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해양대학교 해상운송학부 교수 최정석(경영학 박사)

▲ 최정석 교수

전통적으로 해운산업은 재화에 해당하는 화물을 공급자로부터 수요자까지 안전하게 운송하고 이에 따른 보상물인 운임을 수취해 영리를 추구하는 산업이다. 그러나 2008년 리먼 사태 이후 해운산업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발생했다. 바로 화물 운송에 대한 매개체인 선박에 대한 자산가치 변화가 크게 발생하면서 해운업을 부동산업에 비교하는 인식이 추가된 것이다. 그 결과 저렴한 가격에 배를 건조 또는 구입해 비싼 가격에 되파는 행위를 해운산업의 중요 비즈니스 영역으로 인식하게 됐다. 이러한 트렌드 변화는 금융업의 해운시장 진출이 가열되면서 보다 확산되는 양상을 나타냈다. 또한 글로벌 환경규제와 연비경쟁 등 외부 환경 변화 역시 선박이라는 자산에 대한 중요도를 더욱 부가시키는 결과를 견인했다.

그러나 “역사란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이다”라는 명언을 남긴 E.H Carr의 어록과 같이 우리는 과거 전통적인 형태의 화물 운송시장의 중요성 역시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물론 드라이벌크와 탱커선과 같이 SPOT 시장과 기간 용선시장, COA, CVC 등 다양한 계약 형태가 발생되고, 경기 변화에 따라 운임의 상대적 변동성이 큰 시장의 경우, 경기 순환적인 경영전략 또는 Asset Play가 해운기업 수익확보를 위한 중요요소가 될 가능성은 상당하다.

반면 정기선 시장의 경우 한척의 선박 내에 다양한 화주가 존재한다. 선박의 운항 형태 역시 Navios와 같은 용대선만을 취급하는 선주사와 우리나라 선사처럼 직접 운항을 추구하는 운항선사로 양분화된 시장이 형성되고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경우라면 선박을 통한 수익확보 측면보다는 화물운송을 통한 경쟁력 강화전략이 필수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물류의 큰 흐름 가운데 해상물류가 정기선 시장을 대변한다면 육상물류는 택배 시장이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즉 물류의 본질 상 정기선 시장과 택배 시장은 수익구조의 형태상 유사한 산업인 것이다. 우리나라 택배산업은 지난 몇 년간 상당한 시장 변화를 겪었다. 물류업의 근간을 형성하던 택배산업이 전형적인 레드오션 산업에 속하며 과잉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 이유는 소셜커머스 업체들의 물류시장 진출 및 대기업 유통회사들의 자가 물류 시스템 도입 등 3자 물류회사의 입지가 더욱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난 몇 년간 급속한 변화를 보인 택배산업을 살펴본다면 정기선 시장 역시 미래의 변화 트렌드를 조금 더 예측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사료된다.

국내 택배 운송시장 현황

국내 내수 택배시장의 규모는 지난 몇 년간 급성장했다. 국내 택배 물동량은 2012년 14억개 수준에서 2018년 23.2억개로 65% 이상 증가했다. 온라인과 모바일로 물건을 구매하는 사람들이 비약적으로 증가하면서 택배 시장의 규모 증가를 견인했다. 이제는 신선식품에 해당하는 우유조차 택배를 이용해 구입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택배 물량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택배회사들의 수익성은 높지 않은 편이다. 온라인 상품매출이 증가하면서 이들 업체들의 택배단가 인하 요구가 커진 가운데 택배 업체들의 출혈 가격 경쟁이 심화되면서 영업이익률은 높지 않은 상황이다. 2000년 택배 단가는 개당 3,500원이었지만 2019년 현재, 2,000~2,300원 수준에 머물며 오히려 33% 가량 낮아졌다. 이러한 단가 하락에도 불구하고 택배업계는 가격 경쟁을 고수하고 있으며, 업계 1위인 CJ대한통운의 지난해 택배사업 영업이익은 677억원으로 3.4% 수준의 영업 이익률을 달성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택배시장은 당일 배송, 새벽 배송 등 서비스 플랫폼의 다변화를 통한 수요자들의 편의성을 제고시키면서 끊임없이 성장하고 있다. 전형적인 레드오션에 해당되며, 지난 10년 동안 운송료마저 크게 하락한 택배시장이 여전히 빛을 발휘할 수 있었던 근간에는 IT 기술의 접목 등을 통한 물류시스템 효율화가 크게 기여했다.

국내 택배시장의 물류 효율화

지난 몇 년간 택배시장의 키워드는 공유경제 플랫폼의 도입을 통한 신속 서비스 추구였다. 일부 소셜커머스 업체는 직접 물류망을 조성하고 신속배송의 가치를 구현하기 위해 새벽 배송 기간 동안 개인 차량을 갖춘 일반인을 대상으로 배송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새벽배송의 개당 운송단가는 2,000원, 주간배송 단가는 1,100원으로 일반인이 간단한 교육만으로 신속한 운송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 그 이유는 효과적인 서비스망을 구현하고 IT를 접목한 운송 지원 시스템이 가동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택배회사 역시 이러한 소셜 커머스 물류 시스템에 대항하기 위해 첨단 물류 기술 개발, 택배 서비스 개선 등 경쟁력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먼저 업계 1위인 CJ대한통운은 화물의 집하 과정에서 발생되는 물류 효율화를 최근 구현했다. 자동인식장치(ITS)의 도입을 통해 개별 택배는 바코드에 적인 위치 정보에 따라 목적지인 지역별로 자동 분류돼 기사들의 택배 분류 시간 단축에 크게 기여했다. 또한 운송 서비스의 신속도를 제고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개발한 최적 배송 루트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 화물에 대한 안전한 운송 역시 최근에 발생되고 있는 사회적 이슈사항이다. 다산 신도시의 택배 문제에서 도출된 것처럼 고객의 안전한 화물 수취 환경 제공 역시 택배회사와 고객이 함께 고민해가야 할 사항이다. 이를 위해 필요하다면 대량의 택배가 발생되는 아파트 단지 내에서는 별도의 집하장과 차량 대신 카트 또는 전기차 등을 활용한 셔틀 서비스가 제공되기도 한다.

가장 중요한 택배업계의 개선사항은 고객의 개별 요구사항을 반영한 맞춤형 서비스 제공이다. 아기를 키우는 가정이 요구하는 사항과 혼자 사는 독신세대 등 수요자의 연령별, 세대별 요구사항 들을 전사적으로 관리하고 빅데이터화해 운송 서비스의 만족도 제고에 노력하고 있다. 이상과 같은 택배업계의 서비스 고도화 전략은 정기선 운송시장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정기선 시장의 미래

앞서 살펴본 택배시장의 경쟁력 제고 노력을 간략하게 요약하자면 1. 화물 집하 시스템 개선 2. 최적 운송 서비스 도입 3. 안전한 화물 수취 환경 제공 4. 맞춤형 서비스 제공이다. 이 모든 사항은 정기선 시장에도 통용되는 전략들인 것이다.

정기선사 역시 컨테이너 박스의 유실률을 최소화하고 터미널 내에서 화물이 신속하게 수하인에게 배송될 수 있는 시스템의 효율화가 필요할 것이다. 블록체인의 활성화는 이러한 정기선 시장 전반의 물류 효율성을 제고하는 핵심 기술이 될 것으로 보이며, 송하인과 수하인 간의 안전한 화물 운송 환경을 제고시키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최적 운송 서비스의 도입 역시 ICT(정보통신기술) 기술의 접목이 필요한 분야이다. 현재 해양안전과 환경 보호를 목적으로 도입이 추진 중인 e-Navigation 시스템의 경우 전자해도를 기반으로 항법시스템을 자동화·표준화 시키는데 일조하고 있다. 이러한 기술력을 비단 안전 분야에만 접목시키기 보단 경제성에도 초점을 맞춰 최적의 경제적 항로 분석, 신속한 입출항수속 및 하역준비 등에도 도움이 되는 시스템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겠다.

마지막으로 맞춤형 서비스 제공은 앞으로 정기선사들이 풀어가야 할 숙제이다. 소비자들의 제품 구입 방식에 국경의 장벽은 의미가 없어졌다. 이제 젊은 세대 가운데 통관번호가 없는 국민은 거의 없을 것이다. 국내에서 생산된 제품조차 가격에 따라 해외에서 직구를 하며, 그 동안 해외직구의 대상국이 미국과 유럽 일부 선진국에 국한됐다면 앞으로는 중국, 베트남, 태국 등 아시아 국가들을 활용한 해외직구 역시 증가할 것이다. 태국의 팟타이 양념 까지도 직구하는 시대가 펼쳐진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 펼쳐지는 정기선 시장 변화에서 가장 중요한 사업전략은 바로 “플랫폼”의 고도화가 될 것이다. 과거에는 화주들이 운송서비스의 복잡함을 이유로 포워더를 경유한 비즈니스가 다반사였다. 이제는 정보통신의 발달로 대량 화주가 아닌 소량의 LCL화주들조차 모든 물류과정에서 직접 모니터링과 컨트롤이 가능한 시대이다. 비용 역시 과거 LCL화물이 컨테이너 박스 안의 다수의 화주들로 인해 분류작업에 시간과 추가비용이 발생됐지만, 시스템의 발달로 인해 이러한 복잡함은 점점 더 해소돼가고 있는 상황이다.

즉 앞으로 정기선사들은 고도화된 플랫폼을 도입해, 최적의 맞춤형 고객 서비스를 제공해야만 지금과 같이 화주들의 눈높이와 전문성이 고도화된 시대 속에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적어도 화주들의 눈높이를 맞추려면 내가 가진 화물을 어떤 선박을 활용해서 운송하면 좋을지를 판단할 수 있는 전 세계 컨테이너선 운항 현황 모니터링 시스템, 운송 업체를 선정 한 후 실시간으로 나의 화물이 어디쯤 이동 중이고 언제 도착할 수 있는지를 예측 할 수 있는 위치추적 시스템, 결제대금 지불의 간편화 시스템 등 모든 영역에서의 고객 맞춤 서비스가 뒤따라야 할 것이다.

택배산업의 지난 10여년간 운임이 30% 이상 하락한 것처럼 정기선 시장 운임 역시 중국 SCFI지수가 최초로 도입된 2009년 평균 1040P에서 2018년 평균 832P로 20% 하락했다. 두 산업은 모두 비슷한 환경 변화 속에서 똑같은 도전에 직면해있다. 오히려 택배산업은 대기업 유통업체의 직접 물류시스템 구축 등으로 더욱 큰 위기 상황에 직면해있다. 아마존이나 알리바바가 직접 물류산업에 진출할 경우 정기선 산업이 받는 피해는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따라서 정기선 업계는 현실상황을 직시하고 보다 나은 서비스 개선에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될 것이다.

Maersk와 같은 글로벌 정기선사들이 선대 효율화, 경영 여건 개선과 같은 내부적 숙제를 모두 해결하고 최근들어 서비스 개선에만 집중하는 동안에도 우리나라 정기선사들은 여전히 앞선 숙제 해결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기업의 생존만이 목적이 아닌 경쟁력 강화를 동시에 추구하기 위해서는 서비스의 개선이 반드시 중요하다는 인식을 택배산업을 통해 더욱 귀 기울였으면 하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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