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스자코니(IHS마킷 JOC 편집국장)

▲ 마크 스자코니

코로나19가 촉발한 여러 불확실한 상황 속에서 고용 대신 기술 투자 확대, 선대 규모의 효율적 재조정 등 물류 산업이 오랜 시간에 걸쳐 형성해 온 트렌드가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동향이 얼마나 빠른 속도로 진행될지 속단하기는 아직 이르지만, 코로나19로 인해 물류 산업의 디지털화, 자동화 정착이 앞당겨질 것으로 보인다. 또한, 세계화의 경제적 이득이 한계를 보임에 따라 둔화하는 무역 흐름에 좀 더 빠르게 적응해가게 될 것이다.

코로나19 여파로 전 세계 소비자 및 제조업 수요가 줄면서 해운 및 육로 운송량이 두 자릿수 속도로 감소하자, 컨테이너선 및 물류 업체는 경쟁력을 유지하며 새로운 경제 환경에 적응해 나가면서도 효율성을 어렵게나마 유지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해운업 가시성 소프트웨어 업체인 오션 인사이트(Ocean Insights)의 의뢰로 교육 웹사이트 업체인 쉬핑 앤 프라이트 리소스(Shipping and Freight Resource)가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 여파로 변화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한 물류 업계 관계자 중 76%는 향후 기술에 투자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대규모 변화에 대비하고 있다고 밝힌 약 130개의 물류전문업체 중 신규 인력을 고용하겠다고 밝힌 곳은 33%에 지나지 않았다.

이러한 기술 투자가 의미하는 바는 락다운이 해제된다고 하더라도 많은 사무실이 비용 절감을 위해 폐쇄되거나 사무실 공간을 줄이면서 직원 일부가 사무실로 돌아올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또한, 기술 투자 대부분이 작업 공정의 자동화에 맞춰지면서 직원들은 (단순 노동 대신) 높은 수준의 업무를 담당하게 되며 향후 수요가 반등해도 신규 인력을 확충할 필요성이 줄어들게 된다.

디지털화 및 자동화의 가속화로 인해 해운업의 격차가 심해지고 기업 간 합병은 가속화될 것이다. 예를 들어, 다량의 운송량을 낮은 마진으로 처리하는 포워딩 산업에서 수익성은 높은 고정비용을 보상할 수 있을 만큼의 효율성 및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기 위해 출하량을 높은 수준으로 유지하는 데 달려 있다.

하지만 해운 및 항공 서비스가 급감했듯이 수요와 선복량이 급감하면서, 이러한 모델은 화주, 컨테이너선, 항공사의 중개인 역할을 맡은 포워더 업체에 압박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미 항공포워더협회(Airforwarders Association)에 가입된 275 회원 업체의 평균 매출이 코로나19 위기 동안 50% 이상 감소했으며, 이에 따라 회원 업체 중 65%는 인원 감축에 들어갔거나 들어갈 예정이라고 브랜든 프라이드(Brandon Fried) 항공포워더협회 상무는 밝혔다.

글로벌 운송 및 물류회사 퀴네앤드나겔(Kuehne+Nagel)의 자회사인 코머더티 포워더(Commodity Forwarders)의 크리스 코넬(Chris Connell) 북미 수석 부사장은 “지난 30일 동안 그리고 당분간의 상황이 향후 수년 동안 많은 포워더 업체의 건전성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중소 포워더 업체는 코로나19 위기 이전에도 어려운 상황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대기업은 점점 더 커지고, 중소 포워더(연간 매출 7억 달러 이하)는 기술 및 전문화에 투자하지 않으면 도산하게 될 지경”이라고 캐시 로버슨(Cathy Roberson) 물류 산업 애널리스트가 지적했다.

지난 4월 17일 CMA CGM의 루돌프 사드(Rodolphe Saadé) 회장은 코로나19가 국제 무역의 특성에 어떠한 변화를 가져올 것인가에 관해 이야기하는 영상에서, 팬더믹이 “세계 경제 흐름”에 미치는 영향은 국제 컨테이너 운송업이 운영되는 방식을 재고하게 만든다고 밝히며, “공급망이 수요와 공급 사이의 급격한 변동에 적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수요 급감뿐만 아니라 급작스럽게 발생하는 화물 수요, 시스템적인 위기와 무역 보호주의 정책으로 지역 내 공급망이 장려되는 무역환경에 적응해야 한다는 것을 말한다. 이를 통해 해운업은 대형 선박에 대한 수요를 조정하게 될 것이다.

최근 1만5천teu 이상의 UCLV(초대형컨테이너선)의 자금 회수가 의문시되고 있으며 “현재 이 위기가 선박 규모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끔 한다”라고 유럽에 있는 테오 노테붐(Theo Notteboom) 해양학 교수는 분석했다.

규모의 경제는 선복량이 가득 찼을 때 의미가 있는 데다가, 이는 대게 성수기에 주요 기간 항로인 헤드홀(headhaul)에서만 발생한다. 국제 물량의 저성장이 예상되고 ULCV는 아시아-유럽 간 교역에만 배치되는 것을 고려할 때, 무역 성장 둔화가 예상되며 국제 운송량보다 지역 내 운송량이 증가하게 될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ULCV는 맞지 않는 선택이다.

라스 옌센(Lars Jensen) 씨 인텔리전스 해양 컨설팅(Sea-Intelligence Maritime Consulting) CEO는 “공급망 분산이 앞으로 더욱 두드러지게 될 것”이라며, 개발도상국에서 수출입 물량이 늘어나는 향후 수십 년간의 무역 양상에 대비해 선사들이 계획을 세우기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는 2050년경 필요한 표준 선대가 무엇일지 명확하게 규정하고, 적절한 규모의 선박을 발주하기 시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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