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현 교수(선장,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 김인현 교수

일본 해운물류산업의 개요

현재 나는 일본에서 소중한 안식학기를 보내고 있다. 3년 근무한 다음 6개월을 강의없이 자유롭게 연구를 하도록 하는 제도다. 나는 그동안 하고 싶었지만 미루어 두었던 다양한 학문적인 접근을 하고 있다. 일본의 해운, 물류, 조선업계의 현장을 둘러보고 우리 업계에 도움을 주는 법적 접근을 하는 것이 이번 안식학기의 나의 목표다. 서점에 여러 번 들렀는데, 그 때마다 좋은 책들을 너무 많이 발견하고 사온다. 이번 설 연휴 동안에 5일에 걸쳐서 꼼꼼히 읽은 책이 「로지스틱스(ロジスティクス) 業界大硏究(二宮 護, 産學社, 2020)」다. 참으로 많은 공부가 되었다.

로지스틱스(물류)라고 하면 상품의 수송, 하역, 보관, 포장, 유통가공 그리고 정보관리의 총합이라고 필자는 설명한다. 일본에서 220개 화주기업의 비용코스트를 조사했더니 각각의 비중은 수송이 56%, 보관과 하역이 각각 17%, 포장이 4%, 물류관리가 6%라고 알려준다.

위 6가지는 처음에는 각각 따로 화주들이 계약을 체결해서 분리되었지만, 로지스틱스라는 개념이 생겨나면서 하나의 계약으로 통일되었다는 것이다. A화주가 육상운송을 위해 제1의 계약을 체결하고, 해상운송을 위해 제2의 계약을 체결하고, 다시 하역계약을 체결하고, 다시 보관계약을 체결하던 것을, 이제는 한사람과 계약하면 모든 것이 처리되니 화주로서는 이러한 종합물류계약을 선호하지 않을 수 없다. 이에 맞추어 해상운송만을 하던 NYK, 육상운송 전문인 일본통운(日本通運), 하역전문인 미쯔이(三井) 창고 등이 모두 종합물류회사가 되었다는 것이다.

2015년 일본 물류산업의 개요를 보면, 총 영업수입이 약 24조 6천억엔(약 260조원)이고 종업원은 216만명이다. 이 중에서 (i) 트럭운송업(택배사업포함)이 압도적으로 약 160조원 매출에 사업자가 6만2천명에 종원업이 188만명이고 중소기업의 비율이 99.9%이다. (ii) 트럭운송업을 제외하고 외항해운업이 매출 규모가 가장 크다. 약 50조원 규모에 사업자는 194개사, 종업원은 7천명이다. (iii) 항만운송업이 매출 약 18조원으로 사업자는 868개사, 종업원 5만1천명이다. (iv) 창고업은 매출 약 17조원으로 사업자는 6037개사, 종업원수 약 8만9천명이다. (v) 내항해운업이 매출 약 9조원으로 사업자수는 3510개사이고 종업원수 6만8천명으로 중소기업비중이 99.6%이다.

(vi) 항공화물운송업이 약 3조 1천억원 매출에 사업자는 21개사, 종업원 3만 5천명이다. (vii) 항공이용운송업자(포워더)는 약 5조원 매출에 사업자는 195개사, 종업원 1만 3천명이다. (viii) 외항이용운송업자(포워더)는 약 4조 7천억원 매출에 911개사 종업원 5천명이다. (ix) 철도이용운송업자(포워더)는 약 3조원 매출에 사업자 1090개사, 종업원 7천명이다. (x) JR 항공화물운송업자 약 1조 4천억원 매출에 사업자는 1개사이고 종업원은 6천명이다. (xi) 트럭 터미널업은 약 2900억원 매출에 16개사이고 종업원은 600명이다.

트럭운송업은 긴 영토를 가진 일본의 특유한 사항으로 국내매출이라고 본다면, 우리나라와 비교할 수 있는 물류사업의 규모는 약 100조원에 종사자 30만명으로 추산된다. 내항해운의 규모가 우리나라보다 훨씬 크다는 점에 주목하게 된다. 외항해운업의 종사자가 7천명이라는 통계자료가 편의치적화된 일본 원양해운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물류회사들은 특별히 분류되지 않았는데, 모회사 및 포워더의 매출에 잡힌 것으로 보인다. 이를테면 유센 로지스틱스는 NYK의 매출에 합산해 잡혔다고 판단된다.

저자는 일본의 내항해운과 외항해운에 대해도 비중 있게 설명한다. NYK는 연매출 20조원, MOL 13조원, K라인 9조원을 기록하고 있다(현대상선은 5조원). 정기선 3사들이 정기선 부분에서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이들을 따로 떼어내어서 관리하는 점도 설명하고 있다. 일본의 내항해운(매출 9조원 규모)이 내가 생각했던 것 보다 더 강하게 잘 유지되고 있다는 점도 인상적이다. 내항해운에서 선원 고령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운동을 벌였는데, 30대 이하가 3천명에서 5년 사이에 5천명으로 늘었다고 하니, 우리나라에도 그 시책을 가져와서 효과를 보았으면 좋겠다.

일본에서도 선주들이 영업상 이점을 얻기 위해 편의치적선(시꾸미선)을 도입해 일본 국적선이 92척(2007년)까지 떨어졌다. 고베 지진 등을 겪으면서 자국선대 및 자국선의 존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 일본정부는 2007년 톤세 제도를 도입하면서 일본 국적선에 일본 선원을 승선시키는 조건으로 이를 허용했다. 그 결과 2018년 일본 국적선이 261척으로 증가했다. 일본은 장기적으로 450척, 현재 2천명으로 떨어진 일본인 선원을 5500명 규모를 증대시키는 목표를 추진하고 있다.

육상운송은 내 상상의 범위를 넘어섰다. 트럭을 이용한 택배 운송의 규모가 대단했다. 자동차를 이용하는 일본 국내 전체운송의 매출액이 160조원 규모라고 한다. 일본통운(日本通運)이 22조원, 야마도가 17조원, SG(佐川急便)가 12조원 등이다. 긴 국토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렇다고 생각한다. 포워더(利用運送業者)의 규모는 매출이 13조원이다. 일본통운(日本通運)이 연결 매출로 21조원, 긴데츠(近鐵)가 6조원, 유센 로지스틱스가 5조원이 된다.

창고업계도 대단하다. 영업규모가 17조원 시장이다. 미쯔비시(三菱) 창고가 2조 5천억원, 스미또모(住友) 창고가 2조원, 미쯔이(三井) 창고가 2조 5천억원 매출을 보이고 있다. 항만하역(항만운송업)계의 영업규모는 18조원 규모이다. 잘 알려진 가미구미(上組)가 3조원의 매출을 보이고 있다. 이들이 단순하게 창고업만하는 것이 아니라 운송업에도 진출하고 있었는데, 해외에도 진출하고 있다.

나를 놀라게 한 것은 이런 물류회사들이 1860년대 명치유신 때부터 시작했거나 1900년대 초기에 출발한 회사들로서 오랜 전통이 있다는 점이다. 미쯔비시 계열인 NYK, 미쯔이 계열인 MOL이 대표적이다.

최근 들어 택배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는데, 이를 delivery 물류라고 부른다. 이 수요를 잡기 위해 야마도가 크게 활약했고, 너무 지나친 경쟁으로 운임이 낮아서 운전자들이 혹사당하면서도 일하는 시간은 많고 봉급은 작은 문제가 발생했다. 특히 맞벌이 부부 등의 문제로 재배달로 물류회사의 부담이 가중되자, 정부와 민간이 힘을 합해 국민들에게 이 문제를 호소하고, 편의점 등에 수신처를 지정해 택배기사들의 고충을 해결해주었다는 점은 감동을 주었다.

물류회사들이 외국의 대형사들과 일본에서 혹은 외국에서 같이 손을 잡고 활동하는 내용도 많았다. 일본이 물류회사들이 추구하는 바는 대폭적인 수입의 증대보다 안정적인 경영을 추구하는 점이다. 안정성을 찾기 위해는 적과 합병하는 것도 쉽게 하고 조인트 회사를 만들기도 하고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는 화주기업들이 만든 몇 개의 2자 물류회사들이 비대해져서 크게 부각되고 있다. 일본에서는 3대 정기선사, 하역회사, 창고업자, 화주기업이 골고루 물류회사를 만들어 진출하고 있다. 그래서 히다찌 물류와 같은 화주기업의 자회사는 존재하기는 하지만, 특별히 위협적인 존재는 아닌 것 같다. 화주기업의 물류수요는 종합물류회사로 진출한 정기선사·창고업자·하역회사·화주기업이 골고루 사이좋게 나누어서 가져가는 모양새이다. 우리나라도 정기선사, 창고업자, 하역회사들이 종합물류회사로 진출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되었다.

과문한 탓인지는 모르지만, 우리는 너무 외항해운 자체에 매몰되어있는 것 같다. 이 책의 저자와 같이 물류업이라는 큰 그림을 그려가니 외항해운에 내항해운, 항만하역업, 창고업, 포워딩까지의 영업이 한눈에 들어온다. 일본도 외항해운은 50조원의 매출이다. 우리나라 매출 35조와 큰 차이가 없다. 그렇지만, 택배를 포함한 트럭운송을 제외하고도 100조원의 시장이다. 우리는 외항해운 매출이 35조원이고 이를 5년 이내에 45조원으로 확대 달성한다는 목표만이 알려져 있을 뿐이다. 우리도 내항해운, 항만하역업, 창고업, 운송인으로서 포워딩, 해상보험, 선급업, 선박관리업 등을 외항해운에 포함해 우리 총해운산업의 매출이 얼마라고 말할 수 있어야한다. 이들 해운관련 부대산업도 함께 육성할 때 해운산업도 튼튼해질 수 있다. 더 나아간다면 운송업자, 하역업자, 창고업자도 종합물류기업화 함으로써 물류흐름의 공급자로 거듭나야 화주기업의 물류수요에 순응하고, 국제경쟁력을 가지게 될 것으로 보았다.

마지막으로 첨언하고자하는 것은 우리는 500페이지 이상의 교과서급의 책만 발간하려는 고정관념에 사로잡혀있다. 외형을 중시하기 때문인지 모른다. 일본은 150페이지 정도에 가격도 1만~2만원대에 종이표지로 1~2시간이면 읽어낼 전문서적들을 서점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해운, 물류, 수산분야도 마찬가지였다. 본서도 마찬가지이다. 우리나라도 자신이 체득한 것, 연구한 것을 가볍게 재빠르게 출간해 업계에 집단지성이 충만하도록 해야겠다. 나부터 실천하고자 한다. (2020.3.31.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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