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스자코니, IHS마킷 JOC 편집국장

▲ 마크 스자코니 편집국장

국제해사기구(IMO)의 선박 배출가스 규제 시행을 연기하려면 중대한 문제 제기가 필요하다. 하지만 여전히 연료 공급, 저유황 연료와 선박 엔진과의 호환성 문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의 제기여부 등이 변수로 꼽힐 뿐이다.

IMO 및 171 회원국이 진행 중인 것처럼 2020년 1월 1일부터 발효되고 3월부터 시행이 되든 아니면 유예되든, 이제 시작일 뿐이다. 컨테이너 운송 부문과 더 넓은 의미에서 화물 운송산업이 점점 강화되는 환경 규제의 압박을 피해가기는 어렵다.

IMO는 기존 방침을 변경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2017년 선박평형수관리협약이 2년 유예됐던 것은 이례적인 상황이었을 뿐이다. 운항 선박의 연료유 황 함유량을 현행 3.5%에서 0.5%로 줄이는 것을 요체로 하는 저유황 연료 규제로 정유업계는 시험대에 올랐다.

정유업계는 2016년 후반에 이르러서야 해당 규제가 시행될 것이라는 사실을 파악했다. 당시 IMO는 발트국제해사협의회(BIMCO, Baltic and International Maritime Council)가 공급 문제를 이유로 시행을 지연시키려는 시도를 저지한 바 있다. 당시 이들이 제기했던 우려는 타당했다. 해당 규제가 시행되면 매일 3백만 배럴에 해당하는 고유황 연료 수요가 줄어드는 한편 표준으로 삼을 만한 기준도 없는 새로운 유형의 연료를 만들어 내야 했기 때문이다.

미국 항만 및 해운업 관계자들은 저유황 연료를 충분히 확보할 수 있을 거라고 다소 자신감 있는 태도를 보이고, 정유업계도 준비가 되어 있을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환경 규제에 따른 대전환에 어떻게 대비를 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정확히 밝히고 있지 않다. <저널 오브 커머스(JoC)>의 모회사인 IHS Markit의 에너지 부문 애널리스트들은 정유업 및 해운업계가 아직 준비되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2020년 1월 1일부터 시행되는 저유황유 규제로 인해 향후 몇 년 동안 정유업계와 선주가 새로운 수요-공급 균형을 결정하는 "정신없는 시기(scramble period)"를 보내게 될 것이라고 애널리스트들은 전망한다.

KPI 브리지(KPI Bridge)의 시애틀 지역 매니저 피터 린제이(Peter Lindsey)에 의하면, 저유황 연료 공급 문제와 연료 공급 인프라에 대한 접근법에 대해 물어보면 정유업계는 대체로 "해당 시설을 갖추어야 하지만 아직 말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한다.

3월 5일 캘리포니아 롱비치에서 개최된 2019 TPM 콘퍼런스에서 롤프 하벤 얀센(Rolf Habben Jansen) 하파그로이드 CEO는 컨테이너 선사들이 선박 엔진이 저유황 연료를 제대로 소화할 수 있는지 규제가 시행되기 몇 달 전부터 테스트할 것이라며 저유황 연료의 호환성에 대한 우려를 진화했다. 그러나 다른 이들의 반응은 다르다.

"선사들은 선박 엔진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연료 호환성 문제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고 보스턴 컨설팅 그룹의 지식 전문가 및 팀 매니저인 버디 마이어스(Buddy Myers)는 지적했다. 이어서 마이어스는 “만약 호환되지 않는 혼합물이 연료 탱크에 섞이게 되면 타르 같은 물질의 침전물이 형성될 수 있다. 이로 인해 연료 공급라인이 막힐 수도 있고, 결국 선박 엔진의 안전성 문제가 제기된다"고 덧붙였다.

에너지 시장에서는 중간 유분의 크랙 스프레드(crack spread)가 벌어질 수 있다는 데에 대체로 동의하는 분위기다. 즉 원유와 정유(디젤, 제트 연료유 및 기타 중간 유분)의 가격 격차가 더 벌어질 것이라는 뜻이다.

또한 해당 규제로 인해 전 세계 정유업계가 휘발유 생산량을 줄이고 중간 유분 생산을 최대로 끌어올리기 위한 조치를 하면서 휘발유 크랙 스프레드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즉 저유황 연료 생산은 화물 수송에 중요한 다른 연료의 가격 상승을 부추기게 될 것이다.

그럼에도 IMO 규제는 시행될 것이다. 하지만 퓰리처 수상자이자 에너지 분야 대가인 대니얼 예긴(Daniel Yergin) IHS Markit 부회장은 다음과 같이 경고했다. "두 단어로 말하자면 도널드 트럼프다. ... [이 규제가] 중간 유분의 가격 급등에도 영향을 미쳤듯이, 펜실베이니아처럼 가을과 겨울에 난방용 연료를 사용하는 사람들에게도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2016년 트럼프 대통령은 펜실베이니아주에서 단 48.2%의 득표율로 승리했으며 그가 공약으로 내세운 화석 연료 개발을 지지하는 지방 카운티에서 많은 지지를 받았었다.

미국이 IMO 절차를 통해 선박 황산화물 규제를 지연시킬 만한 절차상의 방법은 거의 없다. 지난 10월 미국은 바하마, 라이베리아, 파나마 등 여러 나라가 처음 추진했던 소위 '경험축적기(EBP, experience-building phase)'를 IMO에 제안했으나 채택이 무산됐다. 이는 선박 운용자가 특정 기항지에서 저유황유 공급이 어렵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다면, 한번 면제를 받을 수 있는 것을 골자로 한 것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라면 이 규제를 일방적으로 거부할 수도 있다. 혹은 트위터를 통해 상황을 교란할 수도 있다.

예긴 부회장은 "그가 트위터로 저유가를 원한다고 했을 때 일어난 즉각적인 영향을 직접 보았다"면서 "IMO는 현재 시행 중이고 번복될 수 없는 조약이지만, 미국은 [파리 기후 변화 협정 등] 다른 조약 및 기구에서도 탈퇴한 적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환경 규제의 압박이 점차 증가하는 상황에서 선박 배출가스 규제 시행을 지연하기 위해서는 트위터보다 강력한 것이 필요할 것이다. 2018년 4월 IMO는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기준 대비 절반으로 감축하는 계획을 추진하는 데 동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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