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대·해사고 학생들 해수부 앞 시위
국회 정책 토론회·범국민서명운동 전개

▲ 13일 해양수산부 세종청사 앞에서 해양대, 해사고 학생들이 승선근무예비역제도 존립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승선근무예비역 존립이 해양강국으로 가는 길입니다!”

영하의 매서운 추위가 몰아쳤던 2월 13일 세종정부청사 앞, 얇은 제복만 입은 200여명의 학생들이 승선근무예비역 제도를 유지해달라는 플래카드를 들었다. 정부가 병역자원 감소를 이유로 승선근무예비역 축소 및 폐지를 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해양대학교, 목포해양대학교, 부산해사고등학교, 인천해사고등학교 학생들이 해양수산부 앞에서 승선근무예비역 존립을 위한 집회를 연 것이다.

이날 해양대·해사고 학생들은 맹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두꺼운 겉옷을 벗고 제복만 입은 채 플래카드와 피켓을 들고 승선근무예비역제도 존립 필요성을 호소했다.

한국해양대학교 사관장을 맡고 있는 해사수송과학부 김정식군은 “최정예 육해공 현역병을 선발해 중동에서 원유 30만톤을 적재한 대형선박을 한국까지 안전하게 운항할 수 있다면 승선근무예비역제도를 폐지해도 무방하다. 승선근무예비역은 육해공 어느 최정예 군인들로 대체할 수 없는 국가필수요원으로서 국가존립에 근간이 되므로 반드시 유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군은 또 “전시에 위험을 무릅쓰고 군수물자수송을 맡는 제4군으로서, 평화시에 한국 경제를 책임지는 해운업의 리더로서 당당한 모습을 꿈꾸며 지난 3년간 열심히 공부해왔다. 그러나 승선근무예비역제도가 폐지되면 이러한 학생들의 미래와 꿈이 사라진다. 학생들의 미래와 꿈, 한국해운의 미래를 지켜달라”고 촉구했다.

목포해양대학교 해사대학상회장을 맡고 있는 기관시스템공학부 4학년 홍승효군은 “승선근무예비역제도 폐지는 해양대학은 물론 지역경제와 해운업까지 망가지게 할 것이다. 해운업이 우리나라 경제 성장의 원동력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공부해왔던 우리는 인적기반 사업의 퇴보 가능성을 보면서 안타깝고 개탄스런 마음뿐”이라고 지적했다.

홍군은 또 “승선근무예비역은 국가필수요원으로서 단시간에 만들어 낼 수 있는 인적자원이 아니다. 승선근무예비역이 폐지되면 우리 학생들은 해운업계에 종사하며 국가경제에 이바지하겠다는 꿈을 펼칠 수가 없게 된다. 학생들이 꿈을 펼칠 수 있도록 해달라”고 강조했다.

이날 학생들과 뜻을 함께 한 전국해상선원노동조합연맹 정태길 위원장은 연대사를 통해 “승선근무예비역은 우수한 해기사의 양성은 물론 저임금 외국인선원을 선호하는 우리나라에서 한국선원의 일자리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정책이다. 정부는 해기사 양성과 해운산업 재건에 없어서는 안 될 승선근무예비역 규모를 확대해야 함에도 오히려 역행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정 위원장은 이어서 “정부는 승선근무예비역 제도 폐지를 추진할 게 아니라 승선근무예비역으로 승선하는 우리 선원들에 대한 불합리한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 승선근무예비역 폐지는 곧 예비해기사들의 미래까지 한순간에 망가뜨리는 분명한 정책 실패”라며 선원노련이 승선근무예비역제도 유지와 선원 권익보호를 위해 연대해 나갔다고 밝혔다.

학생 대표들은 집회를 마치고 해양수산부 박준영 기획조정실장에게 ‘승선근무예비역제도 유지를 위한 호소문’을 전달하고 승선근무예비역제도 유지를 위해 해양수산부가 좀 더 노력해 줄 것으로 촉구했다.

승선근무예비역제도는 항해사 또는 기관사로서 전시와 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비상시에 국민경제에 긴요한 물자와 군수물자를 수송하기 위한 업무나 지원을 위해 해운업계에서 5년내 3년간 승선근무하면서 병역의무를 이행하는 병역제도다.

현재 외항과 내항상선, 원양과 연근해어선에 매년 1000명식 승선근무예비역이 배정돼 국가기간산업인 해운산업은 물론 원양어업 및 수산업의 발전에 기반이 되는 전략적 인적자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있다.

그러나 국방부는 병역자원감소와 복무기간 단축에 따른 현역자원을 확보하고 병역의무의 형평성 제고하겠다며 현역병 이외의 전환·대체복무제에 대한 폐지 및 감축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승선근무예비역은 다른 대체복무제도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게 해운업계의 주장이다. 현행 병역법을 보면 대체복무제도는 제5장 보충역에서 규정하고 있으나 승선근무예비역은 제4장 현역병에 규정을 두고 있어 대체복무가 아니라 제4군으로 봐야한다는 지적이다. 그럼에도 국방부가 승선근무예비역을 산업기능요원이나 전문연구요원 등과 같은 여타 대체복무제도와 동일 시 하여 폐지 또는 축소하려는 것은 잘못된 접근이다.

해운업계는 또한 한진해운 사태이후 해운업의 중요성을 인식해 해운재건 5개년 계획을 수립하고 적극적인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정부가 한국해운의 인적토대라고 할 수 있는 해기사를 양성하는 중요한 제도적 기반인 승선근무예비역제도를 폐지하려는 움직임은 이율배반적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한국해운재건을 위해서는 승선근무예비역제도가 반드시 유지돼야한다는 얘기다.

한편 해운업계는 이번 학생들의 시회를 시작으로 앞으로 승선근무제도 유지를 위한 활동을 더욱 강력하게 추진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해운업계는 2월 20일을 2만명을 목표로 범국민 서명운동을 전개하고 있으며 18일에는 국회 국방위원회 안규백 위원장과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황주홍 위원장의 지원을 받아 국회 도서관 대강당에서 ‘국가 경제와 안보를 위한 승선근무예비역 제도 토론회’를 개최한다.

이날 토론회는 한국전략문제연구소 김기호 박사가 ‘국가안보와 경제발전을 위한 승선근무예비역제도 정책 대안’에 대해, 한국해양대학교 이윤철 교수가 ‘승선근무예비역제도는 왜 유지‧확대되어야 하는가?’에 대해 각각 주제 발표할 예정이다.

주제발표에 이어 고려대학교 김인현 교수의 사회로 국방부 김경중 인사기획관, 해양수산부 엄기두 해운물류국장, 한국해기사협회 이권희 회장, 에이치라인해운노조 권기흥 위원장, 목포해양대학교 김득봉 교수 등이 패널토론을 벌인다.

또한 다음달부터는 국방부 청사 앞에서 해운·수산 노사를 비롯한 해운업단체, 학생들까지 대거 참여하는 승선근무예비역제도 유지 촉구를 위한 집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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