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원 경영학 박사(한국물류포럼 대표, 능인대학원대학교 평생교육원 부원장)

▲ 박태원 박사

우리는 대형마트가 아닌 온라인 쇼핑몰에서 장을 보고 새벽 배송과 로켓 배송으로 물건을 받고 있다. 온라인 시장으로 유통업계의 중심이 기울면서 상품을 최종 소비자에게 바로 연결하는 물류(物流)가 더욱 주목을 받고 있는 이유다. 과거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메가 물류센터와 스마트 물류창고 등 첨단화된 시스템과 인프라로 무장한 기업들이 새로운 시장을 파고들고 있다.

이제 물류의 운영 시스템을 의미하는 로지스틱스는 사물인터넷, 인공지능, 로보틱스 등 4차 산업혁명의 첨단 기술이 접목되면서 역사적 대전환기를 맞고 있다. 이러한 시대적 변화와 관련하여, 최근 출간된 두 권의 책이 화제를 낳고 있다. 오노즈카 마사시(小野塚 征志)가 지난해 11월에 펴낸 「로지스틱스 4.0」과 닛케이 비즈니스가 올해 2월에 펴낸 「이제는, 넥스트 가파(Next GAFA)」다.  

유럽의 세계적 컨설팅 기업 롤랜드버거에서 일하고 있는 오노즈카 마사시는 지구촌 곳곳에서 벌어지는 스마트 물류의 현장을 소개하며 물류산업의 미래를 전망한다. 아마존과 DHL, 그리고 다양한 로지스틱스 스타트업의 현황과 창고로봇, 배달 드론, 자율주행 트럭 등 첨단기술이 바꾸어 놓고 있는 현장 사례가 눈길을 끈다.

21세기의 석유로 불리는 데이터는 ‘돈을 낳는 나무’로 비유된다. 그것을 무기로 성장을 계속해 온 것이 GAFA(Google, Amazon, Facebook, Apple)이다. GAFA의 제품이나 서비스는 인터넷을 사용하는 수십억 명의 사람들이 매일 이용하는 우리 생활의 필수 인프라가 되었다. IT의 진화를 예측하고 한발 앞서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했던, GAFA가 첨단 로지스틱스를 접목하면서 물류산업의 지각변동을 가져오고 있는 점이 매우 인상적이다.

특히 아마존의 창업자이자 CEO인 제프 베조스는 ‘아마존은 로지스틱스 컴퍼니’라고 공언했다. 아마존은 현재 전 세계 200개 이상의 물류 센터, 선반 운송형 로봇 드라이브, 수천 대 규모의 자사 트럭, 드론 등을 활용한 택배 서비스와 장거리 운송을 위한 항공과 해상 물류 인프라를 구축하면서 세계 최대의 물류회사로 도약하고 있다.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 아마존과 함께 알리바바, 오카도 등 온라인 유통 플랫폼 업체들이 막강한 물류 역량을 갖추면서 페덱스, UPS 등 전통적인 물류 강자들의 입지가 위협받는 처지가 되었다. 아마존이 2012년에 물류 로봇 개발사인 키바 시스템을 인수하여 설립한 아마존 로보틱스(Amazon Robotics)는 출고 상품을 선반에서 꺼내 포장하는 곳까지 운반하는 출고 자동화를 추진하고 있으며, 세계 최대의 소매점 체인인 월마트도 재고 관리에 드론을 활용하고 있다. 또한 글로벌 물류기업인 DHL도 자체 개발한 드론인 파셀콥터를 이용하여 섬이나 산악 지대에 운송수단으로 활용하는 계획이 실행 단계에 접어들었다.

「이제는, 넥스트 가파」는 닛케이 비즈니스에서 여러 해에 걸쳐 전 세계의 유망 스타트업 기업을 취재하여, 그 중에서 엄선한 100개사를 차세대 혁신 기업으로 선정했다. 각 스타트업의 CEO 인터뷰와 생생한 현장 스케치는 물론이고 비즈니스 모델 분석에서 미래가치 평가에 이르기까지, 10년 이후 GAFA를 대체할 것으로 전망되는 기업들을 심도 있게 다루고 있다.

이들 신생기업들은 세계 경제 지도를 바꿀 차세대 혁신 기업들로서 마이크로소프트가 고전하는 사이에 구글이 도약했던 것처럼, 저마다 첨단 혁신기술로 무장하여 글로벌 시장에 야심차게 도전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하늘을 나는 자동차, 우주 개발, 양자컴퓨터, 모빌리티 공유, 빅데이터 분석, 사무직의 업무를 대체할 소프트웨어 로봇 등을 발판으로 수십억 달러에서 수백억 달러에 이르는 기업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2019년 말 기준으로 기업 가치 10억 달러를 뛰어넘어 글로벌 시장을 겨냥하는 무신사, 비바리퍼블리카, 야놀자, 위메프 등 한국의 유니콘 기업도 11사에 이른다.

차세대 스타트업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GAFA 등 기존 IT 공룡들이 아직 진출하지 않은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는 것이다. 시장선도자(first mover)가 압도적인 지위를 차지하고 있는 영역에 경영자원이 상대적으로 열세인 추종자(fast follower)가 정면으로 승부수를 던지는 것은 무모한 전략으로 생존이 불확실하다. 첨단 로지스틱스의 접목 없이 단지 디지털 기술이나 IT 활용만으로는 더 이상 차별화되지 않기 때문에 거대한 자본을 가진 IT 공룡기업에게 쉽게 잡아먹히고 만다. 자신만의 강점으로 차별화하거나 추격당하지 않을 만큼 빨라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이 차세대 스타트업 기업의 운명이다.

많은 세계적 전문가들은 4차산업 혁명시대에 IT 기술의 융복합으로 글로벌 공급망이 획기적으로 변화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해상운송 중심의 전통적인 해운업의 역할은 점점 약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머스크와 CMA CGM이 알리바바와 파트너쉽을 맺는 것과 같이 글로벌 시장선도자들은 온라인 플랫폼 기업들과의 전략적인 제휴를 통하여 그들의 입지를 더욱 확고히 할 전망이다.

따라서 해상운송에만 집중하고 있는 선사들은 글로벌 공급망의 물류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종합물류기업으로 탈바꿈하지 않으면 안 된다. 첨단 로지스틱스를 접목한 글로벌 물류기업으로의 변신 없이 단순한 해상운송만으로는 경쟁력에 한계가 있다. 머스크를 중심으로 하는 선도적인 종합물류기업들이 결국은 추종자들을 삼켜버리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 우리 선사들은 파괴적 혁신을 통해 차별화된 종합물류기업으로서의 역량을 키우는데 끊임없이 노력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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