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민현 박사(Penb46@naver.com)

▲ 윤민현 박사

1. 시장의 현황

① 설비과잉

금융위기 이후에도 경제는 꾸준히 성장해왔다. 2008년 이후 컨테이너 해운시장은 2009년부터 시작된 주요국의 부양패키지에 힘입어 한때 반등조짐을 보였고 여기에 고무된 선주들이 다시 재 발주에 나섰다. 호황기에 발주된 선박들의 대량 인도가 어느 정도 마무리 될 시기에 또 다시 발주한 선박들로 공급과잉 현상은 2014년에 절정에 이른다. 시장은 기력을 상실한 체 최악의 침체문턱에 진입했던 2014년까지 세계경제는 17% 성장했지만 동 기간 세계 선대는 45% 늘었다. 이와 같은 과다한 발주현상이 지속되는 한 시장이 회복되기 어렵다는 것은 모두가 잘 인지하고 있는 사실이다.

현 해운시장의 침체는 주기적 변화라기보다는 심각한 구조적 문제에서 기인한다. 풍부한 자금과 싼 금리가 결국 조선과 해운시장의 설비 과잉을 초래했고 이는 곧 해운시장의 만성적 공급과잉으로 이어졌다. 2019년 6월 10일 China Maritime Forum(Ningbo)에서 발표된 2008년부터 2018년까지 10년 기간 동안 해운시장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는 주요 부문별 수급관계의 흐름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Lloyds List Jul 11, 2019).

         ※ 2018년말 기준 조선과 항만설비 :
               -World wide Dockyard Utilization : 평균 48.0%
                -World container port Utilization : 평균 70.3%

한마디로 선복량, 터미널, 조선설비 공히 모든 분야에서 심각할 정도의 공급과잉이지만 이를 해결하기 위한 매직은 없다. 해법은 정석대로 발주를 억제하고(해운) M&A를 통해 소수 대형화하는 것뿐이지만 문제는 단시일내 이루어지기 힘든 과제라는 점이다.

② 누구의 선택이었는가?

저성장시대를 맞아 규모의 경제논리를 이유로 ULCs를 운영하다보니 저조한 소석율을 개선하기 위해 서비스의 축소 혹은 결항(blank sailing)하는 사태까지 발생, 하주들의 불만을 사고 있는가 하면 인위적인 공급조절에도 불구하고 소석율은 여전히 기대이하여서 규모의 경제란 논리를 무색하게 한다. 차라리 ULCs 보다 소규모의 선박을 투입하고 항차수를 조정하면 소석율과 서비스 질이 개선될 것이라는 지적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선사들은 노령선 대체와 운항요율을 이유로 ULCs를 계속 투입하고 있다.

그 동안 숱한 회사들이 도산했지만 그 과정에서 선박은 그대로 남아 떨이 수준으로 팔리고, 그 배가 다시 저원가를 무기로 덤핑을 하는 악순환이 그치지 않고 있다. 현 선단의 평균 연령이 9년 정도의 젊은 선대이기 때문에 해체를 통한 선복 감소는 기대 밖이다. 선박은 건조되면 최소 25년은 사용할 수 있다. 조선소는 원가수준에서 선박을 계속 건조, 공급과잉과 운임하락을 부추기며 운임은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는 가운데 그동안 수천척의 선박이 나왔지만 흑자 운항선박은 극히 소수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아이러니 한 것은 바닥운임의 수혜자가 있어야 하는데 아무도 없다는 점이다.

③ 정책과 구조조정

해운불황이 장기화 되면 그때마다 빠짐없이 등장하는 것이 구조조정론이다. 구조조정은 대상기업의 비즈니스 모델과 재무구조를 재편하여 현금흐름을 개선하고 지속가능성을 높이자는 것이 그 핵심이다. 구조조정은 실제 구조조정을 주도하는 주체가 누구인가에 따라 정부주도, 채권단 주도, 선주의 자발적선행적 구조조정으로 나눌 수 있다. 자금까지의 예를 보면 유럽은 선주 자신에 의한 자발적 구조조정이 주를 이루고 있는 반면 아시아권 구조조정은 대부분이 정부 혹은 채권단 주도하에 추진되는 것이 상례였다.

정책부서 주도의 구조조정이 제대로 이루어진다면 일국의 해운정책이 구조조정의 바탕을 이루고 있는 만큼 해운산업의 재건을 위해서는 효과적일 수 있다. 그러나 과거 정부가 선박의 확보 승인, 용대선 인허가권, 항로지정 등 해운활동의 주요영역에까지 개입할 수 있었고 필요시 자금을 지원할 수 있는 재원을 갖고 있던 시대 즉 이른바 채찍과 당근을 겸비하고 있었던 시대에는 합병 혹은 합리화란 이름으로 해운시장의 구조조정을 주도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사회주의 국가가 아닌 한 정책부서가 주도하는 구조조정은 실현 가능성이 별로 없는 시대다.

전 세계 모든 선박이 금융으로부터 자유로운 선박은 없다. 모든 선박은 건조 혹은 매입단계에서부터 예외 없이 금융에 의존하기 때문에 선박의 진정한 주인을 찾는다면 곧 은행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다 보니 해운불황이 장기화 되고 선가 하락세가 계속되면 금융권은 긴장하기 마련이다. 그렇다고 은행이 선주가 되어 해운업을 영위한다는 것은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금융권들이 선행적으로 취하는 조치가 채권단 주도하의 구조조정이다. 그러나 채권단이 주도하는 구조조정의 경우 우리가 익히 보아왔던 것처럼 구조조정의 최우선과제가 대출금 회수 혹은 채권단 자신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리스크 관리에 있는 만큼 해운기업의 재건 문제는 뒷전으로 밀리는 것이 보통이다.

그간 한국을 포함 선사를 상대로 이루어진 금융권 주도의 구조조정은 그 대상이 재무부분에 한하기 때문에 선복 조절과는 무관하며 오히려 재건을 위해 필수자산이라 할 수 있는 이른바 돈이 되는 핵심자산까지 매각하여 부채 상환에 충당하는 등 채권자의 부담을 줄이는데 우선했는가 하면 그 과정에서 채무조정, 유예 등을 통해 선가 인하효과(저원가화)를 초래하여 오히려 운임을 덤핑할 수 있는 여력을 부여하는 결과를 초래, 시장의 회복을 더디게 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2. 항로 현황

① 동-서간 선복현황

현재 Top 7 선사들이 동서간선 항로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가운데 Yang Ming, 현대상선 등이 M/S(market share) 확충을 위해 고전중이다. 하주들은 소수 대형화로 재편되고 있는 해운시장을 향해 독과점으로 인한 병폐를 지적하며 경쟁당국의 감독강화를 요청하는 등 이제까지 자신들의 영향력 아래 있었던 운임통제권을 고수하기 위해 선사들을 견제중이다.

추가 선복이 불필요한 시장임에도 불구하고 ULCs는 꾸준히 인도되고 있다. 다행스러운 것은 Top 5 중 3개사(Maersk, Hapag Lloyd, Cosco)가 현재 발주가 없거나 극히 소수라는 점이다. 선복증가에 나서는 선사, 그렇지 않은 선사의 차이는, 시장의 전망에 따라 이미 충분한 선복을 발주한 선사도 있지만 선두주자들의 경우 공급과잉해소를 위한 자발적인 발주 억제 의지가 강하기 때문이라는 점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연초부터 EMC, Hapag Lloyd, Yang Ming 등이 ULCs 추가 발주를 추진하는 듯 하다가 최근 EMC만 2만 3천teu급 10척을 발주하기로 내부방침을 정했고 나머지 두 선사는 보류 혹은 취소한 것으로 보인다. 아마 지난 7월 신조선 20척을 포함 적지 않은 선복을 가지고 THE Alliance에 가입키로 한 현대상선의 선복을 우선적으로 활용하겠다는 포석일 것으로 짐작된다.

한때 2만 5천teu급 발주를 검토해왔던 Cosco가 해당 계획을 보류(?)한다고 발표하면서 ULCs 재발주로 인한 추가 공급과잉을 우려했던 업계로서는 발주 억제조치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물론 Cosco 역시 같은 동맹회원사인 EMC가 10척 발주를 결정한 사실과 무관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여러 가지 측면에서 선주들이 발주를 억제하는 것은 바람직한 조치다. 리먼사태 직전 한때 65%까지 올라갔던 현역대 발주량의 비율이 이제 12%대에 머물고 있다. 선주들이 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머스크 소렌스코우 회장의 발언은 최근 선박을 발주했거나 발주를 추진 중인 선사들을 향한 발언으로 보인다.

시장의 전망에 대해 매우 보수적인 머스크의 경우 컨테이너 정기해운에서 규모의 경제논리는 길이 400m, 2만 3천teu급 정도가 한계이며 지금과 같은 1~2% 저성장시대에 현재보다 더 큰 대형선은 불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항공산업의 경우 Boeing 747에서 Airbus 380으로 대형화 했지만 규모의 실익을 가져오지 못해 결국 Airbus 380은 설 자리를 잃은 체 다시 Boeing 747이 주력기로 자리 잡고 있음을 들고 있다.

② 동-서간 운임현황

컨테이너 항로 물량은 미중 무역전쟁에도 불구 감소는 없으나(수출지가 중국 중심에서 주변국가들로 분산) 성장률은 여전히 둔화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IMF는 7월 World Economic Outlook에서 금년도 GDP 증가율을 당초 3.3%에서 3.2%로 하향조정하고 물량증가율은 3.5%에서 2.5%로 낮추었다. 이는 물량의 이동이 동서간에서 남북간으로 이동하면서 이른바 Trade multiplier(Trade 증가율/GDP 성장률)가 갈수록 하락하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특이한 현상은 아시아-유럽항로의 경우 전년 대비 상반기 물동량은 증가하고 있으나 운임은 오히려 하락현상을 보이고 있다. 2019년 상반기 물량은 5.2% 증가했으나 운임은 전년대비 5.8% 하락했다(Lloyds List Intelligence). 이유는 간단하다. 물량증가율보다 선복증가율이 더 높기 때문이다. 대체적으로 발주를 억제하는 분위기로 8월 현재 현역 선복량 대비 발주량의 비중은 11.7%로 거의 정상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나 1만 5천teu급 이상의 발주량은 38%에 이르고 있다. 이들이 투입될 항로가 유럽항로임을 감안하면 유럽항로의 운임회복이 얼마나 지난한 과제인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이런 와중에 글로벌 불확실성은 점차 커져가고 있다. 글로벌 컨테이너 해운의 수요증가율은 연초 4%에서 2.5%로 조정한 가운데 미중 무역전쟁이 유럽으로 확산되는 가운데 중국의 경제둔화와 중동의 정정 불안에 이어 최근에는 한일간 무역갈등 조짐까지 보이고 있어 시장의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SCFI에 의하면 아시아-유럽항로의 Spot rate는 8월 둘째주 기준 teu당 810달러로 연초 대비 19% 하락했고 전년 동기 대비 15% 낮은 수준이다. 유럽항로의 경우 그동안 선사들은 운임하락을 방지하기 위해 3분기에 걸쳐 무려 42항차를 결항(blank sailing) 조치를 취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운임하락현상에 선사들이 얼마나 무기력한지를 보여주고 있다.

③ 근해항로

컨테이너 정기해운은 수많은 하주들을 상대로 다수 선사들이 질적 측면에서 차이가 없는 거의 상품화된 운송서비스를 재공하고 있을 뿐 만 아니라 해운원가 개념보다는 수요 공급의 균형에 의해 운임이 결정되는 만큼 자칫 과열 경쟁으로 인해 시장이 불안정해질 가능성을 항상 내포하고 있다. 시장이 불안정해지는 것은 하주 개인은 물론 안정적인 무역활동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못하기 때문에 건전한 경쟁도 중요하지만 시장이 통제 불능의 공급과잉에 함몰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한 안정대책도 필수적이다. 이러한 이유로 컨테이너 해운시장은 타 부문과 달리 선사들 간에는 어느 정도 합의되고 절제된 틀(disciplined structure)을 바탕으로 움직이고 있다. 절제된 틀의 필요성은 해운동맹시대부터 구축되어온 것으로 동일항로에 종사하고 있는 선사들 사이에 자연발생적으로 형성된 공동체라는 공감대에서 비롯된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절제된 틀’과 공동체라는 ‘공감대’가 쉽게 형성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저성장시대가 초래한 해운시장의 어려움은 근해항로라고 예외가 될 수는 없다. 근해항로에 취항하고 있는 한국선사들 간에 법적구속력보다는 상호 협의를 위한 협정(discussion agreement)이라 할 수 있는 KSP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다. 물론 시한부 협정이지만 그 동안 KSP가 항로 안정을 위해 어떤 성과가 있었는지 의문이다. KSP에 참여한 선사들간에 절제된 틀과 공감대가 있었더라면 지금쯤은 경쟁력 위주의 재편이 한창 진행 중이어야 하지 않을까?

일각에서 주장하듯이 한국 근해항로의 사정은 원항항로의 그것에 비해 더 양호할 수도 있다. 실제 상당수 회사가 소폭이지만 운항 이익을 시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래서 침체기를 감내하기 위해 ‘당분간’ 정부의 정책 배려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일리가 있다. 그러나 문제는 정부가 행정력의 힘으로 근해항로를 관리, 감독, 지원할 수 있는 명시된 근거가 그렇게 많지 않다는데 있으며 더구나 지배구도가 순수 민간기업일 경우 정책의 이름으로 경영권에 개입할 수 있는 여지가 거의 없다는 점이다.

침체기가 불원 해소될지는 알 수 없지만 현 시장은 여전히 저성장시대에 머물러 있다. 근해항로의 경우 현 선복과잉의 정도가 원양항로 못지않을 뿐 아니라 근래 들어와서 원양의 경우 선복발주가 다소 둔화현상을 보이고 있는 반면 근해항로는 2천~3천teu급이 대량 건조중이라는 사실에 비춰 볼 때 가까운 시일안에 시황이 반등할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성급한 낙관론이 아닐까 생각된다.

2019년 8월 현재 3천teu급 전후의 총 발주량은 290척으로 이중 사선 혹은 장기용선이 확정된 선박은 235척이고 나머지 55척은 용선시장에서 운항예정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최근 신조선 인도는 대형선 위주로 이루어지고 있고 Feeder 시장의 발주내역을 살펴보면 2020년부터 3천teu급 전후의 선박 인도가 본격화 될 것으로 예상된다. 동급 선박의 인도량은 2019년중 52척, 2020년에는 75척에 이를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Alphaliner).

발주 선사들은 EMC, YM, Wanhai, SITC 등 중국계선사들이 주를 이루고 있으며 이들 대부분은 Intra-Asia 항로에 배선될 선박으로 보인다. 물론 한국의 2개 선사도 포함되어 있다. 계속된 대형화, 화물 성장률의 정체, 노후선 해체 둔화 등으로 시장의 회복조짐은 아직 보이지 않고 있으나 현재 선박의 대형화가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만큼 일정 기간이 지나면 노후 소형선의 퇴출이 가속화 될 것으로 예상된다. Intra-Asia 항로의 주력선사들의 선대 교체가 2021년까지 완료될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현재 원양과 근해, 지선과 지선 선사들간 파트너십 구축이 본격화 되고 있는 만큼 아직 발주에 참여하지 못했거나 파트너십을 구축하지 못한 선사들은 인트라 아시아 항로에 계속 잔류할 것인지 여부를 두고 고심 중에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④ 근해항로 운임 동향

Intra-Asia 항로의 운임동향도 주요 변수중 하나다. 대체적 시각은 한중일 항로는 그런대로 선방을 하고 있으며 최근 개최된 한중 해운회담에서 확인되었듯이 당분간 급격한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문제는 향후의 항로 개편의 향배다.

2010년 1월부터 2019년 7월까지 약 9.5년 동안 SCFI(Shanghai Containerised Freight Index)를 인용하여 상해를 기점으로 한 한중일 항로와 싱가포르까지 이어지는 동남아 항로로 나누어 Spot rate의 흐름을 살펴보면 그렇게 긍정적인 흐름이 아니다.

운임의 동향을 상해-동경/오사카의 일중 항로와 상해-부산, 상해-싱가포르 항로로 양분하여 비교해보면 그 흐름이 매우 대조적이다. 상해-일본 항로 운임은 2014년 유가하락으로 급락했다가 2016년 이후 완만한 반등세 지속하고 있으며 2016년 이후 3년 동안 약 20%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반면 상해-부산과 상해-싱가포르 항로는 전 기간에 걸쳐 꾸준한 하락세를 보여 2019년 운임은 2010년 대비 평균 반 토막이 되었다. 상해-싱가포르의 경우 2010년 7월 teu당 450달러에서 2019년 7월 100달러까지 하락했고 상해-부산의 경우도 동기간 대비 teu당 250달러에서 120달러로 하락속도가 다소 완만할 뿐 싱가포르 항로와 유사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SeaIntel Issue 427 2019).

일중 항로는 Intra-Asia 대비 경쟁의 정도가 그렇게 심한 것은 아니다. 오사카, 동경이 T/S Hub가 아니기 때문에 상해-일본 항로가 Intra Asia 항로의 흐름을 나타내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현재와 같이 양대(싱가포르, 부산) 항로의 운임 하락세가 지속될 경우 상대적으로 양호한 일중 항로에 진출하는 신규 참가자가 증가할 수도 있을 것이며 일중 항로에도 부정적 영향을 초래할 가능성 있다. 최근 ONE측에서 일본을 중심으로 한 Intra-Asia 물량 확보에 노력할 것임을 천명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더구나 지선항로 화물의 상당부분이 간선항로와 연계 운송되는 이상 간선항로 보다 운임전쟁이 더 심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 항로의 구조다.

3. 불편한 시장

과거의 호황이 재현될 것이라는 기대감 속에 호불황과 무관하게 선대는 증가해 왔고 해운시장의 침체가 계속되면서 선주들은 시황 탓으로 돌리는 경우가 있다. 현 시장은 적정 운임을 고수하면서 매출을 늘리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매출 증대보다는 원가 개선(인하)에 집중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고정비로 칭하는 선비(船費) 등은 자칫 잘못 관리하면 선원, 선박의 안전을 위협하고 선질의 하락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보수적인 관리가 불가피한 반면 선사의 현금흐름(cash flow)에 절대적 영향을 미치는 연료비, 항비, 화물비 등 변동비(혹은 운항비)는 사실상 선사의 통제영역 밖이다. 실제 모든 선사들은 이미 마른수건 쥐어짜듯이 비용절감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상황 하에서 매출을 증대하는 것도 쉽지 않지만 비용을 절감하는 것도 거의 한계에 도달해 있는 것이 현실이다.

호황은 주기설에 따라 오는 것이 아니라 경제계의 예측할 수 없는 변화(unpredicted change)에서 비롯된다. 해운경제는 고객의 경제에 의해 좌우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수요가 공급을 초과해야 흑자로 전환된다는 말은 옛날 이야기다. 침체기간이 장기화되고 있는 것도 현실이지만 시장의 수요는 완만하지만 꾸준한 증가세를 보여 왔다. 미국 경제가 회복의 길로 돌아섰고 아시아 경제는 여전히 강세를 유지하고 있으며 인도는 인프라 건설계획에 박차를 가하고 있고 중국경제도 둔화되고 있지만 여전히 낮은 6%대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처럼 훈기가 돌 조짐을 보이고 있는 해운경기에 찬바람을 불어 넣을 가능성이 있는 사람은 다름 아닌 선주 자신들이다.

IMO 2020을 불과 3개월여 남겨둔 현재 Sulphur Cap과 관련한 저유황유 조달문제, 연료 전환에 따른 선박의 기술적 안전도 문제, 30~50% 수준으로 증가할 연료비 추가부담금에 대한 전가 혹은 분담 문제 등 어느 것 한 가지도 해결되지 않은 체 운임까지 하락현상을 보이고 있어 한마디로 안개속 시황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제 해운은 더 이상 황금알을 낳은 거위가 아니다. 결국 해운시장의 회복을 위해서는 밖을 쳐다보지 말고 우선 집안 단속부터 해야 하며 시황의 회복은 외적인 팽창이 아닌 내적 축소로부터 오는 것이다. 수급 균형의 회복은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문제는 수요측면이 아니라 공급이라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절제된 틀과 공감대’를 외면하고 어려움을 자초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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