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sk 관리 기업의 몫? Crisis 관리 정부의 몫!

▲ 윤민현 박사(Penb46@naver.com)

1. 사태의 진전

바이러스로 인한 역병은 2003년 SARS, 2009년 Swine flu, 2012년 Mers, 2014년 Ebola 등 여러 차례 있었지만 이번 코로나19(Corona Virus Disease 19 ; COVID19) 사태는 최근 수십년내 가장 강력한 역병으로 기록될 것 같다. 17년전 SARS와는 상황이 다르다. SARS 직전인 2002년 중국은 세계 수입물량의 4%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세계 제2위의 최대화주국이며 2003년 대비 중국의 경제 규모는 50% 이상 신장됐다. 중국이 세계 GDP에서 점하는 비율 역시 IMF의 발표에 의하면 2003년 4%에서 16%로 증가했다. 17년전 SARS로 인한 해운계의 피해 400억 달러를 기준으로 할 때 금번 팬데믹(Pandemic)으로 인한 피해는 최소 1600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추정이 나오고 있다.

한국에서 코로나19가 국민적 관심사가 된 것은 금년 1월 말경이지만 의료계 이야기에 의하면 중국 우한에서 폐렴이 발생한 것은 2019년 11월이다. 이때부터 한국도 감염학회를 창구로 중국의료계와 정보를 교환해왔고 그때부터 확산의 가능성을 예상하고 있었다고 한다. 우한 폐렴이 글로벌 팬데믹으로 확산되는 과정을 요약해보면 다음과 같다.

2019. 12. 31 : 중국이 후베이성 우한에서 폐렴 발생 사실 WHO에 통지
2020. 1. 7 : 중국, 감염원이 코로나19바이러스라고 확인하고 ‘2019-nCoV’로 잠정 명명
2020. 1. 29 : WHO가 중국당국, 정부와 역학 조사 후 공공보건 비상사태(Public Health Emergency of International Concern)를 선포.
2020. 3. 13 : WHO 팬데믹 선언

(1) 진행과정 

초기 중국 우한발 폐렴이 중국내로 확산된데 이어 한국, 호주, 이태리, 미주 등으로 확대되면서 일차적으로는 중국의 공장 폐쇄로 인한 생산차질과 함께 감염확산 방지를 위한 이동제한이 초강도로 이루어지면서 가장 먼저 혼란에 빠진 분야는 선박 입항 거부와 자국내 선원의 상륙과 교대 금지의 벽에 접한 해운계였다.

발병한지 3개월여만에 팬데믹으로 확대되고 팬데믹 이후 1개월이 경과한 지금 전 세계 생산, 소비, 투자, 고용 등 경제 전반이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다, 어느 쪽이 먼저이고 어느 국가가 더 심한가는 단지 앞뒤의 순서이고 시간 문제일 뿐 세계 전체가 2019년 대비 Negative Growth 될 것이라는 것이 세계 여러 기관들의 공통된 전망이다.

IMF 역시 1월초 선진경제국은 1~2%, 중국은 6%+@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에서 4월 현재는 미주, 유로존 등은 -6%, 중국은 1.2%으로 하향 조정했다. 한국도 연초 2.2%에서 –1.2%로 하향 조정됐고 팬데믹 장기화시 추가 하방 조정 가능성도 시사했다(4월 15일자 중앙일보가 인용한 IMF 전망).

(2) 시장의 반응 : 생산과 소비가 위축되면 이를 연결하는 해운시장의 상황은 설명이 불필요하다. 얼마나 오래갈지, 충격의 강도가 어느 정도일지에 대해 그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을 뿐이다. 그렇지 않아도 저성장과 경제둔화로 인한 수요 위축에 만성적인 공급과잉에 시달리고 있었던 해운시장은 코로나19 팬데믹 초반부터 이미 근본적인 취약성을 여실히 드러냈다. 의학계 용어를 빌리자면 이미 기저질환을 갖고 있었다.

대체적으로 팬데믹의 충격에 가장 민감하고 취약한 부문이 컨테이너 해운 쪽임은 이미 확인됐고 탱커 부문은 수요 감소에, 석유 증산과 감산이 이어지면서 심한 기복을 보이고 있다. 감산의 폭이 수요 감소의 크기를 앞지르기에는 미흡하다보니 당분간은 잉여 석유가 증가할 것이고 이를 저장하기 위한 목적의 해상 저유용(floating storage) 탱커의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현재 80여척의 대형 탱커가 저유용으로 이용되고 있어 용선료가 비교적 안정권에서 유지되고 있으나 저유 용량에도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단기적으로는 손익분기점을 상회하는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보이지만 감산과 비축된 석유가 한 동안 재사용될 경우 탱커수요는 그만큼 감소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어서 장기적 전망은 반드시 밝다고만은 할 수 없을 것 같다.

드라이 벌크 분야는 반제품, 완제품을 대상으로 하는 컨테이너 부분보다는 충격이 덜 할지 모르나 근본적인 원자재 수요의 감소에 이어 일부에서 식량 안보차원에서 쌀, 식용유 등 농산물 수출을 억제하려는 움직임이 있어 역시 부정적 충격이 불가피하다.

종합할 때 복잡한 현상을 보이고 있지만 탱커시장은 아직 안정권이고 드라이 벌크는 컨테이너 부문보다 덜 하지만 침체로 흘러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가장 우려되고 심각한 늪에 빠질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는 부문은 바로 컨테이너 해운이다. 일각에서 우려하는데로 팬데믹이 장기화 될 경우 해운 전반의 기초가 크게 흔들릴 것이라는 점에서 단지 부문별 차이는 시간차이고 순서의 문제일 뿐이다.

팬데믹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국경봉쇄 등의 조치로 직격탄을 맞은 부문이 페리(Ferry), 즉 여객선 분야다. 3천명의 승객중 700여명이 코로나19에 감염되어 일본 외항에서 2주 이상 머물러 있었던 Diamond Princess호와 21명이 감염되어 캘리포니아 외항에서 대기하다가 어렵게 3월 10일 오클랜드항에 접안한 Grand Princess호의 선주인 Carnival Corporation 산하 Princess Cruises사와 스위스에 본사를 둔 크루즈 선사인 Viking이 미국과 유럽 정부의 크루즈 여행 금지 권고에 따라 이미 5월 초까지 운항을 잠정 중단한 상태다. 현상황에 비춰볼 때 중단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페리 활동이 가장 활발한 유럽의 경우 운항 중단은 물론 이미 대량 해고사태에 들어갔으며 한일, 한중항로도 크게 다를 바 없어 보인다.

국가별로 정책지원의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으나 충격의 규모를 산정하기에는 아직 시기상조라는 판단 때문에 각국정부가 본격적인 정책지원은 아직 내놓지 않고 있다. 상황의 심각함을 인식한 미국이 2조 달러에 달하는 구제금융조치를 발표했지만 업계에서는 그 정도로는 한달도 버티기 어려울 정도로 미흡하다는 시각이다. 항간에는 중국이 미국의 규모를 훨씬 초과하는 천문학적 수준(20조 달러?)의 구제금융조치가 불원 발표될 것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조선과 해체 산업도 예외일수 없다. 거의 확정단계에 있었던 LNG선, 메가 컨테이너선 발주가 축소 혹은 연기되는가 하면 이미 건조중인 선박도 인도시기를 조정 중에 있다. GHG 2050, 대체연료 개발 등으로 향후 선형(design)과 추진형태의 불확실성 때문에 발주가 감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수요처인 해운이 벼랑 끝에 처해있는 처지에, 조선업계의 장래에 대한 불확실성도 해운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만성적인 선복과잉하에서 그나마 수급의 균형을 조금은 개선시킬 수 있는 돌파구가 선박 해체다. 기후변화 움직임, 경기둔화 등으로 업계에서는 노후선들의 대량해체를 기대해왔으나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등 서남아 주요 해체국들의 팬데믹으로 사실상 조업중단사태에 있어 노후선의 수명이 타의에 의해 연장되고 있다.

2. 컨테이너 해운의 현황

연례적인 중국의 춘절 연휴에 이어 우한 폐렴이 지역감염의 수준으로 인식할 즈음 우한 지구를 중심으로 근로자의 복귀저조로 인한 공장의 부분 폐쇄 현상이 있었고 2월 중순부터 사태가 확산되면서 컨테이너 시장은 중국발 수출 물량의 감소로 제 1라운드 선복 감축을 시작했다. 그러나 팬데믹이 선언된 직후 시작된 미주, 유럽 등 주요 소비처의 소비수요 급랭 현상이 본격화되자 이제는 물량 공급측의 생산차질과 소비지의 수요 하락이 겹치면서 어느 날 부터인가 동서 간선항로에 취항하는 선사는 상사적 측면의 선박운항에서 벗어나 생존을 위한 비용절감과 손실규모의 최소화 모드로 전환됐다.

선사들이 취한 선복 감축은 상사적 측면의 단계적 조치라기보다는 좌고우면할 여유도 없이 즉각 실행에 옮길 수밖에 없는 불가피한 조치였다. 항해 자체를 취소하는 Blank sailing, 투입선박의 크기를 낮추는 Downsizing, 주간 빈도(string 혹은 loop)의 통합과 축소, 신규서비스의 연기 등 일차적 조치에 이어 화물인수 지연으로 인한 도착지 항만의 적체를 방지하고 장치 혹은 보관비용을 절감하기 위한 중간 기착지 임시보관(stoppage in transit) 시스템을 도입하더니 이제는 저유가에 힘입어 아시아 유렵항로의 경우 스웨즈 운하 통과료(toll)를 줄이려고 최근에는 희망봉을 우회하는 항로를 택하는 상황에 까지 이르렀다.

현 서비스의 의미는 상사적 측면에서 유지한다기보다는 글로벌 공급체인의 핵심인 해상운송 서비스의 최저선은 살려야 한다는 명분하에 이익개념과는 별개로 생필품, 의약품, 의료장비 등의 수송을 위한 일종의 사회적 책임(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과 인도적 차원에서 운항의 최소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제는 어느 항로에서 언제 얼마나 많은 Blank sailing이 있었고 어느 항구의 물량이 어느 정도 감소됐고 장비부족 상태가 어떻다하는 등등은 뉴스로서의 흥미를 상실한지 오래다.

3. 공급망의 마지노선과 선원의 역할

한때 사회적 거리두기, 봉쇄 등 방역조치에 집중하다보니 지역내 감염은 조금 차단됐는지 모르지만 선박과 선원의 이동이 제한되면서 급기야는 글로벌 수송망이 무너져가는 현상으로 이어지면서 생필품은 물론 긴급 의료품이나 방역도구들의 이송까지도 점점 어려워졌다. 이른바 풍선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하면서 방역과 물류공급망의 최저선 유지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아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됐고 그 파급은 선원뿐 아니라 항공기 승무원 교대에까지 미치게 됐다. 국지적, 산발적인 완화조치가 있었지만 글로벌 네트워크로 구성되어있는 공급망의 특성상 국제적으로 통일된 가이드라인의 수립이 필요하게 된 것이다.

결국 방역조치를 최저선으로 유지하면서 물류공급망의 붕괴를 막는다는 절충방안을 택하기에 이르렀다. 마침내 양측 산업을 대변하는 민간단체로서 ICS/ITF와 IATA가, 정부기구로서 IMO와 ICAO가 한 목소리로 각국의 정부를 상대로 선원과 승무원의 이동 및 교대가 법에 따라(국제해사노동협약 등) 원만하게 이루어 질수 있도록 통일된 가이드라인의 설정을 요구하기에 이르렀고 그 방안의 일환으로 선원의 신분을 국가 경제안보상 핵심기능을 수행하는 ‘Key worker' 혹은 ’Key personnel'로 지정할 것을 건의하는가 하면 유럽위원회(EC)는 산하 회원국들에게 동일한 취지의 지침을 요구한 바 있다.

육지와 오랫동안 격리된 생활을 해야 하는 선원의 특성상 선원을 통한 감염확산의 확률은 매우 낮기 때문에 국가 위기관리차원에서 물류공급망을 유지하기 위한 완화조치와 선원의 위상 제고를 위한 범국가적 합의는 긍정적인 움직임이라 할 수 있다. 그동안 선원에 대해 평범한 해상근로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대우를 해왔던 정치권이나 당국자들이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통해 선원의 역할에 대해 재평가하는 계기가 됐다는 것은 나름의 의미가 있는 진전이라고 할 수 있다.

4. 유동성위기와 신용경색

(1) Cashflow 위기 가능성

원거리 글로벌 항로에 취항하는 선사들이 4월 현재 징수하고 있는 운임은 코로나19 사태가 발발하기 이전에 선적된 물량들에 대한 운임으로 아직까지는 Cashflow 압박이 가시화 될 시기는 아니다.

통상 아시아발 수출상품의 무역조건은 FOB가 대부분으로 해송운임은 도착지 수하인(consignee)의 부담이다. 정상거래일 경우 도착지에서 인도시(delivery order 발행시) 지급하는 것이 보통이나 대부분의 선사가 1~3개월 정도 신용거래를 하고 있기 때문에 3~4월 중순까지는 코로나19 사태 이전의 선적분에 대한 운임이 결제될 것인 바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본격적인 매출감소의 충격은 4월 중순 그 이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의 춘절과 그 이후에 이루어진 대규모의 결항(blank sailing)으로 인해 물량이 대폭 감소된 만큼 이제부터는 감소된 물량 만큼 선사들의 Cashflow도 조금씩 타이트해질 수밖에 없다.

동일한 관행으로 터미널 역시 일정기간(grace periods) 신용거래를 하고 있기 때문에 아직은 결제지연으로 인한 분쟁이 가시화 되지 않고 있으나 그 시기 역시 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선사들의 입장에서 인건비를 제외한 해운비용(shipping costs) 중 지급의 우선순위를 정한다면 단기부채와 원리금 상환이며 그 다음이 항비, 연료비, 화물비 등 운항비다. 컨테이너 정기해운의 경우 운항비중 화물비(cargo expense)가 점하는 비중은 항로와 선박의 크기에 따라 다르겠지만 전체의 75% 전후로 압도적일 뿐 아니라 항비, 연료비와 달리 터미널에 지급해야 할 화물비 등은 지급이 지연될 경우 터미널 오퍼레이터가 극단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는 한 마땅한 대안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현 상황이 장기화되면 화주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운임체납은 선사의 유동성 위기를, 그 여파는 불원 터미널에 미치게 된다. 얼마전 PIL 사태에서 확인했듯이 체불된 연료비용을 확보하는 방안은 항상 열려있다. 선박의 압류조치다. 그러나 오랜 고객관계를 유지해온 선사를 상대로 터미널이 접안 거부나 하역 거부 등 수단을 동원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극약처방이다.

유동성이 고갈되고 Cashflow가 일단 경색되기 시작하면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취약한 선사 일부가 희생되더라도 궁극적으로 시장은 회복되기 마련이다. 그러나 팬데믹 현상이 장기화 될 경우 각종 미불금을 둘러싼 분쟁을 유발할 것이며 상황에 따라 제 2라운드 선사간 통폐합은 물론 자금사정이 튼튼한 일부 GTO의 경우 자의반 타의반으로 해운에 진출하는 계기가 될지도 모른다.

(2) 정기선사의 Cashflow

홍콩의 SITC는 3월말 기준으로 인트라 아시아 항로에 취항하는 선박 1300여척중 1월 25일(춘절)이후 544척이 7~30일 정도 서비스 차질로 인해 용선료와 연료비를 포함해서 척당 22만 달러 상당의 손실을 입었을 것으로 추정했다. 파장이 확산 중으로 Blank sailing으로 인한 장비 부족으로 유럽과 미주발 수출이 타격을 입고 있는 가운데 이들 양대 소비지에서 나타나고 있는 소비 감소에 대한 우려도 가중되고 있다. 후폭풍이 한국, 일본으로 확산되면서 공급체인이 붕괴되고 있는가 하면 여객선 분야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선박뿐 아니라 항공, 철도 스케쥴에도 차질이 이어지고 있으며 한국발착 항공편도 당분간 감편 혹은 결항이 불가피해 보인다. 한국, 일본으로부터 원자재 확보에 의존해 왔던 중국의 조립 공장이, 중국으로부터 자동차 부품을 조달해 왔던 일본(Nissan), 한국(Hyundai), 유럽(Fiat, Chrysler) 등도 생산 차질을 빚고 있으며 도처에서 의약품, 방역품도 부족사태를 겪고 있다. 주요 기업들도 재택근무, 거리두기(social distancing), 유사시에 대비해 비상 사무실 확보 등 Contingency Plan을 세워두고 감염 확산에 주력하며 정상근무 상태를 유지하지 못하고 있다.

상황이 장기화되면 다수의 선사들이 Cashflow 위기에 직면할 수 있으며, Default risk 증가와 함께 도산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파장이 최소 2분기까지는 갈 것이라는 전망이 주를 이루고 있다. 정부지원 등 특단의 대책이 없을 경우 Cashflow 압박→선박 등 자산매각→Default Risk 증가→채권단 관리/도산→합병으로 이어지는 시나리오에도 대비해야 한다.

불확실성이 증폭되는 형태에 따라 시나리오가 전개되는 양상이나 속도가 달라질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 상황하에서 Too big to fail이 시사하는 것은 ‘대마불사’라기 보다는 규모가 크면 클수록 후폭풍을 감내해나가는 과정도 그만큼 더 혹독할 것임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

(3) 코로나19 사태와 금융

금융으로부터 자유로운 선박은 없다고 할만큼 모든 선박의 진정한 주인은 은행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선박의 매매와 관련된 대출과 담보(모기지)약정에는 대출금의 상환조건이 들어있고 그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을 경우 디폴트가 성립되고 은행은 절차를 거쳐 선박을 처분할 수도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모든 기업의 재정상태가 악화일로에 있어 대출금 상환이 어려운 것이 현실이지만 그렇다고 금융권이 선택할 수 있는 대안도 별로 없다. 선박을 처분하더라도 제값을 받기 힘든 것이 현실이고 그렇다고 은행이 선주가 되는 것도 좋은 해법이 아닌 것 같다. 실제 2008년 금융위기 시에도 은행들이 선박을 상대로 담보권을 행사한 사례는 별로 많지 않았다. 이번에도 은행의 자세는 금융위기 때와 크게 다를 것 같지 않다.

금융위기 시에는 사전에 리스크 관리를 잘한 기업은 오히려 기회가 된 반면 그렇지 못한 경우는 선사는 위기에 직면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번 코로나19 팬데믹 사태는 누구의 잘못도 아니며 모든 분야가 다 함께 그 피해자가 되고 있다는 점에서 디폴트에 대한 금융권의 대응도 금융위기 때보다 오히려 더 실용적이고 더 관대한 측면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한마디로 비가 올 때 우산을 빼앗지 않겠다는 자세다.

다만 각국 정부가 국가 위기관리 차원에서 폭 넓은 부양패키지를 동원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국가 차원의 위기관리방안이 구체화될 때까지 좀 더 관망하되 서둘러서 은행에게 대출금 상환 유예를 언급한다거나 더구나 그런 가능성을 문서화해 언급하는 것은 오히려 사태를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한 접근을 요한다. 상황에 따라 꼭 필요할 경우에는 서면보다는 구두로 사전 면담 협의한 다음 합의 내용에 따라 서면화하는 방안을 Lawyer가 권고하고 있다(Watson Farley & Williams).

(4) Cash is the King

Scorpio Tanker, Star Bulk 등 대형선사 대표들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컨테이너 정기해운 분야가 가장 큰 피해를 입을 것이라며 폭풍을 헤쳐 나가기 위해서는 허리띠를 단단히 조여매고 비용절감에 주력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이를 위해 선복관리와 감속항해(Slow steaming)의 필요성과 함께, 10% 감속하면 30% 유가를, 20%하면 연료비 절감의 규모가 훨씬 더 크다고 강조하고 있다.

자금운용과 관련해 이들은 지금은 선원, 육상직원 그리고 선박 운항의 안전이 최우선임을 강조하고 있다. 지금은 싸다고 해서 배를 사들일 것이 아니라 Cash In 해야 한다. 그래야 후일 자산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이 발생할 것이다. 지금 싼값에 사더라도 고전할 것인바 조금 더 기다려야(팬데믹의 장기화를 예상하는 듯) 더 좋은 매물이 나올 것이며 통합 역시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판단인 것 같다. 물론 주머니 사정이 튼튼한 사람들의 여유라 할 수 있을지 모르나 현금 확보를 강조하는 이면에는 사태의 장기화에 대비하라는 측면도 있다.

5. Law & Claim

(1) 법적 문제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현실적으로 정상적인 비즈니스의 수행이 어려워지고 그 원인이 기업자체의 태만이나 과실과 무관할 경우라 하더라도 계약 불이행이나 위반으로 인한 손해에 대한 배상책임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확산될 경우 그 심도에 따라 다르겠으나 해운에서 가장 민감하게 작용할 부분은 운송계약, 용선계약, 고용계약, 조선 혹은 수리계약, 보험계약 등 관련된 분야로 가장 대표적 사례가 선박의 용선(charter-C/P)이다. 국제무역이나 해상운송의 경우에도 생산 공장의 폐쇄와 자유로운 수송활동이 저해될 경우 그 원인이 불가항력적인 것이 입증되면 그 책임을 면하는 내용의 면책제도가 계약에 포함되어 있는 것이 통례다.

초기 우한에서 코로나 사태가 발생했을 당시, 그리고 팬데믹 상황으로 중국을 포함해 세계도처에 산재해있는 고위험국의 항만, 특히 벌크선들이 기항하는 항만들이 과연 안전한 항(Safe Port)인가? 안전하지 못한 항(Unsafe Port)이란 이유를 들어 (선주가)입항을 거부하거나 전염 등을 우려해 선원들이 특정항 입항을 거부할 경우 그로 인한 시간과 비용손해는 누구의 책임인가 등, Unsafe Port, Off-hire, Deficiency of men, Force majeure 여부를 두고 다양한 분쟁이 발생할 수 있다.

① Force majeure : 손해배상과 관련 법적분쟁이 발생했을 시 분쟁으로부터 자국 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중국과 인도정부가 이미 불가항력(Force majeure) 카드를 꺼내들었다.

중국 국영 LNG 회사로 호주 LNG 수출회사와 구매계약을 운영중인 CNOOC(China National Offshore Oil Corp)가 2월 구매량의 1/2에 대해 불가항력 이유로 구매 보류를 주장한데 이어 PetroChina, Sinopec 등 타 중국 구매업체들도 같은 주장을 하고 있다.

호주 회사는 아직까지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지만(Broker, Porten & Partners) 프랑스 에너지 메이저인 Total은 중국의 불가항력 주장을 거부한데 이어 향후 중국의 모든 적양하항이 검역으로 봉쇄된다면 고려할 수 있겠지만 현재의 상황에서는 불가항력이 성립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Lloyds List Feb 10, 2020).

인도가 3주간 이동금지 조치를 함에 따라 주요 항만의 운영에 차질이 발생하자 향후 있을 수 있는 손해배상청구에 대비해 항만을 보호하겠다는 목적으로 인도 정부 역시 불가항력을 선언한 바 있다.

2월 중순 기준 중국 국영 조선소인 CSSC 산하 3대 조선소인 Shanghai Waigaoqiao, Hudong-Zhonghua, Jiangnan의 근로자 복귀율은 50% 정도였다. 이들 조선소는 그래도 각 500여실 이상의 격리실까지 갖추고 있을 정도로 시설이 잘 되어 있다. 반면 대부분의 중소형 민간 조선소는 마스크도 제대로 조달이 안 될 정도 열악한 상태로 근로자 복귀가 언제 이루어질지 예측하기 어려운 처지여서 건조중인 선박의 건조일정에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이에 중국정부는 2월초에 이미 계약상의 책임을 면하기 위해 관련 조선소들로 하여금 불가항력을 선언할 것을 권고(허용)한 바 있기 때문에 중국조선소들이 줄을 이어 불가항력을 선언하고 있는 실정이다. 수리조선소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다.

② Lawyer's advice : 이번 코로나 사태로 발생할 분쟁의 쟁점은 용선분야에서 Unsafe port 여부, 운송과 조선관련 분야에서는 손해 발생이 불가항력으로 인한 것인지 여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항해용선(Voyage charter)이든 정기용선(Time charter) 어느 경우이든 선박과 선원의 안전에 위협이 되는 항해나 기항(calling)에 대해서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지만 현재 상황을 기준으로 판단할 때 코로나19 사태가 어느 특정항을 Unsafe port라고 단정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법률가들도 아직은 애매하다고 보고 있다(Law firm Ince).

C/P상의 Unsafe port 조항은 해당선박이 안전한 항(Safe port)에만 기항(혹은 배선)할 것을 대 전제로 하고 있다. Safe port 여부는 선박과 인명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는 특정항의 물리적 측면(Physical characteristics)이나 기상상황(Weather conditions) 같은 것을 기준으로 판단한다. 용선계약에서 코로나19 사태를 이유로 특정항이 Unsafe port라고 주장하며 기항을 거부하기에는 아직 미흡하며 좀 더 강력한 증거가 있어야 할 것인 바 선주들이 지금의 상황만으로는 Unsafe port라고 판단하지 말라는 것이 법률가들의 권고다(영국의 해상법 Law firm Clyde & Co).

해운과 관련된 제반계약에서 손해배상을 두고 분쟁이 발생했을시 법적으로 쟁점이 될 잠재적 이슈들로는 항만 노동자의 부족(Labour shortage at ports), 육상운송 연결망의 취소(Cancellations of inland transport links in China), 공장폐쇄로 인한 상품공급의 제약(Constraints in the supply of goods due to factory closures), 항공·해운·철도서비스의 감축(Reduced levels of service from air, ocean and rail carriers)들로, 이러한 사유들이 청구를 당한 측의(선주, 운송인, Forwarder, 조선소 등) 주의태만 없이 전적으로 통제영역 밖의 원인으로 발생(Caused by matters genuinely outside the operator’s control)한 것임을 입증해야 하나 그 입증이 그렇게 쉽고 간단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정부가 이번 사태를 불가항력적 사태로 선포하고 그 증서를 발급했다는 사실만으로 그 자체가 확실한 면죄부가 되는 것은 아니며 사태에 대한 인지의 시기와 주어진 상황에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손해방지 혹은 경감 노력여하와 정도에 따라 불가항력에 의한 항변(defence)의 성공여부가 좌우될 수 있다는 것이 법률가들의 조언이다.

선하증권(B/L)을 발행한 선사를 포함, 특히 운송인(Carrier)과 화주(Shipper)사이에서 한편으로는 선사의 지위에서(대 화주관계), 다른 한편에서는 화주의 지위(대 선사관계)에 서게 될지도 모를 Freight Forwarder의 입장에서는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최대한 충분한 정보가 상호 교환되도록 각별히 주의할 것을 전문가들은 권고하고 있다(TT-Club, Law Firm Holman Fenwick).

6. 전망

우한 폐렴으로 시작된 코로나19 사태가 3개월만에 글로벌 팬데믹으로 확산되는 과정에서 국가별, 산업별로 나타난 충격의 양상은 다양한 형태로 전개되고 있고 아직도 진행 중이다. 비상 상황에 대처하는 방식도 국가별, 산업별, 기업별로 다르지만 팬데믹의 종착지가 어디인지 언제쯤 도착할 것인지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가운데 불확실성은 갈수록 증폭되고 있다. 지난 3개월여 동안 코로나19가 초래한 충격(Impact)의 양상은 한마디로 Down의 연속이었다.

① 저성장시대에 더해 세계경제의 둔화로 이어진 『Slowdown』,
② 확산방지를 위한 국경 혹은 도시간 이동을 차단한 『Lockdown』,
③ 생산 공장과 작업장, 항만과 터미널의 폐쇄로 이어진 『Shutdown』,
④ 장래에 대한 불안이 초래한 소비심리의 위축으로 인한 지출감소 『Cutdown』,

4월 중순 현재 이들 4-Down 현상 중 어느 것 하나 크게 달라진 것이 없이 불확실성만 증폭되고 있고 선사의 Cashflow에 대한 충격은 이제부터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19 사태이후 2020년 Global GDP 성장에 대해 IMF, 신용평가기관 및 전문분석기관들은 한 목소리로 2% 전후로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으며 경우에 따라 금융위기 때 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 전개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WTO도 파급이 최소한 2020년 상반기 동안 지속될 것이며 선사들의 연간 EBITDA(세전이익)는 20% 정도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1) V-shape 회복? : 2020 Sulphur Cap의 시행으로 1월부터 연료비는 대폭 상승했는데 운임은 2월 들어 오히려 하락했다. 5월 Service Contract를 앞둔 선사들의 입장에서는 그 이전에 운임상승을 위해 Blank sailing을 한동안 계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항만의 적체와 함께 공급망 역시 회복에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코로나19 사태가 해운시장의 기본 구조를 바꿀 것 같지는 않다고 하지만 이 사태가 얼마나 갈지는 누구도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최악의 사태가 지나가려면 최소 3개월, 길게는 1년에서 2년까지 점치는 사람도 있다.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모르지만 결국 팬데믹은 진정될 것이고 그에 따라 수요는 되살아나기 마련이다. 각국이 앞 다투어 내놓고 있는 부양패키지에 힘입어 과연 V-자형 회복이 가능할지, 아니면 조금 시간이 걸리더라도 U-자형이 될 수도 있다. 한때 중국의 정상화와 함께 시장이 V-자형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으나 팬데믹 사태가 확대되면서 이제는 전망이 불투명해지고 있다. 장기화 조짐이 보이면서 회복세가 V자형이 되기보다는 L자형과의 중간 형태를 띄는 완만한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지만(Drewry) 최악의 경우 주기의 최저점에 머물러 있는 기간이 장기화 되면서 사실상 회복이 한동안 무망한 L자형이 될 가능성도 대두되고 있다.

(2) 장기전에 대비해야 : Blank sailing의 제1라운드는 Supply side 문제가 주도했다면 제2라운드는 Demand side에서 주도하고 있다. 최근 선사들의 발표에 의하면 4월부터 시작된 제2라운드는 5월중 Peak에 도달한 후 하락할 것이며 1/4분기 200회에서 2/4분기에는 250회로 증가할 것이라는 예고다. 이로 인한 2분기 선복 감축의 규모가 30%에 이를 것이며 더 이상의 Blank sailing이 없을 것을 전제로 2020년 연간 기준 글로벌 물량의 손실(Global volume loss)은 10%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소폭 증가해도 역 부족일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성장은 커녕 10% 감소가 어떤 충격을 초래할지 유추하는 것은 크게 어렵지 않을 것 같다.

Lloyds List Intelligence, SeaIntel 등 전문기관에서는 한목소리로 Shutdown 기간이 얼마나 갈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을지, 정상화에 이르기까지 필요한 리드타임(leadtime)이 얼마나 걸릴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회복 시기에 대해 예측하기에는 시기상조(Too early to be able to tell)라는 시각이다.

특히 컨테이너선의 경우 침체기간이 장기화될 수 있을 뿐 아니라 그 기간의 충격이 매우 강할 것(very strong negative impact)이며 그런 기간을 적어도 1~2년은 예상하고 대비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당분간은 현재보다 더 심각한 위기단계에 진입할 것이라는 경고로 누구도 시간표를 알 수 없으며 치료방법(theraphy)이 나오거나 백신이 개발될 때까지는 길고 험난한 여정이 될 것이라는 것이다.

7. 위기관리 체제로 전환해야

지금의 상황은 흔히 있는 시장의 위험관리(risk management)만으로는 부족하며 위기관리(crisis management)가 필요한 시기다. 오염사고나 인명사고로 인한 회사의 평판은 복구가 가능하지만 코로나19가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을 통째로 흔들고 있는 상황에서 기업의 지속성에 대한 보장은 전혀 별개의 문제이며 지금의 상황은 그 규모면에서 전적으로 다른 위기의 상황이다. 참신한 전략과 외부로부터 도래한 위기에 잘 대처할 수 있는 능력 여부에 따라 승자와 패자로 갈라질 수 있다.

금번 위기는 기업들로 하여금 자신들의 뒤를 되돌아다 보려 하지 않은 채 곧 정상으로 되돌아갈 것으로 기대하는 일방과 이번 위기를 자신들의 조직의 효율을 강화하는 기회로 인식하는 그룹으로 양분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비즈니스 전략가들은 2019년 후반에 우리가 알고 있었던 상황과는 보고 느끼는 차원에서 전혀 다를 코로나19 이후의 세계에 대한 준비를 주문하고 있다. 바로 홈 쇼핑, 화상회의, 더 활성화된 기업간 협력과 공동작업 등이며 그 영향은 단순히 타 산업분야에서 해운으로 전파되는 정도의 자연스러운 현상과는 전혀 다른 충격, 그 이상일이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Boston Consulting은 3월 중순 내놓은 성명서(position paper) ‘How will things be different when it's all over?’에서 “위기는 썰물과 같아서 물이 빠져나가고 나면 수면 아래에 감춰져 있던 바위들을 드러나게 한다”라고 했다. Good management와 Bad operator가 구별될 것이라는 이야기다.

2003년 SARS는 중국으로 하여금 e-Commerce를 채택하도록 촉진제 역할을 했으며 Alibaba를 출현시키는 계기가 됐다. 바닥에 널려져 있는 바위를 썰물 때 눈 여겨 보지 못한 사람은 다시 밀물이 되면 그 바위의 존재를 잊어버리기 십상이다. 팬데믹이 지나고 나면 새로운 경쟁자가 해운계 내부에서 뿐 아니라 밖에서도 출현할 수 있다.

이미 현실로 나타났듯이 해운시장은 초기 수요폭락 현상에 이어 고르지 못하고 불안정한(uneven and unsteady) 상태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적어도 2021년 후반까지는 정상으로의 복귀하지 못할 것이며 그때가 되면 경제적 동력(economic driver)이 바뀌어 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싱가포르 제1선사인 PIL이 회사측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재정난으로 채무 재조정중이라는 사실은 더 이상 비밀이 아니다. Singamas라는 컨테이너 제작사, 남태평양 제도를 연결하는 지선선사의 매각에 이어 인수한지 얼마되지 않은 1만 2천teu급 컨테이너 선박 7척도 매각했다. 확인되지 않은 사실이지만 그동안 PIL과 COSCO간 끈끈한 유대관계에 비춰볼 때 양사의 합병(?) 가능성에 대한 루머가 아직도 사라지지 않고 있다.

최근 신용평가기관인 Moody’s가 재정난을 겪고 있는 CMA CGM에 대해 신용등급을 재평가하겠다고 나선 것도 향후 시장의 불확실성이 점차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다. Moody’s는 둔화되는 글로벌 경제, 폭락하는 유가, 자산가치의 하락 등으로 인한 부담에 더해 동 선사의 코로나19 팬데믹 대처능력과 함께 어렵게 인수한 CEVA의 실적에 대해서도 신용평가 재검토에 반영될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속도를 내고 있는 터미널 자산처분 등으로 재무상태 개선을 서두르고 있지만 팬데믹이라는 악재까지 겹치면서 회사의 재정난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한 전문분석기관이 글로벌 11대 컨테이너선사의 2019년 말 기준 총자산, 운영자금, 손익상태 등을 토대로 위기상황에 대한 진단 결과를 내 놓았다(MSC는 제외). 요지는 11개 선사중 4개사(유럽 2, 아시아 2-이름 생략)는 비교적 건전한 재무구조로 위기에 처할 가능성(chance of bankruptcy)이 비교적 낮으나 나머지 7개사는 위기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very high likelihood of potential bankruptcy)고 평가했고 앞서 4개사도 팬데믹이 장기화 될 경우 재정압박이 심화될 수 있다고 첨언했다(Altman Z-score Result : Alphaliner Issue 15, 2020).

동 평가 내용의 신뢰도 여하를 떠나 시장의 흐름에 비춰 보건데 그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들뿐 아니라 2년전 이미 OECD, Mackenzey 보고서에서도 글로벌 선사들이 4개 전후의 Super carrier 체제로 재편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었다.

2020년 4월 첫주 뉴욕에서 개최된 Capital Link Conference에서 투자 전문기관인 Stifel Financial Corp.와 Webber Research & Advisory 측 인사도 가장 우려스러운 부문이 컨테이너 해운임을 강조했다.

① 지금은 겨우 Global recession의 초기 단계다.
② 때가 되면 자동적으로 정상화될 것이라는 기대는 순진한 것이다(naive).
③ 가장 우려되는 사태는 컨테이너시장에서 Big player가 유동성 위기로 끝나는 것이다.
④ 프랑스 회사만을 거론하기 이전에 굳이 이름을 밝힐 수는 없지만 절반(half a dozen) 정도가 재정적으로 매우 취약하다고 발표한 바 있어 전망에서 대체적으로 일맥 상통하고 있다.

8. 결언

위기와 관련 저명한 해운경제학자인 Martin Stofford(전 H. Clarkson 고문) 교수는 “썰물 이 되면 누가 벌거벗고 수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며 위기를 겪어봐야 경영능력의 우열이 나타난다고 지적했다. Boston Consulting의 Think Tank도 금번 코로나19 사태가 일과성으로 일단 지나가면 아무일 없었던 것처럼 2019년 상황으로 되돌아가지는 않을 것이며 해운시장의 경쟁 환경에도 변화가 불가피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어떤 변화일지는 아직 구체적으로 알 수 없지만 이번 위기를 통해 교훈을 얻고 대처하는 기업은 건재할 것이지만 그렇지 않은 기업은 존립의 위기에 처할 수도 있음을 시사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시작일 뿐이다. 불투명, 불확실성은 기업경영에 가장 큰 장애요인이다. 문제는 얼마나 버틸 수 있느냐에 있다. 특히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은 기업은 경계해야 할 상황이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선진경제국들이 장거리 물류 공급망에 얼마나 취약한지 여실히 드러났다. Geopolitical risk(무역전쟁, 제재 등)가 증폭될 가능성 있다.

지난 30년동안 Major carrier가 도산한 것은 한진해운이 유일하다. 고비는 극복되겠지만 제 2의 한진사태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정책지원이 불가피한 일부 선사가 있는 것도 현실이다. 팬데믹을 포함, 현 시장의 안팎상황을 감안할 때 제 2라운드 수직수평적 통폐합론이 재 부상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소형선사, 취약한 재무구조선사의 입지가 갈수록 위축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2020. 4.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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