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박에서 화재가 발생되면 그 상황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는 겪어 본 사람이 아니면 알 수 없다고 한다. 선박에서 발생하는 이러한 화재의 파괴력에 대하여 해상화물운송 분야에서도 운송인을 되도록 보호하고 있다. 즉, 상법 제788조 제2항은 [운송인은] 화재로 인하여 생긴 운송물에 관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그러나 운송인의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화재의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는 규정을 두고 있는 것이 그것이다. 여기서 운송인의 고의 또는 과실이란 운송인 자신의 고의 또는 과실을 의미하는 것으로서, 운송인이 개인인 경우에는 그 개인을 말하고, 운송인이 기업인 경우에는 그 기업과 동일시 될 수 있는 수준 정도의 관리자를 말한다. 운항을 담당하는 이사 정도이면 운송인 자신에 해당된다고 볼 여지가 있을 것이다. 운항을 담당하는 부장, 과장급의 사람은 구체적인 권한 내용이나 사안에 따라 판단되어야 한다고 본다. 여하튼 선박에서 화재가 발생하여 운송물이 손상된 경우, 그 화재가 선장이나 선원들의 고의 또는 중과실로 인하여 발생된 경우라고 하더라도 원칙적으로 운송인은 그 배상책임이 면제된다. 물론 운송인 또는 그 피용자에게 중과실이 있다고 인정이 되는 경우, 실화책임에 관한 법률에 기하여 상법과는 별도로 손해를 입은 화주가 운송인에 대하여 손해배상청구를 하는 것은 가능하다 (대법원 1977.12. 13. 선고 75다 107 판결). 화재로 인하여 화물이 손상된 경우, 선박이 출항당시 감항성을 갖추고 있지 못하였다고 하면, 운송인은 화재면책 자체를 주장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인가 하는 의문이 대두되는 때가 많다. 이에 관하여 미국법의 입장은 항소법원간에 대립이 있기는 하나, 대체로 감항성을 갖추는 것은 화재면책 주장의 전제 요건이 아니라고 한다. 이는 특히 미국 해상물품운송법(1936 COGSA)에는 1851년 화재규정이 그대로 적용됨이 명시적으로 규정된 결과이기도 하다. 그러나 영국법의 입장은 감항성을 유지하는 것에 대하여 상당한 주의의무를 기울여야 하는 것이 운송인의 의무이며, 운송인이 이 의무를 소홀히한 경우에는 화재면책을 주장하는 것이 허용되지 아니한다. 그러나 실제문제로 선주 자신의 고의 또는 과실이 있었는지, 혹은 선박이 출항당시 감항성을 유지하고 있었는지, 나아가 그에 대하여 상당한 주의의무를 기울였다고 할 수 있는지 쉽게 판단하기 어려우며 사안에 따라 구체적으로 판단할 수 밖에 없다. 통상 일정한 항해를 함에 있어서 선상에서 수리할 수 있는 하자가 있는 경우에는 그 선박은 출항시 그 항해를 감당할 수 있는 것으로 본다. 즉, 선박은 감항성이 있는 것으로 본다. 반면, 다소 복잡한 부분에서 고장이 발생하여 선상에서 기관사들의 힘으로 수리가 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출발당시 감항성이 없었던 것으로 본다. 화재가 발생하였는데, 대처를 적절히하지 못하여 손해가 확대된 경우에는, 경우에 따라서 확대된 부분에 대하여 화재면책을 주장하지 못하고 운송인이 손해배상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이에 해당하는 경우로는 선박에 소화시설이 불량하게 비치되어 있어서 적절히 대응을 못하거나, 선장과 선원들이 평소 화재예방훈련을 충실히 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소홀히 하여 실제 화재발생시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여, 화재가 확대되는 경우이다. 선박에서 화재가 발생한 경우, 완전히 진화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 완전히 진화되었는지 여부에 대하여 충분히 확인을 하지 못하여 2차 화재로 이어지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화재로 인하여 생긴 운송물에 관한 손해인가와 관련하여 부선에 양하되었다가 부선에서 화재가 발생한 경우에는, 통상적으로는 운송인의 책임이 양하와 동시에 종료될 것이므로, 운송인은 그에 대하여 손해배상책임을 지지 아니한다. 반면, 소화를 위하여 물을 뿌린 것에 의하여 화물이 손상된 경우는 화재로 인한 손해로 본다. 화재로 인한 손해에 대하여는 말할 것도 없이 화주는 운송인에 대하여, 소화비용에 대하여 운송인은 화주에 대하여 서로 공동해손 분담금 청구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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