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미나서 나온 현대상선 ‘클린 컴퍼니’화 주장>

지난 6월 19일 은행회관 국제회의실에서 열렸던 “해운산업 재건 성과와 미래 발전 방안 세미나”는 근래에 보기드믄 훌륭한 세미나였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참석 인원이 과거 보다 많지가 않아서 좀 한산한 느낌도 없지 않았지만, 세미나 발표자나 참가자들이 하나같이 우리 한국해운의 앞날을 걱정하는 마음을 가지고, 정성껏 준비한 것을 발표하고 심도 있는 질의응답을 전개하여 많은 박수를 받았다. 특히 제3주제인 ‘해운산업 재건 현황과 과제’라는 주제 발표 후에 진행된 패널토의에서 산업은행에서 나온 한 관계자는 “현대상선을 클린 컴퍼니로 만들자”고 주장하여 이례적으로 해운전문가들로부터 극찬을 받았다. 우리 기억에는 해운산업과 연관된 산업분야 전문가가 세미나에 참석해 이처럼 큰 호응을 이끌어냈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솔직히 얘기하자면 우리 해운인들의 가슴은 아직도 꽁꽁 얼어붙어 있는 상황이다.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서 한국해운 재건의 기치를 내걸고 노력을 하고 있고, 더구나 1년 전에 한국해양진흥공사가 설립되어 해운산업에 실질적으로 많은 도움이 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한진해운 파산의 충격파가 아직도 가시지 않고 있고, 해운시황은 끝 모르게 침체의 늪을 헤매고 있기 때문에 아직 불안할 수밖에 없다. 부정기선 부분만을 떼어놓고 보면 대부분의 선사들이 파산하여 폐허로 변한 상황이라 이런 바탕에서 희망의 불씨를 살리기는 참으로 어렵겠다는 자포자기의 심정까지 드는 것이다.

해운인들의 심정이 이처럼 어둡고 무거운 그 근저에는 ‘현대상선 문제’도 하나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원양 정기선사를 살려야 한다는 명제에도 불구하고, 한국해양진흥공사에서 엄청난 지원을 하면서 정부의 미션을 잘 수행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과연 제대로 살아날 수 있을까?’ 하는 의혹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그 많은 지원과 성원에도 불구하고 우리 원양정기선사가 하주들의 외면을 받게 된다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말끔히 해소되지 못한 까닭이기도 하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한국해양진흥공사는 현대상선의 메가 컨테이너선 20척 신조를 지원하고 현대상선의 영구채 등 5500억원을 인수하여 수익성을 개선시키는 노력을 해나가고 있다. 그러나 현대상선의 영업력은 쉽게 회복이 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올들어 1분기에만 영업적자 1057억원을 기록했다. 물론 이것은 아직도 재무구조가 취약하여 어쩔 수 없는 현상이라고 할 수 있고, 또한 영업적자 폭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는 점에서 희망적인 요인도 아주 없는 것은 아니나 많은 전문가들은 이것을 해결이 불가능한 구조적인 문제로 보고 있는 것이다.

6월 19일 해양진흥공사와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이 공동 주최한 세미나에서 산업은행의 장세호 산업혁신금융 단장도 “현대상선이 과거부터 갖고 있는 높은 용선료를 자본비로 전환해 보면 10% 정도가 되는데, 영업구조로 봤을 때 영업이익률을 15%이상 올리지 않으면 당기순익을 낼 수 없는 구조”라고 지적하고 “따라서 teu당 1000달러 하는 운임을 50달러에서 100달러를 더 받아야 하는데, 그러면 국내 하주들이 현대상선을 쓰려고 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자본비, 즉 금융조달 비용이 너무 높아서 경쟁력을 가질 수 없다는 지적을 한 것이다. 장세호 단장은 머스크와 비교했을 때 현대상선의 자본비가 3~4배 정도 높다고 지적했다.

장 단장은 용선료만 높은 것이 아니라는 지적도 했다. 한국선박금융을 통해서 신조 메가컨선을 지원할 때의 금리는 7.5%로 높고, 컨테이너 박스를 확보할 때는 관리회사까지 새로 선정해야 하므로 1%정도의 금리가 추가되어 8,5%정도의 금리가 붙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같은 장 단장의 주장에 대해서 한국해양진흥공사측에서 나온 관계자는 그렇게 높은 금리인지는 확실하지 않다고 했지만, 강한 부정도 하지를 못했다.

이렇게 현재 상황으로서는, 정부나 해양진흥공사에서 많은 지원을 하더라도 현대상선이 국제경쟁력 갖추기 어렵다고 보는 입장에서 먼저 현대상선을 클린 컴퍼니로 만든 다음에 지원을 해야 한다는 ‘새 집짓기’ 이론이 등장하는 것이다. 19일 KDB산업은행 장세호 단장이 주장한 내용도 이와 유사한 것이다. 새로 부지를 마련하여 땅도 고르고 기반을 다져서 새로 튼튼하고 멋있는 집을 지어야 한다는 것이다. 허물어져 가는 집에다가 석가래 걸고 대못질 해봐야 소용이 없는 것처럼, 아예 별도의 멋진 집을 지어야 한다는 것이다. 장 단장은 이 새로운 집에 해양진흥공사와 산업은행은 물론, 현대상선도 출자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해운전문가들은 현대상선을 내버려두고 새로운 클린컴퍼니를 세워서 국제경쟁력을 갖춘 ‘국적원양 정기선사’를 탄생시켜야 한다는 산업은행 관계자의 발언에 모두들 동의하고 찬성하는 말들을 쏟아냈다. 현대상선이 부채가 없는 아주 건전한 국민기업으로 재탄생하여 세계무대에서 머스크, MSC, CMA-CGM 등과 어깨를 겨룬다면 이 보다 좋을 수는 없을 것이다. 이렇게만 할 수 있다면, 원양 정기선해운을 다시 살리는 길이요, 해운업계가 다시 부활하는 길임을 우리는 믿어 의심치 않는다.

하지만 클린 컴퍼니를 세우면서 뒤에 남게 되는 현대상선의 많은 부채를 어떻게 해결해 나갈 것이냐 하는 것은 여전히 숙제가 아닐 수 없다. 물론 대주주인 산업은행에서 다 인수해 준다면 좋겠지만, 금융기관의 속성상 그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따라서 기존의 부채를 처리하는 방안까지를 포함하여 이제부터 현대상선의 ‘클린 컴퍼니’화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시작돼야만 한다고 본다. 중요한 것은 정부와 공사와 은행이 합심하여 현대상선의 국제경쟁력을 온전히 살려내는 방안을 찾아내지 않고서는 ‘백약이 무효’라는 점을 꼭 명심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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