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장항로 핸디캡, 장점으로 바꾼 연운항훼리”

안정적인 서비스 구축 위해 추가발주 검토
객실마다 IP TV설치, 크루즈급 서비스 눈길

2004년 12월 15일 설립된 연운항훼리는 보름만인 2005년 1월 1일 인천-연운항간 국제카페리항로를 취항시켰다. 당시만 해도 연운항훼리의 성공을 점치는 이는 그리 많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인천-연운항로는 항해시간만 24시간이 소요되는 최장거리 항로로 한중카페리항로의 금과옥조와도 같았던 주3항차 서비스가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연운항훼리는 2년뒤 평택-연운항 항로를 추가로 개설해 주4항차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하면서 빠르게 안정화되기 시작했다. 이후 평택-연운항에 투입했던 선박의 잇따른 고장으로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연운항훼리는 한중카페리 최장거리 항로라는 핸디캡을 장점으로 바꾸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연운항훼리 중국 본사인 연운항중한윤도유한공사 재무총감으로 3년여간 중국에서 근무하고 있는 하만석 부사장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면서 지난 13년간 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연운항훼리가 건재할 수 있었던 이유를 조금이나마 알 수 있었다.

하만석 부사장은 “선박 고장으로 평택-연운항 항로가 오랫동안 중단되면서 어려움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우리는 고객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신조선인 동방명주8호를 용선해 조속히 항로를 재개했고 지난해말 신조 카페리선 하모니윈강호를 투입하면서 안정적인 주4항차 서비스를 복구했다. 다행히 최근 사드사태가 조금씩 해소되기 시작하면서 경영여건이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 우리가 취항이후 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이렇게 자리를 잡을 수 있었던 것은 결국 고객들과의 신뢰를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 5성급 호텔에 버금가는 VIP룸

중국 남방지역 고속 서비스로 차별화

연운항훼리가 한중카페리 최장거리 항로라는 핸디캡을 장점으로 바꿔 놓을 수 있었던 또 다른 요인은 없었을까? 가장 먼저 꼽을 수 있는 것은 연운항훼리가 강소성의 유일한 국제승객항로라는 점이다. 장거리 항로로 주2항차 서비스 밖에 할 수 없지만 평택-연운항을 추가로 개설하면서 항차수 부족 문제를 극복했고 중국 남방화물에 대한 고속서비스를 제공하는 차별화를 통해 경쟁력을 키울 수 있었다.

또한 강소성에 진출한 많은 국내 기업들과의 관계를 돈독히 가져가면서 안정적이고 신속한 서비스 체계를 구축한 것도 연운항훼리에 큰 힘이 됐다. 강소성에 진출한 주요 국내기업들을 살펴보면 난징에 LG전자와 한국타이어, 쑤저우에 삼성전자 디스플레이, 옌청에 기아자동차, 우시에 SK하이닉스 등이 있다. 연운항훼리는 이들 대기업들의 긴급화물과 고가화물들을 안정적으로 운송하면서 신뢰를 구축했다. 연운항훼리가 TCR을 활용해 인천, 평택 등 수도권 지역 수출입화주들에게 중앙아시아, 유럽 등을 연결하는 서비스를 안정적으로 제공한 것도 장점으로 작용했다고 한다.

지난 13년간 안정적인 서비스 구축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했던 연운항훼리는 이번에 신조선 하모니윈강호를 투입하면서 고객들의 신뢰를 크게 높였고 좀 더 안정적인 서비스 체제 구축을 위해 신조 카페리선을 추가로 발주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하만석 부사장은 “현재 평택-연운항로에 투입중인 자옥란호는 선령이 좀 되긴 했지만 연료효율성이 대단히 좋은 선박이다. 그러나 앞으로 BWTS, SOx 등 환경규제에 대응하려면 추가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1년여간 하모니윈강호를 운항해봤는데 성능이 기대 이상이어서 조기에 신조선을 추가 발주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 게임이나 간단한 공연 등을 할 수 있는 다목적실

크루즈급 시설, 다양한 선내 프로그램 운영

하만석 부사장과 간단한 인터뷰를 끝내고 연운항 국제여객터미널로 이동했다. 2016년 새로 지은 연운항 국제여객터미널에서 셔틀버스를 타고 5분만에 하모니윈강호에 도착했다. 연운항훼리는 일반 관광객들에 비해 소상인의 비율이 높지만 소상인들의 짐을 미리 수화물 전용 컨테이너로 처리한 덕분에 쾌적하게 셔틀버스를 이용할 수 있었다.

지난 2016년 10월에 중국 황해조선에 발주돼 2017년 12월 18일 인도된 하모니윈강호는 길이 196.27m, 폭 28.6m에, 승객 1080명과 화물 376teu를 적재하고 최대 22노트로 운항할 수 있는 최신예 선박이다. 특히 하모니윈강호는 취항 당시부터 야외 레스토랑·공연장·바베큐장, 마작 등 게임방, 다목적실, 영화관, 커피숍, 카페, 노래방 등 크루즈급 편의시설을 갖춘 것으로 유명세를 탔었다.

하만석 부사장은 “타항로에 비해 운항시간이 길기 때문에 승객들이 선내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서 하모니윈강호 설계 당시부터 승객들이 장시간 항해에 지루하지 않도록 편의시설을 최대한 갖추기 위해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연운항훼리는 하모니윈강호 승객들이 즐거운 여행이 될 수 있도록 편의시설들을 활용한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운영하고 있었다. 먼저 승객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중국 소상인들을 위해 다목적실, 휴게실 등을 무료로 개방해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배려하고 유료지만 마작을 즐길 수 있는 게임방도 많이 설치해 놨다.

일반 관광객들을 위해 영화관에서 무료로 영화를 상영하고 있었다. 하모니윈강호 영화관은 고화질의 프로젝터와 고가의 스피커 시스템을 갖춰 실제 영화관을 방불케 하는 화질과 음향을 제공하는 것이 눈에 띄었다. 하루에 보통 2~3편 정도의 최신 영화를 상영한다고 한다.

300명 이상이 한꺼번에 식사를 할 수 있는 대형 레스토랑에서는 식사 종료 후 노래자랑, 토크쇼 등의 이벤트가 펼쳐진다고 한다. 기자가 승선할 당시 하모니윈강호 사무사의 진행으로 중국 단체 관광객들이 참여하는 토크쇼와 장기자랑이 진행되고 있었다. 말은 이해할 수 없어도 그 뜨거운 분위기는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하모니윈강호 대형 레스토랑은 이와 같은 공연을 할 수 있도록 무대와 음향, 조명시설 등을 완벽하게 갖추고 있었다. 또한 레스토랑 한켠에 설치된 대형 노래방에서 승객들이 간단한 음료를 즐기며 노래를 부를 수 있었고 대형 면세점에서 다양한 상품들도 쇼핑할 수 있었다.

사실 기자가 하모니윈강호에서 가장 놀라웠던 것은 공해상에 인터넷이 된다는 점이었다. 한일카페리항로에 취항중인 카페리선들은 공해상에서도 와이파이를 통해 인터넷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지만 한중카페리에는 아직까지 선상 인터넷 서비스가 제공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기자는 알고 있었다.

그러나 하모니윈강호는 비록 유료이기는 하지만 공해상에서 승객들에게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었다. 공해상에서 인터넷이 서비스되기 때문에 어디서나 카드결제가 가능했고 심지어 각 객실에 IP TV가 설치돼 있었다. 바다에서 IP TV라니! 중국 IP TV이기는 했지만 깨끗한 화질과 다양한 채널, VOD 서비스까지 제공되고 있었다. IP TV는 한중일 카페리항로를 통틀어 하모니윈강호가 처음이라고 한다.

▲ 300명 이상이 한번이 식사할 수 있는 대형 레스토랑. 무대와 음향설비도 갖춰 식사 종료후 공연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중국 건조 4번째 국제카페리, 품질 만족

하모니윈강호는 중국 황해조선에서 4번째로 건조해 인도한 국제카페리선이다. 한중카페리업계가 중국조선소에서 국제카페리 건조를 추진할 때 가장 우려했던 것은 건조 품질이었다. 저렴한 신조선가는 매력적이지만 중국조선소가 과연 여객선의 안전성을 담보해줄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었던 것이다.

중국 조선소들이 연안여객선은 여럿 척 건조했다지만 국제카페리선 건조 경험은 거의 없어 과연 여객선의 핵심기술이라고 할 수 있는 적정 GM 확보를 통한 진동 최소화, 선내 여객구역 설계 및 인테리어 등을 만족시킬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우려들이 적지 않았다.

어디까지나 기자의 주관적인 느낌과 생각이지만 하모니윈강호는 한중일 카페리항로에 투입돼 운항중인 어느 카페리선과 비교해도 건조 품질에서 손색이 없었다. 진동은 거의 느낄 수 없었고 여객구역의 설계와 인테리어도 상당히 세련돼 있었다. 적절한 공간배치와 각종 편의시설, 고급스러운 인테리어 등은 크루즈선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화물 공간 역시 트레일러들이 선내로 진입해야하는 Ro-Ro선의 특성을 잘 활용할 수 있도록 대형 스턴램프를 도입했고 격벽을 최소화시킨 것이 눈에 띄었다. 하만석 부사장은 스턴램프를 도입하고 격벽을 최소화시켜 하이큐빅을 포함한 다양한 컨테이너화물을 빠르게 양적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해운업계 한관계자는 “카페리선 설계 및 건조기술력이 떨어졌던 과거에는 안전과 진동을 잡기 위해 화물창과 여객구역에 격벽을 많이 만들었다. 하모니윈강호 화물창과 여객구역에 격벽이 많지 않음에도 진동이 거의 없다면 이는 중국조선소의 카페리 설계 및 건조기술이 상당 수준에 올라왔음을 보여주는 반증”이라고 지적했다.

이번에 한국과 중국에서 건조한 신조 카페리선을 한꺼번에 승선 체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승선 체험에 도움을 주신 연운항훼리와 위동항운측에 지면을 빌어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이번 승선체험을 통해 중국의 선박 건조 기술은 물론 선박 관리, 운항기술까지 이제 우리나라와 거의 차이가 없을 정도로 수준이 올라온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 차나 음료, 간단히 카드게임을 즐길 수 있는 카페

<연재 끝>

저작권자 © 한국해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