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준 한국해양대학교 교수

▲ 김성준 해양대 교수
한국해양대학교 졸업생들에게는 몇 가지 추억의 노래가 있다. 하나는 ‘해대 요가(기숙사의 노래)’라고 해서 학교에서 정한 공식 노래이고, 다른 하나는 ‘메리퀸’이라고 하는 노래다. ‘해대 요가’는 항해과 1기생(1946년)인 이준수 학장이 2기 입학을 축하하는 환영의 노래로 작사한 것으로 아침 구보나 훈련 중에 많이 불렀던 노래다. 이에 반해 ‘메리퀸’이라는 노래는 동기들간 술자리가 파할 때 약간의 술기운과 퇴폐적이고 낭만적인 분위기 속에서 불렀던 노래다.

20대 초반 기수들은 학교 생활 중 술자리 등에서 자연스럽게 따라 불렀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고 29기(73년 입학)들은 입학전 내무훈련(2월에 실시) 기간 중에 배웠다고 한다. 물론 필자(42기, 86년 입학)도 내무훈련 때 선배들의 선창을 따라 부르며 배웠다.

우리가 기억하고 있는 노래 제목과 가사는 다음과 같다.

메리퀸
메리퀸 밤 항구에 창문을 열어 놓고
쓰라린 이별마다 쓰디쓴 담배 연기
길게 뿜는 메리퀸 저 부두에서
떠나가는 아메리카 상선에 매달려서
느껴 울던 그 사람을 바다 위에 버려야지
메리퀸 메리퀸 메리퀸
로맨스 로맨스 로맨스

그러나 정작 이 노래의 원곡은 메리퀸이 아니라 ‘메리켕 부두’다. 메리켕 부두란 노래는 남일해가 1965년 발표한 곡이다. ‘메리껭(merican)’이란 말은 american의 한자차음인 '美利堅'을 일본식 발음으로 'メリケン'으로 불렀던 데 유래한 것이다. 남일해의 원곡 ‘메리켕 부두’의 가사는 다음과 같다.

▲ 남일해의 '메리켕 부두'가 수록된 백영호 작곡집 '열풍'
메리켕부두(1965년 열풍 앨범 수록)
작사 : 손로원, 작곡 : 백영호

메리켕 밤 항구에 창문을 열어 놓으면
쓰라린 이별마다 쓰디쓴 담배연기
길게 뿜는 메리켕 저 부두에서
떠나가는 아메리카 상선에 매달려서
느껴 울던 그 사람을 바다위에 버려야지
메리켕 메리켕 메리켕
로맨스 로맨스 로맨스

팽개치던 메리켕 캬바레에서
트위스트 춤을 추던 신나는 그 리듬에
기다리던 그 날짜를 미련없이 잊어야지
메리켕 메리켕 메리켕
로맨스 로맨스 로맨스

두 가사를 비교해 놓고 보면, 다른 곳이라고는 ‘메리퀸’과 ‘메리켕’이라고 하는 부분밖에 없다.
메리껭 부두는 일본 요코하마의 큰 부두인 '메리켕 하토바(メリケン波止場)'를 가리키기도 한다는 설도 있지만, 일제시대때 부산항 1~3부두를 통칭하기도 했다. 따라서 마도로스를 주제로 한 노래에서는 1, 2, 3부두만 등장한다.

메리껭을 주제로 한 최초의 노래는 남인수가 1939년 발표한 ‘추억의 메리껭’과 1939년 채규엽의 ‘메리켕 항구’란 노래다. 메리켕 부두란 제목의 노래는 윤일로가 1965년 발표한 곡도 있는데, 널리 애송된 것은 역시 남일해의 메리켕 부두다.

우리들은 보통 1절만 즐겨 불렀는데, 가사 중의 ‘아메리카 상선’의 이름으로 ‘메리 퀸’을 연상하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그래서 해양대 졸업생들에게 이 노래는 학교 생활의 고단함과 마도로스의 낭만을 함께 느끼게 해준 노래로 애송되고 있다.

그러나 60년대 중후반 졸업후 미국 상선에 승선하여 입신하기를 갈망했던 선배 해기사들이 큐나드 라인의 대형크루즈선으로 1936년부터 1967년까지 운항되었던 ‘Queen Mary’호를 연상하고, ‘메리켕’이란 일본식 발음 보다는 ‘Mary Queen’이 훨씬 부르기 수월하기도 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원곡의 제목이 메리켕이고 가사도 메리켕이라고 되어 있다고 해서 그대로 따라 부를 필요는 없을 것이다. 메리켕보다는 Mary Queen이 훨씬 운치있고 낭만적이기 때문에 우리가 불러왔던 대로 ‘메리퀸’으로 불러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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