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안심하고 바닷길 이용하도록 최선”

“해양안전 문화 확산 위한 방송국 설립”
“소형선박 안전성 향상 연구 직접 추진”

지난 2017년 12월 12일 선박안전기술공단을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으로 확대·개편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법이 의원입법으로 국회에 발의됐을 때 이법의 통과 여부는 대단히 불확실했다.

육상의 한국교통안전공단처럼 해상도 해양교통안전을 전담할 수 있는 조직이 필요하다는 공감대는 형성돼 있었지만 해양교통안전을 둘러싼 여러 기관들의 이해관계가 워낙 첨예한 지라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법 제정은 쉽지 않을 것으로 업계에서는 예상했다. 그러나 이러한 업계의 예상을 깨고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법은 1년만인 2018년 12월 국회를 통과했다.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이 출범하는 데 많은 이들이 힘을 보탰지만 공단 이연승 이사장의 역할이 지대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 대한민국 여성 최초 조선공학 박사로 유명한 이연승 이사장은 해양교통안전공단 출범에 이견을 갖고 있는 관계 기관들과 국회의원들을 지속적으로 설득한 끝에 해양교통안전공단법을 통과시켰다. 이후에도 이 이사장은 공단이 제대된 역할을 해내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예산과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기획재정부 등 관계부처를 설득하고 이해시키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이러한 이 이사장의 노력이 빛을 발해 올해 7월 1일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이 공식 출범했다.

이 이사장은 해양교통안전공단의 출범은 밤낮없이 수고해준 직원들의 노력 덕분이라며 직원들에게 감사의 뜻을 표하고 국민 모두가 안심하고 바닷길을 이용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이사장은 새로운 공단이 안정화되면 소형 선박 안전성 향상을 위한 연구에 직접 참여해 우리나라가 대형선박 분야 뿐 아니라 소형 선박에서도 세계적인 강국이 되는데 기여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다음은 이연승 이사장과 나눈 일문일답.

-올해의 인물 수상을 축하드린다. 취임 2년 만에 관련업계에서 인정을 받은 셈인데 수상소감 부탁드린다.

=올해의 인물 선정 이유가 해양교통안전공단 출범에 기여를 한 점이 인정됐다는 말을 들었다. 순간 이 상은 제가 아니라 우리 직원들이 받아야 할 상이라는 생각이 스쳤다. 밤낮없이 수고해 준 직원들의 노력이 없었다면 새로운 공단의 출범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정말 열심히 해 준 직원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먼저 하고 싶다.

취임한 지 딱 2년 됐다. 취임 직전 국회에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법이 발의됐고 여러 논의를 거쳐 공단 신설보다는 선박안전기술공단의 기능을 확대, 개편하자는 의견이 모아졌다. 기존 선박안전기술공단의 업무가 해양안전강화 사업에 효율성과 전문성을 더할 수 있다는 정책적 판단 덕분이다. 취임 1년째 되던 2018년 12월,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법이 국회를 통과했고 올해 7월 1일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이 출범하게 됐다.

그동안 정부는 세월호 사고 이후에 국민들의 높아진 안전 의식에 상응하기 위해 해양안전 강화 대책을 마련했지만 정책을 종합적으로 관리하는 전담 기관이 없어 일회성으로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 해양사고도 매년 증가 추세다. 이런 대내외적인 상황의 구원투수로 공단이 출범하게 됐다고 생각한다. 이 점을 항상 기억하고 있다. 국민 모두가 안심하고 바닷길을 이용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법, 아직도 생소하다. 공단법은 어떤 내용을 담고 있고 지향점은 무엇인지 설명해 달라.

=‘해양교통사고 예방을 위한 사업 및 해양교통체계 운영·관리 지원을 위한 사업을 수행함으로써 해양 교통안전을 확보해 국민의 생명·신체 및 재산 보호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한다.’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법 제1조다.

이 법은 크게 2가지 목적을 담고 있다. 해양사고 예방과 해양교통체계 구축 및 종합 관리다. 해양교통안전 체계를 구축하고 해양 안전 문화 정책 실행을 통해 해양사고를 줄여 국민의 생명과 신체, 재산을 보호하는 것, 이것이 바로 공단의 출범 이유이자 목적이다.

공단은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바닷길을 만들겠다’는 미션을 바탕으로 해양사고 발생 50% 저감, 해양 사고 인명 피해 50% 저감, 선박 기인 대기오염 감축, 해양 안전 국민 신뢰 확보를 경영목표로 삼고 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국민들에게 ‘안전한 바다, 깨끗한 바다, 스마트한 바다, 행복한 바다를 만들겠다’는 약속을 했다.

해양사고예방활동 등 능동적 안전관리 수행을 통한 안전한 바다, 친환경 선박 기술 개발과 선박 기인 대기오염물질 관리를 통한 깨끗한 바다, 해양교통안전 통합 정보 인프라 구축 등 안전시스템 고도화를 통한 스마트한 바다, 해양안전 문화 확산을 통해 사람 중심의 행복한 바다를 만드는 것이다.

-해양사고를 줄이겠다는 공단의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구체적으로 어떤 사업을 추진하고 있나?

=기존 공단의 선박검사, 여객선 안전운항관리, 안전기술연구 등의 업무와 더불어 해양사고 예방을 위해 해양교통 빅데이터 플랫폼 구축, 스마트 선박안전지원 센터, 해양교통안전 전문 방송국 설립, 다목적 해양교통안전 관리선 운영 등의 신규 살업을 발굴해 추진하고 있다.

먼저 해양교통 빅데이터 플랫폼 구축 사업은 분산돼 있는 각종 해양 정보를 통합 분석해 선박 안전관리, 기술 연구, 안전 문화 확산 등에 활용하는 것이다. 현재 공단은 자체 자료인 선박검사와 운항관리 정보 외에 해양사고정보와 해양교통정보, 해양환경정보 등은 유관기관을 통해 통합 수집해야 하는 상황이다. 정부, 유관기관 등과 적극 협의해 관련법 제정을 통해 기관간 정보 공유 네트워크 구축에 나설 계획이다.

또 육상의 자동차 검사소와 같은 권역별 스마트 선박안전지원센터를 설립해 최신 장비를 이용, 선박 검사 고도화와 현장 체험형 교육을 실시할 예정이다. 서남권(목포)의 경우 현재 관련 예산과 부지를 확보한 상태다. 내년 말 건립 공사를 시작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인천지역도 현재 부지를 물색 중이며 추후 단계적으로 부산과 동해권에도 권역별 스마트 선박안전지원센터를 구축할 예정이다.

장기적으로는 해양교통안전 전문방송 사업을 추진하려고 한다. 해양 안전의식 개선, 해양교통 정보제공 및 재난 알림을 위한 방송 등을 공단이 직접 운영함으로써 해양사고 예방에 선도적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와 함께 해양교통안전관리선을 건조해 운영할 계획이다. 해양교통안전관리선은 선박 통항로 안전성 조사, 해양교통정보 수집 그리고 도서 지역의 선박검사 업무에도 도움을 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새로운 사업 추진을 위해 공단 조직 운영이 달라졌나?

=공단은 해양교통안전에 대한 종합적인 정책을 정부와 함께 만들고 해양안전 유관기관과 협력을 바탕으로 일원화된 해양안전체계를 구축하는데 핵심 역할을 수행하고자 한다. 기존 선박안전기술공단의 업무인 선박검사 및 여객선 안전운항관리 등 선박에만 한정된 안전 관리에서 우리나라 해양 안전을 총괄하는 책무를 맡게 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공단의 조직에 변화를 주었다. 지난 7월 1일 교통안전본부를 신설하고 본부 산하에 교통안전정책실, 해양사고예방센터 등 4개 부서를 두었다. 해양교통안전 정보 제공 등 언론서비스 확대와 대외협력 네트워크 강화를 위해 대외협력실도 신설했다.

중장기적으로는 해양안전문화 확산과 안전정보의 상시 제공을 위해 해양교통안전 전문방송국을 설립하고 수도권(인천)과 서남권(목포), 동남권(부산), 동해권에 지역본부를 신설, 권역별 업무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신규 사업의 차질없는 추진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전문 인력 확보가 최우선 과제라고 생각한다. 이에 출범 당시 기재부 등 예산당국과 긴밀한 협의를 거쳐 2020년도에 정원 60명을 증원받은 바 있다. 당초 공단이 목표로 했던 인원보다는 적지만 신규 사업을 위한 전문 인력 확보에는 숨통이 트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내년 이후에도 인력 증원 노력을 계속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신규 사업을 통해 공단이 추구하는 목표는 분명하다. 굳건한 해양안전체계 구축으로 모든 국민이 바다에서 안전하고 행복한 삶을 누리는 것이다. 올해 이 같은 신념을 함께 하고 관련 분야에 전문성을 가진 인재를 선발했다. 이들이 앞으로 우리 공단의 새로운 아이디어와 활력을 불어넣어 줄 것으로 기대한다.

인력 채용에 있어서는 국가직무능력표준(NCS) 기반의 블라인드 방식으로 공정성, 투명성을 확보하고 있고 주무부처 채용계획 사전협의, 채용점검위원회 운영, 외부위원 연속 참여 금지 등 기재부의 공공기관 채용제도 개선대책을 준수하고 있다. 아울러 국가유공자 제한경쟁채용 등 사회형평적 채용에도 적극 노력하고 있다.

-여객선 운항 안전 확보를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가?

=공단은 2015년 7월 7일부터 한국해운조합으로부터 여객선 운항관리업무를 인수받아 수행하고 있으며 출항전 점검 강화 등 운항관리업무 고도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먼저 선박모니터링시스템(VMS)의 기능 고도화를 통해 항로이탈, 선속저하 등 운항선박의 이상증후를 미리 감지해 해양사고를 선제적 대응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고, 선박과 운항관리센터간의 원활한 통신체계 구축을 위해 노후 통신설비교체 등의 인프라 구축을 추진 중이다.

또한, 재난관리책임기관으로서 전문적인 역할 수행을 위해 IoT 기술 및 e-Navigation 등 첨단운항기술이 연계된 안전상황센터 운영을 계획 중이다. 안전상황센터는 해양사고 대응 업무 외에 안전정보제공, 여객선 통신업무, GIS기반 해상교통량 측정 등 다양한 기능을 맡게 된다.

무엇보다 사고예방을 위해서는 선박운용자 교육이 중요하다. 공단은 지난 2018년 1월 여객선 안전관리책임자 교육 전담기관으로 지정되어 연안여객선의 특성에 맞는 수요자 중심의 맞춤형 안전 전문교육을 실시하고 있으며 안전관리책임자의 전문성 강화를 통해 선사의 자체 안전관리능력 향상에 일조하고 있다.

아울러 신속하고 체계적인 해양사고 상황관리를 수행하기 위한 매뉴얼 발간 및 대응 훈련을 실시하고 있으며, 운항관리자 직무교육 등 공단 내부직원의 전문성 향상에도 노력하고 있다.

-공단에서 추진 중인 국제협력사업에 대해 설명해 달라.

=공단은 국제 교류를 통해 전문성을 높이고 국제변화에 선도적으로 대응하고 있으며, 특히 국가 비전인 ‘혁신적 포용국가’ 건설을 위해 국제협력 업무를 수행해오고 있다. 노르웨이 해사청, 일본 국토교통성 등 해외 정부기구와 노르웨이 선급, 이탈리아 선급 등 선진 해사기관과 기술교류를 통해 전문성을 강화하고 있으며 IMO(국제해사기구) 전문기관으로서 자율운항선박, 친환경선박 등 미래 선박 환경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국제협약의 국내법 도입과 이행지원 업무도 수행하고 있다.

공단은 2013년부터 2016년까지 인도네시아 정부와 선박안전성 제고 및 검사원 역량강화를 위한 해사안전분야 ODA(공적개발원조) 사업을 수행했으며 2014년에는 IMO(국제해사기구)의 ITCP(국제기술협력프로그램) 수행을 통해 환태평양권 해사전문가들의 역량강화에 기여해 온 바 있다.

현재 미얀마 정부와 해사안전 역량강화, 어선 현대화 등에 관한 ODA 사업을 논의 중인데 2021년 착수할 예정이다. IMO의 ITCP(국제기술협력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케이엘넷과 협업을 통해 개발도상국의 항만운영시스템 지원, 법제도 교육, 항내 선박 안전 컨설팅 등 운영 인력 역량강화 사업도 추진할 예정이다.

-조선해양과 교통기계시스템공학 분야를 연구했고 교수로서 학계에서도 활동하셨는데 연구를 통해 배운 이론을 현실에서 어떻게 적용해 오셨는지 궁금하다.

=대학에서 선박유체설계를 전공한 후 현대중공업 선박해양연구소 선임연구원으로 일하며 이론을 현실에 적용시키는 데 전념했다. 연료경제선형을 설계하는 이론시스템을 만들고 실제 선박을 설계, 제작했다. 세계 최대·최고 선박을 설계하고 생산하는 현대중공업에서 직접 만든 시스템으로 선박을 제작했던 그 순간은 지금도 가슴 벅찬 희열로 남아있다.

현대중공업을 떠나 대우조선해양으로 옮긴 뒤에도 연구한 이론이 현실에 적용되는 데 집중했다. 반복적 방법으로 설계를 해오던 기존 선박 설계의 틀을 깨고 자동선형설계 시스템을 도입, 선박의 속도를 획기적으로 높였다. 당시 세계 최고 속도를 낼 수 있는 1만 4000TEU급 선형을 설계, 놀랄만한 성과를 내기도 했다.

사실 지금 이사장으로서 공단을 이끌어가고 있지만, 정말하고 싶은 분야는 기술연구다. 공단 이사장에 취임하면서 대형선박 관련 기술을 소형 선박에 적용해 어선 안전성 확보에 기여하고 싶은 마음이 가장 컸다. 새로운 공단이 차츰 안정화되면 소형 선박 안전성 향상을 위한 연구에 직접 참여, 연구를 통해 배운 이론을 현장에 적용시키고 싶다. 이를 통해 우리나라가 대형선박 분야 뿐 아니라 소형선박에서도 세계적인 강국이 되는데 기여하고 싶다. 정부의 지원도 필요하고 학계와 업계의 공조도 필요하다. 공단이 주도적으로 이끌어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끝으로 어떤 리더가 되고 싶은가?

=직원들의 말을 들어주는 리더, 해양수산 산업부문 종사자들의 애로사항과 문제점을 들어주는 리더, 그리고 이러한 어려움과 불합리한 점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는 리더가 되고 싶다. 미래에는 조선해양, 해양수산 분야 안전과 발전을 위해 정책을 정하고 이러한 불합리한 점을 기술적으로 대응해 해양문화를 활성화 시킬 수 있는 강력한 추진력의 리더가 되고 싶다.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 이연승 이사장 약력>

△1968. 2 출생 △1987. 2 부산·울산 여자고등학교 졸업 △1991. 2 부산대학교 조선해양공학 졸업 △1993. 2 부산대학교 조선해양공학 석사 △1995. 5 베를린공대대학원 교통기계시스템공학 석사 △2000. 10 베를린공대대학원 교통기계시스템공학 박사 △1996. 1~1999. 1. 베를린공대 선박해양연구소 연구원 △2000. 10~2005. 7. 현대중공업 선박해양연구소 선임연구원△2005. 12~2010. 9. 대우조선해양 성능연구소 수석연구원 △2010. 11~2015. 10. 한국과학기술원 연구부교수 △2016. 3~2017. 12 홍익대학교 조선해양공학과 교수 △2017. 12~2019. 6 선박안전기술공단 이사장 △2019. 7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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