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괄적 금지 명령에도 채권단 반선 요구
법적 다툼 여지, 선사·채권단 모두 피해

▲ 채권단이 동아탱커측에 반선과 대체선사 지정을 통보한 공문.

동아탱커가 2일자로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고 4일자로 서울회생법원으로부터 포괄적 금지명령을 받았음에도 채권자들이 BBCHP 선박에 대해 반선을 요구하고 대체 선사를 지정하겠다고 통보해와 논란이 일고 있다.

동아탱커는 채권자인 한국수출입은행과 한국산업은행, 한국해양진흥공사 등이 기한이익상실(Event of Default ; EOD)를 통보한데 이어 동아탱커가 BBCHP 형태로 소유하고 있는 선박들에 대해 반선을 요청하고 이들 선박들의 운영권을 대체선사에게 넘기라고 요구해왔다고 5일 밝혔다.

동아탱커는 현재 총 18척의 선박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중 2척은 직접 소유하고 있고 나머지 16척은 BBCHP 형태로 소유하고 있다. 채권단으로부터 반선을 요청받은 선박은 수은과 산은, 해진공이 선순위 금융을 제공하고 있는 BBCHP 선박 총 8척이다.

BBCHP는 용선기간이 끝난 후 용선자가 선박의 소유권을 취득하는 조건으로 체결된 BBC 용선계약으로 주로 편의치적국에 설립된 특수목적회사(SPC)가 명목상 소유주이지만 실질 소유주는 용선기간 만료후 소유권을 취득하게 되는 용선자가 갖는 것이 통상이다.

이번에 채권단의 동아탱커가 BBCHP 형태로 소유하고 있는 선박들에 대해 법원의 포괄적 금지명령이 내려졌음에도 EOD를 사유로 반선을 요구하는 것이 과연 법적으로 타당한 지는 향후 다툼의 여지는 남겨둘 수 있다 쳐도 이 조치가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한 동아탱커의 회생과 채권단의 채권 회수에 과연 도움이 될 것인가에 대해 논란이 커지고 있다.

동아탱커 측은 “일부 선박에 대한 채무재조정을 거치면 충분히 회생 가능한 상황으로 회생절차 개시전 자율구조조정 지원프로그램(ARS)을 통해 피해를 최소화하려고 노력해 왔다. 채권자들의 긴급한 선박 회수 조치에 당황스럽다”는 입장을 내놨다.

EOD를 사유로 BBCHP선박의 선순위 채권자가 선박 반선을 요구하는 게 타당하느냐는 향후 법적으로 다투어야겠지만 회생절차에 들어간 선사의 선박에 대해 회수조치를 하는 것은 선사의 회생을 원천적으로 봉쇄할 뿐만 아니라 채권자들의 채권 회수 가능성도 낮추는 이해할 수 없는 조치라는 게 해운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해운업계 한 관계자는 “한진해운 법정관리시 BBCHP 선박의 소유권에 대한 문제가 논란이 됐던 적이 있다. 당시 지방법원에서 그동안의 관례를 깨고 BBCHP의 선박을 한진해운 소유가 아닌 SPC 소유로 판결해 논란이 됐는데 동아탱커 채권단의 이번 조치는 아마도 이를 근거로 한 거 같다. 그럼에도 이번 조치는 동아탱커와 채권단 모두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것으로 채권단이 다소 감정적으로 대응하는 측면이 있는 거 같다”고 지적했다.

동아탱커와 채권단은 그동안 자동차운반선(PCTC) 3척에 대한 재금융 협상을 오랫동안 진행해 왔으나 이견을 좁히지 못한데다가 동아탱커가 2일 전격적으로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양측이 감정적으로 대응하기 시작해 즉각적인 선박 반선조치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채권단은 채권회수 차원에서 선박을 회수하는 게 일면 타당한 조치처럼 보이지만 이 조치로 채권단의 채권 회수율은 오히려 낮아진다는 분석이다. 주채권은행인 수은과 산은은 이번에 반선조치를 요구한 BBCHP 선박들에 선순위 금융을 제공하고 있어 선박을 반선 받으면 선순위 채권은 회수가 가능하겠지만 이와는 별도로 동아탱커에 제공한 운영자금 대출금은 회수하지 못할 가능성이 매우 커지기 때문이다.

동아탱커에 운영자금 대출로 수은은 약 385억원, 산업은행은 300억원을 제공하고 있는데 동아탱커가 회생하지 못하고 파산에 이르게 될 경우 이들 대출금 회수는 거의 불가능해진다. 동아탱커측은 “채권단 요구대로 BBCHP 선박을 반선할 경우 동아탱커의 회생을 장담할 수 없다. 동아탱커가 정상적으로 회생 절차를 진행하게 되면 BBCHP 선순위 대출에 대한 원리금 상환은 물론 운영자금 대출 역시 회생채권으로서 회수율을 크게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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