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그 노울러, IHS마킷 JOC 수석 기자

▲ 그레그 노울러

고유황유와 저유황유의 가격 격차를 우려해 선박에 스크러버를 장착한 선사들은 이번 주 가격 차이가 70%에 육박하는 것을 보고 자사의 조치를 자축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11월 11일 월요일 현재 저유황유(VLSFO) 가격은 톤당 497달러로 고유황유(HSFO)보다 68% 높은 가격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 금요일 톤당 493달러보다 오른 가격이다. 10월 초 저유황유(LSFO) 가격이 톤당 400달러 후반대까지 하락하긴 했지만, 고유황유와의 가격 차이는 계속 50%를 상회하다 11월 초에 급격히 커졌다. 만약 이 정도 수준의 가격 차이가 2020년 내내 이어진다면 스크러버 장착 선박을 많이 보유한 선사가 운영비 부문에서 분명히 이득을 보게 될 것이다.

2020년 1월 1일 국제해사기구(IMO)의 연료유 황함유량 규제가 발효됨에 따라 해운선사는 초저유황유 사용, 스크러버 장착, LNG 등 친환경 대안 연료 사용이라는 세 가지 방안 중 한 가지를 선택해야 하는 기로에 놓여 있다. 컨테이너 선사의 대다수가 저유황유를 사용할 것으로 보이지만, 많게는 20% 정도의 선사가 스크러버를 장착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이를 통해 현재 저유황유보다 50% 정도 낮은 가격에 거래되는 기존의 벙커유를 계속 사용할 것으로 보인다.

알파라이너에 따르면, 일본 컨테이너 선사인 오션 네트워크 익스프레스(ONE)는 2020년까지 어느 선박에도 스크러버를 장착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로 인해 ONE은 주요 해운선사 가운데 가격 격차에 따른 비용 위험에 가장 크게 노출될 될 것이다. 지난달 발표한 상반기 보고서에서 ONE은 일부 대형 선박에 스크러버를 장착하는 방안에 대한 타당성 조사를 아직 진행하고 있으며, IMO의 2020년 황산화물 규제를 준수하기 위해 단기적으로는 저유황유를 사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알파라이너에 따르면, 전 세계 10대 선사 중 2020년까지 스크러버 장착 선박이 한 대도 없는 선사는 ONE이 유일하다. 반면, ONE의 경쟁사인 MSC, 에버그린, 머스크라인은 소유 선박 및 용선 포함 각각 250척, 150척, 140척에 스크러버를 장착할 예정이다.

0.5% 저유황유가 지금처럼 중유보다 비싼 가격에 계속 거래된다면, 스크러버를 장착하지 않은 선사는 연료비 증가로 인한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특히 ONE은 스크러버를 도입하지 않아 저유황유의 가격 상승에 크게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고 알파라이너는 밝혔다.

향후 몇 달 동안 고유황유와 저유황유의 가격 격차가 어느 정도가 될지 예측하기는 어렵다. 선사들이 11월 중순부터 저유황유를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수요와 거래가 증가할 때까지는 여전히 전망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고-저유황유 가격 차이가 줄어든다면, 스크러버 장착으로 인한 경쟁우위도 사라질 것이다. JOC.com의 모기업인 IHS마킷 역시 고유황유의 향후 공급을 둘러싸고 커지는 우려의 목소리를 지적했다.

“일부 상품 및 원유 시장의 가격 책정에 있어 IMO의 2020년 환경 규제 영향이 반영되고 있다는 점은 명확해 보인다. 하지만 향후 가격은 여전히 매우 불확실한 상태이며, 고유황유 공급에 대한 우려는 이러한 불확실성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고 IHS마킷은 최근 보고서에서 밝혔다.

“최근 고유황유 시장의 경색을 초래한 주요 원인은 공급이 유럽에서 특히 눈에 띄게 감소했기 때문이다. 또한, 저장업체들이 과거 고유황유 저장용으로 사용했던 탱크를 비우고 여기에 0.5% 연료 및 혼합 연료를 채우면서 싱가포르 및 여러 유럽 항만에서도 고유황유 재고량이 급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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