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무현 “설계인력 부족이 합병추진 원인”
“합병해도 설계인력 부족문제 해결 못해”

중국의 2대 조선그룹인 중국선박공업집단(CSSC)과 중국선박중공집단(CSIC)이 전격적으로 합병 결정을 발표했지만 양사의 합병으로 기대할 수 있는 것은 사실상 아무것도 없다는 분석이 나왔다.

하나금융투자의 박무현 애널리스트는 “CSSC와 CSIC가 합병을 추진한 이유는 설계기술인력을 모으려는데 있다. 그러나 양사가 합병한다고 해서 숙련된 설계기술인력이 갑작스레 늘어나지 않는다. 양사 합병에 따른 별다른 실익은 없다”고 밝혔다.

박무현 애널리스트는 5년전 일본 조선업계가 합종연횡을 했던 것도 설계기술인력 때문이었지만 아직까지도 설계기술인력 부족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선사들이 최근 한국 조선소에 LNG선을 발주하기 시작한 것도 결국 설계기술인력 부족 문제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중국 2대 조선그룹이 합병 카드를 선택했지만 자국 발주에 의존하는 중국 조선업의 한계가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다는 게 박무현 애널리스트의 분석이다. 중국 조선은 현재 1582척의 수주잔량을 보유한 세계 1위지만 474척이 벌크선으로 비중이 가장 크고 1만 2천teu급 이상 메가 컨테이너선, LNG선, VLCC 등 주요 상선 수주는 대부분 자국발주물량에 그치고 있다.

반면 한국조선은 주요 상선 부분에서 앞도적인 수주잔고를 보여주고 있다. 먼저 LNG선을 살펴보면 전세계 수주잔량은 116척인에 이중 한국조선소 수주잔량이 무려 89% 103척에 달한다. VLCC 수주잔량은 82척인데 한국이 54%인 44척을 보유하고 있는데 대우조선이 25척, 현대중공업이 19척이다. 중국조선소가 21척을 보유하고 있으나 이중 16척이 중국선사 발주 물량이다.

수에즈막스 탱커 수주잔량은 51척이며 한국이 70%인 36척, 아프라막스 탱커 수주잔량은 45척이며 한국이 14척, 일본이 13척, 중국이 11척을 보유하고 있다. MR탱커 수주잔량은 146척인데 한국이 58%인 85척을 보유하고 있다. 85척중 67처은 현대미포조선이 보유하고 있어 MR탱커 부문에서는 압도적인 세계 1위에 랭크돼 있다. 대형LPG운반선인 VLGC 수주잔량은 41척인데 한국이 46%인 19척을 보유하고 있다.

1만 2천teu급 이상 메가 컨테이너선의 수주잔량은 95척이며 이중 55%인 52척을 한국조선이 보유하고 있다. 중국조선도 32척을 보유하고 있으나 이중 18척은 자국발주 물량이다.

박무현 애널리스트는 “중국조선의 주요 상선 수주 경쟁력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CSSC와 CSIC가 합병을 통해 스스로 경쟁력을 높여본다고 해도 한국조선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지 못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들어 신조발주물량이 증가하고 있으나 중국과 일본이 부진하면서 한국조선이 좋은 선가로 건조 물량을 확보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박무현 애널리스트는 “최근 신조발주물량이 증가하는 이유는 연비경쟁과 선박 기술 사양의 진화 때문이다. 설계기술 인력이 부족한 중국과 일본조선의 선박 건조 지연이 심해지면서 양국의 수주실적은 급감하고 있으나 한국조선소는 양호한 수주실적이 기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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