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정동국제 서동희 대표변호사

▲ 서동희 변호사

화주가 해상운송주선인에게 수출 화물의 운송을 의뢰했는데 운송의 전 과정에서 화물의 멸실 또는 손상 사고가 나는 경우가 있는데 이때 화주는 해상운송주선인에게 손해배상청구를 하게 된다.

특히 특수 컨테이너를 갑판적 운송하다가 황천을 만나 멸실 또는 손상 사고가 발생하면 이는 고박불량에 기인한 것이므로 고박불량은 자신이 책임 질 사항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경우가 적잖이 있다. 또 해상운송주선인은 손해배상책임의 제한을 원용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경우를 보게 된다.

많은 경우 화주는 해상운송에 대해 경험이나 지식이 미약해 자신이 선임한 해상운송주선인에게 해상운송 업무와 부수 업무를 전적으로 맡기고, 해상운송주선인을 전적으로 신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러한 경우 그 해상운송주선인이 화주에 대해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주의의무가 있는지 여부가 그간 확실하지 않았다고 본다. 그런데 이번 대법원의 판결은 운송주선인에게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주의의무가 있음을 명백히 판시해 이 부분 법률관계를 보다 확실하게 정리해 주었다.

즉, 대법원 판결은 “원고[복합화물운송주선사업을 영위하는 회사이었음]는 이 사건 화물들 운송과정에서 운송인의 선택과 운송계약 체결뿐만 아니라 인천항 보세창고 보관, 통관절차 진행, 국내 배송(또는 그 운송계약 체결)까지 위임받았고, 위임받은 사무를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써 이행할 의무가 있다고 보아야 한다”고 판시했다(대법원 2018.12.13. 선고 2015다246186 판결).

대법원은 이러한 내용을 판시하기에 앞서서 해상운송주선인의 통상적인 업무 형태에 대해 중요한 판시를 한 바 있다. “운송주선인은 위탁자를 위해 물건운송계약을 체결할 것 등의 위탁을 인수하는 것을 본래적인 영업 목적으로 하나, 이러한 운송주선인이 다른 사람의 운송목적의 실현에 도움을 주는 부수적 업무를 담당할 수도 있는 것이어서 상품의 통관절차, 운송물의 검수, 보관, 부보, 운송물의 수령인도 등의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것이 상례이다”라고 판시했다.

대법원의 이 판시사항은 현실을 정확히 꿰뚫은 정확한 판결이라고 본다. 물론 필자가 여기서 말하는 해상운송주선인이란 복합화물운송주선사업을 영위하는 회사를 말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자 한다. 사실 수출 수입 업무를 하는 해상운송주선인은 모두 복합화물운송주선사업을 하는 것이고, 물류정책기본법상의 국제물류주선업을 영위하고 있다.

뒷부분 판시 사항은 오래 전 대법원 1987.10.19. 선고 85다카1080 판결에서도 판시되기는 했으나 오랜만에 이 부분을 판시한 것은 의의가 크다고 본다.

이번에 내려진 대법원 판결의 사안은 해상운송주선인인 주식회사 씨엔에스로지스틱스가 자신의 업무 수행 중 화물이 창고에서 보관하고 있던 중 화재가 발생해 화물이 전소되는 사고가 발생했으니, 자신이 화주 등에게 법적 배상책임을 지게 되었다면서 피고 에이스 아메리칸에게 보험금을 지급해 달라고 청구한 사건이었다.

이에 대해 피고 에이스 아메리칸은 창고업자는 원고 씨엔에스로지스틱스가 운송주선업무의 일환으로서 화주에게 창고업자를 추천해 주었으므로, 원고 씨엔에스로지스틱스가 창고업자의 잘못에 대해 책임을 질 이유가 없으니 보험금을 청구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는데 항소심은 이 주장을 수용해 원고의 청구를 기각시켰었다.

그러나 대법원은 항소심 판단과 정반대로 위 두가지 사항을 판시한 다음 창고업자는 원고 씨엔에스로지스틱스의 이행보조자에 해당된다고 보고 창고에서 화물이 소실된 것에 대해 원고 씨엔에스로지스틱스가 법적 배상책임을 진다고 판단하면서 보험금 지급 책임을 인정했다.

위 대법원 판결이 명백히 한두 가지 판시사항은 지극히 타당한 것이며, 그간 이 부분이 불분명해 소송에서 당사자간 수많은 공방이 오고 가면서 비용과 시간을 낭비하는 비효율적인 재판이 반복되었는데, 이러한 폐해가 상당 부분 제거되게 되었다고 감히 평석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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