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병 경영학 박사(한국국제상학회 이사,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 팀장)

▲ 이기병 박사(lgb1461@naver.com)

약간은 뜬금없는 공통점이 있다. 글로벌 여가 플랫폼 기업 ‘야놀자’와 종합숙박 앱 ‘여기어때’, 그리고 서울의 ‘성동구청’이다. 유사점은 뭘까? 크라우드 펀딩(Crowd Funding)이다. 야놀자와 여기어때는 사업 자금을, 성동구청은 사회적 경제 활성화 기금을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조성했다. 대표적 성공 사례다.

2019년부터 새로운 국제회계기준 도입으로 운용리스(operating lease)가 부채로 인식돼 용선 선박이 많은 해운사는 부채비율이 높아진다. 안전성 지표가 떨어져 건전성이 악화되며 신용등급 하락 위험이 커진다. 자금 조달 시 이자 비용이 증가하면서 재무적 입장에선 활동 폭이 좁아진다.

선박 황산화물(SOx) 배출 규제도 강화된다. 2020년부터 국제해사기구(IM0)의 SOx 규제로 현재 3.5%까지 허용되는 연료유 황함유량이 내년부터 0.5%이하로 강화된다. 해운사는 스크러버(Scrubber) 같은 탈황장치를 설치하거나 저유황 경유 사용, LNG 연료 추진선 도입 등의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해운사는 어떤 선택이든 추가 비용이 발생할 수밖에 없어 수익성 저하가 우려된다.

2019년 9월 기준 한국의 코스피(KOSPI), 코스닥(KOSDAQ) 증권시장에서 거래되는 해운업 상장기업은 극소수다. 이마저도 일부 선사는 해운산업이 무너지면 우리 경제에 미치는 파장이 큰 관계로 정부로부터 자금 수혈을 받아 운영되고 있다.

조선소가 화물선 1척을 건조해서 얻을 수 있는 수익이 통상 많아야 7% 내외 수준이다. 세계적인 금융회사들은 선박금융을 통해 10% 이상의 더 괜찮은 수익을 올리고 있다. 세계 1위 해운사인 머스크(MAERSK)의 경쟁력에는 1961년 설립된 덴마크의 선박금융기관인 Danish ship Finance와 수출 신용기관인 EKF(Eksport Kredit Fonden)가 있었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대규모 조선소를 갖고 있는 한국은 대형 선박 건조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국제적인 환경규제 영향으로 LNG 연료 추진선 등 신규 발주되는 물량도 경쟁국 대비 높은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다. 세계 1위 조선소를 비롯한 확실한 중후장대(重厚長大)한 후방 조선 산업을 보유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전통적인 해운 선진국인 영국, 일본에 비해 금융 연계성이 부족한 게 문제다.

결국은 선박금융 활성화가 필요한데 우선 직접금융 비중을 높일만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기존 선박금융 조달 방식인 대출, 리스, 펀드 이외 또 다른 대안으로 크라우드 펀딩을 활용하는 방안도 모색할 필요가 있다. 크라우드 펀딩은 투자유치의 편리함, 신생기업을 포함한 많은 기업에 자금 조달 공백을 완화해주고 집단지성 활용, 사업 분석을 통한 수익성 예측, 대중들에게 새로운 투자기회 제공 등 다양한 장점을 갖고 있다.

정부는 최근 불특정 다수에게 인터넷 플랫폼을 활용한 소액 자금 모집을 허용했다. 또한 자금모집 기업 범위는 창업 7년 이내 기업에서 중소기업까지, 조달금액은 7억 원에서 15억 원까지 확대되는 등 크라우드 펀딩 규제를 완화했다. 전 세계 크라우드 펀딩 시장은 2017년 기준 18조 원에 달하며 세계은행은 2020년 900억 달러(약 100조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유엔 미래보고서는 크라우드 펀딩이 주식시장을 대체할 새로운 금융의 중심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최근 실례로 2011년 설립된 미국의 sofi라는 대출형 크라우드 펀딩회사가 1904년 설립된 뱅크오브 아메리카 은행(BOA)을 위협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한국도 P2P 금융시장이 2018년에 185건, 301억 원으로 신장해 시장 규모가 1300억 원에 달한다.

금융은 산업을 움직이게 하는 핏줄이다. 한국의 경우 가계대출 위주로 구성되어 있다. 특히 국책은행과 정책보증을 중심으로 성장한 한국의 해운 금융시장에서 자본시장 역할은 부진했다. 2019년 8월 30일 기준금리 1.5% 저금리 시대에서 채권형 크라우드 펀딩 수익률은 2018년 기준 8.3%에 달했다.

크라우드 펀딩은 아직은 다소 생소한 분야다. 신규 자본시장 조달·육성과 함께 투자자 보호 및 금융시장의 안정도 저해하지 않아야 한다. 크라우드 펀딩 유형에 따라 원금 비보장에 따른 손실 가능성도 존재한다. 제도권 금융이 아니므로 정부의 감독 사각지대에 놓이는 부분도 있다. 이런 부분은 정부 또는 공신력 있는 기관이 크라우드 펀딩 분야에 자금을 직접 투자해 플레이어(player)로 참여해 지원·관리하는 견인차 역할도 필요할 듯싶다.

해운업은 사유재(Private Goods) 측면에서 경제적인 생각만 할 수 없다. 에너지·철강·전력 등의 중요성과 연관성이 크므로 세계 여러 나라는 자국 해운사에 대한 육성책을 제공하고 있다. 철도·지하철이 국민의 세금으로 큰 운영적자가 발생하더라도 쉽게 시장경제 논리로 근접할 수 없다. 그 이유는 바로 기간산업과 공공재 특성이 있기 때문이다.

해운업의 선순환은 선박 발주로 시작해 조선·철강·금융의 부흥, 안정적인 운송과 운임 획득을 통한 선사 안정화로 연결된다. 그 출발점이 선박금융이다. 세계 각국은 새로운 자금 조달 방법으로 크라우드 펀딩 활성화의 정책적 제도 개선 지원에 힘쓰고 있다. 한국의 경우 연간 발행 한도가 15억 원인데 비해 영국·이탈리아는 5백만 유로에 달한다.

크라우드 펀딩을 통한 혁신 가치를 창출해 많은 자금이 선박금융으로 흘러 들어갈 수 있는 새로운 구조가 필요하다. 국책은행 중심의 자본시장 역할이 미진한 한국 해운 금융시장에서 이런 유입된 자금들이 경영에 효율적으로 사용되어 성장과 변혁을 도모해야 한다. 현재 금융시스템의 법적 성격을 벗어나 새로운 ‘거래 수단’으로 크라우드 펀딩을 통한 돈을 버는 새롭고 많은 성공 사례가 발생하는 쇄신의 물결이 필요하다.

국내에서도 소형 선박 구매자금을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도입한 사례가 있다. 또한 일본은 이미 정부차원에서 ‘해운·해사산업 재생 크라우딩 펀드’를 추진했다. 선박투자회사제도(선박펀드)를 아시아 국가 중에서 2002년 최초로 도입한 한국은 이를 토대로 해운산업 경쟁력과 선박금융 역량을 높였다. 이제는 크라우드 펀딩을 통한 새로운 시도를 도모할 필요가 있다.

디폴트(Default), 프리셋(preset)을 풀이하면 ‘기본값’이다. 컴퓨터 프로그램·장치에서 사용자 개입없이 자동으로 설정되는 값을 말한다. 우리 실생활의 예를 들어보자. 한국에선 공중 화장실에 가도 돈을 지불하지 않는 것이 기본값이다. 하지만 외국에선 정반대인 경우가 다반사다. 그래서 ‘한국 사람은 한국에서 사는 것이 좋다’라는 말이 나왔나 싶다.

부동산은 언제나 그 자리에 있다.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의 노래처럼 선박은 부두의 이별이 아쉬어도 눈앞의 바다를 벗 삼아 가야할 목적지를 쉼 없이 가야 한다. 베테랑 금융인들도 평생 취급하지 못해 보는 분야 중 하나가 선박금융이다. 한국에선 주로 본점 또는 특정 부서에서 취급하고 있다.

선박은 세상을 굽어보는 늘 푸른 소나무가 아니라 항상 떠나기 위해 항구에 있는 것이다. 해운업에 대한 몰이해와 전문 인력 부재, 선박금융 특수성 이해도 부족 등이 우리나라 선박금융의 대표적 한계점이다. 크라우드 펀딩은 기존 한국 선박 금융 시스템의 기본 값을 변화시키기 위해서 필요하다. 일본은 벌써 선주·선사와 연결된 화주들이 십시일반으로 크라우드 펀드를 조성해 선사는 경영내실화를, 화주는 해상운임의 안정을 이루고 있다. 우리는 이미 한발 늦고 있다.

누군가 말했다. “일본의 기대는 대세(大勢)상 부득이하다. 동양평화를 위태롭게 할 수 없어 요구를 제기한 것인데 우리가 거절할 수 없을진대 원만히 타협해 제의를 수용하고 우리의 요망(要望)도 관철하는 것이 좋다.”

을사조약 체결 당시 이 말을 내뱉었던 이완용은 출세했고 대한제국은 쫄딱 망했다. 우리는 일본과의 경제전쟁을 생애 처음으로 하고 있다. 진주만 공습도 그랬듯이 선제공격에 능하고 상대방을 자세히 연구하는 것이 일본의 특성이다. 여태껏 해왔던 방식 말고 극일의 기본 값을 해운·물류 분야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서 다시 찾아야 한다.

천만 관객이 본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 인터스텔라 대사다. “우린 답을 찾을 것이다. 늘 그랬듯이” 10명이 한술씩 보태면 1명이 먹을 분량이 된다는 ‘십시일밥’의 크라우드 펀딩 정신에서 한번 답을 찾아보자. 돈도 벌고 일자리 창출에 이바지 할 수 있는 가치 있는 일에 같이 하는 펀딩을 마련해 보자.

그리고 과거의 성공 경험에 집착하는 경로 의존성을 떨쳐야 한다. 결국 ‘그 밥에 그 나물’ 방식이다. 우리는 우리 스스로 출입 금지 시켜야 한다. 그동안 우리 사회 그릇된 고정관념의 기본값을……

‘모든 행복한 가정은 대략 비슷하나, 모든 불행한 가정은 다양한 이유로 불행하다’. 금전 문제인지 아내 탓인지 톨스토이도 행복에 대해 고민이 많았나 보다. 한·일 카페리 항로에 근무하는 후배의 ‘걱정은 많지만 괜찮습니다’라는 잠짓 태연한 메시지를 보고 착잡하다. 운항 손실이 커 회사가 곧 휴항을 한단다.

가끔씩 그럴 때가 있다. ‘나도 먹고사니즘을 걱정하기 바쁜데 우리 아이들 세대는 점심도 겨우 누리는 생(生)이 되는 건 아닌지…’, ‘쓸데없는 기우(杞憂)리라’, ‘모든 가정에 저녁이 있는 삶도 좋지만 저녁거리도 풍성한 밥상이 차려졌으면 좋겠다.’, ‘그래서 이 땅의 모든 가정들에 행복의 균등화가 이루어지기를…’

태권도 학원에서 초등학교 아들 녀석이 만든 송편을 우걱우걱 씹으며 추석 둥근 날, 후배의 얼굴을 빚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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