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단계 합의 실현가능성 낮아, 2차전 대비해야”

2018년 7월 미중 양국의 상호 추가관세 부과(25%)로 촉발된 1년 반 동안의 미중 관세전쟁이 지난 1월 15일 ‘1단계 합의’로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미국은 1단계 합의를 통해 대중 무역적자 개선, 지적재산권 보호, 대중 식품 및 농산물 수출 원활화, 중국의 환율 문제 개선을 꾀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둘러싼 책임 공방이 미중 분쟁에서 가장 치열한 전선으로 부각됨에 따라 거대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한국무역협회 통상지원센터는 1단계 합의의 실현 가능성이 낮을 뿐만 아니라 분쟁 재점화의 징후들이 다수 존재하는 만큼 ‘통상분쟁 2차전’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해운신문은 한국무역협회 통상지원센터가 최근 발간한 ‘KITA 통상 리포트’ <포스트 코로나 시대 미중관계의 향방>을 요약·게재한다.

미중무역분쟁 이후 미중무역 현황

미국이 자국 통상법 301조에 의거 2018년 7월부터 2019년 9월까지 네 차례에 걸쳐 대중 추가관세를 부과한 결과, 2019년 한 해동안 미국의 대중수입액 및 무역적자는 일제히 감소했다.

2019년 미국의 대세계 수입이 전년대비 1.7% 감소한 가운데 대중수입액은 전년대비 16.2% 감소한 4522억달러를 기록했으며, 2019년 미국의 대중 상품무역적자는 35456억달러로 전년대비 739억달러 감소했고, 대중 무역적자가 전체 무역적자에서 차지하는 비중 또한 전년의 48.0%에서 45.5%로 7.5% 감소했다.

반면 2019년 미국의 1~20위 수입대상국으로부터의 수입통계를 살펴보면, 미국의 대중국 수입이 감소하는 동안 멕시코, 캐나다, 일본, 독일, 한국, 베트남, 대만 등 국가들이 대미수출을 늘림과 동시에 미국 수입시장에서 점유율이 상승했다.

2018년 9월까지 미국이 중국에 추가관세를 부과한 6842개 품목의 이후 1년간 대중 수입액은 전년동기대비 21.2% 감소한 반면, 동일 품목의 대세계 수입은 1.0% 감소에 그쳐, 해당 품목의 대중 수입 감소에 따른 전환효과가 상당부분 있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제재 품목의 대중수입 감소액 542.2억달러 중 미국 수입시장 내 중국 상품의 점유율 하락에 따른 경쟁력 감소분이 423.8억달러로 전체 감소분의 78.2%를 차지했으며, 중국 경쟁력이 감소한 품목의 국가별 대체효과를 추정한 결과 대만으로의 수입대체가 가장 컸으며 멕시코, 한국, 베트남이 그 뒤를 이었다.

반면 중국 입장에서 미국 제재로 수출이 감소한 품목의 대세계 수출은 0.5% 감소에 그쳤는데, 베트남을 포함한 아세안과 한국 등으로 수출이 전환된 결과로 추정되고 있다.

미중 1단계 합의 주요내용과 의미

미중 양국은 2020년 1월 15일 ‘미중 1단계 경제무역 합의문’에 서명함으로써 2018년 7월부터 1년 6개월간 이어져 온 무역분쟁을 일단락 지었다.

96페이지 8개 챕터로 구성되어 있는 합의문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크게 △중국의 미국산 제품 수입규모 확대 △지식재산권 보호 강화 및 기술이전 강요 금지 △대미 식품 및 농산품 수출입 관련 규정 명확화 △금융서비스 개방 및 환율투명성 제고 등을 들 수 있다.

먼저 중국이 향후 2년 안에 대미 공산품, 농산물, 에너지, 서비수 수입액을 2017년 현재보다 2000억달러 확대하는 등 중국의 미국산 제품 수입규모를 확대하기로 했으며, 상업이익 침해 행위자에 모든 자연인, 조직, 법인을 포함시켰고 무역기밀 관련 ‘실제 손실’의 발생 없이도 무역기밀의 유용 혹은 유용시도 상황만으로도 가처분을 통해 형사처벌이 가능하도록 하는 등 지재권 보호를 강화했다.

또한 상호 식품 및 농산품 교역 확대, 보호무역을 위한 수단으로써의 검역 사용 지양, 농업바이오 기술의 올바른 사용을 목적으로 식품 및 농산품 종류별 교역절차를 명시함으로써 대미 식품 및 농산품 수출입 관련 규정도 명확화 했으며, 중국 금융서비스 분야에서 미국기업에 대한 개방을 확대하고 각 업ㅈ봉별로 일정기한 내 미국 기업의 자기자본 한도 제한 및 외자진입 제한을 철폐하기로 했다.

중국, 대미수입 목표 실현가능성 적어

이처럼 우여곡절 끝에 1단계 합의문은 작성됐지만 협정문의 최대 핵심이자 거의 유일하게 실현여부를 계량화된 지표로 확인할 수 있는 중국의 대미수입 확대 목표는 현재로서 실현 가능성이 높지 않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협정문상 중국의 수입확대 품목과 미국의 대중 수출통계를 살펴보면, 2019년 미국의 대세계 수출실적이 존재히난 1227개 품목(HS 4단위 기준) 중 협정문에 포함된 품목은 전체 수출 품목수의 42.6%, 전체 수출금액의 63.5%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협정문대로라면 정국은 전체 품목수 기준 57.4% 및 금액의 36.5%에 대해서는 대미수입을 확대할 의무가 없는 것이다.

또한 지난 1년 6개월간 이어진 무역분쟁으로 미국의 대중수출이 축소된 상황에서 미국은 공산품의 경우 2020년에 전년대비 68.2%, 2021년에는 2020년 대비 52.9%의 수출 증가율을 달성해야 하며, 농산품은 2020년 대비 무려 227%, 2021년에는 159%의 수출 증가를 달성해야 하는 등 미국의 수출여력 및 중국의 수입여력을 감안할 때 비현실적인 목표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또한 1단계 합의문에 포함된 품목(HS 4단위, 548개) 중 2019년 기준 미국의 대중수출이 100만달러 이하인 품목수는 165개로 품목수 기준 전체의 30.1%에 달하며, 최근 일련의 대미 추가관세 완화조치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여전히 협정 서명일 기준 대미수입액의 56.7%에 보복관세를 부과하고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이와 함께 합의문에 추가구매 약속 액수(2000억달러)만 적시되어 있고 구매확대의 기준점이 불분명한 점 등 합의문 수치의 모호성이 합의이행의 불확실성을 높이고 제3자에 의한 객관적인 합의 이행 여부 판단을 어렵게 한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향후 미중관계 갈등 재점화 가능성

뿐만 아니라 1단계 무역합의에도 불구하고 향후 미중 경제통상 관계가 긴장 완화보다는 지속 갈등의 양상을 띨 것으로 예상되는 징후들이 다수 존재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중 일부는 미중간 2단계 무역합의를 위한 협상 과정에서도 핵심 의제로 부상할 확률이 높은만큼 지속적인 관찰이 필요한 상황이다.

일례로 미국은 EU, 일본과 공동으로 현행 WTO 보조금협정의 개정을 촉구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는데, 공동성명의 내용이 협정 개정에 반영된다면 중국의 국영기업에 대한 보조금 공여 관행에 큰 수준의 변화가 불가피 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따라서 이번 1단계 협상에서 담아내지 못한 중국의 국영기업과 보조금 이슈에 대해서는 EU, 일본과 공동으로 대응함과 동시에 향후 2단계 협상을 준비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한 상황이다.

또한 미국 상무부는 통화가치의 절하 행위를 보조금으로 간주, 상계관세 부과가 가능하도록 자국 상계관세 규정을 개정하여 4월초 발효 예정이며, 이는 금번 1단계 협정문의 5장(환율투명성)과 더불어 중국의 환율문제를 압박하는 또다른 수단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

더불어 1단계 합의의 분쟁해결절차(7창, 상호평가 및 분쟁해결)를 살펴보면, 합의이행에 분제가 발생해 양자간 실무급-차관급-장관급 협의를 통한 해결에 실패할 경우 제소측의 보복행동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으나 보복행동 이후의 해결절차가 미흡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국내 관련기업 향후 추이 면밀히 살펴야

지난 1년 6개월간 미중 양국의 통상분쟁으로 인해 미중을 둘러싼 주요 교역국들의 무역전환(Trade Diversion)이 발생했으나, 이번 1단계 무역합의에 따라 또 다른 방향으로 무역전환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미중이 상호 수입을 줄이고 미국을 포함한 외상투자기업들이 중국 생산라인을 축소 및 철수하면서 미중간 디커플링(de-coupling)이 촉진되었으나, 이번 합의에 따라 중국의 대미수입과 미국의 대중 수출비중이 높아지는 리커플링(re-coupling)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1단계 무역합의로 감소하는 듯 했던 미중관계의 불확실성이 최근 미국으로 확산된 코로나19 감염증 사태로 다시 증가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으며, 코로나19 확산이 장기화할수록 올해 미 대선과 맞물려 미국의 대중정책에 강력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코로나19 감염증이 3월 들어 미국으로 확산되자 미중이 바이러스 확산의 책임을 놓고 공방을 벌이는 등 미중분쟁의 전선이 또 다시 확장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으며, 트럼프 대통령이 11워루 대선을 앞두고 외부의 적을 만들어 지지층을 결집하기 위해 코로나 사태의 책임 및 중국의 1단계 합의 이행 미흡을 이유로 미중통상분쟁을 새로운 재점화 국면으로 끌어갈 가능성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중장기적으로는 이번 코로나19 사태와 함께 국영기업, 보조금 등 이번 1단계 합의에서 다루지 못한 중국경제의 구조적 문제가 향후 미중관계에 핵심 의제로 떠오를 것으로 보이며, 동 이슈들이 다자적 틀에서 어떻게 진행되는지를 주시하며 우리에게 미칠 영향도 대비해야 한다.

예컨대 중국이 1단계 합의를 이행하기 위해 합의문에 포함된 공산품의 대미수입을 늘리는 과정에서 수입 여력의 한계가 있을 경우 제3국으로부터의 해당 품목 수입을 줄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우리 관련기업의 주의가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공급망상 중간재의 수입자가 우리 기업의 중국법인이거나 최종 수요처가 우리기업인 경우는 영향이 없거나 미미할 것으로 파악되나, 상대적으로 수입선 전환이 용이한 소비재 같은 품목의 경우 관련 추이를 예의주시해야 한다.

또한 보조금, 국영기업 등 이슈들은 중국을 겨냥한 것이나 이들 이슈가 한국과의 통상분쟁 씨앗이 될 경우에 대비해 관련 논의에 적극 참여하여 우리의 입장을 선제적으로 반영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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