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재건계획, 대형선사에 너무 편중”
경쟁력있는 선사에 선박금융 적기제공
선박 운항 비용 급증, 화주 분담 필요
소형 케미컬 탱커 시장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하나마린의 강석심 사장은 한국해운재건계획이 대형선사에 너무 편중돼 있다며 일부 대형회사가 아닌 한국해운 전체에 대한 마스터 플랜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해운신문 창사 30주년을 맞아 진행된 특별 인터뷰에서 강석심 사장은 “경쟁력있는 회사는 적기에 더욱 경쟁력을 키워갈 수 있도록 선박금융이 다양한 방식으로 제공돼야 한다. 일부 대형회사를 살리기 위해 모든 지원이 집중되고 그로 인해 다수의 선사들의 고사하는 상황은 없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창사 30주년을 맞은 한국해운신문에 격려의 한 말씀 부탁드린다.
=해운업에 특화된 전문성을 가지고 한국 해운의 현안과 미래를 고민하고 행동하는 한국해운신문의 창사 30주년을 축하드린다. 편향된 시야보다는 전체를 아우르는 넓은 시야로 겉으로 드러난 면 뿐 아니라 사안을 구체적으로 꿰뚫어보는 혜안을 가지고 해운 발전을 위한 다양한 목소리를 담는 언론으로서 더욱 발전하기를 기원한다.
-한국해운이 당면한 가장 시급한 과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수출입에 의지하는 우리나라 경제구조상 해운업은 필수업종이고 혈관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는 특수성에 대해 사회적인 인식을 높이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경제 발전에는 강한 해운업이 필수라는 사실을 전파해야 한다.
세계적인 환경 보호 추세로 해운의 비용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지만, 해운 불황으로 해운회사들은 비용 경쟁력 확보를 강하게 요구받고 있는 상황이다. 개별 회사는 각자의 경쟁력 향상에 노력해야 하고 정부는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제도적인 지원, 개선이 매우 필요하다. 해운비용이 늘어날 수밖에 없음을 타 산업에서도 인식하고 함께 비용을 분담해야만 큰 변화의 시기를 무사히 넘길 수 있다. 그러나 현재는 모든 비용을 해운사가 떠안을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BWTS, 황산화물(SOx) 문제에 대해서 전 산업적인 협조가 없이는 앞으로 1~2년 사이에 한국해운은 극도로 위축될 수밖에 없고 많은 회사들이 폐업하게 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이 많다.
또한 해운회사 경영에 리스크가 극도로 높아지고 책임의 범위가 비상식적인 수준으로 넓어지고 있다. 회사가 발전하면 그에 따라 사회적 책임의 범위가 넓어질 수도 있으나 현재 해운회사는 화주-해운사-선원노조-해운대리점-수리업체의 해운산업 연결망 중에서 가장 약한 연결고리가 되어 극도의 스트레스를 모두 떠안고 있는 상황이다.
근로환경 개선, 선원비 인상, 협력업체 비용 인상 등 모든 면에서 비용 인상 압박을 받고 있고 있으나 이러한 요구를 충족시키려면 화주들로부터의 운임 인상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국내 화주들은 늘어난 사회적 비용분담 의지가 없으며 현행 운임을 더욱 절감하려는 상황에서 해운회사들은 길거리로 내몰리는 느낌이다.
-해운재건계획에 대해 평가해 주시고, 반드시 개선되거나 추가돼야 할 점이 있다면?
=해운재건계획이 상당히 편향돼 있다고 생각한다. 일부 대형회사가 아닌 한국해운 전체에 대한 마스터 플랜으로 바뀌어야 한다. 일부 회사 살리기라는 이야기는 더 이상 없어야 하지 않겠는가?
-해운재건을 위해 선사간 통합이 필요하다는 주장에 대해…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 형성이 아직 안된 것 같다. 일부의 주장이 전체의 주장인 것처럼 회자되고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이다. 깊이 있게 분석해 선사간 통합이 현재의 문제를 해결할 가장 현실적이고 효과적인 대안이라는 것에 대해 우선 업계가 공감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해운재건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 있다면?
=중소선사 입장에서 시급한 것이 우수한 선원의 확보와 지속적 관리 체계다. 정부차원에서 해운 환경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방향을 제시해주는 역할도 있었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가장 시급한 것은 물류비용 현실화다. 전세계적으로 해운비용증가하고 있는 이를 선사 혼자 부담할 수는 없으며 사회적 공동 비용으로 인식해야 한다.
-한국해양진흥공사에 대한 평가와 개선할 점이 있다면?
=선사 입장에서 해양진흥공사에게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은 절실하게 일하는 자세와 사명감이다. 한국 해운산업 재건을 위해 작은 비용 하나, 하루 한시간이라도 허투루 쓰지 않고 낭비하지 않겠다는 자세없이 보여주기 식의 일처리를 하는 조직으로는 한국해운의 재건과 진흥을 기대하기가 어렵다고 생각한다.
-환경규제(BWTS, SOx)에 어떻게 대처하고 있나?
=새로운 국제 환경 규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BWTS는 2017년 9월 8일 이전부터 설치를 시작해 설치가 강제화된 선박에 대해서는 올해 안으로 모든 설치가 완료될 예정이다. 다만 해양진흥공사가 정부 지원안 발표 시 최초 공문으로 약속했던 기존 설치 선박에 대한 지원 소급 약속을 번복한 것은 매우 유감스럽다.
SOx 규제는 소형선에게 옵션이 많지 않다. 저유황유(LSFO)를 공급하는 것으로 대응할 것이다. 그러나 LSFO 공급에 대해서는 여전히 3가지 불확실성(가격 불확실성, 수급 불확실성, 성능 불확실성)이 확실히 해소되지 못하고 있다. 이 문제에 대해 유관 기관, 주무관청에서 좀 더 적극적이고 세밀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개별 해운회사에서 대응할 성격이 아니다.
2020년 1월 이후에도 현재와 같이 선박 운항의 안정성을 계속 유지하고 싶으나 LSFO 관련 불확실성은 선사에서 대비할 수 있는 것이 거의 없고 주무관청의 정책적 대비, 유관 기관 등의 기술적 검토 및 지원, 공급 업체(정유사)의 적극적 안내가 절실하다. 그러나 현재 모두 부족해 해운회사는 사막에 나침반 하나만 가지고 헤매고 있는 상황이라고 느껴진다.
-향후 해운시황을 어떻게 전망하시고 어떠한 준비를 하고 계십니까?
=어느 때보다도 큰 변화의 파도가 해운회사에게 밀려오고 있는 상황이다. 새로운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는 회사는 앞으로 1~2년 사이에 소멸하게 되어 해운 시장은 새롭게 재편될 것으로 생각된다.
-귀사의 향후 10년후 모습은?
=동북아시아 최고의 실력을 갖춘 특수 화학제품 운송 전문회사로 발돋움하고자 한다.
-정부 당국이나 해운 업계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나의 경쟁력은 내 스스로 갖추는 것이다. 그러나 해운의 흐름을 바꾸는 거대한 변화의 시기에 정부 당국의 역할이 너무 소극적이다. 앞서가는 정책, 해운회사들이 경쟁력을 키우고 자생력을 키우도록 환경을 만들어주는 역할이 여전히 부족하다고 느낀다.
또한 과거와 같이 선박금융이 일시에 막히는 문제가 있어서는 안된다. 일부 대형선사를 위한 정책 실시가 아니라 해운업 전체의 밸런스를 생각하고 경쟁력있는 회사는 적기에 더욱 경쟁력을 키워갈 수 있도록 선박금융이 다양한 방식으로 제공될 수 있어야 한다. 한 회사를 살리기 위해 모든 지원이 집중되고 그로 인해 다수의 해운회사들이 枯死하는 상황은 없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