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자회사, 대량화주 건조선박 용선 조건 제시
선주협회 “대량화주 해운진출 우회지원”

한 발전자회사가 대량 화주 자회사가 건조하는 선박을 반드시 BBC로 용선해야하는 불공정한 조건을 담은 유연탄 장기운송계약 입찰을 진행하다가 해운업계의 강력한 반발로 입찰을 철회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업계에 따르면 발전자회사 A사는 3월 12일 실시할 예정이었던 인도네시아-광양항간 연간 90만톤의 유연탄을 20년간 운송하는 8만 2300dwt급 LNG추진 벌크선 1척에 대한 장기운송계약 입찰을 철회했다.

해운업계가 A사가 진행한 이번 장기운송계약 입찰은 불공정한 조건들이 담겨 있어 정부의 해운산업 재건계획에 반할 뿐만 아니라 선화주 상생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며 강력하게 문제 제기하자 A사가 결국 백기를 든 것이다.

문제의 발단은 지난 2월 28일 A사가 유연탄수송 입찰을 띄우면서 시작됐다. A사는 인도네시아로부터 도입하는 발전용 유연탄을 운송할 서비스 구매입찰이었는데 낙찰 받은 선사는 2021년부터 매년 90만톤의 석탄을 20년 동안 운송해야하는 큰 건의 입찰이었다. 특히 이번 장기운송계약은 정부의 친환경 선박 확보 정책에 따라 LNG추진선으로 진행한다는 점에서큰 주목을 받았다.

해운재건계획에서 거론되는 종합심사낙찰제가 아니라 종전의 최저가낙찰제로를 택하고 있기는 하지만 적정한 운송단가를 투찰해 낙찰 받게 되면 20년 동안 안정적인 화물을 확보하는 동시에 적더라도 마진을 기대할 수 있는 입찰로서 벌크선을 운영하는 선사라면 너나 할 것 없이 관심을 보였다.

그런데 이번 입찰에는 이전에는 없던 이상한 점이 있었다. 대량 화주인 자회사인 B사가 등장한다는 사실이다. A사가 제시한 입찰 조건에 따르면 낙찰 선사는 B사가 현대미포조선소에 발주해 건조하는 선박을 BBC로 용선해서 운항할 수밖에 없는 구조로 B사에 리스료를 지불하는 프레임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해운업계는 이번 입찰은 A사가  대량 화주 자회사인 B사의 해운업 진출을 우회 지원할 뿐만 아니라 폐선할 선박도 없는 B사가 친환경선박전환보조금을 활용토록 유도한 것은 잘못된 사업구조 설계라고 지적했다.

또한 이번 A사 입찰은 계약물량 연간 90만톤중 85%만 보장하고 나머지 15%는 선사에게 부담 지우고 있고 기항지를 특정하지 않아 발생할 수 있는 LNG벙커링 비용 문제, 장기계약을 A사 자회사에 양도 가능하도록 규정해 발생할 수 있는 부대비용 추가 발생 문제, LNG추진선이 사용하게 되는 디젤오일에 대한 비용 보전 문제, LNG선이 아님에도 LNG선 관리회사와 선박관리계약 체결을 요구하는 점 등 불공정한 조건을 다수 담고 있다.

한국선주협회 조봉기 상무는 “A사가 진행하려던 입찰대로라면 결국 응찰하는 선주협회 회원사들은 재주부리는 곰에 불과하다”며 A사의 행태를 비난하고 나섰다.

조봉기 상무는 “이번 입찰이 전례가 되어 앞으로 반복된다면 우리 해운산업은 국제적인 시장에서 점차 도태되고 말 것이다. 또한 정부가 힘차게 추진하고 있는 해운산업 재건계획이나 선하주 상생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꼴이 될 뿐 아니라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철학인 공정한 경쟁에도 정면으로 배치하는 행태”라고 지적했다.

한편 선주협회를 중심으로 해운업계가 한목소리로 문제제기를 하자 A사는 3월 11일 설명회를 개최하고 해운업계의 지적을 받아들여 입찰을 전격적으로 철회했다. 해운업계는 A사의 입찰철회 결정에 대해 선화주가 서로의 입장을 깊이 이해한 결과라며 반기는 한편 A사가 불공정한 조건들을 해소하고 다시 입찰을 진행해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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