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수익 최소화, 수익구조 선사에게”

▲ 황호선 사장

중소선사 금융지원 플랫폼 시행
인력추가 채용, 하반기 조직개편

한국해운신문 창사 30주년을 맞아 지난 9월 3일 본지 이철원 편집국장과 한국해양진흥공사 황호선 사장이 한국해운 재건과 해양진흥공사의 역할을 주제로 특별 대담을 나눴다.

황호선 사장은 이날 대담에서 공사의 수익은 최소화하고 선사들에게 수익구조가 돌아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황호선 사장은 공사가 현대상선에 대한 지원에만 너무 집중하는 것 아니냐는 시장의 불만에 대해 한국 유일의 원양선사인 현대상선의 특수성을 이해해 줄 것을 당부하고 중소선사에 대한 특화된 지원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전문>

◆한국해운신문 이철원 국장(이하 이철원) : 한국해운신문이 9월 2일로 창사 30주년을 맞았다. 오늘 대담은 창사 30주년 특집호에 게재될 예정인데 먼저 오늘 대담에 응해주신데 대해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한국해양진흥공사 황호선 사장(황호선) : 한국 대표 해운전문지인 한국해운신문의 창사 30주년을 진심으로 축하드린다. 해운신문이 지난 30년간 해운 분야 전반을 아우르며 업계의 최신 동향과 정책을 독자들에게 전달하고 해운업의 발전방향을 제시하는 나침반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온 것으로 알고 있다.

해운산업을 둘러싼 대내외 환경이 녹록치 않은 상황이지만 해운산업 종사자들과 정부, 언론사 등이 모두의 지혜와 의지를 모아 협력한다면 현재의 위기도 슬기롭게 극복하고 다시 힘차게 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앞으로도 해운신문이 업계와 공사, 정부 사이에서 올바른 정보를 널리 전달해 주시고 해운산업 발전에도 더욱 힘써 주시길 당부 드린다.

◆이철원 : 공사가 출범한 지 1년이 지났다. 출범 당시 어떤 각오로 임했나?

◆황호선 : 공사 출범 당시 제 나름대로 2가지 목표를 갖고 있었다. 첫 번째는 공사를 통해 우리나라 자본시장의 현실을 개선시켜 보겠다는 것이었다. 두 번째는 해운업을 중심으로 장기성장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목표였다.

올해 상반기 은행들이 약 20조원 가량의 순이익을 남겼다. 은행들이 엄청난 순이익을 올렸지만 이는 비생산적인 자산 투자를 통해 이뤄진 것이다. 리스크를 전혀 지지 않으려고 비생산적인 자산 투자에만 몰두하다보니 수익은 냈지만 우리나라 경제 전체를 놓고 보면 오히려 독이 된 측면이 있다.

이와 같은 은행들의 행태는 해운산업에도 동일하게 발생하고 있다. 은행들이 스스로 리스크를 분석하고 해운업에 투자하기를 꺼려하면서 선박금융 시장이 얼어붙고 있다. 저는 해양진흥공사를 통해서 이러한 자본시장의 현실을 개선시킬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1년이 지난 지금 미진한 부분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이철원 : 공사가 선박금융시장을 변화시키는 데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말씀이신가?

◆황호선 : 그렇지는 않다. 제 기대에 못 미쳤다는 뜻이다. 공사가 출범하고 KEB하나은행, 농협은행, 신한은행, 부산은행, 수협은행 등과 MOU를 체결하고 선박금융 시장으로 끌어들이는 성과를 냈다. 그러나 너무 미미했다. 2006년만 하더라도 시중에서 약 3조 6천억원 규모의 선박금융을 조달했지만 지금은 10%에 불과한 3570억원 규모다. 시중은행이 빠져나간 부분을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정책금융공사들이 대신해 왔다.

이와 같은 우리나라 자본시장을 변화시키는 데 우리공사가 분명히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노력해 왔다. 아직까지 충분하지는 못하지만 조금씩 성과 내고 있다. 앞으로 저의 목표는 시중은행의 선박금융 참여를 더욱 활성화시키고 더 나아가 조선부문까지 민간 금융의 참여를 유도해 우리나라 자본시장을 개선시키는 촉진제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철원 : 지난 1년간 공사의 성과가 기대에 조금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를 해주셨는데 앞으로 공사를 어떤 방향으로 이끌어 갈 것인지, 경영 방침 혹은 주안점에 대해 말씀해 달라.

◆황호선 : 최근 우리 기업들의 투자가 전년도에 비해 마이너스로 돌아섰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는데 우리경제의 성장잠재력이 떨어진다는 문제들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해운업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해운업 경쟁력이 되살아나 국적선사들이 활발하게 선박을 발주하는 등 투자가 확대되면 조선산업 등 연관 산업도 활기를 찾게 되고 이것이 우리경제의 성장잠재력을 활성화시키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공사가 해야 할 역할이 결코 작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철원 : 실제로 공사를 운영하시면서 여러 가지 복잡한 문제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공사의 금융 지원이 현대상선과 같은 대형선사에만 집중되고 소형선사는 소외되고 있다는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황호선 : 중소선사의 입장에서는 현대상선과 같은 대형선사에 비해 지원이 충분치 못하다는 불만의 목소리를 충분히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현대상선이 유일한 국적원양선사로서 이미 자체적인 구조조정 과정에 있다는 사실을 이해주셨으며 한다. 현대상선은 2016년 경영환경이 어려울 때 수익자산을 매각하면서 버텨냈고 한진해운까지 무너진 상황에서 그냥 무너지게 내버려 둘 수 없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에 정상화를 위한 지원은 반드시 이루어져야한다고 생각한다.

현대상선은 수출입 경쟁력, 유사시 해운기능 유지를 위한 국가필수선박 등 여러 가지 전략적인 차원에서 정상화 시켜야 한다. 특히 중소기업의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도 현대상선은 대단히 중요하다. 중소기업은 고용의 대부분을 책임지고 있고 산업의 기반이 되는 기자재 및 소재산업을 이끌고 있기 때문에 경제 역량을 키워주 게 정부의 책무다. 중소기업의 수출입 경쟁력을 키워주려면 현대상선과 같은 원양선사의 역할이 대단히 중요하다. 국적원양선사가 사라진다면 중소기업의 수출입 물류비용 증가는 물론 선사와의 소통이 어려워져 SCM 전반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소선사에 대해서도 공사 나름대로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 다만 시장의 작동을 거스를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생존 능력이 있고 경쟁력을 가진 중소선사는 위기를 통해 더 성장할 수 있지만 한계기업은 퇴출되기 마련이다. 이와 같은 근본적인 시장의 작동 원리를 공사가 의도적으로 거스를 수는 없다.

공사가 모든 한계기업을 안고 가기 위해 출범했고 그런 역할을 해줄 것이라는 일부 시장의 기대감은 충족시킬 수 없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금융위기 이후 지속된 10년 장기불황 속에서도 선박을 신조하는 등 나름의 성장을 해나가는 중소선사들은 경쟁력을 더 높여주고 한계기업은 잘 퇴출 되도록 도와주는 게 공사의 기본적인 역할이다.

중소선사 지원을 강화하기 위해 공사내 중소선사 전담조직을 별도로 만들고 ‘중소선사 금융지원 플랫폼’을 가동할 계획이다. 중소선사 금융지원 플랫폼을 통해 중소선사 SL&B 프로그램을 중소기업 맞춤형으로 개선하고 선박투자 사업 확대 및 구조다양화, 중소선사 맞춤형 보증상품 출시, 금융이자 지원하는 동반성장 프로그램 확대 등을 추진하려고 한다.

▲ 황호선 사장(오른쪽)과 본지 이철원 국장이 대담을 나누고 있다.

◆이철원 : 공사가 중소선사에 대해 많은 신경을 쓰고 계신 것을 이제 충분히 알겠다. 그러나 현대상선에 대한 지원 규모가 워낙 크기 때문에 현대상선의 경영정상화가 늦어질 경우 자칫 공사가 함께 부실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

◆황호선 : 그 우려가 시장의 일반적인 시각이라고 생각한다. 현대상선은 고용선 구조가 조금씩 개선되고 있고, 내년부터 20척의 메가 컨테이너선이 투입되고, 디얼라이언스에 정식으로 가입하는 등 경쟁력 제고를 위해 엄청난 자구노력을 하고 있다. 해운시황이 어렵기는 하지만 자구노력으로 현대상선의 수익성은 점차 개선돼 갈 것이다.

공사가 영구채 매입을 통해 현대상선에 직접 자금을 지원하고 있지만 현대상선의 자구 노력을 통한 자금조달을 우선 추진해 리스크를 절연시키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가령 스크러버를 장착하기 위한 자금 마련을 위해 정유사, 화주, 자재업체가 참여하는 450억원 규모의 상생펀드를 조성하고, 현대상선이 필요한 컨테이너 박스를 공사가 직접 발주하고 리스플랫폼으로 빌려주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철원 : 공사가 조직의 연속성을 위해서는 수익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공사가 공공기관이기 때문에 사회적인 기여를 고려하지 않을 수도 없다. 그렇다고 너무 사회적인 기여만을 생각하다 보면 수익성이 나빠지고 경영 평가가 나빠지는 딜레마에 빠질 수 있다.

◆황호선 : 저는 공사 자체의 수익성에 대해서는 사실 별 관심이 없다. 투자나 보증을 통해 금융 수입이 발생하게 되는데 공사가 지속 가능한 정도의 수입만 확보되면 충분하다. 공사의 수익은 최소한으로 해서 모든 수익구조를 가능한 선사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하려고 한다. 이 때문에 기관장에 대한 평가가 나빠진다고 해도 크게 개의치 않는다. 다만 투자한 선사에 문제가 생겨 큰 손실이 발생하지 않도록 리스크 관리에 신경을 쓰고 있다.

◆이철원 : 1980년대 중반 해운산업 합리화 조치가 시행된 바 있다. 당시 국적선사들이 위기에 빠진 이유가 시황 예측을 제대로 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고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의 전신인 해운산업연구원이 만들어졌다.

2008년 리먼브라더스 사태로 시작된 장기불황도 결국은 시황예측을 제대로 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지적들이 나오고 있다. 이러한 지적 때문인지는 몰라도 해양진흥공사도 나름의 연구기관인 산업진흥센터를 만들어 시황 예측을 하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다. 어떻게 보면 KMI와 같은 연구를 하고 있다고 볼 수도 있는데 양 기관의 통합 또는 협력이 필요한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황호선 : 현재 공사의 사업 방향은 선사들에 대한 금융지원 중심으로 맞춰져 있다. 그러나 언제가 될지 모르겠으나 2008년 이전처럼 호황기가 다시 도래해 민간 선박금융이 활발해지고 그래서 공사의 존재 이유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그런 때가 올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런 때가 쉽사리 올 것 같지는 않아 보이지만 그래도 공사가 앞으로 해운업이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방향을 제시해줄 수 있는 역량을 갖고 있어야 한다.

산업진흥센터가 바로 이런 역량을 준비해 나가는 조직이다. 센터는 산업에 대한 예측능력 뿐만 아니라 선박가치평가 서비스도 하고 있다. 시황예측 기능은 앞으로 더 고도화시켜 싱가포르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 해운거래 기능을 부산으로 가져 오겠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또 우리가 S&LB 선박금융 구조를 짤 때 필요한 선가 정보를 클락슨과 같은 해외 기관에 의뢰하는 데 이렇게 빠져나가는 국부유출이 적지 않다. 선박가치평가를 공사 자체 내에서 할 수 있도록 이미 시스템을 갖춰 놨고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 분야에서 KMI와 역할 분담과 협력은 필요하다고 본다. 다만 KMI는 장기 정책 연구기관이고 우리는 업계의 현재 요구되는 비즈니스를 연구하는 기관으로서 차별화되는 측면도 있다. 하반기에 29명 정도의 인력을 추가로 채용할 계획인데 인력이 보강되면 산업지원센터를 해운거래정보센터로 별도로 독립시켜 기능과 역할을 더욱 강화시킬 계획이다.

인력 채용 문제가 나왔으니 조금 더 말씀을 드리면 공사가 정원 101명으로 출발했는데 기재부와 협의를 통해 29명을 추가 채용키로 최종 합의하고 현재 채용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29명을 채용해봐야 정원 130명에 불과한데 여전히 인력이 부족한 상태다. 향후 기재부와 협의를 진행해 정원을 140~150명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하반기 추가 인력 채용이 마무리되면 해운업 경쟁력 강화와 국정과제의 효율적 운영을 위한 조직개편을 단행하려고 한다. 이번 조직개편의 핵심은 해운업 위험관리 지원체계 구축, 투자·보증 기획 및 사후관리 강화, 정부사업 대행체계 마련, 혁신성장실 신설 등이다. 조직개편이 마무리되면 3본부, 9부, 2실, 1센터 체제로 전환된다.

◆이철원 : 공사가 투자와 보증, S&LB 뿐만 아니라 현대상선에 직접 자금을 지원하는 등 자금 수요가 상당한 것으로 알고 있다. 자본금을 확충을 서둘러야 하지 않나?

◆황호선 : 법정자본금은 5조원이나 실제 납입자본금은 2조 9천억원이다. 현대상선에 대한 지원 규모만 봐도 신조중인 메가 컨테이너선 선박금융만 2조 5천억원에 달한다. 메가 컨테이너선 인수에 따라 필요한 컨테이너 박스도 도입 자금도 1조 5천 억원 규모다. 물론 공사가 직접 투자하는 게 아니라 보증을 통해서 금융을 진행하기는 하지만 결코 적지 않은 규모다.

부족한 자금은 공사채 발행을 통해 마련하고 있는데 공사 신용도는 AAA로 자본금의 5배까지 공사채 발행이 가능하다. 그러나 자본금 5배까지 공사채를 발행하면 신용도가 AAA 이하로 떨어지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공사가 발행할 수 있는 공사채 규모는 자본금의 100~150% 정도다. 5천억원 규모의 공사채를 1회 발행했기 때문에 아직 공사채 발행 여유는 있다.

그러나 앞으로 현대상선에 대한 추가 자금 지원이 예상되고 중소선사에 대한 지원은 본격적으로 시작하지 않았기 때문에 2조 9천억원이라는 자본금은 부족할 수도 있다. 조만간 약 3천억원 규모의 공사채 발행을 준비중인데 공사채 발행규모가 자본금의 100%가 넘어가면 그때 정식으로 정부와 국회에 자본금 확충을 요청하려고 한다.

◆이철원 : 사장님의 어깨가 무거운 거 같다. 공사 설립되기까지 해운업계는 희망이 아예 없었지만 이제 공사가 있으니 적어도 해운산업계 전체가 망하는 사태까지는 가지 않겠구나라는 희망이 보이는 것 같다. 공사에 거는 해운업계의 기대가 크고 그럴수록 사장님한테는 부담으로 작용하리라 생각된다. 마지막으로 못하신 말씀이나 해운업계에 당부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황호선 : 최근에 중소선사 CEO들과 모임을 가졌다. 이 모임에서 S&LB 조기 상환 수수료 문제가 나와 그 자리에서 폐지를 지시했다. 민간 금융기관은 중도상환수수료를 부과하지만 공사가 S&LB 선박을 처분하는 데 선사에게 중도 상환수수료를 무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판단해 폐지를 지시했다.

이 뿐만 아니라 직원들에게 민간 금융기관처럼 선사들이 찾아오기를 기다리지 말고 스스로 업계를 찾아 다니며 현재 어떤 상황에 처해있고,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체크해 지원할 수 있는 부분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공사가 한계기업까지 모두 끌고 갈 수는 없지만 경쟁력있는 선사는 더욱 경제력을 더욱 키워주고 일시적인 유동성 위기를 겪는 선사에게 유동성을 지원해 경기 대응능력을 키워주는 역할을 해나갈 것이다.

선사들에게 부탁하고 싶은 것은 공사의 지원은 선사 스스로의 자구 노력이 전제돼야 효율성이 배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공사와 해운업계가 함께 한국해운을 재건해 나간다는 주인의식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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