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스자코니, IHS마킷 JOC 편집국장

▲ 마크 스자코니 국장

황산화물 배출가스 규제 발효를 앞둔 가운데, 컨테이너 운송업계는 온실가스 배출량 규제 강화에 따른 현실을 깨닫고 있다. 파나마 운하의 해수면 감소와 태평양 지역을 덮친 태풍 등 각종 뉴스는 지구 온난화로 인해 향후 공급망 차질이 불가피할 수 있다는 사실을 절감하게 하기 때문이다.

최근 한 연합회가 국제 운송의 탄소배출 저감을 목표로 머스크(Maersk), 로열 더치 셀(Royal Dutch Shell), 로이드 레지스터(Lloyd’s Register) 등 70여 개의 민간 및 공기업의 지지를 받아 설립되었다는 사실은 해운업이 눈앞에 다가오는 어려운 과제를 이해하기 시작했다는 점을 보여준다. 9월 23일 발표된 내용에 따르면 탄소제로연합(Getting to Zero Coalition)은 2030년까지 상업화 가능한 무탄소배출(zero-emission) 화물 선박 개발에 힘쓰겠다는 입장이다. 같은 날 국제 해안의 30%와 국제 해운선의 약 20%를 대표하는 14개국은 해운업의 탈탄소화를 요구했다. 기후변화 변수를 해운업계에 대한 대출 결정과 연계하겠다고 밝힌 바 있는 씨티(Citi), 소시에테 제네랄, DNB 등 글로벌 투자 은행은 3개월 전 대출 절차를 조정해 해운 선박의 탈탄소화에 인센티브를 제공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로 인해 국제 해운선의 약 20%가 갖고 있는 대출이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탄소 배출량 감축에 대한 압박은 증가세가 예상되는 화물 운송비뿐만 아니라 화물 계약 방식에도 변화를 가져오고, 해운업의 운영방식에도 지각변동이 일어날 것을 예고하고 있다. IMO 2020 규제는 새 연료가 가져오는 과제, 특히 비용에 관심을 집중해 왔었지만, 탈탄소화로 가는 길은 이보다 험난하다.

지난해에 공개된 IMO 전략에 따르면 컨테이너선 업계는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08년 수준 대비 절반 이하로 낮춰야 한다.

하지만 의도적 감속 운항만으로는 IMO 목표량을 달성할 수 없다. IMO가 현재 고려 중인 감속 운항이 실제로 의무화된다면 선사들은 더 많은 선박을 출항시킬 뿐만 아니라 화석 연료를 사용하게 될 수도 있다고 여러 연구는 지적하고 있다.

존 버틀러(John Butler) 세계선사협의회(The World Shipping Council) CEO는 “단기적 해결책으로 장기적인 문제 해결하려 해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고 함부르크에서 개최된 JOC 컨테이너 트레이드 유럽 콘퍼런스에서 밝히기도 했다.

장거리 해양 운송에 적합한 친환경(non-carbon) 연료로 전환하려면 추가 연구 및 개발이 필요한 상황이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민간 및 공공 영역 사이의 긴밀한 협조가 필요하다. “해운업계가 IMO가 제시하는 2050년 이후의 온실가스 규제를 준수할 수 있도록 적절한 규모 및 일정에 맞게 연구 및 개발을 진행하려면 하나의 기업 혹은 한 국가가 나서서 자원을 제공하는 것으로는 불가능하다”고 버틀러 CEO는 지적했다.

H&M, IKEA, 머스크, CMA CGM 등이 참여하는 바이오 연료 파일럿 프로그램은 주목할 만한 첫걸음이다. 하지만 기업 전반에서 배출 목표량을 준수하려면 경영진의 직접적인 관심을 통해 물류 담당자들이 운송에 더 큰 비용을 들여야 할 것이다. 즉, 화주는 지속가능한 친환경 서비스를 제공하는 운송 서비스 제공업체를 선택함으로써 시장의 변화를 이끌어가야 한다. 이러한 시장의 변화를 감지한 전 세계 최대 해양 포워더 퀴네나겔(Kuehne+Nagel)은 탄소 중립 컨테이너 소화물(LCL) 운항을 내년에 시작할 것이며 2030년까지 탄소 제로를 실현하겠다는 뜻을 지난 9월 23일 밝혔다.

대형 화주들이 점차 탄소배출 저감 운동에 참여하기 시작하는 가운데 소형 화주들이 만약 IMO 규제의 영향을 파악하여 이에 대비하지 않는다면 업계에서 도태될 수 있다고 로이드 레지스터의 해양 및 연안 글로벌 지속가능성 매니저인 캐서린 팔머(Katharine Palmer)는 지적했다. “자사의 탄소 배출량에 대해 전혀 파악하고 있지 않으면 공급망의 유연성을 어떻게 확보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캐서린 브로스트(Kathrin Brost) DHL 글로벌 포워딩의 친환경 및 고객정보 글로벌 대표는 “화주들이 가장 친환경적인 운송 방식을 채택하는 것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선택지는 많다. 비용이 적게 드는 방식만 고집할 것인지 가장 친환경적인 솔루션을 채택할 것인지 결정하는 것은 화주에게 달려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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