을 유지한다는 정부 발표 전략이 선언적 의미 이상의 과감한 실적으로 나타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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