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해운 위상 강화위해 신뢰·협력 필요”

▲ 김칠봉 부회장

선화주 공생적 산업생태계 구축 미진
외형성장보다 내실 위주·수익성 제고

SM그룹의 해운부문 3개사인 대한해운, SM상선, 대한상선을 총괄화고 있는 대한해운 김칠봉 부회장은 한국해운신문 창사 30주년 특집 인터뷰에서 국적선사간 신뢰와 협력 회복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칠봉 부회장은 “해운이라는 완전경쟁시장에서 한국해운이 생존하고 발전해 나가려면 국적선사간 신뢰와 협력의 장을 갖춰야한다. 그렇지 않으면 국제해운시장에서 한국해운이 설 자리는 점점 더 좁아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창사 30주년 맞은 한국해운신문에 격려의 한 말씀 부탁드린다.

=해운은 물론, 조선, 복합운송, 물류 관련 업계를 대표하는 중심 역할을 하는 한국해운신문의 창간 30주년을 진심으로 축하드린다. 한국해운신문은 1989년 9월 창립한 이래로 모든 물류분야를 아우르고 최신 동향과 심도있는 기사로 큰 도움이 되고 있다. 해운업계 일원으로서 한국해운신문의 노력과 기여에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앞으로도 해운, 조선, 운송 등 모든 업계의 종사자들에게 사랑받는 언론으로 더욱 발전하시기를 기원한다.

-한국해운이 당면한 가장 시급한 과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우리나라가 처한 지정학적 위치로 인해 미중간 무역분쟁 및 최근 불거진 한일간 갈등에 따른 여파로 우리나라 해운의 근간을 이뤄왔던 근해선사들의 영업환경이 매우 어렵다. 또한 해운재건계획에 힘입어 초대형선 도입을 앞두고 있는 현대상선과 SM상선 같은 국적원양선사들도 비록 전년대비 다소 실적 개선은 이뤄지고 있으나 독자적으로 직면하고 있는 현안 대응 및 미래를 준비해 나가기에는 힘에 부치는 것도 사실이다. 다행히 금년 하반기 들어 벌크시장 운임회복세로 부정기선사들은 한숨을 돌렸다. 하지만 암울한 글로벌 경기 전망을 어떻게 극복해 나갈 것인지에 대해 불안하기는 매한가지다.

이와 같은 중대한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우리 한국해운이 당면한 가장 시급한 과제는 무엇보다도 그동안 해운업계내 그리고 국적선사들간 옅어진 신뢰기반을 굳건히 하고 한국해운의 위상 고양이라는 공동의 목적을 위해 협력해 나가겠다는 기반을 만드는 것이다. 해운이라는 완전경쟁시장에서 한국해운이 생존하고 발전해 나가기 위해서는 이러한 신뢰 및 협력의 장을 갖춰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결국 국제해운시장에서 한국해운이 설 자리는 점점 더 잃어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해운재건계획에 대한 평가를 해주시고 반드시 개선되거나 추가돼야 할 점이 있다면?

=2018년 4월 발표된 해운재건계획 5개년 계획 목표가 해운재건을 통한 ‘공생적 산업생태계’ 구축이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3대 추진방향이 첫째, 경쟁력있는 서비스·운임에 기반한 안정적 화물확보 둘째, 저비용·고효율선박 확충을 통한 해운경쟁력 복원, 그리고 세 번째, 선사간 협력강화 등 지속적 해운혁신을 통한 경영안정이었다. 그리고 현재 2년차에 접어든 해운재건계획 추진 경과를 보면 단기간에 걸쳐 초대형선 발주, 근해선사간 통합 추진 등 굵직굵직한 일들을 해왔고 그러한 노력에 대해서는 당연히 높게 치하를 하고 싶다.

그러나 다소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우리가 해운재건을 통해 이루고자 했던 ‘공생적’ 산업생태계라는 부분이 조금 미약했다고 생각한다. 여전히 산업내에서는 선사와 화주간 화물 확보 부분이 2자물류 규제 강화에 의존해야 하고 선사들간 협의체를 통해 진행돼오던 행위들이 공정거래위원회에서는 담합이라는 의혹의 시선을 받는 작금의 현실에 있어 과연 해운재건의 목표를 무사히 달성할 수 있을까라는 우려가 드는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짧은 기간 내 새로운 것들을 추가하기 보다는 다시 근본으로 돌아가 안정적 화물확보 및 선사간 협력강화를 이뤄갈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해운재건을 위해 선사간 통합이 필요하다는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주지하시는 바와 같이 해운재건을 위한 선사간 통합 필요성이 제기된 주된 사유는 글로벌선사들 대비 우리 국적선사들의 외형적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고 또한 선사들 수 또한 154개사로 많다 보니 선사들 간 통합을 통해 규모의 경제 달성 및 우리 국적선사들 간 경쟁이 치열한 동남아시장 등에서 운임정상화를 통한 수익성 개선이었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 근해 국적선사들을 중심으로 KSP 활동을 통해 노선 조정 및 선복량 감축 등을 적극적으로 실시했으나 그 결과는 해당 시장·노선에서 국적선사 점유율은 하락하고 반대로 외국적선사들의 공급량 확대 및 글로벌선사들의 대형선 투입 등의 영향으로 기대한 것과 정반대의 결과를 목도했고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현실이다.

선사간 통합이라는 것은 해운재건을 위한 하나의 방법은 될 수 있지만 해운재건의 결과가 선사간 통합이 될 수는 없다는 것이 오랜기간 해운업에 몸담은 저의 일관된 주장이다. 선사간 통합을 통해 달성코자 하는 목표가 공유되고 또한 어느 일방의 이익이 아닌 참여하는 선사들의 공동의 이익을 제시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국해운 재건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 있다면?

=한국해운 재건이 5년이라는 짧은 기간 내 완성될 수 있는 과제가 아니다 보니 해운백서 형태로 장기적인 계획을 지금이라도 수립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현재 단계에서 수립할 수 있는 최선의 계획을 작성해 주기적으로 내외부 주요 환경변화를 반영해 지속적으로 보완해 나간다면 비록 정권이 바뀌고 정책담당자가 교체돼도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 중장기 산업 전략이 될 수 있다고 본다.

해운재건의 목표를 단순히 외형적인 부분에 중요성을 두기 보다는 국적선사의 내실(內實)을 키워줄 수 있는 전문인력 양성, 해외시장 개척지원, 해운 인프라 구축 등에 좀 더 신경을 써 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환경규제(BWTS, SOx)에 어떻게 대처하고 있나?

=SM그룹 해운부문 3개사(대한해운, 대한상선, SM상선)는 어떤 획일화된 대처 보다 각사별로 보유선대의 선령, 화주와의 계약구조, 선종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그에 따른 적절한 대처를 해오고 있다. 예를 들자면 일부 선박들은 화주와 체결한 계약조건에 따라 탈황장치를 설치하거나 화주요청에 따라 저유황유를 사용하는 방법으로 대응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향후에도 환경규제에 대한 철저한 준비와 사업성 검토를 통해 새로운 환경규제가 악재가 아닌 또 하나의 기회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할 생각이다.

-향후 해운시황을 어떻게 전망하시고 어떠한 준비를 하고 있나?

=해운업에 첫 발을 내딪은 이후 2000년 초중반 해운시황 고점을 제외하고는 “시황이 좋다”라는 얘기를 들어 본적이 드물었던 것 같다. 물론 금년 초 브라질 발레댐 붕괴 여파에 따른 부정기시황 침체 이후 하반기들어 미중간 영향으로 인한 톤마일 증가, 환경규제 대응을 위한 탈황장치 설치, 중국 재고물량 확보 등의 영향으로 부정기시장 약진이 두드러지고 있으나 앞으로 얼마나 지속될지에 대한 불확실성은 여전히 남아 있고 당장 미중간 무역분쟁, 대일 무역 마찰이 어떻게 풀리게 될지도 미지수다. SM그룹 해운부문은 급변하는 해운 시황 속에서 전용선사업 확대 및 외형 성장보다는 내실을 다지며 수익성을 높일 수 있도록 사업포트폴리오 및 조직 구성에 집중할 계획이다.

-정부·업계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완전경쟁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孤軍奮鬪)하고 있는 우리 국적해운선사들이 무너져 내린 우리 해운산업재건을 성공적으로 해 나가기 위해서는 긴 호흡과 인내심을 가지고 해운안전판이 돼주시길 바란다. 모든 산업이 그러하듯이 글로벌 경쟁력을 회복하고 자립할 때까지 국적선사의 경영안정 지원이 지속적이고 안정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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