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소 국제물류연구회 회장(청운대학교 교수)

▲ 김학소 국제물류연구회 회장

우리나라 경제발전과 국민 소득수준이 높아짐에 따라 양곡 수입량도 매년 증가해왔다. 2019년 7월 농림축산식품부의 ‘사료산업 정책방향’ 발표에 의하면 국내 사료원료 곡물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배합사료 원료사용량 추이를 보면 2015년 1913만 7천톤에서 2018년에는 1988만 5천톤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최근 한국사료협회 통계에 의하면 2019년도 양곡을 비롯한 사료 주부원료의 총 수입량은 2054만 3천톤으로 완만하지만 꾸준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수입 양곡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사료용 곡류(옥수수, 소맥)는 축산 농가의 사료원료로 사용되고 있다.

우리나라 양곡부두의 분포는 이러한 농가에 사료를 공급하기 위한 사료공장의 국내분포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항만별 양곡처리실적을 살펴보면 2019년 기준 약 1700만톤으로 인천항 540만톤(전국 31.8%), 군산항 440만톤(25.9%), 평택·당진항 330만톤(19.4%), 울산항 220만톤(12.9%), 부산항 150만톤(8.8%), 목포항 14만톤을 각각 처리하고 있다. 양곡부두에서 하역된 양곡은 수일에서 수십일간 부두의 양곡터미널에서 보관기간을 거처 화주인 사료회사 및 식품가공회사로 운송된다.

과거 우리나라의 옥수수, 소맥 등 가공회사와 사료공장 분포는 인천과 경기도에 집중돼 있었다. 이에 따라 인천항이 전국에서 가장 많은 양곡을 처리하는 양곡 공급기지 역할을 수행해 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지가상승과 축산농가에 대한 민원 등의 제기로 많은 사료공장이 수도 인근의 경기도지역에서 경기남부권, 충청권, 전라권으로 이전되면서 평택·당진항과 군산항의 사료곡물 등 양곡도입물량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항만기본계획에는 이러한 사료공장의 분포변화 항만의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고 양곡부두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있어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현재 해양수산부는 제3차 항만기본계획을 검토해 제4차 항만기본계획을 수립, 발표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제4차 전국항만기본계획에서는 양곡물동량이 장기적으로 보합세를 보이는 것으로 예측하고 있으며 시간관계상 제3차 항만기본계획과 거의 차이가 없는 항만별 개발계획을 수립하려고 한다는 전언이다. 이는 우리나라 양곡화물의 국내물류시스템을 극히 비효율적으로 유지함으로써 막대한 물류비용과 손실을 초래하게 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양곡화물 및 사료곡물의 글로벌 공급망은 비교적 단순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점을 명심해 양곡부두의 제4차 항만개발기본계획에 대해 다음과 같은 세가지 사항이 반드시 반영돼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자 한다.

첫째, 양곡화물의 O/D(기종점)를 반영한 기본계획의 수립이 필요하다. 현재 국내 양곡 및 사료원료는 국내 제조업체들이 공동구매해 주로 인천항, 평택·당진항, 군산항, 부산항, 울산항 등 양곡터미널이 있는 5개 항만을 이용하고 있다. 양곡터미널은 원칙적으로 하역 및 출고를 위한 시설이지만 내륙지역의 제조공장인 전분, 제분, 사료공장의 보관시설 확보가 어려워 항만의 양곡터미널에 보관했다가 수시로 반출해 사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제조공장들은 내륙지역에 부지확보 및 건설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양곡부두의 하역요금 및 보관료를 감당하면서 자신의 재고비용절감을 꾀하고 있다.

현재 양곡터미널을 가장 많이 이용하는 우리나라 사료공장의 지역별 분포를 살펴보면 인천경기지역 27.3%(경기남부지역 14.3%), 충남북 24.5%, 전남북 21.8%, 경남북 26.4.0%로 나타나고 있다. 이와 같은 지역과 항만이용의 접근성을 감안한 양곡부두의 기본계획 조정이 시급하다. 또한 이러한 항만배후지의 제조공장별 보관능력의 차이에 의해 항만별 양곡부두의 회전율이 크게 달라지는 바 항만별 양곡터미널의 회전수를 바탕으로 한 항만별 양곡부두수급을 반영한 기본계획을 수정해야 할 필요가 있다. 현재 전국 양곡터미널의 회전율은 평균 7회 정도이고 부산이 10.4회전, 평택당진항이 9.5회전, 군산과 울산은 7.5회전 정도이다. 특히 가장 많은 시설을 가지고 있는 인천항의 회전율은 5.3회전에 불과하고 평택·당진항과 부산항은 평균회전수를 상회하고 있다.

둘째, 항만별 체선·체화 현상이 수시로 발생하고 있는 항만의 시설 확충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항만의 체선·체화현상은 1990년대 말의 항만대란 이후 정부의 각고의 노력으로 이미 사라진지 오래이지만 양곡부두에서는 항만기본계획 및 항만개발이 현실과 괴리됨에 따라 몇몇 항만에서 심각한 수준으로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체선현상은 항만시설의 적기공급이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이다. 배후지역 사료공장의 보관능력과 처리능력의 증가로 항만보관창고인 양곡사일로의 회전율을 증대시키게 되면 양곡부두시설이 부족한 항만의 경우 더 많은 선박이 몰리게 되고 이에 의해 항만의 체선체화 현상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게 되는 것이다.

한국사료협회 회원사의 사료곡물 도입 자료에 따르면 양곡 및 사료부원료 부두시설에 대한 하역시설 및 보관능력의 부족으로 평택·당진항 및 부산항의 경우 체선체화가 빈번히 발생해 막대한 비용을 직·간접적으로 부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2019년도 평택·당진항의 체선·체화로 인한 선박의 평균대기일수 6일을 감안하면 연간 560만 달러 이상의 체선비용을 해외공급상들에게 지불하고 있는 실정이다.

셋째, 양곡수입 선박의 선형변화 및 만재 선적수량을 수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양곡터미널의 평균 입항선박의 크기는 파나막스(5만톤)급으로 돼 있으나 화주들의 입장에서는 비용절감을 위해 점차 6만톤에서 7만톤으로 증대시키고 있으며 이 경우 톤당 2내지 3달러의 구매 단가 경쟁력이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세계 주요 곡물상들의 경우 비용절감을 위해 지속적으로 대형선박의 이용과 더불어 최대선적을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재 인천항의 경우 선거로 인해 6만톤 이상 선적 선박은 입항이 곤란한 실정이라서 향후 양곡터미널의 경쟁력이 점점 약화될 가능성이 크다. 더구나 인천항 선거 내항의 경우 항만재개발 기본계획을 수립해 3단계에 걸쳐 재개발하기로 마스터 플랜이 수립돼 추진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 전국의 균형 잡힌 양곡부두의 재배치를 위한 기본계획의 심도있는 검토가 이루어져야 한다. 이상에서 검토한 바와 같이 우리나라의 양곡부두 기본계획은 다음과 같이 변화돼야 한다.

우선 사료제조 공장들의 지속적인 수도권 남하 현상을 반영해 인천항의 곡물부두 공급기지 기능을 점차 평택·당진항, 군산항, 부산항(재건설 계획중) 등으로 이전시켜야 할 것이다. 또한 점차 심각해 지고 있는 항만별 체선·체화현상을 감안한 양곡부두 개발기본계획을 수립해 추진ㅎ지 않으면 양곡물류 공급망의 비효율성으로 물류시장의 왜곡현상이 시정되지 않을 것이다. 현재 전국적으로 양곡부두의 체선·체화현상이 가장 심한 항만은 평택·당진항과 부산항이며, 군산항도 포화상태다. 이는 인천항의 시설낙후 및 사료공장 이전과 평택·당진항의 시설부족에 의한 것으로서 평택·당진항의 양곡부두 신설이 매우 시급하다.

다음으로는 6만톤, 7만톤으로 대형화되는 선박의 변화를 감안해 양곡부두 개발의 기본선석(수심 등)을 크게 확대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통과능력이 5만톤에 불과한 인천항에 의존해 양곡화물을 처리하는 우를 범하지 않도록 항만기본계획의 수정과 함께 평택·당진항 등의 양곡부두 개발을 촉진해야 한다.

양곡물동량은 사료원료로서는 축산업의 전방산업이자 축산업의 육류공급은 식품산업의 전방산업이다. 특히 축산업과 식품산업은 국민건강을 지탱하는 먹거리를 제공하는 중요한 산업이고 전국적으로 엄청난 일자리 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는 산업이라는 점을 감안해 제4차항만개발 기본계획에서는 이에 대한 깊은 검토를 통해 최적화된 양곡부두 기본계획을 수립할 것을 간절히 바라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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