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송하인(수출자)이 외국의 수입자에게 물건을 수출하게 되어 선적까지 마쳤는데, 운송도중 수하인(즉, 수입자)이 파산하게 되는 등의 사유로 매매대금을 지급하지 못하게 된 경우, 한국 송하인은 화물이 수하인 수중으로 인도되는 것을 막기 위한 어떠한 조치를 취할 수 있을까? 이는 해운실무상 외국의 수입자가 파산 또는 지급불능 상태에 빠진 경우 흔히 발생될 수 있는 사안이며, 아울러 송하인이 외국 수출자이고 수하인이 한국의 수입자인 경우에도 거꾸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이다. 우선 전자의 경우를 살펴 본다. 한국법이 준거법으로 적용되는 경우에는 선하증권이 발행된 경우와 발행되지 아니한 경우를 구분해야 한다. 선하증권이 발행된 경우 송하인(수출자)이 선하증권을 소지하고 있을 경우에는 운송인에 대해 화물의 운송중지, 운송물의 반환 기타처분을 청구할 수 있다(상법 제812조에 의하여 해상운송의 경우 상법 제139조 제1항이 적용된다). 송하인(수출자)이 위와 같은 권리를 행사하는 것은 화물이 수하인에게 인도되기 이전이면 언제든 가능하고, 그 사유를 따지지 아니한다. 운송인이 선하증권의 회수없이 화물을 인도했으면, 선하증권의 소지인이자 위 송하인(수출자)은 운송인에 대하여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있으므로, 선하증권이 송하인(수출자)의 수중에 있는 한 화물은 수하인에게 인도될 수 없다. 위와 같은 처분권을 행사하게 되는 통상의 경우는 송하인(수출자)은 수하인(수입자)이 매매대금을 지급하지 않거나, 파산 등의 사유로 매매대금의 지급이 불가능한 경우일 것이다. 별다른 사유도 없이 송하인(수출자)이 화물에 대한 처분권을 행사하면 그것은 매매계약 위반이 될 여지가 있다. 송하인(수출자)이 할 수 있는 가장 흔한 조치는 수하인 변경 혹은 반송 요구이다. 반송을 요구받은 운송인으로서는 그러한 반송을 요구하는 송하인(수출자)으로부터 본래 선하증권의 원본 전부를 회수하고, 새로이 반송 선하증권을 발행하게 된다. 물론 반송운임은 당초의 운임과 별도로 지급되어야 할 것이다. 송하인이 제3자에게 지시식 선하증권을 배서, 양도한 경우에는 선하증권을 소지하고 있는 피배서인도 송하인(수출자)과 같은 처분권을 갖게 된다. 한국의 수출자(송하인)가 외국의 수입자(수하인)에게 화물을 수출하는 것을 전제로 하는 위의 사례에 있어서 만일 선하증권이 발행되지 않았다면, 송하인이 위와 같은 처분권을 행사할 수 있는가 여부는 화물이 도착지에 도착하고, 수하인이 화물의 인도를 요청하였는가 여부에 달려 있다 (상법 제140조 제1항 및 제2항). 원칙적으로 파산의 경우가 아닌 한, 송하인은 화물이 도착지에 도착하여, 수하인이 화물의 인도를 요청하기 전 까지만, 위와 같은 처분권을 행사하는 것이 허용된다. 일단 수하인이 화물의 인도를 요청하면 송하인은 처분권을 상실한다 (상법 제 140조 제2항) 영국법에서 송하인이 화물을 선적하는 순간 매매조건에 따라 통상 화물에 대한 권리(title) 또는 위험(risk)이 매수인에게 이전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하인(수입자, 매수인)이 지급불능 상태가 되어, 매매대금을 지급받지 못한 송하인(수출자, 매도인)은 운송인에 대하여 운송중인 화물의 반환을 요청하여 점유를 회복할 수 있다. 단, 시간상으로 화물이 실제로 수하인에게 인도되기 전이어야 한다. 수하인에 대하여 실제의 인도가 이루어진 경우에는 운송계약이 종료되기 때문에 송하인의 운송인에 대한 추가 요청을 할 수 없다. 아울러 선의로 선하증권을 취득한 사람에 대하여는 이러한 권리를 행사할 수 없다. 이러한 제도를 stoppage in transitu라고 한다. stoppage in transitu와 유사한 제도는 우리 법에도 있다. 즉, 파산법 제81조가 그것이다. 다만, 파산법은 속지주의 원칙상 한국내에 있는 것에 대하여만 효력이 있다. 따라서 한국의 수입자(수하인)가 물건을 수입한 후 파산한 경우에 외국의 수출자(송하인)가 한국의 파산법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 물론 영국이나 미국, 혹은 다른 외국에도 유사한 파산법의 규정이 있는 경우에는 한국의 수출자(송하인)도 그러한 권리를 행사할 수 있을 것이다. 파산법 제81조가 적용되는 경우는 물건이 도착지에 도착하였으나, 수하인(수입자)이 아직 수령하지 아니한 경우, 수출자(송하인)는 동 규정상의 환취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것이다. 환취권을 행사하게 되면 다른 파산채권자는 그 물건에 대하여 배당을 요구할 수 없다. 이러한 환취권이 위력을 발휘하는 것은 수하인이 화물의 인도 요청을 하였지만 아직 화물의 수령을 하지 아니한 때로서 상법 제139조의 적용의 한계를 벗어나는 경우이다. 이상에서 보는 바와 같이 물건이 운송되는 도중에 매매계약의 상대방에게 파산 등의 이례적인 사유가 발생하는 경우에는 화물이 도착지에 도착하거나 혹은 경우에 따라서 수하인이 수령하기 전에 상법 또는 파산법, 혹은 그와 유사한 외국법의 제도를 활용하면, 물건이 파산재단으로 그대로 들어가 버리고, 매매대금의 실질적인 변제는 되지 아니하는 사태를 예방할 수 있다.상담사항 있는 분은 편집부로 연락하십시오. ‘해사법률’코너의 주제로 채택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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