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적선 적취율 높여야 해운·조선 재건”

▲ 김영무 부회장

“현대상선 추가 발주로 200만teu 확보해야”
“선사간 불필요한 경쟁자제, 협력 강화하자”

한국해운신문 창사 30주년을 맞아 지난 9월 9일 본지 이철원 편집국장과 한국선주협회 김영무 상근부회장이 한국해운산업이 당면한 과제와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해 2시간여에 걸친 특별 대담을 나눴다.

김영무 상근부회장은 해운재건계획의 핵심사항이 선화주 상생을 통한 국적선 적취율 제고에 있다며 우수선화주 인증제도에 힘을 실을 줄 세액공제를 담은 조세특례제한법 제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한국해운의 가장 큰 과제라고 할 수 있는 한국 유일의 원양정기선사인 현대상선 정상화 문제에 대해 김영무 부회장은 내부 구성원들의 자기 확신과 더불어 효율 높은 선박을 추가 발주해 가능한 조속히 선복량 200만teu로 확대하는 전략을 추진할 것을 제안했다.

◆한국해운신문 이철원 편집국장(이하 이철원) : 한국해운신문이 벌써 창사 30주년 맞았다. 격려의 한 말씀 부탁드린다.

◆한국선주협회 김영무 상근부회장(이하 김영무) : 한국해운신문이 설립되고 당시에 매일 팩스로 뉴스를 서비스는 획기적인 접근으로 해운업계에 큰 반향을 일으켰던 것으로 기억한다. 해운신문은 신속하고 정확하며 전문성 있는 기사로 한국해운산업이 어떻게 나아가야할지 방향성을 제시해주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 해운업계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해운신문이 초심을 잃지 않고 한국해운업계가 발전해 나갈 수 있도록 지금까지 해왔던 것 처럼 방향성도 제시해주시고 때로는 따끔은 비판도 해주시길 바란다.

◆이철원 : 해운신문의 모토가 ‘꼭 필요한 정보를 보다 더 빨리’, ‘해운정신을 이어간다’ 두 가지다. 최선을 다해 해운 사상을 전파하는데 노력하겠다는 게 회사 설립 목표였다. 해운업계와 함께 호흡하며 30년을 걸어왔는데 나름의 평가를 해주시니 감사드린다.

선주협회는 한국해운관련업계의 맏형격인 협회로서 한국해운의 발전이 사실상 선주협회의 어깨에 달려 있다고 생각한다. 부회장님이 보시기에 한국해운이 당면한 가장 시급한 과제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김영무 : 가장 중요한 것은 국적선사와 국적선대의 경쟁력 확보다. 2008년 위기 이후 국적선사들은 많은 부침을 겪었다. 위기 직전 180개에 달했던 국적선사 수는 100여개사가 문을 닫았고 새로 80여개사가 생겨나면서 160개사가 유지되고 있다. 이처럼 많은 선사가 망하고 새로 생겨 낮음에도 2008년 위기 초반에는 절체절명의 위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다.

우리가 뒤늦게 정말 위기에 처했구나라는 인식을 하게 된 것이 세계 7위이자 한국 1위 선사였던 한진해운의 파산이었다.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이 무너지는 것을 보면서 그때서야 우리 해운업계가 큰 걱정에 빠졌고 정말 한국해운이 망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시급한 과제는 우선 컨테이너선사의 경쟁력, 특히 원양선사의 경쟁력 확보라고 할 수 있다. 두 번째는 취약한 중소선사의 경쟁력 제고다.

◆이철원 : 2008년 금융위기로 시작된 해운침체가 11년째 지속되고 있는데 우리 해운업계가 초기에 큰 위기라고 인식하지 못했다는 것은 문제가 있는 것 아닌가?

◆김영무 : 2008년 시황이 급락했다가 2010년에 잠깐 좋아졌던 것이 문제였다. 2008년 금융위기가 발생하자 선주협회를 중심으로 국적선사들은 정부에 다양한 지원 대책을 지속적으로 요청했다. 당시는 공교롭게 해양수산부가 국토해양부에 흡수되면서 우리의 요구를 들어주는 곳이 거의 없었다. 거의 무대책으로 일관하다가 2010~2011년에 우연히 시황이 개선됐다. 대부분 원양선사 CEO들은 "이제 위기는 끝이다. 앞으로 좋아질 것"이라며 안도했는데 이것이 결정적인 패착이었다.

선주협회가 국토해양부를 겨우 설득시켜 금융위원회와 자리를 만들고 해운업계에 2조 5천억원 규모의 유동성을 공급하는 방안을 본격적으로 논의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시황이 개선되면서 일부선사들이 정부 지원이 필요 없다고 밝혀 이 논의는 시작도 못했다. 결과적으로 국토해양부는 양치기 목동이 됐고 반짝했던 시황은 불과 6개월을 넘지 못했다.

이후 금융위는 우리말을 믿지 못했고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에 수익자산 매각을 통한 구조조정을 촉구하기에 이르렀다. 수익자산 매각을 통한 구조조정은 시황이 조기에 회복된다는 전제하에서는 효과를 볼 수도 있지만 위기가 장기간 지속되면 경쟁력 강화하기 위한 구조조정이 아니라 채권자들의 채권 회수를 위한 것에 지나지 않게 된다.

결국 한진해운이 무너지기 직전인 2016년 4월까지 정부대책 회의가 단한차례도 열리지 않았다. 한진해운 파산을 앞두고 마지막으로 개최됐던 정부대책회의 조차 우리나라 원양 컨테이너선사를 어떻게 살릴 것인지를 논의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원양컨테이너선사가 법정관리에 들어갈 경우 부산항에 미치는 영향은 없는 지를 검토하는 그런 자리였다.

◆이철원 : 한진해운 사태에 대한 잘못과 아쉬움을 딛고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해운재건 5개년 계획이 수립됐고 한국해양진흥공사도 출범했다. 새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해운재건계획을 어떻게 평가하시는가?

◆김영무 : 미흡한 부분이 없지 않지만 해운재건계획의 방향 자체는 잘 만들어졌다고 생각한다. 일각에서 재건계획이 새로울 것이 전혀 없는 재탕이라고 폄훼하기도 한다. 그러나 사실 해운재건계획은 해운위기가 발생하고 한진해운이 파산하기 까지 우리 해운업계가 요구해왔던 내용들을 총망라해서 만들어 졌다. 특히 박근혜 정부 시절 한진해운 파산사태가 발생하고 범정부차원에서 마련한 해운산업경쟁력 강화 방안이 근간이 됐다.

새로운 계획도 좋겠지만 이미 만들어진 계획을 차근차근 끝까지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정부 계획을 잘 세워 놨다고 해서 잘 된다는 보장은 없지만 이번에 만들어진 해운재건계획은 김영춘 전장관과 엄기두 해운물류국장(현 수산실장)이 뚝심을 가지고 해운업계의 의견을 최대한 수렴해서 만들었기 때문에 나름 의의가 있다. 앞으로 해운재건계획을 120% 초과 달성하는 게 우리의 목표다.

◆이철원 : 해운재건계획에서 아쉬운 점은 없나?

◆김영무 : 아쉬운 점이 있다면 해양진흥공사 자본이 부족하다 점이다. 정부가 최대한 지원한다고 했지만 공사의 업무 범위에 비해 충분한 자금을 확보하지 못한 것은 아쉬운 일이다.

또 하나 아쉬운 점은 해운재건계획의 주요 핵심인 선화주 협력에 관한 사항이다. 선화주 협력을 통한 국적선 적취율 제고라는 계획은 잘 세웠지만 이를 수행할 수단이 없다는 게 문제다. 해운법을 개정해 우수선화주인증제도를 마련했지만 이것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보다 실효성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 그동안 우리협회와 해수부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방만으로 노력해 우수선화주에 대한 세액 공제 혜택을 담은 조세특례법 개정이 추진되고 있다.

사실 해운재건계획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국적선 적취율 제고다. 현재 18%에 불과한 원양컨테이너 화물의 국적선 적취율을 70%까지 끌어올리고 50% 수준인 전략물자 적취율을 100%까지 끌어올리면 한국 해운과 조선은 물론 금융까지 재건시키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

원양 컨테이너 화물의 적취율을 70%까지 확대하면 추가로 필요한 컨테이너선이 40척, 국가 전략물자 적취율을 100%까지 확대하면 150척 등 190척 정도의 선박을 신조해야 한다. 국적선 적취율 제고를 통해 190척의 선박을 국내조선소에서 건조되도록 유도하면 해운과 조선은 물론 무역, 금융까지 상생 발전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올 가을 국회통과를 목표로 하고 있는 조특법 개정이 대단히 중요하다. 한진해운 사태 이후 국적선사에 대한 화주들의 인식이 많이 바뀌었고 정부도 국적선 적취율 제고에 대해 긍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어 좋은 성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철원 : 해운재건계획의 가장 큰 성과는 해양진흥공사 출범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 해운업계도 공사에 많은 희망을 걸고 있다. 해양진흥공사를 어떻게 평가하시고 앞으로 개선돼야할 점은 있다면?

◆김영무 : 선박금융전문기관 설립은 우리 해운업계의 숙원사업이었다. 1980년대 중반 해운산업합리화 시절부터 선박금융전문기관 설립의 필요성이 제기됐었다. 우리협회는 2008년 이명박 정권에서 해양수산부가 폐지된 후 한국해양산업총연합회를 발족시켰고 부산시와 공동으로 선박금융공사설립에 관한 용역을 실시했다. 이 연구용역결과를 들고 국토해양부를 찾아가고 청와대에도 제출했지만 아무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았다.

해운업계가 점점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박근혜 정권이 우리의 요구를 일부 받아들여 한국해양보증보험이 만들어졌고 보증보험으로는 어렵고 톤이지 뱅크가 필요하다는 지적에 따라 한국선박해양이 출범하게 됐다. 그리고 촛불혁명으로 출범하게 될 문재인 캠프에 한국해양보증보험과 한국선박해양을 통합하고 여기에 한국산업은행, 한국수출입은행, 무역보험공사 등 정채금융기관의 선박금융 기능까지 모두 합쳐 선박금융공사를 발족시켜 줄 것을 대선공약으로 채택해줄 것을 촉구해 이것이 받아들여졌다.

다만 일부에서 정책금융기관들의 선박금융 리소스를 모두 모으면 오히려 선사들의 선택의 폭이 좁아질 수 있다는 지적에 따라 산은과 수은, 무보는 빠지고 해양보증보험과 선박해양이 통합해 출범한 것이 바로 해양진흥공사다.

공사가 개선해야할 점을 꼽자면 우선 자본금 확충이다. 공사의 법정자본금은 5조원이지만 실제 납입자본금은 2조 9천억원에 불과하고 이마저도 대부분 현물출자로 들어왔다. 공사가 현재 업무를 수행하는데 자본금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공사의 주된 업무가 보증과 투자인데 앞으로 해운업에 대한 직접 대출과 여신으로 업무 범위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본금을 최소 10조원 이상으로 확대해야 한다.

두 번째는 공사가 직접하든, 자회사를 만들어 하든, 어려운 선사에게 선박을 확보에 대여해주는 톤이지 뱅크로서 역할을 해야만 한다. 물론 공사가 톤이지 뱅크 역할을 하는 것은 리스크가 너무 크다는 지적이 있는데 너무 어렵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 선박을 확보해서 선사에게 대여해줬다가 문제가 발생한다고 해도 공사가 선박이라는 최소한의 자산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리스크는 헷징할 수 있다. 앞으로 공사가 대출·여신 업무는 물론 톤이지 뱅크 역할도 하는 형태로 발전해야 하고 반드시 그렇게 가리라고 믿는다.

◆이철원 : 해운재건계획의 최대 핵심은 결국 현대상선의 정상화일 것이다. 현대상선이 해양진흥공사로부터 지원을 받아 메가 컨테이너선을 확보하고, 현금 지원도 받고 있는데 시장에서는 현대상선 정상화 가능성에 대한 의구심이 여전하다. 현대상선이 어려워지면 해양진흥공사까지 같이 어려워지는 것 아닌가?

◆김영무 : 현대상선은 먼저 내부적으로 자기 확신을 갖지 못하고 있는 게 문제다. 한번 실패한 경험 때문에 자신감이 떨어져 있다. 외부에서도 현대상선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이 부족하다. 한진해운을 살렸다면 달랐을 텐데라는 부정적인 인식이 잠재돼 있어 현대상선이 하는 모든 일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선택 과정에 혹 문제가 있었다손 치더라도 현대상선은 현재 한국의 유일한 원양정기선사다. 따라서 내부에서는 자신감을 가져야 하고 외부에서도 긍정적인 시각으로 봐줘야 한다. 더구나 한진해운 출신을 비롯해 외부 전문인력들이 많이 합류했기 때문에 이제는 현대상선 구성원들을 믿어야 한다.

현대상선 구성원들에 대한 믿음과 더불어 앞서 지적한 적취율 제고, 선대규모를 확대 등의 추가 조치도 필요하다. 최근 싱가포르 선주협회 부회장을 맡고 있는 르네 페더슨(Rene Piil Pedersen) 머스크 아시아-태평양 총괄 사장이 방한했는데 여전히 컨테이너선 시장의 트렌드는 스케일 메리트라고 하더라. 우리는 아직도 스케일 메리트에 대한 의구심을 갖고 있는데 말이다.

현대상선이 메가컨테이너선 20척 발주로 40만teu의 선복량을 확보하게 되는데 여기서 멈추지 말고 추가로 40만teu를 더 발주해야 하며 가능한 빠른 시간내 200만teu를 확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해봐야 머스크라인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현대상선 선복량이 최소 200만teu는 돼야 글로벌 정기선 시장에서 당당히 경쟁해 나갈 수 있다.

현대상선의 메가 컨테이너선 신조 발주에 대해 국내외에서 많은 의구심이 있었다. 국내에서는 현대상선이 100만teu 선대를 운항해 봐야 화물을 채울 수 있는 영업력이 없다는 것이었고 해외에서는 공급과잉을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는 우려였다. 그런데 현대상선이 건조 계약을 체결하자 우려의 목소리들은 사라지고 대신 협력하자는 요청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해외에서 현대상선을 부정적으로 보는 것은 경쟁자이니 당연할 수 있지만 국내해운업계가 현대상선을 부정적으로 보는 것은 지나친 사대주의의 발로라고 생각한다.

컨테이너선 시장은 늘 공급과잉이었다. 머스크라인은 리먼 브러더스 사태후 공급과잉이 심화되던 2011년 1만 8천teu급 트리플E 컨테이너선을 대량 발주했다. 머스크는 당시 공급과잉시대에 메가 컨테이너선을 왜 발주하냐는 비난에도 트리플E를 한국의 자본과 기술력으로 발주했다. 이렇게 탄생한 트리플E는 기존선박 대비 에너지를 30%나 절감할 수 있는 고효율 선박이었고 결국 한진해운의 1만 3천teu급 선박을 퇴출 시켰다.

마찬가지 논리로 현대상선이 건조하는 새로운 메가 컨테이너선 20척이 효율성이 떨어지는 기존 선박들을 퇴출시킬 것이다. 현대상선은 여기에 그치지 말고 효율이 더 좋은 선박을 추가로 발주해 4년후 효율이 떨어지는 선박들을 다시 아웃시켜야한다. 세계 3대 메이저선사들이 메가 컨테이너선 추가 발주계획이 없기 때문에 우리는 1달러라도 더 싸고, 1톤이라도 연료를 덜 먹는 신조선을 발주해야 한다. 그래야 희망이 있다.

▲ 김영무 부회장(오른쪽)과 본지 이철원 국장이 대담을 나누고 있다.

◆이철원 : 지금과 같은 방법으로 현대상선을 살려내는 것은 어렵고 늦기는 했지만 이제라도 부채 0의 클린컴퍼니로 재탄생시켜야 한다는 주장들이 있다.

◆김영무 : 현대상선은 지금 회생 과정으로 도약을 위한 바닥을 다지는 과정에 있다. 쉽지는 않겠지만 현대상선을 클린컴퍼니로 만들어 정상화시키는 것도 좋은 방안이라고 생각한다. 문제는 베드컴퍼니를 청산하는데 필요한 2조~3조원의 자금인데 정부가 의지만 갖고 있다면 못할 것도 없다고 생각한다. 메가 컨테이너선으로 선대를 개편하고, 디얼라이언스에 가입하고, 임직원들의 사기를 진작시키고, 시스템까지 바꾸면 정부가 투자한 돈은 절대 손해 보지 않고 회수가 가능하다고 자신한다. 이렇게 현대상선의 경영이 안정화되면 그때 제3자 매각으로 가는 것도 좋다고 생각한다.

◆이철원 : 한국해운연합(KSP) 문제는 어떻게 보시는가? 저는 사실 현대상선만 잘 해결된다면 나머지 근해선사들의 경우는 그렇게 큰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김영무 : KSP 문제도 중요한 게 인트라 아시아 물량이 국적선사 처리 물량의 절반 이상이다. 부산항 컨테이너 물동량 2천만teu중 환적화물이 1천만teu, 로컬화물이 1천만teu다. 로컬화물중 절반이 원양, 나머지 절반이 인트라 아시아 물량이다. 특히 인트라 아시아 물량의 국적선 적취율은 60% 정도로 높은 편이다.

그러나 근해선사간 과도한 경쟁으로 운임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인데다가 최근 원양선사들이 인트라 아시아 항로에 적극적으로 진출하고 있어 위기가 점점 증폭되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근해선사끼리 과도하게 경쟁해 화주들의 역경매에 놀아나서는 안된다. 장금상선과 흥아해운처럼 통합을 추진하던지, 어렵다면 선사간 협력을 통해 강력한 공동 운항, 단일 요율체계, 단일 협상 능력 등을 갖춰야한다.

우리가 통합에 주저하는 동안 PIL, 완하이, MCC 등 해외 경쟁선사들은 선복량을 20만~30만teu로 불렸다. 5만~6만teu의 선복량으로 이들과 어떻게 경쟁할 수 있나? 더구나 해외 경쟁선사들은 환경규제에 맞춰 대규모 신조 발주를 진행하고 있다.

◆이철원 : 해운재건계획이 컨테이너 정기선 부문에만 너무 집중됐고 벌크 부정기 부문에 대한 대책은 거의 없다는 지적이 있다. 그동안 전통의 벌크선사들이 많이 사라졌기 때문에 해운재건계획에 벌크선사의 재편이나 지원 대책이 들어가야 하는 것 아닌가?

◆김영무 : 벌크선에 대한 계획도 필요하다고 본다. 컨테이너 부문에서 스케일 메리트가 유효하듯이 벌크 부문도 마찬가지다. 선복량 200만teu의 원양컨테이너선사, 50만teu의 근해선사가 필요하듯이 1천만dwt 규모의 대형 벌크선사도 서너개 키워야하고 철재, 석유제품 등을 운송하는 경쟁력있는 중소선사들도 필요하다.

다만 대형 벌크선사들의 주요 화물인 전략물자의 경우 정부에서 어느 정도 관여할 수 있지만 중소선사 취급 화물에 대해서는 사실 정부가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다. 과거에 시행됐던 화물유보제가 좋기는 하지만 이를 부활시키는 게 쉽지 않다.

정부 입장에서도 대형 벌크선사가 무너질 경우 국가 경제에 악영향을 끼치므로 신경을 쓸 수밖에 없지만 중소선사는 사실 그 정도까지는 아니다. 자금 지원 역시 금융기관의 판단에 맡길 수밖에 없다. 그나마 캠코가 중소선사에 대한 금융지원을 해줬다. 캠코가 매년 그래도 1천억원 규모의 유동성을 중소선사에게 공급해줬는데 이것도 분명 한계는 있다.

◆이철원 : 해운과 연관산업의 상생 협력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앞서 화주와 상생 협력을 강조하셨는데 조선과의 협력도 중요하지 않나?

◆김영무 : 해운과 조선은 항상 같이 갈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우리협회에서도 항상 조선과 좋은 관계를 쌓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조선업계는 조금 소극적인 편이다. 그도 그럴 것이 한국 조선 매출에서 한국 해운의 비중이 5~10%에 불과하다. 당연히 해외로 눈이 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것은 역으로 해외로 우리의 자본이 빠져나간다는 얘기다.

이러한 구조적인 문제를 해소하려면 정부 한 개 부처가 해운과 조선을 동시에 다루면 된다. 그런데 정부내에서 해양수산부를 빼고는 아직도 해운과 조선이 연결돼 있다는 걸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 조선업을 활성화시키겠다면서 내놓은 대책이 조선기자재 업체 자금 지원이라는 것을 보면 정부가 얼마나 해운과 조선의 연결고리를 이해하지 못하는 지 알 수 있다. 따라서 한 장관 밑에서 해운·조선 연계발전 계획이 수립되고 해운정책과 조선정책이 한 묶음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행정일원화가 필요하다.

◆이철원 : 국제환경규제가 점점 강화되는데 국적선사들은 대응을 잘못하는 것 같다. 특히 중소선사들은 시행이 몇 달 남지 않은 SOx 규제에 대해 거의 대책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 환경규제에 대해 협회 차원에서 준비하고 있는 건 없나?

◆김영무 : SOx 규제에 대해서는 사실 우리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 선사들도 대부분 비슷한 상황이다. 글로벌 대형선사들은 스크러버를 장착할 건지, 저유황유를 쓸 건지, LNG추진선을 신조할 건지, 나름의 대책을 준비하고 있지만 중소선사들은 사실 저유황유를 쓰는 거 말고는 별다른 대책이 없다.

LNG추진선의 경우 신조선가가 워낙 높기 때문에 결국 선택할 수 있는 카드는 스크러버와 저유황유 뿐이다. 최근에 고유황유와 저유황유의 가격차이가 벌어지기 시작하면서 스크러버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데 지금은 스크러버를 장착하고 싶어도 장착할 수 없다. SOx 규제 대상 선박이 전세계 약 8만척에 달하며 이중 스크러버 장착이 가능한 대상선박이 5만척 정도다. 그런데 연간 장착 가능한 스크러버가 1천척 정도에 불과하다.

약 1천여척의 국적선박중 스크러버 장착이 가능한 대상선박은 절반정도인 5백여척인데 이중 올해말까지 스크러버가 장착될 선박은 약 90척 정도로 파악하고 있다. 나머지 선박들을 좋든 싫든 내년 1월 1일부터 황함유량 0.5% 이하 저유황유를 사용해야 한다.

국내 정유사들이 저유황유 공급량은 충분하다고 밝히고 있으나 문제는 가격이다. 0.5% 저유황유 가격은 황 함유량 0.01% MGO 가격에 연동해서 책정되는데 이것도 구매력을 가진 대형선사에게나 그렇고 중소선사들은 가격을 직접 받는 게 쉽지 않다. 따라서 우리협회는 한국해운조합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중소선사들에게 안정적으로 저유황유를 공급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국적선사들이 SOx 규제에 철저히 대응할 수 있도록 두 차례에 걸쳐 기술세미나를 개최했는데 12월에 마지막 점검 세미나를 개최하려고 한다.

◆이철원 : 이제 대담을 정리해야할 시간이다. 마지막으로 해양진흥공사에 바라는 거나 당부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김영무 : 해양진흥공사를 설립하게 된 배경은 일반 시중은행이 사이클 산업인 해운업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불황기 배 값이 떨어지면 LTV를 적용해 헐값에 배를 처분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동안 금융권의 무리한 LTV 적용으로 문을 닫은 선사가 적지 않았다. 따라서 공사는 일반 시중은행과 달리 해운산업의 특성을 충분히 고려해 시황에 따라 LTV를 무리하게 적용하는 우를 범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공사가 설립된 지 1년이 조금 넘었고 제 역할을 잘 해주고 있지만 여전히 시중은행 마인드가 조금 남아 있는 거 같아 노파심에서 말씀드린다.

또 하나 공사를 찾아오는 선사들은 대부분 어려움을 겪다가 찾아온 마음의 상처를 입은 분들이다. 가능한 서운하지 않게 어려움을 들어주는 소통의 노력을 다해 주셨으면 좋겠다. 해진공의 예산은 한정돼 있기 때문에 혜택을 받지 못하는 선사가 나올 수 밖에 없다. 혜택을 받지 못한 선사는 공사에 비판적일 수밖에 없는데 공사가 보다 넓은 마음으로 비판을 수용해 줬으면 좋겠다. 그리고 공사가 보다 많은 선사들을 지원할 수 있도록 자본 확충노력을 해주시길 바란다.

마지막으로 공사의 업무 범위가 너무 확장되는 측면이 없지 않다. 공사 본연의 임무가 뭔지 다시한번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가령 공사가 해운시황 분석 업무를 하고 있는데 이는 KMI와 중복된다. 공사가 과연 해운시황 분석 업무를 하는 게 적절한지, KMI와의 관계는 어떻게 가져가야 하는지 관계를 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철원 : 해운업계 바라는 점이 있다면?

◆김영무 : 먼저 선사 자신이 처한 현 상황을 정확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다. 우리 회사가, 우리 배가 현재 마켓에서 견딜 수 있는지 객관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또 경쟁선사, 경쟁국가와 비교하고 시장의 트렌드를 읽고 나름의 대책을 마련해야한다. 스스로 되돌아 보지 않고 당장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항만시설 사용료를 인하해 달라, 선박금융 지원해 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피해야한다. 앞서 정기선사 통합문제에서 이야기했지만 국적선사까리 불필요하게 경쟁해 화주들의 역경매에 놀아나는 일은 없어야 하지 않겠는가? 통합문제를 이제라도 진지하게 고민해 봐야한다.

또한 선사들이 범하는 잘못 중 하나가 비용경쟁력을 높이겠다고 무리하고 선원비용을 깎는 행위다. 선원비용은 가장 손쉽게 줄일 수 있는 비용이기는 하지만 자칫 안전운항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고 선박 유지비용이 더 증가할 수도 있다. 경쟁력 유지를 위한 비용절감도 중요하지만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추는 게 더 중요하다. 성공한 선사들의 모델을 보고 반면 교사로 삼아 변화의 노력을 해야 한다.

◆이철원 : 마지막으로 정부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김영무 : 해운재건5개년 계획이 기간내 목표 달성하는 게 중요하다. 우리는 달성을 넘어 120% 이상 달성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해운재건계획이 수립된지 1년 반정도 지났는데 여러 어려움 속에서도 꾸준히 추진되고 있다. 추진동력이 떨어지지 않도록 특히 해양진흥공사의 자본이 조속히 확충됐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정부 입장에서 공식적으로 목표치를 정하는 것은 어렵겠지만 앞서 제안했던 국적선 적취율 목표를 원양 컨테이너선은 70%, 국가전략물자는 100%로 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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