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현 교수(고려대학교 로스쿨, 선장)

▲ 김인현 교수

지난 2019년 6월 20일 부산 파라다이스 호텔에서 개최된 세계조사관 대회를 다녀왔다. 우리나라의 해양안전심판원(이하 해심원)이 초청국가가 돼 호주, 중국, 캐나다, 싱가포르, 한국 등의 전문가들을 초빙해 해양사고조사에 대한 기술의 발전과 해양사고의 재발방지를 도모했다. 올해로 제7회째를 맞이했다. 각국 전문가들의 6개 세션 발표가 있었고, 필자는 전체 토론의 사회를 맡았다.

국제회의이니 만큼 회의는 영어로 진행됐고(통역제공), 전문가 60여명이 참석했다. 점심과 저녁식사 등 음식도 맛있었고, 장소도 해운대 바다를 배경으로 한 호텔의 선정이 아주 좋아서 외국인들도 모두 좋아했다. 주최측의 세심한 준비와 배려가 돋보였다. 몇가지 참석소감을 적는다.

첫째, 우리나라가 주도적으로 이러한 국제회의를 무리없이 깔끔하게 처리한다는 것이 감명깊었다. 1박 2일의 깔끔한 회의진행에는 박준권 중앙해심원장, 홍종욱 수석조사관, 장근호 부산지방해심원장 등 이하 여러 직원들의 노고가 숨어있었다. 찬사를 보낸다. 해양수산분야에서 다수의 외국인들과 함께 국제회의가 진행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이미 7년전부터 해심원에서 이런 행사를 진행해 온 점은 잘 된 일이다.

둘째, 외국에서는 해양사고 조사관들의 과학적 조사를 위해 다양한 교육 제도를 도입하고 있음을 알게 됐다. 호주와 같은 경우 호주의 유명대학에 위탁해 교육을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었고, 캐나다의 경우도 1년 이상의 장기에 걸친 교육과정이 있었다.

우리나라의 사정은 어떠한가? 우리나라는 해기사 경험이 있는 공무원들을 조사관으로 보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들이 선박의 항해와 기관에 대해는 식견이 있을 것이지만, 사고조사를 위한 기법이나 적용 법률에 대해는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에 외국과 같이 체계적인 교육제도가 필요할 것이다. 현재 고려대 로스쿨과 해심원이 업무협약을 체결해 2년에 한번씩 1주간 심판관과 조사관을 위한 보수교육을 시키고 있는 바, 이를 확대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다. 물론 교육을 위한 예산마련이 선행돼야 할 것이다.

셋째, 호주, 캐나다 및 싱가포르의 경우 해양사고 조사 기구는 단순히 조사만 하는 곳으로 기능하고, 이들은 육상, 해상, 항공을 포함하는 교통기관조사국의 일부를 이루고 있다는 점이 우리와 큰 차이가 났다.

우리나라에서 사고의 원인은 조사관의 조사보고서로 종료되는 것이 아니라 심판원의 심리를 거쳐서 심판관들이 내리는 원인재결과 징계재결에서 최종 결정된다. 그리고 해심원은 다른 교통사고조사기구와 독립돼있다. 해양사고 조사의 독립성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했다.

IMO에서는 조사기구는 독립되고 그 조사내용이 형사나 민사에 사용되지 않도록 하고 있다. 이렇게 돼야 조사를 받는 사람들이 제대로 진술을 할 것이기 때문에 이는 올바른 방향이다. 이에 대해 우리 해심원은 중요사항은 특별조사부를 구성해(해양사고의조사및심판에관한법률 제18조의3) 독자적인 조사보고서를 작성해 IMO에 제출하고, 기존의 해양사고는 여전히 조사관의 조사→심판부의 심판으로 진행하고 있다. 약간 우회하기는 하지만 우리 고유의 해심제도를 반영한 중도안으로 통용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

넷째, 세미나 중에 제기된 질문에 대한 것이다. 외국에서도 조사관의 조사보고서는 민사나 형사재판에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데, 그러면 해양사고를 일으킨 자들이 해양사고의 민사 형사재판에서는 어떻게 되는가라는 점이다.

해양사고가 발생하면, 관련자들은 민사책임, 형사책임 그리고 행정법상의 책임을 부담한다. 양사고의 조사는 조사로 완결돼야한다는 것은 책임과 무관해야한다는 의미이다. 예컨대, 면허를 소지한 선장이 대형 해양사고를 일으킨 경우 그와 그의 선주는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게 된다. 선장은 형사상 처벌을 받기도 한다. 이때 해심의 조사관이 작성한 보고서는 재판에 증거로 사용되지 못하고, 민사재판 혹은 형사재판에서 이와 별도로 진술을 해 이것이 증거로 사용되게 된다.

행정법상의 책임은 우리나라의 경우 해심원에서 묻기도 하고 이것이 고등법원과 대법원에서 행정소송으로 처리된다. 해심원이 내리는 징계재결이 이의 일부이다. 이때에도 조사관의 조사보고는 증거로서 사용될 수 없기 때문에 분리돼 새롭게 증거를 만들어야 한다.

넷째, 중국에서는 해양사고 조사의 발전된 기법을 설명해 주었다. 과학적인 조사를 위한 장비의 소개, 선박에 부착된 항해장비를 활용해 사고를 재현하는 것도 인상 깊었다. 호주에서는 충돌과 화재조사의 실례를 들어주었다. 이러한 선진된 조사기법은 단순히 조사관만으로 국한할 것이 아니라, 선박회사의 담당자, 해상로펌의 해기전문들도 필수적으로 알아야 할 사항으로 보였다.

다섯째, 우리나라도 외국과 같이 1년 과정의 해양사고조사 교육제도를 마련해 해양안전심판원의 조사관, 심판관, 선박회사의 해무담당자, 보험회사, 법률사무소의 해기 전문가 혹은 변호사를 대상으로 하면 성과가 있을 것이다. 해양사고조사는 국제적으로 공통된 요소들이 많기 때문에 우리나라가 중국, 일본, 싱가포르, 대만을 아우르는 교육제도를 만들면 연간 10명의 수요는 충분할 것으로 판단된다. 교육과정에는 해양사고조사 기법, 현장 실습, 선박 항해학과 기관학의 요지, 해상교통법, 형사소송법, 조사보고서 작성, 재결서 작성, 인과관계의 법리, 해양사고 관련 형법 규정 등이 포함되면 될 것이다.

큰 규모의 국제행사를 잘 기획하고 깔끔하게 마무리한 해심원 관계자들에게 축하와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2019.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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