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항공산업, 하반기도 ‘가시밭길’ 예고

올해 2분기 국내 항공사가 일제히 부진한 영업실적을 기록했다. 대형항공사(FSC)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약 1000억원, 양호한 실적을 시현하던 제주항공, 진에어 등 저비용항공사(LCC)도 200~300억원 내외의 분기 영업적자를 기록한 것.

이는 현재 이슈가 되고 있는 반일감정 고조에 따른 일본 여행객 감소가 시작되기 이전 영업실적이어서 호조세를 지속해온 항공사 영업실적이 이처럼 둔화된 원인에 관심이 집중됐다.

한국신용평가 기업평가본부 박소영 수석애널리스트는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이와 관련해 △아웃바운드 여객 수요 성장 둔화 △비용 증가 및 환율 상승 △항공화물 수요 부진 △한-일 오교갈등에 따른 이벤트 리스크 등이 주요 요인이라고 밝히고, 당분간 영업환경 및 실적을 중요하게 모니터링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해운신문은 한국신용평가가 발표한 ‘항공업계 실적 부진, 원인과 향후 전망은?’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2분기 국내 항공업계 실적 부진의 원인과 향후 전망에 대해 살펴봤다.

2019년 2분기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양대 항공사 모두 약 100억원 내외의 영업실적을 기록했다. 이와 같은 분기 영업적자는 대한항공의 경우 2013년 1분기 이후,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외부감사 과정에서 회계처리 방식 변경이 있었던 2018년 4분기 제외시 최대 규모이다.

부진한 영업실적을 기록한 것은 비단 대형항공사 뿐만이 아니다. 제주항공, 진에어 등 주요 LCC 역시 200~300억원의 분기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높은 항공수요 성장의 수혜를 온전히 누리며 매출성장과 수익성 개선세를 보여온 최근 영업실적과는 대조적이다.

박소영 수석애널리스트는 계절성을 나타내는 항공업의 특성상 2분기는 비수기에 해당하나, 이러한 점을 감안해도 금번 실적은 예년 대비 크게 부진하다고 지적했다. 한일 외교갈등이 7월부터 본격화되었음을 감안하면 각 항공사들의 2분기 실적에 영향을 미칠만한 이벤트도 없었다는 것이다.

아웃바운드 여객 수요 증가세 둔화

국내 경제성장률 하락, 소비심리 저하 등으로 인해 내국인 출국자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으며 이는 높은 수요성장세의 수혜를 누리며 공격적인 영업확장 전략을 전개해 온 LCC에 더욱 큰 부담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다.

박 애널리스트는 최근 항공수요 성장이 내국인 출국 수요가 견인하는 양상이었으나 2018년 내국인 출국자 수는 전년 대비 10%, 2019년 상반기에는 전년동기 대비 5% 증가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중국의 경제보복으로부터 회복하며 2018년 13%, 2019년 상반기 전년동기 대비 17% 성장을 보이고 있는 외래객 입국자 수의 높은 성장과 상반된다는 것이다.

여객 수요 성장세 둔화는 주로 경기 부진, 소비심리 저하에 기인하는 것으로 판단되나, 유가 상승세와도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내국인 출국자 수 성장세는 2014년 4분기 유가 급락 이후 급격히 상승했으며, 2017년 상승세로 전환한 항공유가가 2018년 1분기 배럴당 80달러를 상회한 이후 크게 둔화됐다.

또한 아웃바운드 중심의 수요 둔화는 상대적으로 내국인 의존도가 높고, 수요의 소득 및 가격 탄력성이 큰 LCC에 상대적으로 큰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FSC 역시 이와 같은 수요성장 둔화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것으로 전망됐다.

LCC의 경우, 지난 5년간 평균(CAGR) 40%에 육박했던 LCC 국제여객 운송량 증가율은 2019년 상반기 15% 수준으로 하락했다. 여기에 성장세 둔화로 인한 업체 간 경쟁 심화로 단가 역시 하락하며 매출 성장률은 더욱 저하되었다.

FSC는 2019년 상반기 여객부문 매출액이 각각 4.1%, 1.4% 증가했으나, 현재 진행되고 있는 한일 갈등으로 인한 일본 노선 수요 감소 등 수요의 높은 성장성이 회복되지 못하면 경쟁 심화와 단가 하락으로 FSC 영업실적 역시 부정적인 영향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박 애널리스트는 예상했다.

고정비 증가 및 환율 상승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최근 수년간 지속되어온 우호적인 수요환경과 치열한 공급경쟁 등을 감안하여 연료 효율성이 높은 차세대 항공기 및 장거리 기재를 도입하며 기단 경쟁력 강화에 힘썼다. 이에 따라 임차료/감가상각비, 정비비 등의 부담이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양호한 매출 성장이 지속되던 시기에는 항공기단 확대에 따른 비용 증가를 감내할 수 있었으나, 외형성장세가 둔화되는 가운데 여전히 높은 기단 유지비용, 임단협 타결, 최저 임금 상승 등으로 인한 인건비, 객화비, 조업비 등의 상승은 영업수익성 저하로 직결됐다.

공격적인 공급확대와 항공기 도입을 통해 평균(CAGR) 20~30%의 외형성장세를 지속해온 LCC의 경우에도 인건비, 임차료, 감가상각비, 정비비 등 고정비 부담이 동시에 큰 폭 증가했다. 이에 매출 성장률이 과거 대비 크게 저하된 진에어와 에어부산 뿐만 아니라, 상반기 10% 이상의 매출성장률을 기록한 제주항공과 티웨이항공도 비용 상승분을 감내하지 못하고 부진한 영업실적을 기록했다.

이와 더불어 2019년 상반기 평균 환율이 전년동기 대비 약 65원 상승함에 따라 유류비, 정비비 등 외화결제 비용의 실질 부담이 증가했다. 대한항공은 영업수익의 50% 미만, 영업비용의 60% 내외가 외화로 발생하고 있어, 환율 상승으로 인해 영업이익이 약 550억원 감소하는 효과가 나타났다. 아시아나항공은 수입의 약 40%, 지출의 약 60%가 외화로 발생하고 있으며, 2019년 상반기 환율상승에 따른 영업이익 감소폭은 약 650억원에 달했다.

2019년 8월 미중 무역분쟁 격화, 한일 갈등으로 인해 원화가치가 추가적으로 하락하여 달러 환율은 1210원, 엔화환율은 100엔당 1130원 수준에서 형성되고 있다. 원화가치 하락은 앞서 언급한 실질 이익 감소 외에도 여행수요를 둔화시키기도 한다. 또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각각 순외화부채 87억달러, 37억달러를 보유하고 있어 환율번동에 따른 재무안정성의 변동성 역시 높다. 당분간 대외환경의 불확실성이 지속될 것으로 보이며, 연말까지 이와 같은 추세가 이어질 경우 영업 및 영업외손익 뿐만 아니라 재무안정성 측면에서도 부정적인 영향이 불기피할 것으로 박 애널리스트는 전망했다.

화물 수요 부진

화물 수요 부진은 양대 FSC인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영업실적 저하의 중요한 요인이다. 2013년 이후 높은 성장세를 지속해온 화물 수요가 2018년 말부터 약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글로벌 경기 성장 둔화에 따른 물동량 감소에 주로 기인하며, 특히 미중 무역분쟁에 따른 중국 수출 부진의 영향으로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교역량 약세가 부각되고 있다.

우리나라 항공화물 운송량은 전자상거래 발달에 따른 특송화물, 프로세서와 컨트롤러 등 IT 제품 등 물동량 증가에 힘입어 2013년 이후 연평균 5% 이상 성장률을 기록해 왔으나, 2018년 12월부터 2019년 6월까지 7개월 연속 전년동기 대비 3~4% 감소했다.

대한항공 2019년 상반기 화물 매출액은 1조2746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9.6% 감소했는데, 이는 수송량(FTK)이 전년동기 대비 약 10% 감소한 데에 기인한다. 대한항공은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이 핵심 사업경쟁력인 화물 사업에서 글로벌 6위의 우수한 시장지위를 보유하고 있으며, 수요 감소에도 적극적인 공급축소보다는 단기적으로 손실을 감내하며 공급 규모 및 단가를 유지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이에 Load Factor는 하락했으나 신선화물, 의약품 등 고단가 화물 유치에 힘입어 수송단가(Yield)는 전년동기 대비 소폭 상승했다.

아시아나항공 2019년 상반기 화물 매출액은 6268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7.2% 감소했으며, 수송량(FTK) 역시 6.5% 감소했다. 다만 탄력적으로 공급을 축소하여 Load Factor가 전년동기 대비 1.8%p 하락에 그쳤고, 수송단가(Yield) 하락폭도 크지 않았다.

박 애널리스트는 글로벌 경기변동에 노출되는 화물 사업의 성격상 당분간 경제성장 둔화, 각국의 보호무역주의 등에 기인한 물동량 감소로 인해 항공화물 수요 약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면서, FSC에는 화물 사업의 이익기여도가 높은 가운데, 각 사가 전개하는 영업 전략과 그 성과에 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일 외교갈등에 따른 추가적 수요 둔화

2019년 7월 일본 정부의 우리나라에 대한 반도체·디스플레이 3대 핵심 소재 수출 절차 강화가 시행된 이후 국내 반일감정이 확산된 결과, 2019년 8월 1일부터 27일까지 국내 항공사의 일본 주요노선 이용객수는 전년동기 대비 약 25% 감소했다.

현재 일본 노선의 경우 국내 항공사가 약 90%의 점유율을 보유하고 있으며, 운송객 중 내국인이 약 75%를 차지한다. 과거 외교분쟁 사례와 한일 무역분쟁, 지소미아 파기 등 최근 양국 간 정치 및 경제 이슈를 감안할 때 사태가 장기화될 가능성도 있다.

박 애널리스트는 “현 시점에서 국내 소비자의 일본 여행 기피 현상이 항공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가늠하기는 어려우나, 과거 외교분쟁에 비추어볼 때 2019년 하반기를 비롯하여 상단 기간 부정적인 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일본노선 매출액 비중이 높지 않고 저수익 노선 운항 중단, 주요 노선 운항 항공기 규모 축소 등을 통해 대응하고 있으나 일본 여행을 대체할 수 있는 중국, 동남아 등 기타 노선에서 항공사 간 경쟁 심화로 객단가가 약화될 수 있으며, 이는 영업수익성 저하를 심화시킬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됐다.

LCC의 경우 일본 노선이 매출에 상당 부분을 차지할 뿐 아니라 일본 여행수요를 대체할 수 있는 중국 및 동남아 노선이 매출액의 약 40%를 차지하는 점, LCC의 전반적인 성장세 둔화 추세 등을 감안할 때, 일본 노선 이용객 감소가 외형 및 수익성에 상당한 부담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박 애널리스트는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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