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의 재편, 어디로 가고 있는가?⑤

1. 경쟁의 환경

▲ 윤민현 박사(Penb46@naver.com)

해운은 Zero sum 게임이 아니라 선사들이 상호 공조를 해야만 공생할 수 있는 산업이다. 해운기업의 생존전략이 무엇인가? 무슨 오묘한 진리가 있는 것도 아니고 고차원의 경영이론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수급의 균형 회복이 그 첫 걸음이다. 과도한 조선 설비 투자와 절제되지 못한 대량 선박 발주는 해운의 만성적이고 고질적인 공급과잉을 초래했다. 시장의 회복을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는 선주 모두가 익히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급한 것은 공급과잉 해소, 즉 조선 설비 감축과 무절제한 발주 자제다.

현 아시아권의 조선설비 규모는 7~8년 주기로 전 세계 선단을 교체해야 할 만큼 과잉상태다. 한국과 중국에서 일부 조선소 감축을 추진했지만 회사 숫자만 줄어들었을 뿐, 실질적인 설비 감축은 미미하다.

컨테이너선 캐퍼시티는 지난 20년 사이에 3배로 커졌고 현재 공급과잉의 수준은 약 35% 정도에 이른다. ‘나는 예외다’라고 자만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 잘 생각해야 한다. 역사적으로 볼 때 시장은 다수의 선박이 계선되고, 해체되고, 조선소들이 문을 닫아야만 비로소 회복의 길로 돌아섰다.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일들이 단시간내 이루어지지 않고 수년 이상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는 사실이다

(1) 합병, 쉽지 않은 과제

P&O Containers사와 Anglo-Dutch container사인 Royal Nedlloyd가 합병될 당시 많은 사람들은 일사천리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했었다. 양사에서도 언어 장애도 없고 심각한 문화적 차이도 없다고 강조했었다. 그러나 막상 합병논의가 개시되고 나니 그런 예상들을 뒤엎고 내적으로 각종 압박과 중압감(stresses and strains) 등이 나타났다. 후일 P&O Nedlloyd가 머스크에 흡수될 때에도 유사한 갈등요인들이 나타났으며 특히 IT 시스템을 통합하는 과정에서 심했다. 양측 회사나 그 직원들이 대체적으로 유사한 배경을 지니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합병은 용이하지 않았으며 이러한 현상은 일본 3사의 통합(ONE) 과정에서도 나타났다.

반대로 유사한 장애로 통합이 무산된 사례도 있었다. Hapag Lloyds와 Hamburg Sud의 합병 논의는 여러 차례 있었다. 양사는 독일회사이자 같은 Hamburg시에 위치하고 있었을 뿐 아니라 양사의 실질적인 파트너(potential partners)들은 아주 가까운 이웃이었다. 여건이 이렇다 보니 양사의 합병론이 거론됐을 때 주위에서는 양사가 합병을 통해 대형선사로 부상하는 것이야 말로 비즈니스 측면에서 아주 바람직하다고 기대했다.

1997년에 이어 2013년에도 재론됐고 당시 함브르크시는 조정자 역할을 자임하며 합병을 위해 필요한 일이라면 무엇이든 하겠다고 의욕적으로 나섰지만 합병논의는 4개월만에 중단됐다. 문제는 다른 곳에서 나왔다. 양사 공히 자사에 대해 대단한 자부심을 갖고 있었으며 특히 강한 개성 등 소유구조(Ownership structure) 측면에서 차이가 오히려 합병의 걸림돌이 됐다. 과거의 경험에 비춰볼 때 양사의 통합보다는 흡수 합병이 절차나 과정면에서 더 용이하다는 평가다.

2014년 이후 합병의 특징은 대형선사간 수평적 M&A가 아니라 지선 혹은 소형 선사를 대형선사가 흡수하는 수직적 M&A 현상이었다. Hapag Lloyd의 CSAV(칠레) 흡수, Horizon Lines와 Matson의 합병, CMA CGM의 유럽역내 Feeder사인 OPDR의 흡수 등을 들 수 있다.

물론 합병이 컨테이너선사에서만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2017년 12월에는 탱커를 주력으로 하는 Euronav와 Gener8 Maritime이 통합해서 75척의 대형 유조선사가 출범했다. 재편의 의의를 요약하면 M&A를 통한 소수 대형화와 얼라이언스를 중심으로 한 선사들의 시장지배력 강화조치다.

(2) 제1라운드 재편, 시장 안정에 도움이 됐는가?

선사들이 통합을 하게 되면 경쟁해야 하는 숫자가 줄어들기 때문에 불안정한 운임시장이 단계적으로 안정될 것으로 기대했다. 실제 2000년대 초부터 시작된 통합 움직임으로 지난 19년 동안(2000~2019) 100개 선사중 60개 선사가 시장에서 사라졌다. 이대로라면 현재 활동중인 40개사가 2038년경에는 16개사로 재편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여기에 역내선사(Regional carrier)가 포함된 만큼 3대 역내항로(Intra-Europe, Asia, America)에 항로당 Regional carrier가 3개사 정도 생존한다고 전제할 경우(이미 역내항로 별로 2~3 big boy 시대가 도래 할 것임을 전문가들은 예고하고 있다) 동서 간선항로 선사는 7개사 전후로 재편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다.

전망은 문자 그대로 예측이겠지만 하나 분명한 것은 현 시장이 장기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여러 가지 요인 중 가장 핵심은 공급과잉이자 정해진 규모의 화물을 두고 경쟁하는 선사의 수가 너무나 많다는 사실이다. 2017년 4월에 개편된 3대 얼라이언스가 4세대 얼라이언스라고 한다면 그 이전까지는 규모의 경제 이론에 만 충실한 나머지 약체의 소규모 선사까지 얼라이언스라는 이름으로 껴안다보니 결과적으로 퇴출됐어야 할 약체 선사를 연명시킴으로써 오히려 해운시장의 회생을 더디게 하는 역효과를 초래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얼라이언스의 이와 같은 부작용(?)을 몸으로 체험한 선두주자들은 만성적인 공급과잉 문제를 시장의 순기능만으로는 해소하기에는 부지 하 세월이라는 인식하에 이제는 인위적인 공급조절에 나서고 있는가 하면 수직적 통합과 함께 물류체인의 통합을 추진하고 있다.

적어도 현재까지 밝혀진 내용에 의하면 Maersk, MSC, CMA CGM 그리고 Cosco 등 4개사는 항만과 터미널, 물류회사, 통관 등 협력부문의 통합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반면(A군), Hapag Lloyds와 ONE 등 전문경영인 체제 선사들은(B군) Port-to-Port 부문에만 전념할 것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양대 전략이 실현될 경우 현 글로벌 Carrier들은 현재 통합 물류전문그룹과 순수 해운기업군으로 나눠지는 분기점에 위치해 있다고 할 수 있다.

규모면에서 보면 Top4는 물류체인의 통합이라는 Multimodal Transport 전략을 추진하고 있는데 비해 중급선사들은 서비스의 영역을 해운으로 제한한 Unimodal Transport로 제한한 전략을 택하고 있는 것이다.

물류전문기업을 지향하는 A군 선사들은 이미 2017년까지 대량으로 선박을 발주했으며 주요 항에서 터미널 오퍼레이터들을 흡수하고 있는가 하면 이들 A군 선사가 속해 있는 얼라이언스(2M, Ocean)들을 싱가포르 등 메이저 허브에서 선석의 통합과 확장을 추진 중에 있다. 시장지배율(market share)을 비교해보면 A군의 양대 얼라이언스가 34%와 29%를 점하고 있는데 비해 B군은 17%(2018년 6월 기준)에 불과할 뿐 아니라 초대형선 보유척수와 전용 터미널 확보면에서 열세에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물론 어느 전략이 주효할지는 두고 볼일이겠지만 시장의 현실에 비춰볼 때 제 2라운드 통합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중론이고 화주들은 오래전부터 One-stop shopping을 희망하며 선사들에게 이른바 Door-to-Door 운송 즉 복합운송(Multimodal Transport) 서비스를 요구해왔던 사실을 감안하더라도 대세는 컨테이너화 된 복합운송체제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인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수직적 통합망을 구축할 수 있는 체력과 추진력이다.

2. 통합 제2라운드

(1) 장래 통합은 수직적일 것

최근 수년간 이루어진 시장의 재편 과정에서 보았듯이 지금까지의 통합이 해상운송구간을 대상으로 한 선사간 수평적 통합(horizontal consolidation)이었다면 미래의 통합은 물류공급망 전체를 대상으로 한 수직적 통합(vertical consolidation)이 될 것이며 그 과정에서 중개, 주선 등 중간협력 과정이 생략되거나 최소화(dis-intermediate)되는 현상이 불가피 해질 것 같다.

해운의 경우 On-line sale 등 Platform technology의 발달로 화주와 선사간 직거래가 확대되고 Digital customer interfaces가 보편화 되면서 방문 혹은 면담을 통한 재래방식의 비즈니스를 벗어나지 못하는 Freight-forwarder들에게는 존립과 지속가능성면에서 위협으로 작용 할 수밖에 없다.

해운을 포함한 물류분야 종사자들은 공급망의 통합을 통해 결국 운송의 Multimodal화를 추구할 것이며 현재 Maersk가 주도하고 있는 Global Logistic Player화가 바로 그 대표적 전략이라 할 수 있다. 2019년 말 현재로 볼 때 해운을 주축으로 한 수평적 통합은 어느 정도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것 같고 다음은 수직적 통합의 결과에 의해 시장이 해운전문선사와 물류통합선사로 양분되는 과정에서 자연 발생적으로 제 2라운드 재편이 발생할 수도 있다.

(2) 재편의 종점은?

2017년 10월 Las Palmas에서 개최된 ICHCA conference에서 OECD International Transport Forum 행정관 Olaf Merk씨는 향후의 재편가능성에 대해 깜짝 놀랄만한 전망을 내놓았다. 그에 의하면 향후 5년안에 글로벌 컨테이너 시장은 3개사 정도의 Super Carrier 체제로 재편될 것이며 그중 하나는 중국의 Cosco이며 최대 규모의 선사가 될 것이라 했다.

이어 2017년의 대량 발주가 컨테이너 해운시장의 독과점(Perfect oligopoly) 상태로 이어져 더 이상 얼라이언스를 필요로 하지 않을 것이며 그 과정에서 선사들이 터미널 오퍼레이터를 흡수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렇게 되면 현재의 major port 절반 정도에만 대형선이 기항하고 최종 목적지까지는 Feeder 혹은 barge에 의한 연계운송이 이어질 것이며 보호주의 정책이 결국 역내운임 전쟁을 초래할 것이며 중국발 Europe 철도운송(일명 Eurorail service)이 해상운송의 강력한 라이벌로 부상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2016년 8월 발생한 한진해운 사태의 전후와 그 원인까지 분석해 2017년 2월에 발간된 ‘Liner Shipping 2025’에서 저자이자 전문 컨설팅 연구기관인 SeaIntelligence의 CEO인 Lars Jensen씨는 2017년 현재 Global Carrier 11개사 중 3~5개사가 수년안에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동 저서 p-122).

이어 2018년 3월 Long Beach에서 개최된 JoC 주최 TPM Conference에서 Lars Jensen씨는 선사 혹은 얼라이언스의 재편 가능성과 관련 그 원인의 하나로 Cosco의 멈추지 않는 확장정책을 들었다. Cosco가 해운산업의 채산성(Profitability)보다는 해운과 관련된 중국 정부의 핵심 어젠더라 할 수 있는 일대일로(Belt & Road Initiatives)의 실행에 앞장설 경우 이는 시장의 회복에 걸림돌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Cosco는 2017년도 기준, 수송물량 기준으로 세계 최대 선사이자 공격적이고 성장위주의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선사다. 실제 세계 최대 화주국인 중국 정부의 기본 입장은 운송비(운임 등)를 줄여서 중국 상품의 대외 경쟁력을 제고하는 것이 해상운임을 인상시켜 Cosco가 흑자를 시현토록 하는 것보다 더 국익에 부합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Lars Jensen씨는 이어 2017년에 재개된 발주 증가로 2020년이 되면 시장은 다시 2차 침체기에 접어들 것이며 이어질 제2 라운드 재편은 Cosco가 주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렇게 될 경우 경쟁의 양상은 서비스의 질과 운임 경쟁이 될 것이나 얼라이언스 체제하에서 선사간 서비스의 질적 차이는 기대할 수 없기 때문에 글로벌 선사들은 결국 Cosco를 상대로 운임경쟁을 할 것인지 여부를 결정하지 않으면 안된다. 채산성보다 크고 강한 선사를 지향하는 Cosco의 선대가 크면 클수록 시장의 파이(pie)는 그만큼 더 작아지기 마련이다. 과연 원가개념과 채산성을 도외시한 상대와의 경쟁에서 승자가 될 선사가 얼마나 있을지 의문이다.

각론에서는 다소의 차이가 있지만 OECD와 SeaIntel측 두 사람의 전망중 공통점은 더 소수 대형화 된다는 것이고 지속 가능한 선사의 수는 3~8개사로 다소 차이는 있지만 종합해보면 선두 상위선사를 중심으로 한 재편이 될 것이라는 점이다.

OECD는 생존할 3~4개 선사중 왜 굳이 Cosco를 생존할 선사로 지목했을까? 얼라이언스 불용론이 나올 정도로 과점화된다면 누가 그 과점의 주역이 될까? 누구도 속단할 수 없지만 적어도 지난 10년간의 흐름과 그 과정에서 가시화된 Winner와 Loser를 기준으로 장래 예상되는 시장 상황을 감안해보면 어렴풋이 윤곽이 보일 것 같기도 하다.

(3) 제2 라운드 통합의 가능성

취항 선복량과 발주 선단의 분포로 비춰 볼 때 2019년 말 현재 3대 얼라이언스를 구성하고 있는 Top7 carrier 체제가 굳혀져 가는 것 같고 공급과잉과 저운임 체제가 한동안 지속되는 한 하위 100대 선사들간 추가적 통합은 불가피 해 보인다. 그 결과에 따라 다시 상위선사들간의 재편도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최근 동서항로의 운임동향을 살펴보면 7~8개 글로벌 선사와 3대 얼라이언스로 재편됐음에도 불구하고 운임의 등락폭을 보면 안정됐다고 보기에는 여전히 불안하다. 운임의 최고점과 최저점의 차액을 비교 산출하는 Volatility의 흐름을 보면 과거 시장이 안정되어있을 경우 비수기와 성수기에 따라 등락이 있었지만 지금은 연중 내내 출렁거리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운임시장이 혼란스럽다.

지난 20년 동안 정기선 시장은 터미널, 항만업체, 화주단체 등이 해운자본의 독과점을 우려할 정도로 대대적인 통합을 이루어 냈음에도 불구하고 왜 운임시장은 여전히 불안정하고 오히려 더 심화되는 현상을 보이고 있는가? 결론적으로 최근 수년에 걸친 통합 끝에 재편된 7개 대형 선사 체제로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기에는 여전히 미흡하다는 것이며 직설적으로 표현하자면 시장의 안정이나 채산성보다 물량 확보에 급급해 하는 선사가 아직도 시장에 존재하고 있다는 점을 의미하는 것이다.

결국 대안은 운임시장의 교란을 부추기는 Player의 수를 더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통합이 마무리되기 전 단계의 중간과정에서 한동안 시장의 Volatility가 커져 불안정해지는 시기가 있지만 그 단계를 넘어 통합의 효과를 창출해 낼 수 있는 적정 수준 즉 임계치(Critical mass of consolidation)를 지나면 비로소 기대했던 통합의 효과를 나타낼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4) EU Commission 합병 더해야!

근래에 이루어진 유럽선사의 통합중 가장 최근에 이루어진 Maersk와 Hamburg Sud의 합병은 2016년 통합 원칙에 합의한 후 1년만인 2017년에 마무리 됐다. 그 직후 EC가 마련한 보고서에 의하면 최근의 합병에도 불구하고 정기선 해운업계는 여전히 분산되어 있는 상태(fragmented)로 당시 기준으로 Top5 선사의 경우 개별적으로 15% 이하이며 통합 지배율(market share)이 60% 이하라고 지적했다. 독과점을 규제하는 Commission의 기본원칙은 불변이지만 정기선 시장이 여전히 분산되어있고 만성적인 공급과잉상태가 지속되고 있는 사실을 감안할 때 추가 M&A를 해도 무방할 것이라는 우회적인 권고로 보인다(Apr. 20, 2018).

3. 선두 주자(Top Player)들의 대응

2008년 운임동맹제도의 폐쇄와 함께 공급과잉시장이 지속되면서 운임에 대한 통제권은 선사의 손을 떠나 사실상 화주들의 통제 아래로 들어갔다. 한마디로 선사들은 Price maker의 위치에서 Price taker로 전환된 지 오래다. 운임시장이 침체 상태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최우선 과제가 공급과잉의 해소임을 익히 알고 있지만 선사마다 경쟁전략과 회사 사정이 다르기 때문에 글로벌 선사들이 합심해 공급을 조절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러나 침체가 장기화 하면 그로 인한 피해는 선사들의 규모가 크면 클수록 그 만큼 더 심각해 질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결국 시장의 순기능만으로 수급균형 조절이 요원할 뿐 아니라 얼라이언스 결성만으로 공급과잉 해소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사실을 직시한 선두 선사들은 선행적, 인위적인 공급축소 전략을 택하기에 이른다.

일차적으로 합병을 통한 선사의 수를 조절함과 동시에 약체의 소규모 선사를 해당선사의 선단과 함께 시장에서 퇴출토록 유도하는 방안이 바로 그것이다. 2017년 대량 발주를 통해 Top player(머스크, MSC, CMA CGM, Cosco)들은 이미 충분한 초대형선을 확보했기 때문에 최대한 추가 발주를 억제하되 Top player에 의한 Premier league를 정착시켜 Minor league 선사들을 억제하며 시장 진입장벽을 높이는 것이다.

Premier league를 중심으로 흡수 합병을 통해 선사의 수를 감축하지 않으면 Capacity management는 물론 소석율(Utilisation)을 높이는 것도 무망해지기 때문이다. 당연히 시장은 2017년부터 흡수 합병을 주도할 수 있는 선사 그룹과 피합병의 대상이 될 약체 소규모 선사 그룹으로 양분되는 양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상위 선사들 중 일부는 이미 합병이 진행 중으로 여력이 없거나 합병 자체에 관심이 없는 선사들도 있어서 Top5 선사중 Cosco, Maersk 정도가 추가적 합병에 관심을 갖고 있을 정도였다.

반면 Premier league에 속하지 않는 모든 선사가 합병의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우선 합병을 주도하는 선사들의 입장에서 볼 때 그만한 가치(value)가 있는지 여부다. 즉 Small & beautiful carrier로써 우선 Capacity 측면에서 보완가치가 있고 시장 확대 효과 등 이른바 시너지 효과가 있어야 하는 것이다.

OOCL의 사례에서 보듯이 OOCL의 비교적 젊은 선단은 확장정책을 추구하고 있는 Cosco의 선대 보강과 함께 유럽과 미주시장에 널리 알려진 회사의 평판(Brand value)이 있었기에 당시 시장에서 예상했던 수준 이상의 가격으로(63억 달러) 흡수가 이루어진 것이다.

이처럼 흡수 합병의 최우선 목표가 시너지 효과인 만큼 Minor league 선사의 입장에서는 선택과 운신의 폭이 제한되어 있는 것도 현실이다. 생존을 위해서는 자신이 다른 선사를 인수하거나, Premier league 선사에게 매력이 있는 선사로 보이거나, 아니면 홀로서기를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시장에서 도태되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이다.

중하위급 선사들을 대상으로 추가 합병의 가능성과 연계해 그간 시중에서 회자됐던 선사들은 2017년경에 싱가포르의 PIL, 대만의 완하이, 홍콩의 SITC 등이었다. 최근에는 Top10에 속하는 선사들까지 막후 접촉설 등 이런 저런 ‘설’들이 나오고 있다. 과거의 예로 볼 때 선사간 흡수 합병이 이루어지는 시기는 시장이 극도로 침체되거나 아니면 대부분 반등의 조짐을 보일 때였다.

최근 선사 주도하에 이루어지고 있는 Blank sailing 등 Capacity management가 운임의 추가적인 악화에 어느 정도 제동 효과를 보이고 있는가 하면 미래 연료에 대한 불확실성 등으로 당분간 발주 둔화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시장에 대한 기대가 조금씩 되살아나고 있는 것도 조심스러운 낙관론(cautiously optimistic)에 힘을 보태고 있다.

이에 더해 IMO 2020으로 인한 연료비 추가 부담금이 전액 전가되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에 비춰볼 때 전가의 정도 여하에 따라 약체 선사들에게는 또 다른 재정압박요인으로 작용할 경우 지속가능성문제가 대두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된다. 새로운 통합설이 거론되는 배경이다.

저작권자 © 한국해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