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현 교수(고려대 로스쿨)

▲ 김인현 교수

1. 사실관계

甲이라는 선주는 선박을 정기용선한 자이다. 인천에 그 선박이 입항하자 甲은 예선 서비스를 요청하여 원고의 예선이 제공되었다. 甲이 예선료를 주지않자 예선회사는 선박우선특권에 기해서 예선을 제공받은 바로 그 선박에 대한 임의경매 신청을 하였다. 1심법원은 이를 인정하였지만, 2심법원에서는 이를 부인하였다. 정기용선된 선박에 대하여 선박우선특권의 행사는 불가하다는 내용이었다. 이에 예선회사는 대법원에 결정을 구하였다.

우리 상법에 의하면 예선료, 도선료 채권을 가진 자는 채무자에게 청구를 할 수 도 있지만, 예선료와 도선료가 발생한 바로 그 선박에 대하여 임의경매를 신청할 수 있는 소위 선박우선특권이 허락된다. 그런데, 채무자가 소유하는 선박과 선체용선(나용선)한 선박에는 상법의 규정(제777조, 제850조 제1항)에 의하여 이것이 가능한데, 과연 정기용선된 선박에는 가능한지 여부가 문제되었다. 1심법원은 가능, 2심법원은 불가능으로 각기 달리 판단하였고, 대법원은 아래와 같이 판시하였다.

2. 대법원의 판시내용(대법원2019.7.24.선고 2017마1442결정)

정기용선의 경우 제3자에 대한 법률관계에 관하여 상법은 아무런 규정을 두지 않고 있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이유로 선체용선에 관한 제850조 제2항의 규정이 정기용선에 유추적용되어 정기용선된 선박의 이용에 관하여 생긴 우선특권을 가지는 채권자는 선박소유자의 선박에 대하여 경매청구를 할 수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

가) 정기용선계약은 선체용선계약과 유사하게 용선자가 선박의 자유사용권을 취득하고 그에 선원의 노무공급계약적인 요소가 수반되는 특수한 계약관계로서 정기용선자는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화물의 선적, 보관 및 양하 등에 관련된 상사적인 사항의 대외적인 책임관계에 선체용선에 관한 상법 제850조 제1항이 유추적용되어 선박소유자와 동일한 책임을 부담한다(대법원 1992.2.25.선고 91다14215판결; 대법원 2003.8.22.선고 2001다65977판결)

나) 선체용선에서 선박의 이용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는 선체용선자만이 권리 의무의 주체가 되고 선박소유자와 제3자 사이에는 원칙적으로 직접적인 법률관계가 발생하지 않는 것이나, 상법은 선박채권자를 보호하기 위하여 제850조 제2항을 두어 선박우선특권은 선박소유자에 대하여도 효력이 발생하고 그러한 채권은 선박을 담보로 우선변제를 받을 수 있도록 하였다. 이와 같은 선박채권자 보호의 필요성은 선체용선과 정기용선이 다르지 않다.
  
특히, 상법 제777조 제1항 제1호에 규정된 예선료채권을 보면, 채무자가 선박소유자 또는 선체용선자인지, 정기용선자인지를 구별하지 않고 우선적으로 보호하여야 할 필요성이 크다. 예선업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예선의 사용 요청을 거절하지 못하고(선박의입항및출항 등에 관한 법률 제29조 제1항), 정당한 이유없이 이를 위반하여 예선의 사용 요청을 거절한 때에는 형사처벌을 받는다(동법 제55조 제4호). 이처럼 예선업자는 대상 선박을 이용하는 자가 누구인지 여부와 상관없이 예선계약의 체결이 사실상 강제될 뿐만 아니라 현실적으로 예선계약 체결 당시 예선료 채무를 부담하는 자가 선박소유자인지 여부 등을 확인하기도 곤란하다.(주문: 원심결정을 파기하고 사건을 인천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3. 의견

본 대법원 판결은 해상법에서 가장 중요한 판결의 하나로 기록될 것이다. 정기용선계약은 선체용선(나용선)보다 늦게 도입된 것으로 그 법적 성질이 무엇인지에 대하여 공백상태로 남아왔다. 선박소유자와 용선자 사이의 법률관계는 용선계약에 따라 처리하면 되었다.

그렇지만, 화주나 충돌의 상대방에 대하여는 과연 선박소유자가 책임의 주체가 되는지 아니면 용선자가 되는지 지금까지도 의문으로 남아있다. 제3자와의 관계는 당사자들이 법률로서 정할 수 없기 때문에 권리와 의무의 주체를 법률에서 정함으로써 해결이 된다. 우리 상법은 독일, 일본의 예를 따라서 상법 제850조를 두어 선체용선의 경우 선체용선자가 제3자와의 관계에서 권리와 의무를 가진다고 했다. 그렇지만, 정기용선의 경우 규정이 없었다. 현재에도 마찬가지이다. 이러한 경우 법률의 공백을 메우는 방법으로 해당계약의 법적성질을 파악하여 이것이 관련 규정의 계약과 유사하다면 그것을 유추 적용하는 것이다. 정기용선계약이 선체용선(나용선)의 법적 성질인 임대차와 유사하다면 상법 제850조를 적용하게 된다.

상법 제850조(선체용선과 제3자에 대한 법률관계)

➀ 선체용선자가 상행위나 그 밖의 영리를 목적으로 선박을 항해에 사용하는 경우에는 그 이용에 관한 사항에는 제3자에 대하여 선박소유자와 동일한 권리의무가 있다.

➁ 제1항의 경우에 선박의 이용에 관하여 생긴 우선특권은 선박소유자에 대하여도 그 효력이 있다. 다만, 우선특권자가 그 이용의 계약에 반함을 안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본 사안에서 문제가 된 것은 상법 제850조 제2항을 정기용선에도 유추적용할 수 있을 것인가에 있었다. 상법 제777조에 의하여 예선업자는 선박우선특권을 가진다. 서비스가 제공된 선박에 대하여 선박우선특권을 행사할 수 있는데, 우리 법은 대인소송이기 때문에 채무자와의 관련성을 고려하게 된다. 상법 제850조 제2항은 선체용선자가 채무자인 경우에도 선체용선된 선박은 선박소유자에게도 효력이 있어 선박우선특권 행사의 대상이 된다는 내용이다. 그러면 본 사례와 같이 정기용선된 선박에 대하여는 규정이 없는데, 어떻게 할 것인가? 원심(2심법원)은 정기용선된 선박에 대한 선박우선특권의 효력을 부인하였으나, 대법원은 이를 인정하였다.

이 문제는 결국 정기용선의 법적 성질이 선체용선(선박임대차)와 유사한지에 있었다. 본 판결에서 대법원은 1991년 대법원의 정기용선은 선박임대차와 유사하다는 판결, 정기용선에는 항해사항과 상사사항이 있는데 상사사항에 대하여는 정기용선자가 자유사용권을 가지므로 상법 제850조 제2항을 유추적용할 수 있다고 보았다. 본 판결은 대법원이 정기용선의 법적 성질을 선박임대차와 유사하다고 본 것이다(선박임대차는 2007년 개정상법에서 선체용선으로 용어가 변경됨). 대법원은 여기에 선박입출항법상 예선업자는 예선서비스의 강행성도 있으므로 예선업자의 보호필요성도 강조했다.

그렇지만, 정기용선에 대한 전체적인 대법원의 입장을 정리해보아야 한다. 대법원은 2003년 예인선판결에서 선박충돌사고의 손해배상책임은 선박소유자가 부담한다고 보았다. 정기용선의 사항을 항해사항과 상사사항으로 나누어서 항해사항은 선장은 선박소유자가 선임 관리 감독하므로 사용자 책임을 선박소유자가 부담하는 것이라고 본 것이다(상사사항은 정기용선자의 부담). 만약 정기용선의 법적 성질이 선박임대차라고 보았다면, 상법 제850조 제1항에 따라 정기용선자가 선박충돌책임의 주체가 되었을 것이다(현재 일본 최고재판소의 입장이다). 이번 판결은 이 2003년 판결의 연장선에서 선박우선특권의 발생 등은 선박의 사용에서 나온 것으로 상사사항으로 보았다. 정기용선자는 영업에 대하여 자유사용권을 가지므로 선박임대차와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정기용선과 관련하여 책임관계는 아래와 같이 정리할 수 있다.
(1) 선박연료유의 공급은 누가 해야하는가?- 용선계약에 따라 정기용선자 부담
(2) 선하증권이 발행된 경우 운송물 손해배상책임은 누가 부담하는가? - 대법원은 1991년 판결에 따라 정기용선자가 책임을 부담한다고 판단함. 상법 제850조 제1항이 유추적용됨. 그러나, 실무에서는 운송인이 누구인가에 따라 책임자가 결정되어야 한다고 입장이 주류임.
(3) 선박충돌사고시 책임의 주체는?- 대법원  2003년 판결에 따라 선박소유자가 부담.
(4) 정기용선된 선박에 선박우선특권이 허용되는가?- 대법원 2019년 판결에 따라 가능함. 상법 제850조 제2항이 유추적용됨.

본 판결은 선박을 운항하는 선사에게는 불리한 판결이다. 정기용선된 선박의 선적이 우리나라인 경우 도선료, 예선료 등이 발생하면 우선특권의 대상이 된다. 그러나, 상법 제850조 제2항 단서를 활용하여, 그들에게 본 정기용선은 선박우선특권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점을 미리 알린다면 우선특권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또한 외국적 요소가 있는 경우 선박우선특권의 허용여부는 국제사법상 선적국법에 의한다(국제사법 제60조). 러시아 선적의 선박이 우리 법원에서 문제가 발생되면 선적국법이 적용되는 바, 대법원은 정기용선의 경우는 선박우선특권이 불허된다고 판시한 바 있다.

정기용선의 대외적인 책임관계는 계속적으로 문제가 되므로 상법에 명확한 규정을 두는 것이 좋을 것이다.

※이와 관련 아래의 논문을 참고바람.

- 권성원, “선박우선특권의 실행방식 변경 및 피담보채무자의 범위제한에 관한 고찰”, 한국해법학회지 제39권 제2호(2017.11.)
- 김인현, “정기용선자가 발생시킨 채권의 선박우선특권 성립여부”, 상사법연구 제37권 2호(2018.8.)
- 김인현, “선박우선특권상 채무자와 선적국의 의미”, 상사판례연구 제28집 제4권(2015)
- 손점열, “선박우선특권에 의항 선박채권자의 보호-개선방안을 중심으로”, 고려대학교 법학박사학위논문(20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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