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병 경영학 박사(한국국제상학회 이사,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 팀장)

▲ 이기병 박사

그리스 신화에서 무기를 잘 다루기 위해 한쪽 가슴을 잘랐다는데서 유래된 말로 ‘지구의 허파’라고도 한다. 요즘은 세상의 모든 걸 판매하는(Everything Store) 기업을 뜻한다. 아마존(Amazone)이다.

소매ㆍ이커머스 업계에서는 아마존의 영향이 너무 커서 ‘아마존 당하다(To be Amazoned)’라는 표현도 나오고 있다. 여러 산업과 정부 정책에도 영향력을 행사해 ‘아마존 효과(Amazon Effect)’라는 용어도 있다. 또 아마존의 합병ㆍ인수, 신규 시장 진출 등으로 실적 악화가 예상되는 지표를 ‘아마존 공포 종목지수(Death by Amazon)’라 하며 ‘아마존 생존 지수(Amazon Survivors Index)’는 강력한 브랜드와 새로운 방식의 서비스로 아마존에 대항하는 기업 종목을 말한다.

아마존은 개념적 관점으론 전자상거래 업체이고 재무적 시각에선 클라우드 업체다. 사업적 본질은 물류기업으로 그들은 미국 증권 거래위원회에 운송업체로 신고했다. 아마존의 주요 물류 서비스 내용은 <표>와 같다.

이러한 아마존이 자체적인 물류 사업을 강화하면서 무인 선박 운송사업자(Non-Vessel Operating Common Carrier ; NVOCC) 면허를 취득했다. 이미 육상 수송에선 페덱스(Fedex)와 계약을 종료했고 항공 부문은 화물기 구입을 확대해 물류 직영화를 추진하고 있다. 그렇다면 외주비 절감과 경영전략상 해운업의 직접적인 진출도 생각하지 않을까?

세계은행이 전 세계 160개국을 대상으로 국가별 물류 수준을 측정·조사해 발표하는 물류성과 지수(Logistics Performance lndex ; LPI)가 있다. 한국은 2012년 12위에서 2018년 33위로 급락했다. 주원인은 한진해운 파산 이후 해운물류산업이 고객 요구에 부응하지 못하고 차별화된 물류 서비스 제공도 부족해서다. 이런 원인으로 국제 해상운송 수지 적자금액이 2016년부터 3년간 뻥튀기 터지듯이 큰 폭으로 커지고 있다. 현재의 기업 경영 환경이 온 디멘드 경제(On-Demand Economy) 시대인데 아직도 헤매고 있기 때문이다.

고전학파 경제학자 리카드로(Ricardo)는 일찍이 말했다. “개별적 이익의 추구는 일반적 이익을 확산시키고 보편적 국제사회를 결속시킨다.” 개별적 이익 추구의 원리다. 오늘날은 어떤가? 예를 들어 해운사가 협력사인 하역 및 선용품 회사의 단가를 인하하면 해당 기업들의 수익률은 줄어든다. 기름값이 올라 운임을 올리면 화주들은 인상을 반대하고 다른 대안을 모색한다. 해운사들의 운임 협정 약속이 있어도 허울뿐 다른 이면엔 화주를 유치하려는 보이지 않는 색다른 거래 제안이 꿈틀거린다. 또한 한국의 조선소에다 선박 신규 발주를 하고 싶지만 당장 눈앞의 가격 때문에 중국으로 향한다.

새해 벽두부터 화물 운송의 ‘안전운임제’가 시작되지만 그리 잘 될 것 같지는 않다. 해운업을 배제한 한국의 물류 생태계가 고리디우스의 매듭(Gordian Knot)처럼 복잡하게 얽혀있어 간단치 않기 때문이다. 공동체들의 요구와 경제적 이익, 사회적 가치를 고려하는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필자의 상상엔 아마존은 해운업에 본격적으로 진출할 것이다. 그 이유로 첫째, ‘자주 방귀 뀌면 똥 싼다’라는 말처럼 NVOCC에 진출해 나름의 경험과 노하우를 축적했고 고차원적인 물류 루트를 구축하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작은 서점에서 출발해 “세상의 모든 사업을 전개하는 회사(Everything Company)”로서 혁신의 열정을 중요시하기 때문에 그들은 끊임없는 식탐을 가지고 살아왔다.

둘째, 거래비용의 관점에서 해운업을 통한 내부화 관리 비용(administrative cost)이 외주 수송보다 더 효율성이 있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즉, 자체적으로 하면 더 싸게 먹힌다는 결론을 도출했을 것이다. 이런 배경엔 경기 맥락을 짚어내고 신속하게 대응하는 그들의 유연성이(flexibility)이 있기 때문이다.

셋째, 단순하고 아무도 크게 주목하지 않았던 창고업을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해 풀필먼트(Fulfillment) 서비스로 진화시킨 기술혁신의 솔루션 창출 DNA가 있기 때문이다. 항만과 배를 통한 고전적인 운송 방식이 아닌 선박을 활용한 해상물류센터로써 물류 효율화와 임대료 등 비용절감을 거둔다면 그들의 수작이(酬酌)이 괜찮은 수작(秀作)이 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때해야 할까?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없다던데 딱 그 짝이다. 하지만 섬나라와 다름없는 지리적 특성상 해운업은 우리에겐 “운명”이다. 손가락만 빨고 앉아 있을 수는 없는 법.

먼저 화쟁(和諍)이 필요하다. 각자의 집착과 이론에서 벗어나 서로 소통하는 것이 회통이고 이를 통해 대립과 갈등을 극복하며 더 높은 차원의 지혜로 나아가는 것이 화쟁이다. 단선적 사고를 벗어나 정부·화주·거래업체·직원·경쟁사 간의 협력을 기본으로 적과의 동침도 할 수 있는 신뢰관계 구축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모두가 좀 더 행복할 수 있고 장기적 이익을 도모할 수 있는 사회적 가치 실현이 필요하다. 멀리서 찾을 필요도 없다. SK가 왜 최근 들어 사회적 가치를 주창할까? 갑자기 돌연사 하여 망하지 않고 지속 가능성(Sustainability)을 확보하기 위함이다.

둘째, 촉매적 혁신(catalytic innovation)이 필요하다. 나이트클럽에서 여성은 기본적으로 입장료가 무료다. 클럽에 남자들을 모으는 촉매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아름다운 미녀와 함께 있는 1시간은 1분처럼 흐르고 꼴보기 싫은 사람과의 1분은 1시간처럼 느껴지는 법. 시간의 가치와 주류 등 기타 부대 매출로 연결되는 중심축이 되고 이는 클럽 내 선순환 구조로 연계된다. 거창한 혁신 구호가 아닌 적절한 대안을 모색하고 제시하는 조직 내 혁신성이 필요하다. 해운업 외 교집합이 없다고 생각지 말고 끊임없이 IT·물류·금융·유통 등 이종산업과 시너지 효과를 낼만한 협력 사례를 발굴해야 한다. 특히나 재무적으로 어려운 선사는 더욱 시급한 당면 과제다. 본업을 외면하면 망할 수도 있지만 본업만 계속해서도 망할 수 있다.

셋째, 물류 디지털과 스마트화의 역량 강화가 필요하다. 머스크(Maersk)는 IBM과 손잡고 블록체인 기술을 통한 컨테이너 이동 정보 설계를 만들었고 이를 통해 작업 정보 공유화, 문서작업 간소화를 추진하고 있다. 경쟁 국가들은 스마트 항만·선박 분야에서 이미 일정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화물이동 분석·영업방식·운임 책정 등 다양한 분야에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프로세스 구축 마련이 필요하다. “심는 대로 뽑는다”라는 속담이 무색할 정도로 우리의 현장에선 디지털 전환의 씨앗을 크게 뿌린 게 없어 뭘 건질만한 수준도 아니다. 디지털을 선대 효율화 및 새로운 사업 모색 등 물류 경쟁력 향상에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일본의 물류성과는 2016년 12위에서 2018년 5위로 상승했다. 일본은 정확하고 신속한 운송을 통해 국가 경쟁력과 효율성을 높였으며 물류 환경을 끊임없이 갈고닦아 성과지수도 향상시켰다. 일본 제품을 일본 배로 나르는 국수국조(國輸國造)의 생태계 구축도 한몫을 했다. 반면 우리는 삼성·LG 등 4대 그룹이 만든 제품이 국적선사를 통해 세계 시장으로 수송되는 비율이 아직도 턱없이 부족하다. 미운 아베만 보지 말고 일본의 물류 산업 성과 도출도 찬찬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돈 벌 길은 많은데 돈 벌기는 힘들고 돈 쓸 곳은 많은데 돈은 없다. 지식은 많은데 판단이 어려운 시대다. 유명한 철학자가 말했다. “인생은 B와 D 사이의 C다.” B는 출생(Birth)이고 D는 죽음(Death), C는 선택(Choice)이다. 괜찮은 선택은 생존할 수 있고 잘못된 선택은 그로 인해 고통받고 눈물 흘린다.

아마존의 눈물이란 다큐가 있었다. 지구의 허파인 아마존이 인간의 욕심으로 인한 환경파괴로 심각한 위기에 처하게 되었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었다. 한국의 해운업이 ‘아마존 당하다(To be Amazoned)’의 케이스가 돼서 눈물 흘릴 일은 결코 없어야 한다. “꼭 관을 봐야 눈물 흘릴 필요가 없듯이”우리가 눈물을 훔칠 일이 있다면 오늘로서 끝내고 더 이상 시행착오를 하지 말고 미리미리 준비를 해 해운·물류 산업 경쟁력을 향상시켜야 한다.

눈물로 뿌린 산업의 씨앗들이 금방 자라지는 않겠지만 성과와 기쁨의 열매로 거둬지며 모두가 기뻐하는 한 해가 되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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