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중계/건화물선 시장 동향과 전망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벌크선종합운임지수(BDI)가 5월 중순까지 평균 592 포인트에 불과할 정도로 시황이 부진한 가운데 장기간 시황 부진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한국해양진흥공사 이석주 해운거래지원팀장은 최근 발간한 ‘건화물선 시장 동향과 전망’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코로나 19가 글로벌 서플라이 체인의 복구를 방해하는 이상 건화물선 시황의 장기 부진을 예측했다.

이석주 팀장은 다만 세계 주요 국가들의 봉쇄 완화와 경기 부양책 효과에 따른 물동량 증가에 힘입어 단기적으로 건화물선 시황이 회복될 수 있는 여지는 있다고 밝혔다. 이석주 팀장이 발표한 ‘건화물선 시장 동향과 전망’ 보고서를 정리했다.<전문>

▲ 선형별 건화물선 지수

통상 매년 2분기는 건화물선 시장의 계절적 성수기로 분류되지만 올해 벌크선종합운임지수(BDI)는 5월들어 일시적으로 400 포인트 선이 붕괴되며 사상 최저치인 290 포인트에 불과 100 포인트 가량을 남겨둔 수준까지 하락하기도 했다. 이후 중국, 인디아, 베트남 등 아시아권 국가들의 코로나19 사태가 조금이나마 호전되며 태평양 중심의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다만 남미를 비롯한 제3세계 국가들의 감염 확산이 아직도 진행 중이어서 시황 회복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라 올해 전 세계 건화물 물동량의 대폭 감소는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나 중국과 같이 감염병 확산이 진정되는 국가들의 경기 부양책 실시와 글로벌 서플라이 체인의 일부 재가동이 시황 회복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철광석 물동량 추이와 전망

코로나19가 최초 중국에서 확산될 당시만 해도 국제 철광석 물동량에 대한 우려는 중국의 수요 부진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실제로 중국의 지난 3월 조강 생산량은 전년 동기 대비 1.7% 감소했으며 올해 1분기 경제성장률은 6.8%로 중국이 분기별 GDP를 집계하기 시작한 1992년 이후 최초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중국 정부가 침체된 경기를 부양시키기 위한 정책을 연달아 시행하면서 건설 현장 재가동에 따른 철강 판매량 증가, 철강 가격 상승, 철강 및 철광석 재고량 감소 등 철광석 물동량 증가에 대한 긍정적인 신호들이 나타났다. 그 결과 중국의 4월 조강생산량은 전년 동기 수준을 회복했으며 철광석 수입량은 전년 동기 대비 18.5%의 증가를 기록했다.

그러나 코로나19가 중국을 넘어 전 세계적인 대유행 단계로 접어들며 중국 단독의 회복에 의존한 물동량 견인에 한계가 나타나고 있다. 유럽의 이동 통제에 따른 철강·철광석 수요 부진이 지속되는 가운데, 호주와 브라질에 이은 세계 3위의 철광석 수출국인 남아공이 3월 말부터 국가 봉쇄에 돌입했다. 주요 철광석 수입국인 일본도 고로 가동 중단을 확대하며 철광석 해상물동량에 부정적인 영향이 발생했다.

중국의 조강 생산량 회복세는 5월에도 지속되고 있으나 중국 이외 국가들의 부진이 지속되면서 건화물선 시장의 하락 압력이 가중되고 있다. 일본, 한국 등 아시아 주요 철광석 수입국들의 부진으로 해당 국가들로 판매됐던 철광석들의 중국향 판매 전환이 종종 발생하고 있다.

유럽 전역에 걸친 제철소 가동 제한으로 대서양내 철광석 물동량 침체도 지속됐는데 5월 이후 남아공과 유럽의 봉쇄가 완화되어 산업 활동 재개에 대한 기대감이 유입되고 있으나 철광석 물동량 증가로 이어지기 까지는 좀 더 시일이 필요해 보인다.

코로나19가 세계 2위의 철광석 수출국인 브라질에서 본격 확산중인 점은 현재 철광석 물동량 회복에 가장 큰 부담 요인이다. 브라질내 코로나19 확진자 및 사망자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며 5월초 브라질 북부 14개 도시가 봉쇄됐다. 브라질 당국은 광산업과 항만업은 봉쇄 예외 업종이라 운영에 문제가 없다고 하지만 봉쇄된 도시중 Para주와 Maranhao주가 브라질 북부 철광석 생산 및 선적의 중심지여서 철광석의 수출 차질이 우려된다.

그럼에도 클락슨은 브라질의 올해 철광석 수출량이 광미댐 붕괴 사고로 생산 능력이 크게 위축됐던 2019년 보다 4%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른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2개월 내외의 강력한 봉쇄를 거쳐 브라질에서도 코로나19가 어느 정도 통제되는 경우를 가정한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현재의 코로나19 확산 상황을 감안하면 브라질의 철광석의 원활한 공급은 당분간 어려워 보이며 중국 등의 수요는 1분기에도 나타났듯이 대부분 호주산으로 충족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브라질의 철광석 공급 능력이 복구 되더라도 전세계적인 철강 수요 부진으로 올해 철광석 물동량은 전년 대비 소폭의 감소가 예상된다. 특히 남아공, 스웨덴, 인디아 등 중소 수출국의 물량 감소가 두드러지게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석탄 물동량 추이와 전망

석탄은 주요 벌크 화물 중 코로나19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은 품목이다. 최초 중국의 코로나19 발병에 따른 중국내 탄광 운영 차질로 중국의 석탄 수입량이 증가했으나 3월 이후 중국 내 생산이 정상화되며 해상 물동량도 원위치 됐다.

그러나 중국에 이어 세계 2위의 석탄 수입국인 인디아와 세계 4위의 석탄 수출국인 남아공이 3월말을 기해 동시에 봉쇄에 돌입하며 석탄의 해상 물동량에 큰 타격이 발생했다. 이에 더해 세계 주요 국가들의 경기 침체에 따른 전력 수요 부진은 석탄의 수요를 한층 위축시키며 건화물선 시황 부진의 가장 큰 원인으로 작용했다.

지난 4월 극도의 부진을 기록했던 석탄 해상 물동량은 5월 들어 서서히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다. 인디아와 남아공의 봉쇄령 완화에 따른 물동량 증가 및 인디아 몬순 도래 이전 석탄 재고 구축 활동, 중국의 산업활동 정상화 진행에 따른 전력 수요 증가 등이 태평양 위주의 석탄 교역을 발생시키고 있다.

그러나 최근의 회복세에도 불구하고 2020년 전체 석탄 물동량은 큰 폭의 감소가 예상된다. 클락슨은 2020년 전세계 석탄 물동량을 전년 대비 7.5%(9700만톤) 감소한 11억 9600만톤으로 전망했다. 중국의 수입량은 2019년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인디아, 일본, 유럽, 한국 등 주요 석탄 수입국들의 물량이 큰 폭으로 하향조정됐다. 특히 인디아와 유럽의 수입량이 전년 대비 각각 15%, 18% 감소하며 두드러지는 부진을 보일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인디아의 높은 석탄 재고량과 봉쇄 완화 이후에도 지지부진한 수요 회복, 유럽의 전력 수요 부진과 높은 천연가스 공급량 등이 반영된 것으로 파악된다.

중국을 제외한 주요 수입국들의 비중이 낮아짐에 따라 향후 중국의 석탄 수입 정책에 따른 해상 물동량 변동성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정부는 자국의 석탄 산업 보호를 위해 항만별 석탄 수입량을 할당하고 통관 물량을 통제하는 정책을 계속 실시하고 있다. 5월 말 현재 중국 내 석탄 가격이 상승세를 보이며 수입 수요도 다소간 증가하고 있으나 자국내 석탄 공급 증가 또는 수력발전 등 대체 에너지원의 공급 확대가 이루어질 경우 중국향 석탄 물동량은 언제든 다시 위축될 수 있다.

곡물 물동량 추이와 전망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각국의 봉쇄 및 이동 제한으로 외식이 감소하며 식재료 수요가 위축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나 곡물의 해상 물동량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미 농무부(USDA)는 5월 보고서에서 2020/21 시즌에 대한 각국의 곡물 생산량 및 교역량 전망치를 발표했다. 본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소맥 물동량은 전 시즌 대비 약 2% 증가한 1억 8660만톤으로 전망되는데, 주요 수출국들의 물량에 뚜렷한 변화는 보이지 않는다. 다만 지난 3년 연속 흉작을 기록한 호주의 수출량이 2017/18 시즌 수준으로 회복되고, 유럽은 재배 면적 축소에 따른 수출량 감소를 전망한 점이 주목된다. 그러나 아직 시즌 초반인 점을 감안하면 해당 전망들에는 변화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옥수수는 미국산이 국제 시장에 대한 공급을 주도하고 있다. 작황 부진으로 시즌 초반 극심한 수출 부진을 겪던 미국산 옥수수는 우크라이나의 시즌 후반 수출 가용물량 소진 및 브라질의 이모작 옥수수 수확 이전의 공급 공백을 기회로 전년 수준의 수출량을 기록하고 있다. 또한 국제 유가 폭락에 따른 미국 내 에탄올 수요 감소도 에탄올의 주원료인 옥수수의 수출 가용물량을 증가시켜 해상 물동량에 유리하게 작용했다.

5월 중순 기준 미국의 에탄올 생산량은 사상 최저치를 기록한 지난 4월말 대비 15% 가량 증가한 61.7만bpd를 기록했으나 이는 여전히 평소 생산량 대비 약 40% 감소한 수준이다. 미국의 에탄올 산업이 자국내 전체 옥수수 공급량 중 약 40%를 사용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에탄올 생산 부진에 따른 옥수수 가용물량 증가는 미국의 옥수수 수출을 촉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브라질산 옥수수의 수출이 본격화되는 3분기 이전까지 지속될 것으로 보이며, 미 서안 NOPAC 지역 항만을 통해 수출되는 비중이 높은 점을 고려하면 건화물선 태평양 수역의 시황 지지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도 전망된다.

반면 브라질산 옥수수는 자국 내 공급 부족 및 수요 증가로 인해 수출이 사실상 중단되다시피 한 상황이다. 작년 하반기 공격적인 수출에 따른 자국내 가용물량 부족과 육류 수출 호조로 인한 사료 수요 증가는 브라질의 일차 생산분 옥수수를 거의 전량 자국 내 수요 충족에 활용하도록 했다. 그 결과 지난 4월 브라질산 옥수수는 10만톤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출량을 기록했는데 이는 같은 기간 대두 수출량이 사상 최대치를 갱신한 것과는 상당히 대조적이다.

한편 USDA는 5월 보고서에서 2020/21 시즌 주요 농업국가들의 옥수수 생산량이 일제히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미국의 옥수수 생산량이 전시즌 대비 17% 가량 큰 폭으로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수출량 전망치에도 반영돼 2020/21 시즌 미국의 옥수수 수출량을 전 시즌 대비 8백만톤 증가한 5,500만톤으로 예상했는데, 아직 시즌 초반인 만큼 각 국의 재배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이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전 선형과 화물에 걸친 부진이 나타나는 가운데 브라질의 대두 수출은 건화물선 시장에 가장 강력한 동력을 제공했다. 미중 무역협상 1단계 합의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미국산 대두 구매는 지지부진했던 반면, 브라질산 대두는 사상 최대치를 갱신한 생산량과 마찬가지로 사상 최고치를 갱신한 브라질 헤알화 환율 약세 효과에 힘입어 폭발적인 수출량 증가를 기록했다.

브라질의 올 1~4월 대두 수출량은 전년 동기 대비 27% 증가한 3450만톤에 이르고 있으며, 특히 4월 수출량은 1630만톤으로 기존의 월간 수출량 최대치를 약 400만톤 초과했다. USDA는 이를 반영하여 당초 7700만톤 수준으로 전망했던 브라질의 올 시즌 대두 수출량 전망치를 8300만톤으로 상향 조정했다.

그러나 브라질의 대두 수출 호조가 지속될지는 불투명하다. 브라질이 2019/20 시즌(2019.10~2020.9) 중 4월까지 수출한 대두는 총 4800만톤으로, USDA가 전망한 8300만톤 수출이 현실화될 경우 올 시즌 잔여기간(5~9월) 중 월 평균 수출량은 약 700만톤이다. 이는 작년 같은 기간의 평균 수출량 대비 50만톤 낮은 수준이며 2018년 같은 기간 대비로는 평균 200만톤 이상 낮은 수치이다.

더군다나 브라질의 5월 대두 수출량도 현재까지의 수출 실적을 바탕으로 추정할 경우 1200만톤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돼 브라질의 대두 수출량은 가용 물량의 조기 소진으로 6월 이후 급감할 가능성도 있다. 중국이 미국과의 1단계 협의 이행을 위해 미국산 대두 구매를 확대할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있어 향후 남미 중심의 대두 물동량 지속 여부는 주의 깊은 관찰이 필요하다.

▲ 주요 건화물 물동량 추이와 전망

건화물 물동량·선복량 추이와 전망

클락슨은 2020년 건화물선 물동량 예측치를 전년 대비 4.3% 감소한 약 50.29억 톤으로 하향 조정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초래한 전 세계적 경기 침체는 곡물을 제외한 거의 모든 건화물 물동량의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중국, 아시아, 유럽, 미국 등의 감염병 확산이 최악의 상황은 지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언제라도 재확산이 가능한 코로나19의 높은 전염력을 감안하면 물동량 회복에 대한 낙관적인 예측은 요원하다. 지금으로서는 세계 각국이 자국내 감염 확산을 효과적으로 통제하고, 확장적 재정 정책을 통한 경기 부양 시도가 성공적으로 작용하기를 기대하는 것 외에는 별다른 대안이 없다.

2020년 4월말 기준 건화물선 선복량은 8.91억톤으로 지난해말 대비 1200만톤 증가했다. 부진한 시황으로 올해초 노후선 해체가 증가했지만 신조 인도량 증가로 공급압력이 커지면서 시황 부진의 또 다른 원인으로 작용했다. 3월말 이후 인디아, 방글라데시 등 주요 해체조선소들이 코로나19 때문에 봉쇄되면서 해체가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못했던 점도 선복을 증가시킨 요인이다.

코로나19로 중국 조선소들의 인력 및 원자재 수급에 차질이 발생하며 신조선의 건조 공정 및 인도 일정에 대규모의 지연이 발생했다. 가동 중단됐던 해체조선소들도 5월 중순을 기점으로 재가동되고 있어 경제성을 담보하기 어려운 노후선들의 해체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초 기준으로 건화물선 선복량 예상 증가율은 케이프가 5.3%, 파나막스가 4%, 수프라막스가 2.7%, 핸디가 1.2%였으나 5월 중순 현재 케이프 2.3%, 파나막스 3.6%, 수프라막스 2.6%, 핸디 0.9%로 하향 조정됐다.

▲ 건화물선 운임지수 추이(장기·단기)

건화물선 시장 추이와 전망

1월 2일 976 포인트로 출발한 BDI는 5월 20일 현재까지 연초 첫 지수를 한번도 넘어서지 못하는 부진을 이어가고 있다. 현재까지 평균 BDI는 592 포인트로 2019년 전체 평균치인 1353 포인트, 전년 같은 기간 평균인 821 포인트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19가 중국과 인근 아시아 국가들의 문제로 한정됐다면 2019년과 유사한 V자형 시황 회복의 시나리오를 기대할 수 있었겠지만 강력한 전염력으로 전세계 주요 경제권역을 순차적으로 마비시키며 글로벌 서플라이 체인의 복구를 방해하는 이상 건화물선 시황 부진도 장기화를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단기적으로 세계 주요 국가들의 봉쇄 완화와 경기 부양책 효과에 따른 물동량 증가에 힘입어 건화물선 시황도 다소간 회복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각국이 사회적 거리두기 및 방역 강화를 통해 완벽하지는 않지만 코로나19에 대처하는 방법을 터득해 나가고 있는 점도 긍정적인 부분이다. 그러나 이전에는 경험하지 못했던 강력한 전염병의 출현은 세계 무역의 위축, 무역 다각화, 디지털화 가속, 자국 내 생산 증가 등 글로벌 서플라이 체인에 새로운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이는 단지 건화물선 시장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세계 경제 구조에 대한 거시적인 움직임이므로, 향후 보다 큰 시각으로 변화를 탐지하고 대처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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