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터치웰, IHS Markit 전무

▲ 피터 터치웰 IHS Markit 전무
국제 물류업계가 향후 상승세를 유지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서비스의 핵심 요소가 개선될 수도 있을 것이다. 선박이 제시간에 도착하지 않았다면 최소한 작년 그리고 재작년보다는 제시간에 도착하는 경우가 많아질 것이고, 송장이 부정확했다면 이전보다는 더 정확해질 수 있을 것이다. 화물 위치나 상태, 도착 예정 시간의 가시성이 완벽하지 않다고 해도 적어도 공급망 프로세스가 개선되고 비용을 절감하는 데 도움이 될 정도로는 개선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2019년은 안타깝게도 이 모든 것은 그저 환상에 지나지 않는다.

국제 물류업계 현실에서 지속적인 개선이란 존재하지 않으며 이전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듯하다. 오히려 이리저리 갈피를 못 잡는 듯 보일 뿐이다. 전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갑작스럽게 방향을 트는가 하면 차질을 초래할 뿐인 방향으로 나아가니 말이다. 기업내 물류 담당팀은 지뢰밭을 통과하는 심정으로 끊임없이 관리 업무에 시달리며, 기업 내부 이해 당사자에게 상황이 종종 통제 수준을 넘어선다고 확신시켜야 하는 상황에 맞닥뜨리곤 한다.

국제 물류업계의 신뢰도 전망이 더 암담할 수 있는지 묻는다면, 2019~2020년이 바로 그러한 해가 될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꽤 험난한 한 해가 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다. 그 근거로 다음 세 가지를 들 수 있다.

우선 지난 3년 동안 이루어진 해운선사의 인수 합병과 얼라이언스 재편 이후 선사들의 행보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간단히 말해 이들의 행보가 전체적으로 예측하기 어려워졌다. 그만큼 화주가 감당해야 할 위험은 더 커졌다는 뜻이다. 2018년은 예년보다 선박 발주와 선복량 배치에 있어 더욱 신중했던 한 해였다. 이는 환태평양항로 선사들이 2018년 중반 선복량을 축소한 이후 아직까지 회복시키지 않는 데서도 분명히 드러났다. 12월 초 중국과 미국이 휴전에 들어가기 전, 1월 1일부터 발효될 것으로 예상했던 중국에 대한 관세를 피하기 위해 밀어내기 물량이 늘어났음에도 선사들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선복량 축소와 뜻하지 않은 물량 급증으로 환태평양 스팟 운임은 5년 만에 최고치를 갱신했으며 미동안행 선복은 여유없이 빠듯하기만 했다. 이에 따라 화주들은 컨테이너를 싣는 데 애를 먹어야 했다. 이에 앞서 시장 약세를 틈타 확보한 낮은 계약 운임이 성수기에 시황이 경색될 때는 오히려 화주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금 일깨워주었다. 글로벌 최대 선사인 머스크를 비롯한 여러 선사는 2019년 선복 할당에 신중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어떤 선사들은 해운업의 비즈니스 경계를 불확실하게 만들며 시장을 더욱 예측 불가능하게 만드는 데 일조하고 있다. 하파그로이드(Hapag-Lloyd)와 오션 네트워크 익스프레스(ONE) 등은 전통적인 해운사의 역할을 하며 효율성 극대화 및 고객 경험 개선을 목표로 설정했다. 하지만 머스크와 CMA CGM 등은 해상과 육로의 물류 서비스 통합을 통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 중이다.

2020년 1월 1일 발효되는 국제해사기구(IMO)의 황산화물(SOx) 배출 규제 등 여러 난관이 도사리고 있는 예측 불가능한 해운업 시장에서 이들의 행보는 시의적절하지 않으며 예상치 못한 파장을 낳을 수도 있다. 스위스 금융기관인 크레디트 스위스(Credit Suisse)의 운송 부문 애널리스트 닐 글린(Neil Glynn)이 9월 함부르크에서 개최된 JOC 컨테이너 무역 유럽 콘퍼런스에서 밝혔듯이 이들의 주요 수입원이 여전히 해상운임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더욱 더 그러하다.

두 번째는 2019년 시작부터 약세를 보이는 수요 문제다. 중국에 관한 보복 관세가 시행되기 전 서둘러 처리해야 했던 물량이 빠지면서 2019년 초 환태평양 항로 수요는 줄어들 것이다. 게다가 미국 경제도 침체 양상을 보이고 있다.

나리만 베라베쉬(Nariman Behravesh) IHS Markit 수석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2018년 미국 경제 성장률은 2.9%로 2017년 2.2% 대비 호조를 보였지만, 올해는 하락세를 보일 전망이다. "엄청난 규모의 경기 부양책(2018년 초기 시행되었던 세금 감면 및 지출 증가)이 성장률 증가에 가속도를 붙였다. 경기 부양책 효과는 2019년에도 여전히 이어지겠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효력은 감소할 것"이라고 지난 12월에 밝힌 바 있다. IHS Markit은 2019년 미국 경제 성장률이 2.6%에 그칠 것으로 전망한다. 빠른 성장세를 보였던 2018년보다는 낮지만, 그렇다고 급격히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세 번째 요인은 곧 발효하는 IMO의 SOx 규제다. 지난 가을 JOC는 선사들이 2018~2019년 계약 협상을 유리한 상황에서 이끌기 어려울 것이라 전망한 바 있다. 2019년 초기 물량 약세가 예상되는 가운데, 이는 다시 물량 및 시장 점유율 확보를 위한 치열한 경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이다. 적어도 일부 선사는 값비싼 저유황유 비용에 대한 보상금 문제에 있어 타협적인 태도를 보일 수도 있다.

선사가 행동으로 옮길지 말지가 2019년 초 최대의 궁금증이긴 하지만, 만약 선사들이 행동에 나선다면 조심해야 할 것이다. 저유황유가 기존 벙커유보다 비싸지면, 선사들은 손실을 피하고자 수익 창출에 매진할 것이다. 연료 할증료를 통해 손실을 만회하지 못한다면, 선사들이 최종적으로 기댈 방안은 선복 축소뿐이다. 비용 인상을 만회할 수 있을 정도로 운임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2010년을 기억하는가? 뉴욕 양키스 포수인 요기 베라(Yogi Berra)가 남긴 유명한 말처럼 업계 불황을 다시 떠오르게 하는 데자뷰 같은 순간이 올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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