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년간 제주도-육지간 가교 역할 충실

3대째 가업, 제주도에 특화된 해운 서비스
제주에 꼭 필요한 Ro-Ro화물 서비스 진출

3대에 걸쳐 가업을 잇는 다는 것은 업종을 불문하고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올해의 인물 내항선사부문 수상자로 선정된 대양해운 고성원 회장은 3대에 걸쳐 내항해운업이라는 가업을 잇고 있는 장본인이다.

고성원 회장은 선친이 1947년 설립한 대양해운을 이어 받아 제주도를 기반으로 묵묵히 내항화물선을 운항하고 있다. 고 회장의 아들도 한국해양대를 졸업한 후 4년간 승선근무를 끝내고 대양해운에서 일하고 있으니 3대째 해운업을 영위하고 있는 셈이다.

목선 5척으로 제주도와 육지를 연결을 잇는 가교역할을 하겠다는 대양해운의 창업정신은 72년째 변함없이 지켜지고 있다. 대양해운은 배편이 많지 않았던 1980년 이전까지 제주도에 늘 부족했던 공산품을 운송했고 본격적인 개발이 시작된 1980년 이후에는 잡화선을 투입해 건설에 필요한 시멘트, 골재 등 건설자재를 운송하기 시작했다.

대양해운은 육지와 보다 신속하게 연결하고 다양한 화물 운송에 대한 요구가 커져가고 있는 제주도의 최근 상황에 맞춰 이미 많은 선박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Ro-Ro 화물선 시장에 진출하는 방안을 새롭게 추진하고 있다.

고성원 회장은 “대양해운은 제주도에 기반을 둔 해운선사로서 제주도가 필요로 하는 해운서비스를 공급하겠다는 것이 창립 목표였다. Ro-Ro 화물선은 이미 레드오션으로 변화하고 있지만 제주도에 꼭 필요한 해운서비스라고 판단하고 있다. 대양해운이 그동안 쌓아온 선박운항 노하우와 고객들의 신뢰들 바탕으로 제주만의 Ro-Ro 화물선 서비스를 제공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고성원 회장과 나눈 일문일답.

-2019년 기억에 남고 보람된 일이 있으시다면?

=올 한해 가장 기억에 남고 보람된 일은 무엇보다 한국해운조합 총회에서 제16대 회장으로 당선된 것입니다. 지난 7월 진행된 제21대 대의원 선거를 통해 전국 13개 지역에서 26명 대의원들이 새로 선출됐고 대의원들의 전폭적인 지지로 회장으로 선출될 수 있었습니다.

회장으로 당선된 후 세월호 참사로 추락한 조합의 위상 제고와 신뢰 회복 그리고 조합의 설립 목적인 조합원 권익신장을 목표로 각계 요로 등에 열정적으로 뛰어다녔고 조금이나마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고 있어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해운업과는 어떻게 인연을 맺으셨는지?

=제 선친은 선원부터 시작해 선장을 지내셨고 선원들과 함께 대양해운을 설립하셨습니다. 어릴 때부터 선친이 열정적으로 선박사업을 하시는 것을 지켜보면서 늘 관심과 호기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선친께서는 항상 당신을 도와 해운업을 이어갈 것을 권유하셨고 저도 마땅히 그렇게 해야 된다는 생각했기에 대학 졸업 후 대양해운에 입사하게 됐습니다. 항만 현장에서부터 일을 배우기 시작한 것이 벌써 40여년이 훌쩍 지나가 버렸습니다. 제 아들도 한국해양대학교 항해과를 졸업하고 4년간 승선생활을 마쳤으며 지금 대양해운에서 경영 수업을 쌓고 있습니다.

-대양해운은 어떤 선사인가요?

=대양해운은 1947년에 설립된 내항화물선사입니다. 설립 당시부터 줄곧 제주도에 본사를 두고 있습니다. 제주도가 섬이라는 지리적 특성상 대양해운은 설립 초기부터 육지와 섬을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해 왔습니다. 육지에서 생산된 생필품과 공산품을 제주로 운송하고, 제주산 농수축산물을 육지로 운송해왔고 1980년 이후에는 동양시멘트, 삼표시멘트 등과 운송계약을 맺고 제주지역에 필요한 건설 기초 원자재인 시멘트와 부원료 등을 운송하고 있습니다.

시멘트 해상운송업과 연계해 바다골재채취사업, 육상운송업 등으로 사업 다각화를 추진, 당사의 주요 화주인 레미콘업체에 안정적으로 건설원자재를 공급하는 비즈니즈 모델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2000년부터는 항만운송사업, 즉 하역업에도 진출해 해상-항만-육상으로 이어지는 수직화로 효율적인 경영체제를 구축했습니다.

-대양해운이 다른 내항 선사들과 차별화되는 강점은?

=대양해운은 1947년 제주와 육지를 연결한다는 가교역할을 하겠다는 사명감으로 목선 5척으로 내항운송사업을 시작한 이후 지금까지 줄곧 내항운송이라는 본업을 충실하게 수행하고 있습니다. 72년간 내항운송사업에 매진해온 긴 역사와 전통, 그리고 노하우는 타선사와는 비교할 수 없는 당사만이 가진 차별화된 강점입니다. 특히 72년 지속된 전통 속에서 쌓아온 고객들과의 신뢰 관계는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유무형의 소중한 자원입니다.

대양해운은 무엇보다 신용을 제일 우선시해왔고 그 결과 국책은행을 비롯한 금융권과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과감하고 선제적인 설비투자를 진행, 동종 내항선사 중 최상위의 현대화된 선대를 확보하고 있습니다.

특히 당사가 보유한 시멘트운반선은 국내 최초로 본선 자체 크레인을 탑재해 타선박 대비 하역시간을 약 50% 단축했고 모래채취운반선에도 국내 최초로 컨베이어 자동 하역시스템을 도입해 하역시간을 크게 단축 시켰습니다. 하역 시간 단축을 위한 대양해운의 노력은 하역료 절감으로 이어져 결국 화주들의 이익을 제고하는 등 타사보다 항상 한발 앞선 선구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또한 해양계열학교에서 기관이나 항해를 전공한 전문 인력을 채용해 자체적으로 선박검사와 설비정비 및 수리를 진행하는 등 선박관리에도 비용을 아끼지 않고 항상 최신의 설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최근 1년 6개월간 바다골재채취중단기간에도 정부의 최우선 시책인 일자리정책에 부응해 단 한명도 구조조정하지 않았고, 단 한번의 임금체불 없이 완전고용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대양해운의 이와 같은 경영 원칙은 동종업계와 극명히 대비되는 것으로 대내외적으로 대양해운의 신망을 더욱 두텁게 하고 더 발전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고 있습니다.

-대양해운의 중장기 발전계획은 무엇인지 말씀해 주십시오.

=전반적인 국내산업의 흐름상 건설 산업 등 기존 확장적인 산업은 정체가 불가피해 보입니다. 따라서 그동안 대양해운의 주력사업이었던 건설자재 해상운송은 탈피할 때가 되었다고 봅니다. 그 동안 당사가 집중했던 시멘트 운송과 바다골재 채취사업에서 벗어나 Ro-Ro 화물선 분야에 진출하는 방안을 검토 중입니다. 사실 제주와 육지를 연결하는 Ro-Ro 화물선 사업은 이미 목포, 부산, 인천 등 여러 척이 취항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레드오션 시장입니다.

레드오션 시장임에도 RO-RO 화물선 사업을 검토하고 있는 것은 향후 제주와 육지를 연결하는 해상운송시장은 RO-RO 화물선이 대세가 될 수밖에 없다고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대양해운이 오랫동안 쌓아온 화주들과의 신뢰관계와 선박운항 노하우를 접목한다면 기존 RO-RO 화물선과 차별화된 대양해운만의 RO-RO 서비스가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환경규제가 점점 강화되고 있는데 어떻게 대응하고 계십니까?

=외항은 IMO의 SOx 규제가 2020년 1월부터 시행되지만 내항은 2021년 1월부터 시행됩니다. 대양해운은 정부시책에 적극 동참해 중유를 저유황 경유로 대체 사용하려고 합니다.

내항선박은 대부분 공간이 협소해 스크러버(scrubber) 설치가 불가능해 저유황 경유로 SOx 규제를 대응할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내항화물선사들에게 면세유 공급은 매우 절박합니다. 그동안 내항선사들과 해운조합은 내항화물선사들에게도 면세유 공급의 필요성을 여러차례 정부와 정치권에 건의했지만 육상과의 형평성 문제로 매번 좌절됐습니다.

SOx 규제 시행에 따라 저유황유를 사용해야만 하는 내항화물선사들은 연료비용이 급격하게 상승하게 돼 특단의 대책이 없으면 생존 자체가 어렵다는 점을 정부 및 관계기관, 국회에 지속적으로 건의하고 설득해왔습니다. 중유를 저유황 경유로 대체하는 내항화물선사에 대해 유가인상 부담이 조금 완화되도록 면세유를 공급받을 수 있도록 허용하는 조세제한특례법 일부개정안이 국회에 발의돼 논의 중인데 재정당국과 국회로부터 어느 정도 긍정적인 답변을 얻어 놓은 상태입니다. 2021년 규제 시행에 앞서 조특법을 반드시 통과시켜 내항화물선사에 대한 면세유 공급이 가능하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해운조합 회장으로서 조합을 어떻게 변화시켜 나갈 계획이신지요?

=조합 출범 70주년을 맞아 향후 해운조합의 미래성장 기반을 확보하고 조합의 역량강화와 조합원을 위한 조합 실현을 위한 한국해운조합법 일부 개정안이 현재 국회 법사위를 통과해 본회의 통과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당초 조합법 일부개정안 포함됐던 조합원을 위한 신용사업이 재정당국의 반대로 아쉽게 빠지게 됐지만 해운관련단체를 조합원의 범위에 포함해 동 단체에 대한 지원근거를 신설하는 한편 다양한 업종이 조합의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비례대표 대의원을 배정하는 제도를 신설하는 내용 등이 포함됐습니다. 조합법 개정을 통해 조합원을 위한 지원 역할을 더욱 더 충실하게 수행할 계획입니다.

-내항선사들이 향후 어떻게 발전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우리나라 내항선사 대부분은 자본이 영세하고 독자영업을 하다 보니 운임을 비롯해 모든 면에서 대기업 화주에게 끌려 다니는 을의 신세입니다. 을의 신세에서 벗어나 내항선사들이 연안화물시장에서 자기 목소리를 내고 발전하려면 동종업계별 동맹체를 구성할 필요가 있습니다.

선종별, 선형별로 동맹체를 구성해 일종의 풀을 형성해 공동배선 시스템을 갖추면 규모의 경제를 통한 경쟁력을 갖추는 게 가능할 것입니다. 또한 민관이 참여하는 사회적 협약을 체결하고 표준운임제를 도입·운영해 적정한 운임 인상을 도모하는 노력도 필요합니다.

내항해운이 발전하려면 선사간 물량 확보 싸움이나 운임덤핑 등 소모적인 출혈경쟁을 지양하고 자체 기술개발과 서비스 확대, 원가절감 시현 등 발전적인 경쟁을 할 수 있는 구조적인 틀을 만들 필요가 있습니다.

-경영철학 혹은 좌우명은 무엇입니까?

=저의 평소 경영철학은 ‘현장에서 배우자’입니다. 현장을 접하지 않고 탁상에서 논하는 것은 기초가 없는 사상누각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저의 좌우명은 ‘우보독행(牛步獨行)’입니다. 소가 묵묵히 앞만 보고 걸어 나가듯 자기가 할 일을 충실히 해내고 매사 우직하며 성실한 행보를 하다보면 큰 목표를 이룰 수 있다는 것입니다. 우보독행의 믿음은 지금의 저를 있게 해줬고 앞으로도 저 자신을 추스를 수 있는 인생의 모토입니다.

-마지막으로 정부나 업계에 건의하실 말씀이 있으시다면?

=우리나라 내항해운은 3D 업종으로 인식되다 보니 인력을 구하는 게 가장 어렵고 시급한 일입니다. 세계 최고 수준의 건조기술로 건조된 최신 설비를 갖춘 선박을 보유하고 있지만 이를 운용하는 기술 인력은 점차 노령화되고 구인난은 점점 심화되고 있습니다.

중장기적으로 노사정 차원에서 선원수급의 획기적인 특단의 대책이 강구되어야 합니다. 당장 내항선박에 승선할 선원을 구하기 힘들기 때문에 최우선적으로 외국인 선원을 조금 더 승선시킬 수 있는 방안을 마련했으면 합니다. 또한 현재 외국인 선원은 부원만 승선토록 허용돼 있는데 항해사관은 어렵더라도 기관을 다루는 사관은 허용하는 방안도 검토해 주셨으면 합니다.

마지막으로 해사고등학교, 오션폴리텍 등을 통해 내항선박에 승선할 수 있는 선원들이 양성은 되고 있지만 이들을 고용하는 것이 문제입니다. 양성된 젊은 선원들을 어떻게 하면 내항선박에 안정적으로 고용시킬 수 있을지 업계와 정부가 머리를 맞대고 시급히 대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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