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시 브로지츠키 박사(IHS마킷 수석 이코노미스트)

▲ 토마시 브로지츠키 박사

IHS마킷의 최신 무역 전망에 따르면 전체 국제 무역량은 2020년에 전년 대비 1.7% 증가한 144억 6500 미터톤, 2021년에 3.7% 증가한 149억 9700만 미터톤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전 전망치 증가율이 2020년 2.7%, 2021년 5.0%였던 것에 비해 급격히 낮아졌다. 금액으로 보면 2019년 19조1170억 달러에서 2020년 19조4030억 달러(+1.5%), 2021년 20조1390억 달러(+3.8%)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불안한 세계 경제와 높은 불확실성을 고려할 때, 향후 이 전망치도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세계 경제 상황은 급격한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우선 2020년 1월 31일 영국은 예상대로 47년간 속해 있던 유럽연합을 탈퇴했다. 영국과 27개 EU 회원국은 2020년 12월 31일까지 전환기간에 들어가며 이 기간에 2021년 1월 1일부터 발효하는 새로운 무역 협상을 포함한 협정을 체결해야 한다.

전환기간 동안 영국은 EU의 관세 동맹 및 단일시장에 사실상 잔류하게 되지만, EU의 의사결정 과정에는 참여할 수 없게 된다. ‘노딜 브렉시트’라는 위험 요인은 현저하게 감소했지만, 만약 올 12월 말까지 협상이 타결되지 않고 전환기간도 연장되지 않는다면 그 가능성도 아예 배제할 수는 없다. 현

재협상의 최종 형태는 알려지지 않았으며, 다양한 가능성이 제기된다. 노딜(세계무역기구가 제시하는 원칙인 최혜국 대우를 조건으로 교역)부터 자유무역협정(FTA), 캐나다와 같은 FTA(포괄적 경제 및 무역 협정), 스위스·노르웨이 같은 협정 혹은 그 중간의 형태까지 여러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브렉시트가 세계 경제에 미칠 중장기 영향은 영국과 EU, 또한 캐나다, 미국 등 주요 협력 국가와의 최종 협정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그러나 브렉시트의 단기적 영향은 시장에서 이미 감지되고 있다.

둘째, 2020년 1월 초 미국과 이란의 긴장 관계는 급격하게 악화되었다. 1월 3일 이란의 핵심 정치 인사이자 군사령관인 가셈 솔레이마니(Qasem Soleimani)가 미군 공습으로 사망하자 이틀 후인 5일 이란은 첫 번째 보복으로 핵 협정 전면 탈퇴를 선언했다. 1월 8일 새벽 이란은 미국 부대가 주둔해 있는 이라크의 공군기지 두 곳을 폭격했으며 테헤란 상공을 비행하던 우크라이나 항공의 여객기가 실수로 격추되기도 했다.이에 미국 역시 곧 보복을 강행할 것으로 보였으나 실제로 이행되지는 않았다.

한동안 긴장 상황은 잠시 소강상태로 들어간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불안정 수치는 증가했으며 이에 따라 석유 시장을 비롯한 여러 주요 시장이 영향을 받는 상황이다. 현재 이란의 불안정한 정세는 중동 전체로 번질 수 있는 도화선이 될 수 있으며, 이에 따라 중동 지역의 불안정을 초래할 뿐만 아니라 세계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발은 현재 가장 심각한 위험 요인이다. 코로나19는 중국 우한에서 처음 발생했으나 중국 정부의 유례없는 강력한 조치에도 전염병의 확산을 막지 못했다. 세계보건기구가 지난 3월 1일 발표한 상황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확진자는 8만 7137명(92%가 중국에서 발생)이며 사망자는 2981명에 이르렀다.

그러나 현재 중국 확진자보다 해외 신규 확진자의 수가 연일 더 높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확진자가 많이 발생한 나라는 현재로서는 프랑스, 이탈리아, 일본, 싱가포르, 한국이다. 따라서 코로나19는 동남아시아 및 유럽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세계보건기구는 코로나19 위기가 여전히 전 세계적으로 높다고 보고 있다. 현재 파악할 수 있는 사실은 보건 및 경제적 관점에서 볼 때, 코로나19가 미치는 전반적 영향이 2002~2003년 발생한 사스보다 클 것이라는 점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중국의 1분기 성장이 크게 타격받을 것이다. 확산세가 지속한다면 타격이 2분기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영향으로 중국의 2020년 전체 성장률 역시 급감할 수 있다. 만약 전염성 확산이 주춤한다면 중국 경제는 2020년 2~3분기 경기 활동 증가와 더불어 반등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한국과 더불어 이탈리아, 독일 등 유로존이 코로나19로 인해 크게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생산 공장의 가동 중단이 장기화하면서 산업 생산, 국제 무역 흐름 및 국제 물류 네트워크의 경색 국면이 악화할 수도 있다. 코로나19의 지속 기간 및 최종 규모(심각성 및 확진자 발생국가의 수)에 따라 전체 영향이 판가름 될 것이다.

시장 분위기도 좋지 않다. 불확실성 수치는 매우 높은 상태다. 금융시장, 특히 증권 거래소 시장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로 가장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올해 초부터 급락하던 유가 역시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퍼지고 OPEC+ 국가들 사이에 긴장감이 고조되는 등 불확실성이 증폭되자 한때 WTI기준 배럴당 27.50달러까지 내려가기도 했다.

중국의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 신규 수출 주문(미조정)은 46.87에서 2020년 2월 33.51로 급감하여 2008년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일본의 경우 1월 48.43에서 2월 45.66으로 감소했으며, 한국은 48.90에서 42.78로 하락했다. 미국과 독일 역시 2020년 2월, 기준치인 50 아래로 떨어졌다. 인도만 예외적으로 53.85를 기록해 유일하게 증가세를 보였으나 부정적인 경제 동향 역시 감지되고 있다.

IHS마킷의 GTA(Global Trade Atlas)에 의하면, 주요 시장 9개국 중 3개국만 현재 2020년 1월 자료가 있는데, 이 세 국가 모두 무역이 전년동기대비 감소했으며 브라질의 경우 수출량이 전년동기대비 20% 급감한 것으로 드러났다. 코로나19가 발발하기 전인 지난해 12월 중국의 무역은 전년동기대비 증가세를 보였으나 이후 수치가 어떻게 나타날지 지켜보는 상황이다. 영국의 상황도 흥미롭다. 예상했던 브렉시트가 또다시 무산되기 전인 지난해 10월 수입은 전년동기대비 증가했으며 2019년 12월에는 수출량이 많이 증가했다. 전반적으로 코로나19가 발발하기 전 주요 경제국가의 무역 수치는 성장 부진을 이미 나타내고 있다.

IHS마킷의 다른 데이터를 보면, 해운 수송 급감과 200만teu 이상의 유휴 선대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향후 몇 달 동안 무역 흐름을 보여주는 데이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전망은 어두우며 2020~21년 전 세계 GDP 성장 및 무역 전망치는 하향 조정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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