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하항에 도착한 화물에 손상 또는 일부 멸실이 있는 경우에 하주가 그 손상된 화물이나 도착된 화물을 인도를 받아야 할 때에, 운송인에게 선하증권을 제시하여야만 된다. 이는 선하증권의 소위 상환증권성이라는 성질에서 오는 것이다. 그런데 자주 선하증권을 제시하지 아니하였음에도 화물이 인도되는 경우가 있다. 상당히 많은 경우에는 하주가 은행의 보증장(Letter of Undertaking)을 제시하면서 화물의 인도를 청구하게 된다. 어떠한 경우에는 손상된 화물을 실수입자가 수령하느니 안하느니 실랑이를 벌이다가 운송인에게 보증장이나 선하증권을 제시하지 아니한 채, 실수입자가 화물을 인도해가는 경우가 있다. 그후 그 하주는 운송인에 대해 화물의 손상 또는 일부 멸실을 이유로 손해배상청구를 하게 될 것이다. 운송인이 손해배상을 순순히 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손해배상청구 소송이 제기된다. 하주측의 변호사가 법원에서 정한 변론기일에 출석하였다. 여기서 적하보험금이 지급되었다면, 하주측 변호사란 통상은 적하보험을 인수하였던 보험회사측에서 지정한 변호사일 것이다. 보험회사를 대리하는 그 변호사는 권리가 있음을 증명하는 서류로서 선하증권의 사본을 증거로 제출할 것이고, 동 선하증권의 사본에 하주(곧, 실수입자)가 통지처로 기재되어 있음과 보험회사는 그 하주의 권리를 대위하였음을 주장하게 된다. 이에 대해 운송인을 대리하는 변호사는 상대방 변호사에게 선하증권의 원본을 제시하라고 요구한다. 이 대목에서 재판부나 원, 피고 대리인은 고민에 빠지게 된다. 원고가 선하증권의 원본을 계속 소지하고 있을 것이 손해배상청구의 전제요건인가? 결론부터 말한다면, 원고가 선하증권의 원본을 소지하여야 손해배상청구가 인정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왜냐하면 선하증권의 상환증권성은 화물의 인도요청이 있을 경우에 요구되는 것이지, 그외의 경우에까지 특별한 근거가 없이 선하증권의 제시를 요구할 수 없다고 본다. 선하증권은 더욱이 화물이 인도되면, 그 본래의 목적을 달성하고 선하증권으로서의 일생을 마감하게 된다. 화물이 인도된 후에 선하증권의 원본을 제시할 것을 요구하는 것이 합당하지 아니한 또 하나의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화물이 인도된 후, 화물손상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은 선하증권의 배서교부에 의하여 이전되는가 아니면 지명채권 양도의 방법으로 해야 하는가? 선하증권은 화물선적시에 탄생하여 화물 인도시에 소멸하는 것이므로, 인도된 때를 기준시점으로 하여 달라진다. 인도후에 전전유통되는 선하증권이 보통의 손해배상청구권과 달리 취급돼야 할 이유는 없다고 본다. 그렇다면 화물이 인도된 후에 손해배상청구권을 갖는 당사자가 그 손해배상청구권을 양도하고자 하면, 그 당사자는 지명채권 양도의 방법에 의하여야 한다. 손해배상청구권은 이와같이 지명채권의 양도와 같은 방법으로 이전되지 아니한 한, 손상된 화물의 인도시의 선하증권상의 권리자가 가진다고 보아야 한다. 지시식 선하증권이든 기명식 선하증권이든 선하증권이 수하인인 은행의 수중에 들어 왔다가, 실수입자가 대금을 지급하고 선하증권을 배서 및 교부를 받는 경우에는 양수인에의 배서교부는 적당한 권리이전의 방법인가? 아니면 위에서 본 바와 같은 지명채권의 양도의 방법에 의하여야 하는가? 만일 화물의 전부가 손상되어 잔존가치가 거의 없을 정도이라면 그 화물의 인도청구권은 손상시에 손해배상청구권으로 변화된 것이다. 반면 인도전에는 어느 방법을 채택하든 사실상의 차이가 없다. 그리고 수하인인 은행에서 실수입자에게 선하증권이 배서교부되는 경우에는 손해배상청구권이 지명채권의 양도의 방식에 의하되, 양도통지권도 양수인에게 부여하였다고 하거나, 손해배상청구권을 표창하는 유가증권으로서 배서교부에 의하여 적법하게 양도되었다고 하든 실제에 있어서는 차이가 없으며, 선하증권만으로 권리가 양도되는 것이다. 위에서 본 사안에서 원고인 보험회사가 자신에게 선하증권이 있었는데 부주의로 분실되어서, 원본을 법정에 제출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항변할 수 있다. 앞서 본 바와 같이 원본의 소지가 손해배상청구의 유지 요건은 아니다. 따라서 원본이 없음을 인정하였으므로, 청구를 기각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다. 원고가 바로 손해배상 청구권자인지를 가려야 하는데, 누가 손해배상 청구권자인지를 가리는데 있어서, 선하증권의 원본의 소지는 매우 유력하고 효과적인 확인수단이 된다. 즉, 원고가 손해배상 청구권자인지를 다른 방법으로 입증하게 하여야 한다. 그렇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만일 이 경우 법원이 그러한 원고에게 손해배상판결을 내렸는데, 후에 수하인인 은행이 선하증권의 원본을 소지하고 다시 운송인에게 손해배상청구를 하는 경우를 막을 수 없기 때문이다. 요컨대, 선하증권의 원본의 소지가 손해배상청구의 요건은 아니다. 다만, 손해배상 청구권자인지를 가리는 가장 중요한 근거가 된다.서동희 변호사 ▶ (정동국제법률사무소 : T.755-01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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