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산업계 기부문화 활성화시켜야”

수익성·홍보성있는 사업 발굴해 추진할 터
해양산업총연합회 사무국 해양재단에 둬야

2011년 해상왕장보고기념사업회와 해양문화재단이 통합해 출범한 한국해양재단은 2015년 2월 제3대 이사장으로 세광종합기술단 이재완 회장을 만장일치로 추대했다. 당시 한국엔지니어링협회 회장, 한국해양기업협회 회장 등을 역임하고 있었고 같은 해 9월 국제엔지니어링연맹(FIDIC) 회장 취임을 앞두고 있었던 이재완 회장은 흔쾌히 한국해양재단 이사장직을 수락했다.

세광종합기술단을 경영하랴, 협회장 업무를 수행하랴 시간을 내기 빠듯한 상황이었음에도 이재완 회장은 해양수산부 시절부터 지금까지 40여년간 해양업계에서 일해 왔고 이것이 해양업계에서의 마지막 봉사가 될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 때문에 한국해양재단 이사장직을 거절할 수 없었다고 한다.

사실 거절을 잘하지 못하는 성품을 가진데다가 산업계에서 받은 만큼 환원해야 한다는 봉사정신이 유독 강한 이재완 이사장은 그동안 여러 협회장을 역임하면서 사심없이 조직을 이끌었고 조직이 나아가야할 방향과 기틀을 다잡는데 진력을 다했다. 덕분에 이재완 이사장은 협회장을 맡게 되면 매번 연임 요청을 받아야만 했다.

2008년 출범한 한국해양기업협회 초대 회장을 역임했던 이재완 이사장은 2015년까지 무려 3번이나 연임해야 했고 2013년 취임한 한국엔지니어링협회장직도 연임이 결정돼 2019년까지 이끌어 가야한다. 한국해양재단 역시 올해 2월 이사진들의 만장일치로 이재완 이사장의 연임을 결정했다.

이처럼 봉사정신으로 수많은 협회장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왔고 2개 조직이 통합돼 출범한 한국해양재단이 제 역할을 해낼 수 있도록 진두지휘하고 있는 이재완 이사장은 지난달 열렸던 ‘2018년 올해의 인물’ 심사위원회에서 ‘협회단체부문’ 수상자로 역시 만장일치로 선정됐다.

한국 항만엔지니어링계 입지전적 인물

이재완 이사장은 사실 엔지니어링, 특히 항만 엔지니어링 분야에서 가히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연세대학교 토목공학과를 졸업하고 해운항만청(현 해양수산부)에서 공직을 시작한 이재완 이사장은 공무원 재직 시절 프랑스 정부 장학금을 받고 프랑스 국립 토목대학원에서 석사, 파리 1대학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귀국후 해수부 항만개발과장으로 복귀해 전국 항만 개발을 총괄했다. 이후 UN ESCAP(아시아·태평양 경제사회위원회) 선임 전문관으로 파견되는 좋은 기회를 잡았다. 그러나 이재완 이사장은 고시보다 10배는 더 어렵다는 UN 정직원이 될 수 있던 기회를 뿌리치고 2002년 당시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던 우리나라 최초 항만엔지니어링 회사인 세광종합기술단을 인수했다.

“당시 제게는 3가지 선택지가 있었습니다. UN 정직원이 될 것인가, 해수부로 복귀할 것인가, 아니면 나의 전공을 살려 사업을 시작할 것인가? 영예롭고 안정적 길을 선택할 것이냐, 새로운 도전에 나설 것이냐를 놓고 고민했는데 결국 도전을 선택했습니다.”

이재완 이사장은 세광종합기술단 인수후 뛰어난 경영수완을 발휘하며 몇 년 지나지 않아 완전 정상화를 시켜 놨다. 세광종합기술단은 인수 당시 직원 55명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200명이 넘는 국내 굴지의 항만엔지니어링 회사가 됐다. 이재완 이사장은 세광종합기술단 대표로서 부산신항만, 광양항, 인천신항, 평택항 등 전국 거의 모든 무역항 건설에 참여했다.

프랑스 유학과 UN에서의 근무 경험은 이재완 이사장을 FIDIC 100년 역사상 처음으로 아시아인 회장으로 만들어 놨다. 그리고 그의 온화하고 적을 만들지 않는 성품은 국내 엔지니어링 시장에서 불과 1%에도 미치지 못하는 항만엔지니어링 대표로서 한국엔지니어링협회 회장을, 그것도 연임까지 할 수 있게 만들었다.

“협회장은 그야말로 명예이고 봉사하는 자리입니다. 제가 여러 협회장을 맡았던 것은 그동안 제가 산업계에서 받았던 도움을 조금이나마 환원해 업계 발전에 기여해 보자는 뜻에서였습니다. 내년에 엔지니어링협회장에서 물러나면 더는 다른 협회장을 맡지 않고 오롯이 한국해양재단에만 힘을 쏟으려고 합니다. 그것이 해양산업계에 제가 할 수 있는 마지막 봉사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동호회 활성화로 기부금 확보, 홍보 강화

지난 3년여간 한국해양재단 이사장으로 활동하면서 이재완 이사장이 가장 아쉬웠던 것은 해운이나 항만 등 해양산업계에 기부문화가 없다는 점과 수익성있는 사업을 추진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이재완 이사장은 먼저 지난해 자신이 대한토목학회에서 송산토목문화대상 기술부문상을 수상한 이야기를 꺼내면서 해양산업계에도 기부문화가 활성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산토목문화대상은 토목계 원로였던 故송산 김형주 선생이 시가 200억원이 넘는 건물을 대한토목학회에 기부했고 이 건물 수익금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작년에 제가 이상을 받았는데 상금 3천만원을 전액 기부했습니다. 해양산업계에는 아쉽게도 故송산 선생과 같은 통 큰 기부자가 없습니다.”

한국해양재단은 해양사상을 국민문화로 정착시키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벌이고 있지만 예산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재단 연간 사업 예산이 약 28억원 규모인데 공모를 통해 약 25억원 정도를 국고에서 보조받고 있다. 그러나 정부 사업 예산이 점점 줄어들면서 재단 활동에도 제약이 걸리고 있는 상황이다.

“과거 해수부로부터 수의계약으로 예산을 따왔지만 요즘은 사업별로 공모가 진행됩니다. 우리도 열심히 사업계획서를 만들어 참여해야 사업자로 선정돼 예산을 받을 수 있습니다. 문제는 사업 예산 규모가 점점 줄어들고 있고 일부 사업은 아예 없어지는 경우도 있다는데 있습니다. 결국 재단이 해양사상의 국민문화 정착이라는 목표를 달성하려면 기부를 통해 필요한 예산을 확보하는 방법 밖에는 없습니다.”

현재 재단은 기업 후원금을 제외하면 기부금이 거의 없는 상태다. 재단은 세법상 지정기부금단체로 기부금 영수증 발행이 가능함에도 연간 기부금 수입은 기천만원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완 이사장은 기업들에 너무 많은 부담을 지우지 않고 기부금 수입을 늘리려면 개인회원을 많이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단이 실시하는 해양영토대장정 참가자, 장보고사업 참가자, 해양교육 이수자 등 재단과 인연을 맺은 분들이 지속적으로 재단에 관심을 갖고 참여할 수 있도록 가칭 ‘바다사랑 모임’과 같은 동호회를 만들고 이들이 자발적으로 월 1만원 정도의 회비를 기부금으로 납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활성화되면 예산 확보는 물론 해양산업 홍보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크루즈행사 같은 수익성 행사 개발 추진

이재완 이사장은 또한 앞으로 수익성있는 다양한 사업들을 발굴해 수익과 홍보,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방안도 적극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 재단이 수익성 사업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이 크루즈행사다.

“환경재단이 수년째 ‘그린보트’라는 이름으로 유명 인사들을 내세워 수백여명의 사람들을 모집, 크루즈 행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와 같은 행사가 수익성은 물론 홍보도 할 수 있는 좋은 사업이라고 생각합니다. 환경재단과 함께 하든, 해양재단이 단독으로 하든 사람들을 모아 함께 크루즈를 타면서 해양에 대해 강의도 듣고 토론도하고 기항지에 내려 해양산업도 시찰해보는 프로그램을 추진해 보려고 합니다.”

마지막으로 이재완 이사장은 해양재단을 이끌어 나갈 적임자가 나타나면 언제라도 이사장 자리를 내어줄 준비가 돼 있으며 해양산업단체들의 연합체인 한국해양산업총연합회 사무국을 한국해양재단에 두는 방안을 이제부터라도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해양산업총연합회 사무국이 선주협회에 있다 보니 연합회 활동이 너무 외항해운업에만 치우친 것 아니냐는 목소리들이 있습니다. 연합회의 설립목적은 해양산업의 대국민 이미지 개선과 위상제고로 해양재단과 사실상 같습니다. 따라서 연합회 사무국을 재단에 두는 게 설립 목적에도 부합하고 특정산업의 이익을 대변하지 않고 해양산업에 대한 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방안입니다. 연합회 사무국을 해양재단에 두는 대신 회장은 지금처럼 선주협회장이 계속하시면 되고 필요하다면 선주협회장이 해양재단 이사장을 겸임해도 좋습니다. 그렇게 된다면 저는 언제라도 이사장직을 내놓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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