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카드, 500만불 부족으로 파국

심각한 유동성 위기에 직면한 동아탱커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채권단과 자율협약 체결, 제3자 매각 등의 다양한 회생방안을 추진했으나 성과를 내지 못했다. 동아탱커가 회생을 위해 마지막 카드로 추진했던 것이 현대글로비스와 용선계약이 체결돼 있던 자동차운반선(PCTC) 3척에 대한 재용선계약 및 재금융건이다.

6300ceu급 글로비스 카운테스호(2010년 건조), 6700ceu급 동아 메티스호(2010년 건조), 7600ceu급 동아 글라우코스호(2011년 건조) 등 총 3척의 PCTC를 보유하고 있는 동아탱커는 지난해부터 현대글로비스측과 PCTC 3척에 대해 일괄적으로 용선기간을 17년으로 변경하고 대주단과 선박금융조건을 변경하는 방안을 추진해왔다.

동아탱커는 PCTC 3척에 대한 재용선 및 재금융을 추진하게 된 이유에 대해 “유동성 문제로 지난해부터 수은과 산은측에 자율협약을 통한 채무재조정을 요청했지만 정상기업이라는 이유로 불가능하다는 통보를 받았다. 패스트트랙을 통한 회생도 검토했지만 중소기업만 해당이 돼 중견기업인 우리는 대상이 아니었다”고 밝혔다.

PCTC 재용선 및 재금융건은 용선계약기간과 BBCHP에 따른 대출채무 상환기간이 일치하지 않는 문제점을 해결하고 2~3년인 대출채무 상환기간을 17년으로 연장해 CAPEX 부담을 낮춰 유동성을 확보한다는 동아탱커의 회심의 전략이었다.

동아탱커는 현대글로비스와 PCTC 3척에 대한 재용선 협상을 진행, 용선료를 기존 일일 2만 달러에서 1만 8천 달러로 낮춰주는 대신 용선기간을 17년으로 일괄 연장키로 합의하고 채권단과 재금융 협상에 나섰다.

동아탱커는 현대기아자동차그룹 계열사로 신용위험도가 매우 낮은 현대글로비스와 17년 장기용선계약이라는 유례가 없는 좋은 용선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에 재금융에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실제는 예상과 크게 달랐다.

동아탱커가 재금융을 진행하면서 문제가 됐던 선박은 동아 메티스호다. 동아 메티스호는 기존에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선순위금융을, 부산은행이 해양진흥공사의 보증을 받아 후순위금융을 제공하는 구조였는데 후순위 보증 부문에서 문제가 발생했다는 게 동아탱커의 주장이다.

동아탱커 관계자는 “선순위 금융제공자인 산은과 수은이 금융조건을 변경키로 내부 결제를 마쳤지만 우리의 현금 유동성 상황을 잘 알고 있는 해진공이 우리가 도저히 받을 수 없는 조건을 제시하며 사실상 금융조건 변경에 동의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해양진흥공사는 후순위보증 조건으로 LTV 부족분으로 250만 달러(28억 6천만원), 5년치 보증료 125만 달러(14억 3천만원) 등 총 375만 달러(42억 9천만원) 선납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진다.

또한 해양진흥공사의 세일앤리스백(S&LB) 조건으로 재금융을 추진하던 글로비스 카운테스호에 대해서도 공사는 LTV 부족분으로 125만 달러 상환을 요구해 동아탱커가 PCTC 재금융을 위해 당장 필요한 자금은 총 500만 달러(57억원) 정도였다. 결과적으로 동아탱커는 500만 달러의 현금을 조달하지 못해 기업회생절차까지 선택하게 된 것이다.

이에 대해 해양진흥공사 관계자는 “동아탱커와 PCTC 재금융에 대해 오랫동안 협의를 진행해왔다. 우리는 내부 규정에 따라 LTV 추정을 위한 공정한 선가를 뽑기 위해 동아탱커 측에도 선가자료를 요구했고 이를 반영했다. 보증료 선납도 동아탱커에 특별히 요구한 게 아니라 공사의 보증프로그램을 이용하는 모든 선사에 적용되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공사가 고의로 동아탱커가 받을 수 없는 조건을 제시했다는 것은 전혀 사실과 다르다. 공사가 할 수 있는 최대한 조건을 맞춰서 동아측에 제시를 했다. 공사 내부규정과 외부전문가들로 구성된 보증심의위원회를 무시하는 조건으로 보증을 해줄 수는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동아탱커는 이러한 공사의 입장에 대해 “공사의 내부 규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해운재건이라는 공사의 설립 취지를 뛰어넘는 내부규정이 과연 의미가 있는가? 500만 달러의 자금이 없다는 이유로 한국해운과 한국조선업을 위해 활동해왔던 중견국적선사를 파국으로 몰고 가는 게 과연 공사의 설립 취지인지 되묻고 싶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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