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터치웰(Peter Tirschwell) IHS Markit 전무

▲ 피터 터치웰
지난 1년 동안 대형 컨테이너 선사 몇몇은 해상과 육로 화물 배송을 연계하는 서비스에 뛰어듬으로써 본인들의 사업을 재정의하는 중요한 움직임을 보였다. 하지만 이러한 전략이 얼마나 위험한 것일까?

머스크(Maersk)와 CMA CGM이 위와 같이 움직인 주요 동기는 자명하다. 바로 산업 주기 완화, 수익 예측 가능성 제고, 고객을 위한 가치 창출 및 현물 보상, 새로운 형태의 산업 주자로 인해 벌어질 수 있는 차질 방어 등을 위한 것이다.

세계 최대 해운사인 머스크는 국제 컨테이너 물류 통합을 선두에서 이끌고 있다. 이를 위해 에너지 사업을 내려놓고, 기존의 화물 포워딩 대신 계약 물류(contract logistics)를 핵심 사업으로 통합시켰다. 한편 CMA CGM 역시 올해 4월 물류 업체인 CEVA 로지스틱스의 지분을 25% 인수하고, 최근 과반수 소유지배를 위해 나서는 등 비슷한 행보를 보였다. 이를 통해 CEVA는 CMA CGM의 물류 사업 부문을 인수하고 APL CEO인 니콜라 사르티니(Nicolas Sartini)를 CEVA의 deputy CEO로 임명하기도 했다.

모든 선사가 이러한 방향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하파크로이트(Hapag-Lloyd)와 오션 네트워크 익스프레스(Ocean Network Express, ONE)는 수준 높은 주요 컨테이너 물류 서비스에만 주력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파크로이트는 지난 11월 22일 "최근 몇 년 동안 해운업이 공급망 안정과 품질에 충분히 투자하지 않았다... 이는 우리가 바꾸어야 하는 점"이라고 지적하며 해당 주력사업에 기초한 "전략 2023"을 밝히기도 했다.

한편 MSC(Mediterranean Shipping Co.)는 사물인터넷 추적기술 등 첨단기술을 적극적으로 수용하여 주요 컨테이너 해운업의 향상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고자 하는 해운사는 해상 및 육로의 물류 서비스 통합을 통해 회사 구조를 바꾸려고 할 뿐만 아니라, 기존 산업 구조에도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또한 그동안 경험을 통해 당연시돼 온 주요 컨테이너 서비스와 물류는 양립 불가능한 사업이라는 암묵적 사실에도 물음을 제기하고 있다. 물론 포워딩과 컨테이너 운송은 양립 불가능하다. 그러나 선사들은 기존의 중립적인 포워딩 서비스 모델을 받아들이려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유형의 비즈니스 모델을 염두에 두고 있다.

머스크와 CMA CGM의 움직임으로 알아보는 향후 가능성

머스크와 CMA CGM이 맞게 진단한 것일 수도 있다. 물류 운송의 신뢰성 제고에 대한 화주의 요구가 늘어가는 가운데, 첨단 기술을 통해 정확한 물류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면 이는 사업의 성공을 판가름하는 주요 변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계약 물류와 육로 운송 등 인접 서비스를 포함하여, 정확한 데이터, 사용자 경험, 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 및 인공 지능(AI) 등을 통해 전반적인 로지스틱스 솔루션을 구현한다면, 이는 소매업과 대형화주에 높은 가치를 제공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계기를 마련해줄 수도 있다.

BCG 쉬핑 부문 대표인 울리크 샌더스(Ulrik Sanders)가 지난 9월에 열린 JOC 유럽 콘퍼런스에서 밝혔듯이 컨테이너 운송이 여러 면에서 차질을 빚고 있는 가운데 이러한 차별화는 필요한 전략일 수도 있다. 아마존, 알리바바 등 전자상거래 기업뿐만 아니라 기존 그리고 스타트업 포워더 역시 컨테이너 선사보다 발 빠르게 디지털화를 추구하고 있다. 프레이토스(Freightos), NYSHEX, 크룩스 시스템즈(Crux Systems) 등 순수 디지털 포워딩 업체도 뛰어든 상황이라 시장에서 유리한 입지를 다지려는 선사의 셈법을 복잡하게 만들 수도 있다.

게다가 선사들이 만성적인 저수익으로 장기간 지속가능성이 위협받는 상황이기 때문에 사업 재편은 불가피한 선택이 될 수도 있다.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지 않으면, 인수합병, 독립 경영권 상실, 혹은 추가 파산 등에 내몰릴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하지만 컨테이너 물류에서 새로운 종류의 물류 사업을 창출하는 것은 그 자체로 위험이 있다고 크레디트 스위스(Credit Suisse)의 닐 글린(Neil Glynn) 유럽 운송 자산연구 부문 대표가 JOC 유럽 콘퍼런스에서 밝힌 바 있다. 머스크의 담코(Damco) 물류 서비스 전담 발표에 대해 글린 대표는 기업의 혁신을 추구하다가 주력사업을 놓치는 실수를 범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구조 변화에 초점을 맞추는 것은 성공할 수 있다. 하지만 기초 수익토대를 보호하지 않으면 이는 궁극적으로는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기초 화물 요율을 보호하지 않고 해운업에서 가격책정을 둘러싼 문제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결국 상황은 개선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글린 대표는 선사들이 기업의 구조변화라는 아직 효율성이 입증되지 않은 정책과 요율 중 어느 방향을 택할 것인가가 매우 결정적일 것이라고 말한다. 다른 운송 서비스 부문도 이를 모르는 바가 아니다. DHL, FedEx, UPS가 점령하다시피 한 국제 특송 부문에서 "시장의 90%를 차지하고 있는 세 기업은 품질과 서비스 수준에 초점을 맞추어 그에 대한 적절한 비용도 받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해운업이 향후 2년 동안 해결해야 하는 난제가 산적한 가운데, 컨테이너 물류의 기초사업을 위태롭게 할 수 있는 리스크는 더 절실한 해결과제로 다가온다. 머스크가 11월 14일 발표한 3분기 수익보고서에서 지적했듯이 국제 무역은 침체 상황이다. 또한 2020년 1월 1일 발효되는 국제해사기구의 저황유 규제로 인해 인상되는 벙커 유가를 만회하기 위해 선사들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생각해 보아야 할 점은 드류어리의 추산에 따르면 컨테이너 물류가 2018년 미화 1850억 달러 규모의 매출을 기록했다는 것이다. 이는 계약 물류 수익을 훨씬 능가하는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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