耕海 김종길(010-5341-8465, jkihm@hanmail.net)

▲ 耕海 김종길

자랑

나는 자랑을 즐겨한다. 그렇다고 허풍을 떨거나 거짓말은 하지 않는다. 사실그대로 자랑한다. 첫 손녀를 가졌을 때 ‘젖 달라고 응애응애. 응가 한다고 응애응애’하는 것도 신기하고 귀여워 자랑했다. 세상엔 나만 손녀가 있는 듯. 옆에서 ‘이제 자랑하려면 돈 내고 하세요’라고 빈정댔다. 그러나 말거나 자랑했다.

자랑거리가 또 생겼다. PEN클럽에서 영문번역 문집을 발간한다고 원고청탁이 왔다. 써두었던 수필 하나를 골라 영어교수께 번역을 의뢰했다. 한글원문은 2쪽인데 영어번역문은 2쪽하고도 반이었다. 조건이 ‘12pt, 1.5~2.0쪽’이라서 반쪽을 잘라야만 했다. 축약해 달라고 말하기가 미안해 내가 여기저기를 잘라 2쪽으로 만들었다. 문장이 아귀가 맞지 않으면 어쩌나 걱정됐다.

내 멋대로 칼질해 놓고서 교수께 봐 달라 할 수 없었다. 궁리 끝에, 미국에 있는 둘째손녀 다해가 떠올랐다. 중1 때 제 어미 석사논문을 교정했다. 지금은 중2이니 이 할비 영문수필쯤은 쉽게 교정 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내가 미국에 갔을 때 첫째손녀 다슬이가 다니는 초등학교를 방문하면서 둘째 다해를 데리고 갔다. 교장선생님께서 우리를 교장실로 안내했다. 다해가 유치원에 들어가기 전인데 글을 읽는다고 말씀드렸더니 책을 가져와 읽으라고 하셨다. 책을 술술 읽으니 교장선생님이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놀라워하셨다.

그러던 그가 초등학교 때 그 두터운 해리포드 시리즈를 모두 독파하는 등 독서량이 풍부해서인지 문장이 유려해졌다. 다해의 이메일을 읽노라면 명작 소설이나 시詩를 읽는 느낌이다.

다해에게 영문번역이 잘 못된 데가 있으면 고쳐 달라고 이메일을 보냈다. 회신이 왔다. 제목을 바꾸고 여기저기를 손질을 했다. 문장이 막힘없이 잘 흐르는 듯 했다.

그대로 PEN클럽에 보내려다가 번역교수에게 양해를 구하는 것이 예의라 생각됐다. 축약을 하게 된 사정을 말씀드리고 잘 못된 부분이 있으면 교정해 달라고 했다. 단 한 구절만 교정하고 더는 고칠 데가 없다는 회신이 왔다. 나는 다해를 자랑했다. 칭찬을 아끼지 안했다. 격려금도 주었다.

나는 우리나라, 내 고향, 내 집안, 그리고 내 모교母校들을 즐겨 자랑한다. 더욱이 일제가 조선해운朝鮮海運 말살정책을 펼쳐 해방당시 우리해운은 황무지였다. 뜻있는 해운인들의 피나는 노력으로 한국이 세계적 해운국가로 부상됐다. 500여명의 발자취를 <되돌아 본 해운계의 사실史實들>과 <영예로운 해운인들> 2권에 담았다. 그분들에 대한 자랑이고 칭송이고 찬사이었다.

물론 어디에나 빛과 그늘이 있기 마련이다. 그분들인들 과오와 실수가 없었을 까만 공적을 부각시켜 칭송함으로써 우리해운이 막힘없이 도도히 발전해 가리라 믿었기 때문이다.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들이 간음하다 붙잡힌 여인을 예수님께로 끌고 와 “모세의 율법대로 이 여인에게 돌을 던져 죽일까요?”라고 물었다. “너희들 가운데 죄 없는 자가 먼저 돌을 던져라”란 예수님의 말씀을 듣고는 하나씩 하나씩 모두 떠나갔다. 예수님께서 홀로 남은 여인에게 “나도 너를 단죄하지 않는다. 이제부터 다시는 죄짓지 말라”란 면죄부로 재생의 길을 열어주셨다.

세상만사가 시대에 따라 역할과 임무가 다르고, 규범과 관습이 다르다. 오늘의 잣대로 매도하고 단죄하면 사회적 갈등만 부추긴다. 상대를 자랑해주고 보듬어 주다보면 경제는 물론 문화적으로도 세계가 우러러보는 성숙한 선진국이 될 터인데…

방탄소년단의 춤과 노래가 세계를 열광시키고 있다. 삐딱이들의 ‘이게 나라야!’ ‘Hell Korea’란 비하가 사실이었더라면 방탄소년단이 세계를 감동시킬 수 있었을까? 일제의 식민지의 굴레에서 벗으나 70년을 세계최빈국에서 세계10위권의 경제대국으로 숨 가쁘게 달려온 결과다.

그뿐인가? 우리나라가 배출한 인물이 UN을 비롯하여 유력한 국제기구의 수장이 한 둘이 아니었다. 예술, 문화, 체육, 학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국제적 명성을 드높인 인재들도 다수다. 세계적 굴지의 기업들도 있고.

이만하면 세계 어디를 가더라도 가슴을 펴고 자랑할 수 있다. 대한민국에 태어난 것이 이렇게 자랑스러울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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