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해운신문 발행인 이철원

▲ 이철원 본지 발행인

경자년(庚子年) 새해 아침이 밝았습니다. 언제나처럼 태양은 뜨겁게 솟아올라 만물을 비추고 있습니다. 지혜와 풍요를 상징하는 흰쥐의 해에 한국해운신문 독자여러분과 해운항만물류 관계자 여러분께 먼저 새해에 복 많이 받으시고 평안하시라는 새해 인사를 드립니다.

지난 2019년 기해년(己亥年) 한해를 돌이켜 보면, 많은 갈등과 마찰로 점철된 한 해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국내 정치적으로는 보수와 개혁으로 양분된 세력간의 광장집회 대결, 범여권과 야당의 법안 통과를 둘러싼 국회에서의 끊임없는 파행과 쟁투, 권익신장을 외치는 노조들의 끊임없는 시위 등등 거의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는 분쟁의 나날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매우 힘든 한 해였습니다. 국가의 경제성장률 예상치는 점차 줄어들어 1%대로 주저앉았다는 평가도 있고, 2019년 한해의 수출은 10년만에 두자리 숫자의 감소를 기록했으며, 많은 재정 투입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인 실업률은 오히려 악화되었다는 보고도 있었습니다. 최근 주식과 부동산의 침체와 파행은 경제의 위기감을 한층 고조시킨 것으로 보입니다.

해운물류 부문 역시 좋지를 않았습니다. 글로벌 해운경기의 침체로 인해 그렇지 않아도 고경(苦境)을 헤매고 있는 많은 국적선사들은 참으로 힘든 한해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다행스럽게도 한국해양진흥공사가 출범함으로써 해운업계에 힘이 된 것은 사실이지만, 중소선사들이 충분한 혜택을 누릴 수는 없는 입장이었습니다. 이런 가운데 5대 국적선사였던 SK해운이 매각되는 지경에 이르렀으며, 근해항로의 유명 컨테이너선사 흥아해운이 사실상 흡수 합병되는 사태를 맞기도 했습니다.

새해가 밝아왔습니다만, 우리를 둘러싼 이러한 환경은 일거에 변화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그러나 그렇더라도, 우리들은 진흙 속에서도 연꽃을 피우듯, 희망적인 요소들을 찾아내어 우리들 앞에 세우고 진군가를 부르며 이 고난의 행진을 빨리 끝내야만 합니다.

우리에게 희망이 되는 요소는 해운시황이 이제 회복될 일만 남았다는 점과 정부당국이 심혈을 기울여 만든 한국해양진흥공사가 소기의 역할을 해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이 두 가지뿐입니다. 그러나 후자의 경우 많은 사람들이 지적한 것처럼 지원이 한쪽으로 편중된다는 문제점이 있기 때문에, 지원 대상을 보다 폭 넓게 하여 중소선사들에게도 혜택이 돌아가도록 하는 배려가 필요합니다.

우리는 국적선사들을 살리고, 해운산업을 재건시키기를 원한다면 새해에 정부당국이 ‘해운 재건 5개년 계획’을 전면적으로 수정하거나 새로운 ‘해운재건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제라도 큰 틀에서 해운정책이 나갈 방향을 정해 장기적인 마스터플랜을 확정해 놓고 해운산업에 대한 전반적인 육성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봅니다. 지금 당장이라도 부정기선사와 정기선사를 모두 아우르는 해운산업 전반의 구조조정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해운산업 전반에 대한 대대적인 구조조정은 해운산업의 영속성이라는 측면에서도 매우 유효하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현재 해운업계 일각(특히 부정기선 부문)은 새로운 성격의 주체들로 채워져 있습니다. 즉, 본래부터 해운업에 기반을 둔 회사거나 그룹차원에서 해운업을 영위해 왔던 회사들이 아니라, 사모펀드나 M&A 전문기업의 자금이 망해가는 기존선사의 사업성이 있는 부분만을 인수하여 새로 탄생한 신생 선사들이 많다는 것입니다. 이런 신생 회사들이 앞으로 우리라 해운산업을 살찌울 수 있을지에 대해서 우리는 심각한 우려를 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이런 신생회사들이 지속 가능한 전통의 국적선사로 성장할 수 있는 새로운 틀을 만들어 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전통의 국적 외항선사를 다시 육성하는 문제가 가장 시급한 현안사항이 돼야 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우리나라 해운업계의 전통적인 해운 문화를 되살리는 일도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종래 대한민국의 해운업을 지탱해 온 힘은 소위 ‘한솥밥 정신’이라고 불리는 업계의 자발적인 협동정신에 기반을 두고 있습니다. 국적 외항선사를 중심으로 해운부대업종과 항만부대업종들이 똘똘 뭉쳐서 오늘날까지 해운산업을 성장시켜 왔습니다. 그러나 자율 개방화 바람이 불어와 선사들간에 지나친 경쟁체제가 형성되면서 틈이 생기기 시작했고, 최근자에 세월호 사태와 김영란법 제정 등의 영향을 받아서 이런 내부적인 협력체제는 완전히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한솥에 밥을 해 먹으며 같이 살아가자’는 상생 정신이 사라지면서 지금 우리나라 해사클러스터는 완전 붕괴된 상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제 우리는 우리 전통의 협동정신을 되살려 해사클러스터들간의 상생 협력 체제를 다시 부활시켜야 합니다. 외항 해운업을 중심으로 해운중개업체, 포워더와 같은 해운부대업체, 해사 법률, 보험업체, 선급, 예도선을 포함한 항만부대업체 등등이 끈끈한 해사클러스터를 형성하고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상생체제를 이뤄내야만 할 것입니다. 이런 측면에서 한국해운신문은 5월에 개최하는 바다의 날 마라톤 대회와 연말에 치러지는 ‘올해의 인물상’ 시상식이 조그만 역할이라도 할 수 있다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각오입니다.

또 하나 우리들은 2020년 새해에 IMO 안전규제 강화에 따른 실효성 있는 대응책 마련을 주문하고자 합니다. 막상 2020년부터 황산화물 배출 규제 등이 시행에 들어가 있지만 실무적으로는 대비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 실정입니다. 해양수산부 당국과 한국선주협회 등이 앞장서고 국적 외항선사들이 긴밀히 협력하여 규제 위반으로 처벌 받는 선사가 나오지 않도록 힘 써주시기를 당부 드립니다.

새해부터 너무 주문이 많았습니다. 힘내서 함께 잘 해보자는 의미로 받아주시고, 국적 외항선사들을 둘러싼 해사클러스터가 모두 상생하여 함께 건강한 ‘한국해운’을 만들어가자는 취지로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희망찬 2020년 경자년 새해, 애독자 여러분, 그리고 당국자를 포함한 해운계 모든 관계자 여러분! 2020년은 분명 해운산업이 부활하는 그런 기적의 해가 될 것이라는 것을 믿으면서 여러분의 건강과 가정의 행복을 기원하고자 합니다. 감사합니다.

2020년 庚子年 새해 元旦

한국해운신문 발행인 이 철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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