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의 재편, 어디로 가고 있는가?④

▲ 윤민현 박사(Penb46@naver.com)

1. 2014년 업계 재편, 시작이었다

2011년 규모의 경제론을 바탕으로 한 Maersk의 1만 8천teu급 Triple-E의 대량 발주와 함께 당시 Grand Alliance, New World Alliance, CKYH의 3대 얼라이언스와 독자 노선을 걷고 있었던 Maersk, MSC, CMA CGM의 시장구도가 흔들리기 시작한다. 장기 침체하에서 고전하고 있던 글로벌 중소선사들을 상대로 건전한 재정을 토대로 한 유럽의 대형 선사들이 초 대형선을 투입, 시장을 과점하고 지배력(market share)을 강화해나가면서 시장은 자연스럽게 거대선사와 중소규모의 선사로 나누어지는 양극화 현상을 보인다.

이때까지 독자노선을 고수해왔던 Maersk, MSC, CMA CGM 등 유럽의 Top 3가 3대 얼라이언스와 경쟁하기 위해 P3라는 매머드급 얼라이언스를 구축하자 역시 그때까지 독자운항을 고집해왔던 대만의 에버그린(EMC)이 서둘러 아시아권 선사들이 주도하고 있는 CKYH에 합류한다. 그러나 선두주자들의 야심작이었던 P3가 중국 상무부의 비토로 무산되자 불과 2주만에 3사중 CMA CGM을 배제한 2M이 결성되어 오늘에 이르게 된다. 어제까지 손잡았던 동지가 하루 아침에 울타리 밖으로 내몰리는가 하면 필요시에는 국적과 이념, 문화적 차이에도 불구하고 생존을 위해서라면 적과의 동침도 불사한다는 적자생존의 냉혹한 현실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당시 시장의 2분화 현상은 거스를 수 없는 추세였으며 이러한 과정에서 대어(大漁)가 될지 혹은 그 틈새에서 힘겨운 각축전을 벌여야 할 소어(小魚)가 될지는 시장의 장래에 대한 전망과 이를 토대로 한 각자의 상황인식에 따라 좌우될 수밖에 없는 실정이었다. 중요한 것은 합병 또는 공동운항이라고 하는 시대적 흐름이 초래한 집단 의사결정 시대에 즈음해 ‘내 스타일, 내 문화’를 희생시킬 수 있어야하며 결국 글로벌화, 개방(Open) 및 투명경영이 불가피해 질 수 밖에 없는 시대에 접어든 것이다.

2. 통합 불가피론

(1) 금융권

2016년 4월 런던에서 개최된 Global Liner Shipping Conference에서 Citi Bank의 인사(M/D Michael Borch)는 해운계의 적자가 너무 크다고 지적하고 현재의 행태를 답습하면 대부분의 선사가 적자를 면치 못할 것이며 생존능력이 얼마나 지속될지 의문시 되는 바 해운계가 생존하려면 미국 항공산업의 통합역사를 살펴보라고 충고한다.

생존능력에 대해 의문을 표하는 이유로 우선 자금수요가 너무 높다는 점을 들었다. 당시 OOCL의 경우 유럽항로에서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초대형선으로 1 String을 확보하려면(최소 10척) 자사의 시가 총액을 상회하는 투자가 필요한 바 이는 곧 회사의 존립문제와 직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동시에 2010년 이후 주가가 50% 이상 하락한 해운사에 대해 투자자의 시각에서 과연 투자가치가 있다고 볼 것인가, 정상적인 시장이라면 수요에 상응하는 공급이 이루어지는 것이 당연함에도 선박을 소유하는 것이 전략적으로 아무런 가치도 없다면 누가 투자 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금융권의 시각을 대변한 그는 M/S가 한 자리 숫자에 머물러 있는 중소선사들에게는 스스로가 합병의 대상이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향후의 컨테이너 정기선 분야는 크고 더 힘 있는(larger, more powerful) 선사가 통합의 주역이 될 것이며 소형사는(small lines) 대형사에 흡수되거나 시장에서 철수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2) 해운계

2016년 당시 제5위 선사인 하파그로이드의 사장(Rolphe Haben Jensen)은 “해운계에서 평균 Operating margin이 -3% 상태가 더 지속되면 살아날 기업은 아무도 없다. 현재 상태로 운항하려면 차라리 계선하는 것이 더 경제적이며 결국 대안은 통합밖에 없다. 고강도 통합이 이루어지면 살아있는 자의 경쟁력은 강화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실상 통합을 권한 것이다.

Flemming Jacobs씨는 사회에 진출한 이후 39년간 봉직했던 Maersk를 떠나 1999~2003년까지 NOL의 CEO로 재직한 바 있는 전문 경영인으로 세칭 ‘머스크 Mafia’의 대부격인 사람이자 자타가 공인하는 Industry veteran으로 당시 한국해운계에도 잘 알려진 인물이다.

2016년 4월 중순 개최된 Singapore Maritime Week 모임에서 그는 모두가 침체라고 우려했던 당시의 시장에 대해 ‘지금이 정상이며 이에 적응하기 위해 선사들에게 중요한 것은 훌륭한 재능을 유지하는 것이다. ’때가 되면 좋아지겠지‘식의 70~80년대식 생각은 매우 위험한 사고방식이며 과거와 같은 경제 전망은 과도한 낙관론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3. 항로상황

(1) 간선 항로

해운업계에서 흡수, 합병 그리고 종종 발생하는 선사의 파산 등은 돌발적인 현상이 아니며 호황, 불황 어느 때고 이런 저런 형태로 발생한다. 호황시에는 자금력이 튼튼한 회사가 유력한 선사를(attractive targets), 불황시에는 위기에 처한 선사가 자사선박 혹은 기업을 내놓고 매수자를 찾는다. 정기선 분야에서의 통합은 1950년대 컨테이너화가 시작되기 이전부터 지난 100여년 동안 꾸준히 있어온 일들로 특히 컨테이너 해운시장은 주기성이 매우 강하기 때문에 이러한 현상은 흔히 발생한다.

지난 20년 전후로 이루어졌던 대표적인 대형 M&A의 예를 살펴보면 NOL에 의한 APL 인수(인수가 8억 2500만 달러/1997년), Maersk의 Sea Land(SLS 8억 달러/1999년)와 P&O Nedlloyds 인수(29억 달러/2005년), 그리고 하파그로이드의 캐나다 CP Shipping 인수(23억 달러/2005년) 등을 들 수 있다. 그 이후 거의 10년간 조용했던 시장이 2014년 초 하파그로이드와 CSAV의 합병을 신호탄으로 해서 이후 컨테이너 해운시장이 대대적인 재편의 과정을 겪게 된다.

그때까지만 하더라도 시장에서는 향후 시장의 재편은 대형선사간(Main Line Operator) 통합보다는 먼저 역내선사(Regional Carrier)를 중심으로 한 재편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전체적으로 살펴보면 글로벌 해운시장에서 미국선사의 철수를 시발점으로 유럽에 이어 최근 아시아로 이어지기 까지 간선선사의 통합은 범세계적 현상으로 이루어져왔다. 순서가 뒤바뀐 것인가? 그중 간선항로 위주로 이루어진 통합을 예시해 보자.

① 독일 : 그간 대표선사가 해외로 매각되는 것을 막기 위해 범국가적인 자본 참여로 국적을 유지해왔던 하파그로이드가 중동 5개국이 참여한 다국적 회사 UASC와 통합해서(2017년 5월) 지배선단 230척의 제 5위 선사가 됐다.

② 싱가포르 : 해운회사로서의 채산성보다 National Carrier의 역할에 더 비중을 두고 운영되어왔던 싱가포르의 대표선사 NOL이 Maersk와 CMA CGM의 경합 끝에 24억 달러에 CMA CGM로 매각됐다(싱가포르 국부펀드인 Temasek이 보유한 주식 처분).

③ 덴마크 : 세 차례에 걸친 독일 국적선사 하파그로이드와의 합병 노력에도 불구, 성사되지 못했던 함부르크수드는 이번에는 Maersk와 COSCO의 경합 끝에 Maersk로 흡수됐다.

④ 한국 : 1984년 US Line의 도산 이래 30여년간 조용했던 글로벌 컨테이너 정기해운시장에서 예상과 달리 정책당국이 지원을 외면함으로서 한진해운이 글로벌 해운시장에 일파만파의 충격을 일으키며 2016년 도산했다.

⑤ 중국 : 세계 최대 화주국이자 거대 금융자본을 운영하고 있는 중국이 두 개의 컨테이너 정기선사를 운영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하에 COSCO와 China Shipping을 통합한 후 2018년 7월에는 COSCO가 홍콩의 대표선사 OOCL을 매입, CMA CGM을 제치고 제 3위 선사로 부상했다.

⑥ 일본 : 중국 컨테이너 선사들의 통합과 한진해운 사태의 영향인지 불분명한 가운데 그동안 주주들의 반대로 성사되지 못했던 일본 컨테이너 3사가 하나로(ONE) 통합되면서 소수 대형화를 향한 시장의 재편이 마무리돼 사실상 큰 틀의 M&A는 완료됐다.

이 처럼 최근 수년동안 글로벌 컨테이너 해운계는 과거 어느 시대에서도 볼 수 없었던 숨 가쁜 이합집산의 재편이 이루어졌다. 재편을 요약하면 2016년 이후 흡수, 합병되거나 시장에서 사라진 컨테이너 선사들은 UASC(United Arab Shipping Co), APL, China Shipping, NYK, K Line, MOL, 함부르크수드, OOCL(Orient Overseas Container Line) 그리고 한진해운이다. 그리고 새로 탄생한 선사는 일본 3사가 통합한 ONE(Ocean Network Express) 하나뿐이다.

<Consolidation Timeline>

Dec 2014 : CMA CGM buys German shortsea operator OPDR
Dec 2015 : CMA CGM unveils plans to acquire NOL for $2.4bn
Feb 2016 : COSCO and China Shipping complete merger
Aug 2016 : Hanjin Shipping files for bankruptcy
Oct 2016 : NYK, MOL and K Line reveal plans to merge their container lines
Dec 2016 : Maersk’s $4bn bid for Hamburg Sud accepted
May 2017 : Hapag-Lloyd and UASC complete merger
June 2017 : Maersk agrees to sell Mercosur to CMA CGM
July 2017 : COSCO announces $6.3bn takeover of OOIL/OOCL

해운계는 지난 30년 동안 꾸준하게 원가 인하를 추진해왔고 그 과정에서 선박은 5배 이상 대형화 되면서 화주들은 이제 세계 도처에 자신들의 화물을 싸게 그리고 빠르게 수송할 수 있는 선사들이 상시 대기하고 있는 시대가 됐다.

2014년 이후에도 시장의 침체는 계속되고 있지만 그 와중에도 선사들은 승자와 패자군으로 나눠지기 시작했다. 그 경계선은 소석률과 운임정책을 관리하는 질적 차이였다. 적정운임을 기준으로 소석률을 관리하는 선사는 실적이 만족스럽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승자 대열에 합류한 반면 매출, 소석률, 물량에만 치중한 나머지 시장의 평균 운임률을 하회하는 저운임정책을 펼친 회사는 승자군에서 탈락했다.

시장에서 경쟁력의 기초는 해운원가 혹은 단위원가(unit cost)의 경쟁력이다. 구조적, 태생적으로 선가 등 자본비가 높은 선사는 상대적 열위에 처할 수밖에 없으며 그 차이가 경영수완의 차이로 극복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면 시장에서 지속가능성을 장담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운임수준이 운항비용도 보전하지 못하는 상황 하에서 배를 많이 갖고 있다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최근 5년 사이 이루어진 M&A의 공통된 성격은 피인수회사의 기존항로와 브랜드 가치를 그대로 유지함과 동시에 인수를 통한 시너지 효과를 들 수 있으며 각사가 스스로 성공적인 M&A라고 자평하고 있다. 특히 Maersk의 인수과정을 보면 한 가지 특징이 있다. 즉 상대는 흔히 하는 말로 잘나가는 회사이자 Brand 가치가 있는 회사들이라는 점이다.

1990년대 초 30여개 선사들이 활동중이었던 Global Carrier 16개사가 현재 9개사로 재편됐고 이들이 3대 얼라이언스로 뭉치면서 적어도 외견상으로는 소수 재편을 통해 컨테이너 해운분야가 어느 정도 안정을 되찾은 모습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에는 여전히 홀로서기가 어려울 정도로 불안한 선사들이 남아 있다보니 합병이 계속될 것이라는 예상과 함께 일각에서는 향후 합병의 결과에 따라 불원 4개사 전후의 메가 캐리어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2) 역내항로(Regional/Feeder carrier)

① 소형 다수형 역내항로

지금까지는 대형선사간의 합병이 주였고 대부분 상장법인이거나 투자자들이 지배하고 있는 회사들로 시장진입 장벽이 높은 곳에서 이루어졌지만 간선항로에서 적용되고 있는 규모의 경제논리가 역내항로라고 해서 예외일리는 없다. 그러나 규모가 작은 역내시장은 간선항로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소형 다수선사체제로 과도하게 분열된 상태가 유지돼 있었음에도 합병 움직임은 저조했다. 그동안 역내 시장에서 이루어진 통합은 주로 선박금융은행의 주도로 합병된 KG 선주사들로 MPC Container, the Zeaborn, 그리고 Cido(컨테이너부문), E.R. Schiffhart, Rickmers Line, Ahrenkiel, Conti 등 소형선사들을 흡수해온 Claus-Peter Offen 등을 들 수 있다. 이외에도 KG 펀드에 힘입어 설립된 다수의 선사들이 흡수되거나 시장에서 퇴출됐다.

② 역내항로의 재편

지선항로는 대형선사 자신의 화물운송만을 전담하는 전용 지선선사(dedicated operator)와 불특정 다수선사의 화물을 취급하는 일반 지선선사(common carrier)로 양분되어 있으며 단기 용선한 2~3척의 선박에 의존하고 있는 소규모 선사들도 다수 포함되어 있다. 환적과 지선항로에 관한 최근의 보고서(Dynamar)에 의하면 전 세계에는 124개 지선 선사와 1260척이 지선항로에서 활동 중이며 그중 770여척이 일반 지선선사 선박으로 전체의 60% 이상을 점하고 있다.

3대 간선항로가 9개사 체제로 합병이 진행되고 있는 흐름과 비교해 볼 때 역내항로에 124개 지선선사는 너무나 많은 것 아닌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지선항로에서는 합병이 거의 나타나지 않는 것인가? 원인은 지선 서비스 시장 자체가 그런 상태로 오랜 세월 유지되어왔다는 것이다. 지선시장이 저조하면 다수의 지선선사들은 운항을 중단하고 용선선박을 반선했다가 시장이 반등하면 다시 용선선박으로 시장에 재등장하는 것이다. 일부 선사가 합병이 되더라도 진입장벽이 워낙 낮아 특별한 투자부담 없이 한두척 용선선박만으로 진입이 가능한 시장이기 때문에 구조적으로 소형 다수 체제가 유지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역내항로에도 상장법인이 있고 기관투자자들이 지배하고 있는 회사들이 있는 이상 역내항로도 합병이라는 대세에서 예외일 수 없다. 실제 전문 컨설턴트들은 이제 역내항로도 합병의 분위기가 성숙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공급과잉으로 침체된 운임시장에서 그나마 합병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라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선주의 의사만으로 합병이 성사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특히 창업자가 선주로 남아있는 회사일수록 경영권에 대한 집념은 더욱 더 강하기 마련이다. 실제 앞에서 언급한 합병회사들의 경우에도 금융권에서 주도하지 않고 선주들의 의사에 맡겨두었더라면 선주들의 집착과 에고(ego)로 인해 합병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거나 소수에 그쳤을 것이다.

③ 역내항로의 지배구도

실제 세계에서 가장 큰 지선 서비스 운항사는 대형 원양선사들이다. Dynamar 보고서에 의하면 지선항로 시장의 연간 물량은 4300만teu이며 세계 Top 5 지선선사는 물량기준으로 MSC와 머스크가 각 19%와 14%로 1, 2위에 랭크되어 있고 Top 5중 독립된 순수 지선선사는 7%를 점하고 있는 제5위의 X-Press Feeders사뿐이다. X-Press사는 2018년 현재 500~5500teu급 까지 다양한 선종 91척을 운항하며 미주 지역을 제외한 아시아, 중동, 유럽, 발트해, 아프리카를 커버하는 지선서비스를 운영중인 회사다. X-Press의 규모를 감안할 때 상위 4개사의 크기를 추정하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이다.

모선이 기항하는 환적 거점항과 소형항을 연결하는 지선서비스의 중요성은 비용과 효율의 양면에서 갈수록 커질 수밖에 없다. 모선의 간선항로 활동이 왕성하면 할수록 지선서비스의 수요가 증가하기 마련이고 운송망의 효율차원에서 메가 얼라이언스들이 추진하고 있는 네트워크 재편의 핵심은 모선의 기항지 축소, 그리고 환적과 터미널 비용의 개선이다.

지선항로의 특성상 원양정기선사와 같은 대규모의 재편은 아니지만 지선선사간 통합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2019년 DPW가 인수한 Unifeeder도 1977년 설립 이후 Inter Marine Container Lines, Feederlink, Tschudi Logistics 등의 인수 합병을 통해 성장한 회사다. 제5위의 X-Press Feeder 역시 2015년에 Transatlantics사의 컨테이너 부문을, 그리고 2017년에는 역내 지선선사인 Samskip은 Nor Lines를 인수했다. 세계 제 4위의 컨테이너 선사인 CMA CGM 역시 근해선사 흡수에 적극적이었다. 2015년 OPDR, MacAndrews를, 2017년에는 브라질의 근해항로 전문선사인 Mercosul을, 2018년 6월에는 Containerships을 인수했다.

이와 같은 지선선사들의 합병은 최근에 주로 유럽을 중심으로 집중적으로 이루어졌다. 한마디로 제한된 수요(demand) 대비 선사의 수가 너무나 많은 것이며 Intra-Asia 항로가 더욱 심하다. 전문 컨설팅사(SeaIntel)의 발표에 의하면 최근 인트라 아시아 항로는 공급과잉상태가 12~15%에 이를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다. 장기적 시각에서 이러한 체제가 오래 지속될 것으로 보는 사람은 없다. 이제 지선항로에도 소수 대형화를 향한 행보가 시작됐다고 보아야 한다. 그중 경쟁력이 약한 선사가 퇴출되는 것은 불가피하다. 소수 대형화로 재편되고 있는 시장에서 생존하려면 타사를 인수하거나(taker) 인수대상이 되거나(target), 독자적으로 세(勢)를 키워야 한다. 이중 어느 것도 하지 못하면 시장에서 철수 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4. 재편 제 1 라운드

최근 30여년에 걸쳐 나타난 현상이라고 한다면 적어도 외관상으로는 불침의 무적선사로 보였던 대형선사들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현재 선두주자의 위치를 굳히고 있는 유럽 3사의 경우 1974년 컨테이너 분야에 진출한 Maersk, 이탈리아 선장 출신 Gianluigi Aponde씨가 1970년대 창업한 MSC, 1978년 레바논 출신 Mr Saade가 설립한 CMA CGM 등은 다른 선사들과 비교할 때 비교적 뒤늦게 1970년대에 컨테이너 분야에 뛰어든 선사들이라는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 이전까지 세계 최대 선사들은 지금은 모두 사라졌지만 APL, Sea Land Service, US Lines과 같은 미국 해운회사들이었다.

개별선사 단위로 나타난 또 다른 특징을 살펴보면 2018년 OOCL의 인수와 함께 Top 3로 부상하며 이른바 Premier League에 진출한 COSCO의 재기, 장기침체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컨테이너 해운분야의 강자로 군림하고 있는 유럽 3사의 경쟁우위 그리고 그 과정에서 나타나고 있는 정책 지원하 선사와 그렇지 못한 일반 선사들간의 경쟁이 얼마나 치열한지를 보여주고 있다. 대체적으로 역사가 오래된 정기선사들이 통폐합의 과정을 거쳐 사라졌거나 혹은 고전중인데 비해 50년 이하의 신진선사들이 순항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COSCO+OOCL의 시사점

저성장시대로 진입한 시장에서 공급관리와 운임전쟁 종식 등을 목표로 3년 전부터 시작된 시장의 재편이후 현 컨테이너 해운 시장은 전문경영체제가 주춤하고 있는 가운데 사실상 Family owned vs State controlled carrier에 의한 과점과 대립체제로 바뀌고 있다. 그런 측면에서 국영선사인 COSCO와 가족경영체제인 OOCL의 합병은 또 다른 의미를 갖고 있다.

그동안 여러 차례 수면하에서 루머였지만 타 사례와 달리 OOCL 측에서도 매각에 대해 강하게 부정하지 않았고 오히려 매각 조건이 현찰베이스 임을 강조하며 매각의사를 기정사실화했었다. 당시 유력한 후보중 하나였던 머스크는 당분간 M&A는 더 이상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었으며 CMA CGM은 APL 인수로 여력이 없었고 MSC는 처음부터 타사의 인수에는 관심이 없었다. 매각설이 가시화됐을 당시 얼라이언스의 구도, 시장의 재편흐름, OOCL과 중국정부와의 관계로 볼 때 COSCO가 가장 유력한 후보일 것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시장에서도 이견이 없었을 만큼 충분히 예견된 수순이었다.

당시 크고 강한 선사를 지향하고 있었던 COSCO는 정책지원과 막강한 자금력을 무기로 확장정책을 펴왔으며 함부르크수드의 인수에도 관심이 있었지만 가격면에서 Maersk에 밀려 인수에 실패했기 때문에 COSCO의 OOCL 인수는 예상된 수순이었다.

글로벌 시장이 눈독을 들였던 OOCL은 어떤 회사인가? 한마디로 이미 서구화 되어있는 전문경영체제과 함께 시장에서 가장 잘 나가는 컨테이너선사라는 점에 대해 이견이 없을 정도로 경영실적이나 서비스의 질적 수준에서 최고의 평가를 받고 있는 회사(Well-run, Well regarded, Best-run, Tip top service container lines)로 모든 선사들이 장기 침체로 고전하고 있는 와중에도 꾸준하게 흑자경영을 지속해온 회사다. 더구나 COSCO의 입장에서 보면 OOCL의 경우 글로벌 선사간 합병시 장애요인이 되어왔던 문화적 충돌의 우려도 거의 없는 상대였다(Fewer clashes of corporate culture).

Maersk도 COSCO+OOCL은 시장에서 강적이 될 것임을 인정하면서도 양사의 합병에 대해서는 긍정적이었다. 머스크의 중국 대표는 양사의 합병에 대해서 경쟁선사의 수가 줄어 파괴적인 경쟁( Destructive rivalry)을 방지하고 더 낳은 서비스(Better service)를 위한 경쟁을 유도하는데 기여할 것이라면서 이를 위해 현 해운시장은 더 통합해야한다고 강조했다.

머스크도 인정했듯이 이들 양사의 강점을 조합할 경우 그 파장은 쉽사리 무너트리기 힘든 강적이 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에 시장 모두가 통합회사의 잠재력을 경계하고 있는 것이다. COSCO는 인수이전부터 OOCL이 갖고 있는 시장의 높은 평가와 신뢰도 때문에 OOCL을 매입한 후에도 OOCL의 브랜드 네임을 그대로 유지하는 이른바 Dual Branding 체제를 시장에 공개 천명했고 조직과 경영을 별도로 유지했다. 이점에 관한 한 머스크라인이 함부르크수드의 브랜드를 유지하려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즉 시너지 효과다.

OOCL의 매각가격 63억 달러는 2016년말 기준 OOCL의 장부가격에 40% 프리미엄을 가산한 것으로 알려졌다. OOCL의 핵심가치는 선박이 아니라 그 Networks, Clients 그리고 Management라고 할 수 있다. 회사의 값은 선박이 아니라 조직과 고객 그리고 관리라는 사실이 한번 더 입증된 것이며 결과적으로 OOCL은 과거 실적을 통해서 자사가 가장 우수한 선사임을 입증했다.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양측 모두 Win-Win하는 계약이라는 것이 시장의 시각이었다. 물론 OOCL은 홍콩반환 이전부터 북경과는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 1997년 홍콩반환시 중국정부가 OOCL의 Chee Hwa Tung 회장을 홍콩 총책임자로 선임할 정도로 북경과 OOCL의 관계는 우호적이었다.

OOCL은 1986년 한때 부채가 27억 달러에 이를 정도로 위기에 직면했을 때 홍콩투자가 Henry Fox씨에게 주식 35% 주고 거액의 자금을 유치해 재활에 성공한 바 있다. 설사 중국정부가 지불한 63억 달러가 비싸다고 하더라도 과거 OOCL을 구제할 당시 Henry Fox씨를 통해 지원된 금액이 중국정부의 돈이라는 것이 사실이라면 흔히 하는 말로 그 돈이 그 돈 아닌가?

5. 재편의 제 1 라운드가 시사하는 점

(1) 중화권 선사의 부상

소수 대형화는 Top Player들의 구도에도 변화를 초래했다. 전통적으로 유지해왔던 Top 5가 더 이상 유럽선사들이 아니다. COSCO가 OOCL 인수와 함께 Top 3로 부상하면서 유럽중심의 정기해운시장에 지각변동 현상이 나타나면서 Ocean Alliance의 축이 과거 CMA CGM에서 COSCO로 이동하고 있다.

(2) 지배구도의 특성

합병과 재편을 통해 얼라이언스 별로 지배구도의 특성도 명확해졌다. Family owned로만 구성된 유럽형 얼라이언스(2M), State controlled 중화권 주도의 얼라이언스(Ocean)와 주주의 지원하 전문경영인 주도의 얼라이언스(THE Alliance)로 3분된 것이다. 여기서 간과할 수 없는 사실은 침체기간에도 불구 우수 실적을 보인 선사들의 공통점은 모두가 강력한 가족경영체제였다는 점이다. 2016년도 최악의 시황에도 가장 우수한 실적은 스위스 Aponde 가문의 MSC였으며 실제 우리 주변에서 보듯이 국내외적으로 장수한 기업의 공통점 역시 가족경영 회사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3) 해운자본의 집중과 과점화

2019년 9월 현재 상위 Top 10의 점유율은 80%에 달한다. 이들이 결성한 3대 얼라이언스가 간선과 역내항로에서 터미널을 포함한 광범위한 Network 구축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Scale merit를 위한 요건이 거의 완성단계에 이르고 있다. 사실상 해운자본의 집중과 과점현상이 정착되면서 얼라이언스의 시장 지배력이 강화되고 있다.

(4) 진입장벽의 강화

재편의 최대 목표가 공급과잉의 해소와 가격통제력 회복인 만큼 수요증가율을 앞지르는 더 이상의 공급확대는 해운계에게는 치명적 결과를 초래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 실제 주요 선두주자들은 이미 장래의 수요를 전망해 필요한 선복을 이미 확보했거나 건조중에 있으며 시장을 주도할 수 있는 능력(market share)도 갖추고 있다.

이제부터는 더 이상의 운임하락을 방지하기 위한 공급조절, 여건이 조성될 경우 추가 통합을 통해 선사의 수와 선복을 조정하는 2차 재편이 이루어 질 것으로 예상된다. 간선항로 지선항로 공히 사실상의 진입장벽 강화의 효과를 가져 올 것이며 2 차 재편과정이 완료되면 동서간 주력항로 컨테이너 선사의 수가 일각에서 전망하는 것처럼 3~4개사의 초 대형 글로벌 캐리어 시대가 도래 할 가능성도 전 혀 무망한 것은 아닐 것 같다.

이러한 추세 탓인지 과거와 달리 컨테이너 정기선 분야에 신규진입자가 대폭 줄어들고 있어 비록 제도상으로 진입장벽은 낮지만 시장의 현실은 그 반대로 진입장벽이 높아졌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2019. 10. 18)

<다음호에 계속 ; 차회 주제-합병 제 2라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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